소설리스트

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15화 (1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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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데려왔다

15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데려왔다

“일한이! 팀원 한 명 구해 왔다!”

임강철의 목소리에 나는 자연스럽게 그의 주변을 둘러봤다.

그의 곁에 서있는 사람을 확인한 순간.

‘······진짜로?’

내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임강철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함께 있는 까닭이었다.

“무려 윤설하라고! 수석이 우리와 함께 해준데!”

다름 아닌 윤설하.

온갖 유명인들을 제치고 수석을 차지한 바로 그 윤설하였다.

‘윤설하가 왜······?’

그녀와 함께하리라곤 단언컨대 상상도 못 했다.

말 한마디 섞어 본 적도 없을뿐더러, 무려 수석인 그녀가 굳이 우리와 함께할 이유도 없을 테니까.

‘임강철, 진짜 하나도 안 믿고 있었는데.’

이런 거물을 데려올 줄이야.

발걸음을 서둘러 그들에게 다가갔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응?”

“나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사실 돌아오는 길에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긴 했다.

왠지 임강철과 윤설하, 두 사람을 향한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다.

적의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그러자 임강철은 나를 따라 주위를 곁눈질했다.

이내 조소를 날리며 입을 열었다.

“흥, 신경 쓸 것 없어!”

굉장히 신경이 쓰이는데.

“그보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 설명해 줄게!”

임강철이 자초지종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

···

···

10분 전.

교관이 자리를 비우는 순간, 생도들은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중 벌써부터 무리를 지은 생도들 가운데.

가장 큰 무리를 이끄는 청년이 한 사람을 향해 다가가 대뜸 말을 걸었다.

“윤설하, 맞지?”

다름 아닌 윤설하.

청년의 물음에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서 자신감을 얻었는지.

“난 강진솔이야. 우리와 함께하자, 너만 오면 4명이거든!”

청년, 강진솔은 다짜고짜 합류를 권했다.

그녀는 말없이 강진솔과 그의 무리를 훑어봤다.

이를 긍정적인 시그널로 여긴 건지, 그는 신이 나서 제 일행들을 소개했다.

“그래, 소개부터 해야겠지? 노유미!”

강진솔의 호출에 단발의 여자 생도, 노유미가 사뿐사뿐 걸어왔다.

“응, 진솔아.”

“노유미는 아버지가 환영검가의 무력 단체, ‘검영단’의 제3부대장 직책을 맡고 계셔. 그리고, 이찬!”

그의 부름에 찢어진 눈매의 청년, 이찬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내 소개를 하면 되는 거지? 난 이찬이고, 우리 아버지는 무적 길드의 간부를 맡고 계시지.”

이찬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참고로 말하자면, 진솔이네 아버지께서 무적 길드의 부길드장이셔. 잘 부탁한다, 진솔?”

“제발 주접 좀 떨지 마. 설하가 보고 있잖아.”

강진솔은 손사래를 치면서도 내심 이찬의 주접이 싫지 않은 기색이었다.

동시에 그는 은근슬쩍 윤설하에게 말을 놓으며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분위기도 좋겠다, 거절할 리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정작 윤설하의 표정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보지 못했다.

“그걸 지금 소개라고 하는 거야?”

미려한 음색, 하나 말투에는 왠지 모를 가시가 돋쳐 있었다.

그런 반응을 전혀 예상치 못했는지, 강진솔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내 화가 슬슬 치밀었으나, 꾹 눌러 참으며 답했다.

“······뭐?”

“이번 팀 프로젝트는 생도가 하는 거야. 너희가 늘어놓은 부모님들이 하시는 게 아니라.”

“물론 그렇지. 그냥 내 말은 우리에겐 그만큼 대단한 분들이 계시니, 당연히 우리도······.”

“결국 배경뿐이라는 거 아닌가?”

윤설하가 말을 뚝 자르고 쏘아붙였다.

그것만으로 강진솔은 뚜껑이 열리기 일보 직전이었으나 가까스로 참아냈다.

바로 그때, 그녀가 추가로 쐐기를 박았다.

“난 그런 거 딱 질색이야.”

배경으로 거들먹거리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

그런 의미를 담아 강진솔을 똑바로 바라봤다.

“······이익!”

강진솔이 참지 못하고 어깨를 부들거릴 때.

“진솔아, 다른 사람 구하자. 얘 진짜 재수 없네?”

“보니까 별다른 배경도 없던 것 같은데.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그가 이끌고 온 두 사람.

노유미와 이찬이 함께 인상을 구기며 대놓고 윤설하를 씹어 댔다.

강진솔 또한 콧김을 내뿜으며 돌아섰다.

아니, 그 직전에 한마디를 쏘아붙였다.

“두고 봐. 후회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흥.”

코웃음 치며 고개를 돌리는 윤설하.

하지만 이내 그의 경고는 현실이 됐다.

“야, 너희들. 윤설하는 절대 끼워 주지 마.”

강진솔이 다른 생도들을 향해 어깃장을 놓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까진 윤설하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하나 상황은 그녀의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악화되어 갔다.

“당연하지, 진솔아! 그보다 나도 팀에 껴주면 안 돼?”

“내가 먼저야! 진솔아, 내가 바로 애들한테 전파할 테니 나 좀 넣어줘!”

하나둘씩 강진솔에게 동조하기 시작하는 가운데.

삽시간에 그녀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그것도 하나같이 스텟 서킷 트레이닝의 ‘경험자’로 분류된 생도들로 말이다.

“······윽.”

윤설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분명 저들의 행동은 도리에 어긋났다.

다만 지나치게 올곧은 반응을 보인 탓일까.

이런 식으로 화가 되어 돌아왔다.

윤설하는 어깨를 파르르 떨며 나머지 생도들을 살폈다.

하지만.

“이럼 우리도 윤설하랑 같이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실기 시험은 진짜 자신 없는데. 윤설하만 있으면 그나마 수행평가라도······!”

“그런데 쟤랑 같이하면 강진솔 패거리한테 보복당하는 거 아니야······?”

눈에 차는 사람은 없었다.

하나같이 업혀 갈 생각을 하거나, 그런 주제에 보복은 두려워 움츠러드는 것이다.

윤설하는 손바닥에 손톱이 박히도록 주먹을 꽉 쥐었다.

‘······고작 이런 일로.’

발목을 잡힐 순 없었다.

그간의 피를 토하는 노력이 이따위 일에 흠집이 나선 안 된다.

필사적으로 사람을 찾아보려는 순간.

“쯧, 정말이지 하찮게 짝이 없군!”

우렁찬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윤설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언제 왔는지, 웬 거한이 떡하니 서 있었다.

그녀는 기억을 더듬어 거한의 이름을 떠올렸다.

“······임강철?”

멍하니 되묻는 순간.

강진솔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넌 뭐야!”

“임강철이다!”

“······!?”

생각지도 못한 당당함!

강진솔의 말문이 막힌 사이, 임강철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배경 가지고 젠체하기는. 부끄럽지도 않냐?!”

“이익! 너도 수행평가를 편하게 할 생각은 버려라!”

강진솔은 그녀를 담갔던 것처럼, 즉시 임강철을 담가 버렸다.

그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저 주제도 모르는 근육쟁이랑 팀 해 주면, 알지?”

비경험자 무리에게도 공갈을 일삼았다.

여태 말없이 지켜보던 윤설하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저질렀네. 어떻게 할 거야?”

“음?”

“팀 말이야.”

“내겐 호적수이자 영혼의 룸메이트, 일한이가 있으니 괜찮다!”

“······작게 말해.”

윤설하는 태클을 거는 한편.

머릿속으로 그가 언급한 인물을 떠올렸다.

‘분명 안일한이었나.’

이름은 이상하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특히 첫 수업 때부터 최근까지.

교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 그랬다.

게다가 임강철, 그의 눈빛에는 제 친구를 향한 굳건한 믿음이 서려있었다.

실제로 안일한이 어떤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괜찮을지도 몰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임강철을 향해 물었다.

“근데 두 명이잖아. 팀은 네 명이어야 하는데.”

“앗, 그랬지?! 하지만 괜찮다!”

“······제발 목소리 좀 낮춰.”

“음? 미안. 아무튼 괜찮다. 일한이가 있으니까!”

“?”

“마침 저기 오는군! 어때, 같이하지 않을래?”

박력 때문일까?

윤설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임강철이 고함을 내질렀다.

“어이, 일한이! 팀원 한 명 구해 왔다!”

그 모습에 윤설하는 선택을 살짝 후회하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쌌다.

*

“······그렇게 된 거다!”

자초지종을 전부 전해 들은 나는 한숨이 밀려왔다.

‘뭐가 그렇게 된 건데.’

하나 이는 단순히 임강철 특유의 액션에 질려서 그랬을 뿐으로, 상황은 전부 이해했다.

‘과정이야 뭐, 그렇다 쳐도. 결과는 대박인데······?’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무려 수석이다.

당장 내 쪽을 째려보고 있는 녀석들을 합쳐 놓은 것보다 그녀의 가치가 훨씬 높다.

판단의 근거는 명확했다.

‘지번에 보니까 쟤네, 후반부 3코스 성적이 한 70점대였던 것 같은데.’

반면 윤설하는?

전반부 3코스에선 교관의 공인 하에 혼자서 F+단계로 난이도를 업그레이드했다.

후반부 3코스도 첫 시도 만에 80점을 뚫어 버렸다.

당연히 그 당시에 그녀를 뛰어넘는 점수는 없었다.

‘그런 애가 제 발로 들어오다니.’

이 정도면 임강철을 칭찬해 줘야 할 수준이었다.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는 찰나.

“안일한 맞지? 내 이름, 알고 있어?”

윤설하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어. 윤설하잖아.”

“통성명은 이쯤이면 됐고. 그래서?”

“그래서라니?”

“남은 한 명. 어떻게 할 거야?”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거지?

고개를 기울이자, 그녀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임강철이 네가 알아서 해 줄 거라던데.”

“······.”

나는 두드리고 있던 임강철의 어깨를 찰싹 때렸다.

“일한이?”

순진하게 바라보는 임강철을 외면한 채, 나는 고개를 돌렸다.

당연히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어쨌든 그는 윤설하를 데려왔다.

‘남은 한 사람 정도는 내가 데려오는 게 공평하겠지.’

그런 생각으로 생도들을 둘러봤다.

하찮은 짓거리를 일삼던 경험자 무리는 패스.

마음에도 안 들뿐더러, 애초에 이제는 함께하는 것도 불가능할 테니까.

그렇다면 자연히 선택지는 비경험자 무리로 좁혀진다.

‘수행평가는 시작도 안 했는데 어째 하나같이 표정이 좀······.’

안색이 어둡다. 마치 패잔병처럼 느껴졌다.

‘강제 전출’이 걸려있는 이상, 저들을 팀원으로 쓸 수는 없었다.

좀 더 둘러보고 있을 때.

‘······쟤는.’

요근래 의도치 않게 몇 번 정도 얼굴을 익힌 생도가 눈에 들어왔다.

어째선지 눈까지 마주친 기분이 들었다.

그 즉시 나는 임강철과 윤설하, 두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다.

“갔다 올게.”

그길로 곧장 목표를 향해 걸어갔다.

나의 접근에 그녀의 동공이 점차 커졌다.

마침내 마주 섰을 때.

“차은월, 맞지?”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차은월, 그녀를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나마 의지가 있어 보이고, 거기에 얘도 굳이 따지면 천재에 가까우니까.’

여태 우연히 지켜본 바로 차은월, 그녀는 ‘천재’과에 속하는 듯했다.

이는 마력 수업을 통해 알아낸 사실이었다.

‘나처럼 기현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배경도 없는 것 같은데 혼자서 2단계까지 통과할 정도니.’

물론 저번 수업으로 봐선 근력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마력에 그만한 재능이 있으니, 나머지 스텟도 어느 정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가만히 기다리자 차은월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괜찮아?”

“음?”

“정말 나로 괜찮냐고.”

“어, 너밖에 없어.”

다른 애들은 발목만 잡을 것 같으니까.

그런 의미를 담아 내뱉은 말에.

“······!”

차은월은 왠지 흠칫하는 기색이다.

내가 고개를 기울이자, 뒤늦게 오해했음을 깨달았는지.

“······알겠어.”

얼굴을 붉히며 승낙했다.

나는 곧장 그녀를 데리고 두 사람에게 간단히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놀랍게도 윤설하 또한 그녀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덕분에 빠르게 통성명을 마칠 쯤, 교관이 돌아왔다.

“팀 구성이 끝난 인원들부터 명단을 적어 제출하도록.”

교관의 말에 재빨리 명단을 적어 다가갔다.

제출을 위해 줄을 선 채로 기다릴 때.

“감히 내 말을 무시해?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공교롭게도 하찮은 짓을 일삼던 녀석들과 마주쳤다.

나는 협박에의 대답 대신, 강진솔 무리의 칙칙한 얼굴을 한 번.

다음으로 우리 팀, 윤설하와 차은월을 한 번.

마지막으로 강진솔의 변변찮은 얼굴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피식-

가볍게 웃음을 흘려 줬다.

효과는?

“너, 이 개새······!”

“지, 진솔아! 교관, 교관님! 보고 계신다고!”

끝내줬다.

동시에 저들이 우습게 느껴졌다.

‘얼마나 배경이 좋은지 몰라도, 그래 봐야 백유진 같은 애들보단 아닐 텐데.’

윤설하는 무려 그만한 배경을 지닌 이들조차 씹어먹은 괴물 중의 괴물이다.

‘자, 과연 성적이 어떻게 나올까.’

과연 저 녀석들은 우리의 성적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참으로 기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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