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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이거 목 넘김이 이상한데?
13 이거 목 넘김이 이상한데?
“마나를 인식한 생도들은 잠시 한쪽에서 대기하도록. 나머지 생도들은 내 앞에 정렬해라.”
교관의 지시에 수십 명의 생도들이 쭈뼛쭈뼛 움직였다.
그들은 이동하는 와중에 1단계를 통과한 이들을 슬쩍슬쩍 곁눈질했다.
딱 봐도 통과자들을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본래라면 나 또한 저들과 같은 처지였겠지만.
‘이게 대체 뭔······.’
어쩌다 보니 나는 부러운 시선을 받는 쪽에 서게 됐다.
원인은 분명했다.
어젯밤, 뜬금없이 마력 단련실을 향한 또 다른 나.
즉, 기현상의 작용.
그것도 새로운 작용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설명이 안되니까.’
일단 그 정도로 생각을 정리했다.
의문보단 수업에 집중하는 편이 보다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한 까닭이었다.
“지금부터 각자 넉넉하게 자리를 잡아라. 충분히 간격을 확보했으면 가부좌를 틀고 앉도록.”
교관이 마나를 인식하지 못한 생도들을 데리고 강의를 시작했다.
나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교관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웠다.
“조금 전에 말했듯, 오감을 개방해 봐라, 모든 감각을 활짝 일깨운다는 감각이다. 1단계 ‘마나 인식’의 왕도는 이것뿐이다.”
교관이 이어서 말했다.
“이곳은 마나 호흡법에 입문하기에는 최상의 환경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늦어도 일주일이면 마나를 느낄 수 있을 테니, 너무 안달하지는 말도록.”
나는 교관의 설명을 속으로 곱씹었다.
그중에서도 나는 ‘1단계를 통과하는 데 늦어도 일주일‘이라는 부분에 집중했다.
‘늦어도 1주일. 그걸 하루 만에 해냈다는 건가?’
물리적으로 가능한 건가, 그런 생각을 떠올릴 때.
문득 가까워지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곳에 따로 모인 이유는 다들 알고 있겠지. 생도들이 이미 1단계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정체는 다름 아닌 교관이었다.
그는 나를 비롯한 1단계 통과자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어갔다.
“여기엔 조기 교육을 받은 이들도 있을 테고, 심지어 ‘스킬’까지 갖춘 이들도 있을 거다. 하나 수업은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진행됨을 미리 밝혀 두지.”
향후 수업 방침, 즉 수업 자체에는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하나 교관의 설명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물론 마력의 경우, 성취에 있어 개인차가 심한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진도가 맞지 않는 생도는 자율 단련을 기본으로 하되, 언제든 배움을 청해도 좋다.”
정리하자면 수업을 정해진대로 진행하되, 어느 정도는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뜻이었다.
그 일환으로써 교관은 곧장 2단계.
‘마나 호흡’에 관한 강의를 시작했다.
“‘마나 호흡’은 말 그대로 호흡을 통해 마나를 체내로 흡수하는 거다. 이 또한 왕도는 하나뿐이다. 최대한 깊게, 그리고 잔잔하게 호흡을 이어 가는 거지.”
설명을 마친 교관은 어김없이 실습을 지시했다.
지시를 따르기 전에 나는 먼저 마음을 다잡았다.
‘어차피 당장 의문이 중요한 게 아니야.’
그보다는 눈앞의 수업이 훨씬 중요했다.
의식적으로 의문을 밀어 둔 채, 그대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깊고 잔잔한 호흡이라고 했지.’
눈을 감으며 교관의 설명을 속으로 되뇌었다.
집중하는 가운데, 교관으로부터 제2단계 ‘마나 호흡’에 관한 강의가 이어졌다.
“2단계, ‘마나 호흡’에의 입문은 결코 쉽지 않다. 통상적으로 2주, 감각이 무딘 이들의 경우 최대 한두 달까지도 소요된다고 알려져있다.”
교관은 이유를 간략히 덧붙였다.
“1단계가 단순히 ‘마나의 인식’이라면 2단계는 ‘마나를 특정’하여 호흡에 담아내야 한다. 특히 마나는 형태가 없는 까닭에 특정하기가 까다롭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지.”
형태가 없는 마나를 특정한다.
과연, 듣는 것만으로도 난해함이 느껴졌다.
‘어차피 한 번에 성공하는 건 기대도 안 하니까.’
덕분에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물론 탁월한 감각을 지닌 이들은 며칠 만에 해내기도 한다. 하나 그렇다고 조급해 말고 차분히 해 보도록.”
탁월한 감각, 타고난 자질.
이러한 재능의 대부분이 나와 연이 없음을 이제는 알고 있다.
‘얼마나 걸리든, 결과적으로 성공하기만 하면 돼.’
아무런 감흥 없이 호흡에 집중하는 순간.
‘어?’
들이마신 숨에서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기묘한 감각.
단순한 공기가 아니다.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기운이 호흡에 스며들었다.
‘······이거 목 넘김이 이상한데?’
마력 단련실에 들어서며 느꼈던 감각.
마나의 이질적인 느낌과는 차원이 달랐다.
‘시원하다고 해야 할까, 잘 모르겠네.’
뜻밖의 감각에 고개를 갸웃거릴 때, 교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를 듣는 순간, 나는 소름이 쫙 돋았다.
“마나가 체내로 들어가게 되면 더 이상 이질적인 감각은 느껴지지 않을 거다. 오히려 ‘청량함’에 가까운 감각이 들겠지.”
교관의 표현, 그게 지금.
‘청량함? 진짜로······?’
내가 호흡을 통해 느끼고 있는 감각과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잠깐만. 2단계까지 된다고?’
마나 호흡법의 제2단계, 마나 호흡을 하고 있다는 것.
‘미치겠네, 진짜로.’
실소가 절로 흘러나왔다.
분명 평균적으로 2주. 아니, 빨라도 며칠은 소요된다는 교관의 설명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다.
‘그런 걸 불과 하루 만에 할 수 있게 되다니.’
이쯤 되니 기현상의 존재만으로도 성장 속도가 납득이 안 될 지경이었다.
바로 그때, 근처에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질문 있는 생도?”
“······저어.”
“음, 차은월 생도. 질문하도록.”
“2단계, 마나 호흡으로 흘러든 마나가 자꾸 흩어지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차은월의 질문에 교관은 더없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호오, 벌써 2단계에 입문한 건가.”
나직하게 중얼거린 그는 이내 나를 비롯한 1단계 통과자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2단계, 마나 호흡이 가능한 생도는 거수하도록.”
교관의 말에 나를 포함, 모여 있던 생도 전원이 손을 들었다.
그런 광경에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뭐야? 지금 이 속도가 흔한 거였어?’
얼떨떨한 감정으로 고개를 기울이는 가운데.
교관이 한 가지 단서를 덧붙였다.
“수업 이전부터 마나 호흡이 가능했던 생도는 손을 내리도록.”
그러자 생도들이 일제히 손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손을 들고 있는 사람은 나와 차은월.
단 두 사람뿐이었다.
‘······역시 흔한 건 아니었구나.’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온 의문에 한숨을 내쉬었다.
내 반응과는 별개로 교관은 나와 차은월을 이채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차은월 생도의 말대로 2단계를 통해 체내에 받아들인 마나는 금방 흩어진다. 3단계, ‘마나 순환’을 거치지 않는다면 말이지.”
마나 호흡법의 제3단계, ‘마나 순환’.
마나 순환이라는 명칭대로 마나를 체내에 순환시키는 단계였다.
“하나 지금은 불가능할 거다. 감각적으로 익힐 수 있는 1, 2단계와는 다르게 3단계는 감각과 더불어 ‘마나 호흡법’의 일부를 배워야 비로소 입문이 가능할 테니까.”
“그럼 혹시······.”
감각과 더불어 ‘마나 호흡법’의 일부를 배워야 한다.
교관의 설명에 차은월은 눈빛을 반짝였다.
배움을 청하는 그녀를 향해 교관은 딱 잘라서 말했다.
“물론 생도들은 아카데미 공용 마나 호흡법을, 나아가 공용 스킬까지 제공받을 것이다. 하나 그건 1학기 기말부터다.”
수업 자체는 정해진대로 진행.
조금 전에 그가 했던 말이다.
그래서일까, 차은월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녀의 모습이 대견하게 느껴졌는지, 교관은 평소와는 달리 너그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다만 3단계 입문에 필요한 ‘마나 호흡법’의 일부는 1학기 중간고사의 진도에 해당한다. 오늘은 시간이 제법 지났으니, 내일 수업에서 강의를 해주겠다.”
“······네!”
그렇게 두사람의 대화는 훈훈하게 끝이 났다.
공교롭게도 이를 통해 나 또한 의문이 하나 해소됐다.
‘감각인가. 어쨌든 1, 2단계 입문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닌가 보네.’
덕분에 머릿속의 혼란이 한결 잦아들었다.
기현상의 작용이 아예 상식을 박살 내는 결과를 내놓으면 나로서도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래야 내가 또 다른 나와 발을 맞출 수 있을 테니까.’
즉, 최대한 내게 이로운 방향으로 활용하기 위함인 것이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여태까지의 소득 및 생각을 정리했다.
‘일단 마나 호흡법의 제 2단계까지 입문, 그리고 기현상의 새로운 작용을 알아냈다, 정도인가.’
오늘 저녁에 다시금 정리해 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음?’
왠지 교관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빛에는 어울리지 않게 따스함이 담겨 있었다.
‘······뭐지?’
마치 첫날, 스텟 검사를 끝내고 난 이후에 나를 바라보던 눈빛을 연상케 했다.
살짝 부담스러워 고개를 돌릴까 싶은 순간.
다행히 교관이 먼저 시선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오늘 남은 수업은 계속해서 1, 2단계 입문으로 진행한다. 그러니 내일 수업에 관해 간단히 설명하겠다.”
교관으로부터 다음 수업의 예고가 흘러나왔다.
내용은 다름이 아니었다.
7, 8교시는 오늘처럼 마력 수업으로 동일하고, 9교시는 오늘과 달랐다.
“내일 9교시는 대강당 지하 1층 체육관에서 진행한다. 스텟 서킷 트레이닝의 마지막 코스에 관한 수업이다.”
스텟 서킷 트레이닝의 마지막 코스.
듣는 순간, 어렴풋이 교관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분명 다음 주에 한다고 하지 않았나?’
생각을 떠올리기가 무섭게 교관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물론 마지막 코스의 본격적인 수업은 다음 주부터다. 내일은 다음 주 수업을 위한 준비라 할 수 있지. 내일 수업 시간에 각 생도들은 4명이 1개 팀을 구성한다.”
4명이 1개의 팀을 구성하는 것.
즉, 마지막 코스는 팀 프로젝트, 조별 과제로 진행되는 것이다.
“마지막 코스의 수업은 팀으로 이뤄지는 건 물론, 셋째 주에 있을 수행평가와 1학기 중간고사까지도 동일한 팀으로 이루어진다. 내일까지 시간을 줄 테니 그동안 충분히 생각해 두도록.”
교관이 말을 마치는 순간.
딩동댕동-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천천히 마력 단련실을 빠져나가며 생각했다.
‘······저녁에 차분히 생각을 좀 정리해야겠어.’
기현상의 새로운 작용부터, 난데없는 팀 프로젝트까지.
왠지 오늘은 밤이 길어질 것 같다.
*
늦은 밤.
“······쿠울.”
안일한은 평소보다 늦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대상의 무의식 상태를 확인.
-대상의 주도권이 [????의 그림자]에게로 넘어갑니다!
-대상과의 동기화율을 확인.
-현재 동기화율······ [5%]
-동기화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의 그림자]가 미약한 분별력과 기억의 편린이 깃든 의식에 따라 행동합니다!
-의식에 각인된 [스킬]이 활성화됐습니다!
···
···
···
어김없이 눈을 떴다.
그림자처럼 일렁이는 두 눈은 방문을 똑바로 직시했다.
“······.”
이내 그는 기숙사 방을 박차고 나갔다.
다다른 곳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스텟 단련실이었다.
또한.
“오우, 일한이! 너 오늘 굉장하더라?!”
임강철이 맞이해 주는 것도 평소와 같았다.
“오늘도 마력 단련실?”
끄덕-
“비결 좀 알려 줘!”
도리도리-
“칫, 편법은 안 된다는 건가! 뭐, 좋아. 해 보자고!”
끄덕끄덕-
그 길로 곧장 두 사람은 마력 단련실로 향했다.
“좋아, 금방 따라잡을 테니 기다리라고!”
임강철은 털썩 자리에 주저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그러고는 뭐가 마려운 사람인 양 끙끙댔다.
그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던 안일한은 차분히 자리를 잡았다.
“······.”
전신을 감싸 안는 이질적인 감각.
1월 말부터 지금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오랜 기다림이었다.
그래서일까.
안일한은 가부좌를 튼 상태에서 곧장 오감을 일깨웠다.
동시에 호흡에 집중했다.
“······스으으.”
한없이 깊고, 한없이 고요하게.
그의 의지에 따라 마나가 특정되어 갔다.
나아가 마나를 탐욕스럽게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체내로 흘러 들어가는 다량의 마나, 이를 인식한 순간.
번쩍-
안일한이 눈을 떴다.
동시에 그는 제 자신을 '관조'했다.
그 상태에서 체내로 흘러든 마나를 전신으로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마나가 계속해서 체내 곳곳을 내달린다.
천천히, 조금씩 쌓여간다.
마나의 흐름을 느끼며 안일한은 순환을 지속했다.
결코 잊지 못하게, 몸이 완전히 기억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