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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진짜로 마력이 늘었다
14 진짜로 마력이 늘었다
다음날.
“······이걸로 6교시, ‘스텟과 신체 운용의 기초 이론’ 수업을 마치겠습니다. 오늘 수업 내용도 다음 달 쪽지시험에 포함되니 복습 철저히 하시길 바랍니다.”
이론 수업 담당 교수의 사무적인 어조와 함께 6교시가 끝났다.
난데없는 ‘쪽지시험’ 예고에 떠들썩한 가운데.
나는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나를 임강철이 뒤따라왔다.
“일한이, 스텟 단련실로 가는 거야?”
“어, 미리 가 있으려고.”
“그럼 같이 가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걸음을 옮겼다.
내 옆에서 나란히 걷던 임강철은 문득 나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오, 발걸음이 가벼워 보이는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거야?”
발걸음이 가볍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자잘한 고민이 있었는데 해결했거든.”
어제 수업이 끝난 이후.
저녁 시간 내내 생각을 정리한 끝에 혼란의 대부분을 잠재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놓은 결론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할 분배, 매일 녹화, 그리고 열린 사고 정도인가.’
여태 해 왔던 것처럼 또 다른 나와 역할을 분배하는 것.
또 다른 나의 동향 파악을 위해 매일 녹화하는 것.
마지막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든 간에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사고를 열어 두는 것 정도였다.
‘어쨌든 기현상의 새로운 작용은 내게 도움이 되니까.’
특히 이번에 새로이 알게 된 또 다른 나의 마력 단련.
그게 나한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어제 마력 수업을 통해 여실히 느꼈다.
‘진짜 마력 수업, 마나 호흡법은 감각이 예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으니까.’
당시엔 정신이 없었으나, 돌이켜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마력 수업, 마나 호흡법에 입문하는 수업이 결코 쉽지 않음을 말이다.
이는 입학생 수석, 윤설하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어제 수업 시간 내내 1단계에 매달렸는데도 통과를 못 했던 모양이던데.’
수석인 그녀에게조차 어려운 마력 수업.
나는 그걸 하루 만에 통과한 것이다.
무려 2단계, ‘마나 호흡’까지 말이다.
그걸 기현상이 가능케 해 준 만큼, 내 쪽에서 발을 맞추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었다.
‘어차피 나머지 스텟은 깨어 있을 때 하면 되니까.’
미소와 함께 생각을 정리하는 순간, 임강철이 어깨동무를 해왔다.
“그건 잘된 일이네! 그나저나 일한이, 오늘 9교시에 관한 건 생각해 봤나?”
“9교시? 아.”
처음 맞이하는 ‘팀 프로젝트’이자, 스텟 서킷 트레이닝의 마지막 코스.
9교시는 이를 위한 수업이었다.
이 또한 어젯밤에 기현상과 더불어 매달렸던 두 번째 고민이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 모르겠다.’
사실상 대책이 없었다.
팀 구성에는 4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내게 면식이 있는 학우라고는 임강철뿐이다.
‘일단 임강철과 같이한다 해도 두 명이 더 필요하니까. 아니, 그 전에 진짜 얘랑 해도 되려나······?’
근본적인 의문을 품고 있을 때.
“일한이, 잘 부탁한다고!”
“뭐가.”
“뭐긴, 수행평가지!”
임강철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해 왔다.
게다가 그의 눈빛에는 ‘당연히 우린 팀이잖아?’ 같은 기색이 담겨 있었다.
‘······그때 가서 생각하자.’
나는 회피를 택했다.
당장 답도 안 나올뿐더러, 어느새 스텟 단련실에 도착한 까닭이었다.
마력 단련실에 들어서자 같은 반 생도들이 눈에 띄었다.
‘윤설하, 차은월, 거기에 나머지는 1단계를 통과하지 못한 애들인가.’
그들을 따라 나도 적당히 자리를 잡았다.
수업 시작 전까지 마나 호흡법의 2단계를 복습할 셈이었다.
‘뭐, 어차피 마나는 흩어지겠지만.’
교관의 설명에 따르면 제3단계, ‘마나 순환’ 없이는 마나가 흩어질 뿐이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딱히 할 것도 없고, 그보다 재미있으니까.’
성취가 워낙 빠르다 보니 의욕이 샘솟는다.
잘하면 더 하고 싶어진다. 자연스러운 이치였다.
‘과연 오늘은 어떤 걸 배울까.’
설레는 마음으로 두 눈을 꼭 감았다.
호흡을 깊고, 잔잔하게 가다듬었다.
이내 마나 특유의 청량한 감각에 금세 빠져들었다.
완전히 몰입한 가운데.
스으으-
체내의 마나가 슬슬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
잠시 후.
7교시가 시작되기 5분 전, 진태진은 말없이 마력 단련실로 들어섰다.
그를 알아본 몇몇 생도가 반응했으나.
“하던 일을 마저 하도록.”
진태진은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마나 호흡법에 몰두하는 생도들을 배려한 것이다.
1단계를 통과하지 못한 생도들이 대부분인 가운데.
몇몇이 그의 눈에 띄었다.
‘······호오.’
방금 막 1단계를 통과했는지, 파르르 몸을 떨고 있는 윤설하 생도.
자신을 향해 눈빛을 빛내고 있는 차은월 생도.
마지막으로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는지, ‘마나 호흡’에 몰두하는 안일한 생도까지.
특히 안일한 생도에 이르러 진태진은 희미한 미소까지 지었다.
‘2단계는 마나가 흩어져서 자칫 소홀히 여길 수도 있건만.’
마나 호흡법 입문의 제2단계.
‘마나 호흡’만으론 체내의 마나를 붙잡아 둘 수 없다.
아무리 해도 흩어질 뿐이다.
때문에 2단계를 단순히 지루한 과정으로 여길 수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3단계에 입문하려면 마나 호흡법의 일부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감각도 필수니까.’
마나 호흡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청량한 감각.
그게 3단계, 마나 순환을 위해 필요한 ‘체내를 관조’하는 행위를 유도한다.
마나 호흡법의 일부와 더불어 체내를 관조하는 감각이 더해져야 비로소 3단계.
마나를 순환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연인지, 아니면 알고서 그러는 건지.’
거기까진 알 수 없으나, 완전히 몰입해 있는 안일한 생도의 모습은 퍽 대견하게 느껴졌다.
동시에 기대가 됐다.
‘과연 3단계는 얼마나 빠르게 익힐지.’
잠시간 그를 지켜보던 진태진은 문득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수업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다들 주목해라. 오늘은 가장 먼저 3단계, ‘마나 순환’의 이론에 관한 강의로 시작······.”
···
···
···
그로부터 1시간 후.
“······이것으로 7교시 수업은 마치겠다. 8교시 수업은 이곳에서 30분, 나머지 시간은 대강당 지하 1층 체육관에서 실시하겠다. 이상이다.”
수업을 마친 교관은 곧장 마력 단련실을 빠져나갔다.
나 또한 슬슬 마력 단련실을 벗어나면서 조금 전 수업을 돌이켜봤다.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
마나 호흡법 제3단계, ‘마나 순환’에 관한 부분이었다.
‘마나를 순환시키는 방법, 그리고 순환시켰을 때 발생하는 효과였던가?’
어제 예고한 대로 교관은 3단계 입문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마나 순환’에 요구되는 마나 호흡법의 일부부터.
마나를 순환시키는 감각, 마지막으로 마나 순환의 효과까지.
굉장히 흥미롭고 놀라웠다.
특히 3단계부터는 1, 2단계와는 달리 효과가 피부에 와닿아 더더욱 그랬다.
‘신체 강화. 즉, 본격적으로 마력 스텟을 활용할 수 있다는 건데.’
제3단계, 마나 순환을 지속하다 보면 체내에 ‘마나의 길’이 형성되어간다.
그게 바로 4단계, ‘마나 로드 형성’이었다.
그 과정에서 마나를 통해 신체 능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되고, 나아가 마력 스텟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까진 충분히 이해했는데.’
아직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딱 하나 남아 있었다.
그건 바로 나의 성취였다.
‘······왜 3단계도 바로 되는 거지?’
어째서 3단계가 바로 가능한지, 그게 의문이었다.
강의를 들으며 별생각 없이 해봤는데, 됐다.
마치 몸이 기억하는 양, 마나가 체내를 쭉쭉 내달리는 것이다.
방금 전 단련실을 빠져나온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이게 진짜라면 마력 스텟이 측정될 테니까.’
‘타고난 자질’이라는 예외를 제외하면, 2단계와 3단계의 가장 큰 차이는 마력 스텟에서 드러난다.
본격적으로 마나가 체내에서 순환함으로써 마력 스텟이 처음 성장하게 되는 까닭이다.
때문에 나는 며칠 만에 다시 ‘마력 측정기’를 마주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측정한 결과.
띠링!
-마력 스텟 2
진짜로 마력이 늘었다.
물론 고작 1스텟이다.
하나 마력의 자질이 전무한 내겐 의미가 남달랐다.
이거야말로 3단계, ‘마나 순환’이 가능하다는 뜻이었으니까.
“······미쳤네.”
감상은 그뿐으로, 어제만큼 혼란스럽지는 않았다.
이미 녹화 영상으로 어젯밤, 또 다른 내가 마력 단련실에 간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뭐 알아낼 방법이 없으니까.’
그런 이유로 나는 ‘3단계에 입문했다’ 정도를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넘어갔다.
슬슬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아직 수업 시작까지 5분 정도 남은 상태였다.
‘3단계나 마저 하고 있자.’
1, 2단계와 달리 3단계는 효과가 바로 드러난다.
때문에 이전보다 더 의욕이 샘솟았다.
기꺼이 가부좌를 틀고, 또다시 무아지경에 빠졌다.
그래서일까, 나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쏴아아아-!
호흡에 스며든 최상급 마나가 커다란 물결이 되어 전신 곳곳을 내달리고 있음을.
또한 순환하는 마나가 배꼽 아래, 훗날 구심(球心)이 될 점으로써 조그맣게 새겨지고 있음을.
*
8교시가 시작된 지 30분쯤 됐을 때.
“다들 대강당으로 이동한다.”
교관은 예고대로 대강당의 지하 1층으로 수업 장소를 옮겼다.
여전히 수업 시간이어서 그런지,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강의를 시작했다.
“먼저 스텟 서킷 트레이닝의 마지막 코스에 관한 설명을 시작하겠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교관.
그의 손가락 끝이 마지막 코스를 가리키자, 생도들의 시선도 따라서 이동했다.
그곳에는 후반부 3코스를 합쳐 놓은 듯한 세트장이 위치해 있었다.
“마지막 코스는 후반부 3개 코스와 마지막, ‘전체 스텟 코스’까지 포함, 총 4개의 트랙으로 진행된다. 4명씩 1개 팀이니, 각 생도는 트랙을 한 개씩 맡게 되겠지.”
방식은 굳이 비교하자면 ‘이어달리기’와 비슷했다.
4명이 트랙을 하나씩 맡아 차례대로 진행한다.
그렇게 네 번째 주자가 마지막 트랙, ‘전체 스텟 코스’까지 완주하면 끝이었다.
교관은 이어서 몇 가지 설명을 덧붙였다.
“수행평가는 F단계 난이도로 진행한다. 채점 기준은 ‘팀 성적’, 그리고 ‘개인 성적’. 이 두 가지다. 두 점수의 평균이 곧 개인의 수행평가 성적이 되는 거다.”
교관의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곳곳에서 미약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유는 두말 할 것 없이 채점 기준 때문이었다.
‘팀워크를 강제하는 전형적인 조별 과제 방식이네.’
게다가 수행평가는 ‘강제 전출’을 결정짓는 전체 성적의 20%나 차지하기에 더더욱 소란스러웠다.
반면 나는 차분하게 생각했다.
‘일단 난이도는 F단계, 채점 기준은 팀 성적, 그리고 개인 성적의 평균인가.’
해 볼 만한 난이도, 팀워크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적당히 유연성을 발휘한 채점 기준까지.
아예 불공평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 정도로 생각을 정리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가닿은 곳에는 마지막 코스의 트랙들이 펼쳐져 있었다.
‘복합 스텟 트랙 3개와 전체 스텟 트랙 1개.’
보아하니 팀 구성뿐 아니라, 트랙을 어떻게 분배하는지도 중요해 보였다.
‘그럼 남은 건 팀을 어떻게 꾸릴 건지가 될 텐데.’
고민하고 있을 때.
“그럼 수업은 여기까지다. 지금부터 9교시가 끝날 때까지 팀을 구성할 시간을 주겠다. 수행평가와 중간고사가 걸려 있는 만큼 모쪼록 마음이 맞는 팀을 꾸리도록.”
마침 8교시가 끝났다.
본격적으로 수행평가와 중간고사의 성적이 걸려있는 ‘팀 구성’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곧바로 주위를 둘러보려던 나는.
“······윽.”
갑작스러운 복통에 배를 움켜잡았다.
‘점심에 스파게티를 너무 많이 먹었나······?’
하필 타이밍이 안 좋다.
인상을 찡그리자 옆에 있던 임강철이 말을 걸었다.
“일한이, 어디 아프냐?”
“배가 좀. 나 화장실 갔다 올게.”
“그래, 팀 구성은 나한테 맡겨!”
“······?”
심상치 않은 소리에 고개가 절로 돌아갔으나.
“······윽!”
심한 복통 때문에 하는 수없이 화장실로 달려갔다.
···
···
···
그렇게 10분 후.
자리로 돌아온 순간.
“일한이! 팀원 한 명 구해 왔다!”
임강철이 생각지도 못한 사람과 함께 나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