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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잠깐만, 이것도 된다고?
12 잠깐만, 이것도 된다고?
다음날.
“느어어어, 일한이······.”
“등교하자.”
“알겠으어어어······.”
이젠 완전히 적응해 버린 아침 일과와 함께 하루가 시작됐다.
시간에 맞춰 등교하고, 오전 수업 시간을 통해 스마트 워치부터 조작했다.
어젯밤 또 다른 나의 단련 성과를 확인하는 것이다.
-근력 스텟 9
-민첩 스텟 8
-체력 스텟 9
-마력 스텟 1
‘오늘은 그대로네?’
스텟의 변화가 없다.
살짝 의아했으나, 그냥 넘어갔다.
‘어제만 해도 체력은 스텟 서킷 트레이닝을 하고 나서야 올랐으니까.’
이번에도 그렇겠거니 생각하고 넘어갔다.
어차피 어떤 단련을 했는지는.
“푸화하학-!”
옆자리에서 굉음을 내고 있는 임강철을 통해 알아볼 수 있는 까닭이었다.
‘진짜 한결같이 처자네.’
우렁차게 코골이를 하는 임강철을 보며 피식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어제와 다름없는 하루가 될 거라 여겼다.
···
···
···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건 점심시간.
임강철에게 대뜸 질문을 받은 시점부터였다.
“그나저나 이하이······, 우걱우걱.”
“삼키고 말해.”
“꿀꺽, 큼 크흠! 일한이, 너 왜 말 안 했어?!”
“뭔 말?”
“마나 호흡법 말이야! 대체 언제부터 익힌 거야?!”
“······뭐?”
뜬금없이 마나 호흡법이라니.
느닷없는 물음에 본래 물어보려던 어젯밤의 단련에 관한 질문이 쏙 들어갔다.
“뭔 소리야, 그게.”
“너 어제 마력 단련실 갔잖아!”
“······뭐? 내가 거길 왜 가.”
“아니, 그걸 도리어 나한테 물어봐도 난 모르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임강철.
그의 핀잔 섞인 반응을 보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내가 마력 단련실을? 왜······?’
의문과 더불어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 상황이 꼭 처음 기현상을 접했을 때처럼 느껴지는 탓이었다.
‘일단 침착하자.’
덕분에 그때처럼 허둥지둥하진 않았다.
속으로 침착함을 되뇌며 의문부터 떠올리기 시작했다.
‘또 다른 내가 마력 단련실을 갔다면, 왜 갔을까? 분명 마력 단련은 현시점에선 불가능할 텐데.’
각 스텟마다 관여하는 능력치나 특수성 등.
크고 작은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중 마력은 특히나 다른 스텟들과의 차이가 심했다.
‘단련의 전제 조건부터 단련 방식까지, 완전 다르니까.’
심지어 마력은 그저 기구나 설비만 쓰면 단련이 가능한 다른 스텟들과는 달리 입문 단계란 것도 존재했다.
때문에 아예 생각조차 안 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무슨 수로 마력을 단련한 거지······?’
아니, 그 전에 진짜로 마력 스텟을 단련했을지부터가 의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찰나.
“어, 점심시간 끝났다. 일한이, 가자!”
점심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임강철을 따라 엉겁결에 식당을 벗어나며 생각했다.
‘일단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모든 의문을 풀 순 없겠지. 또 다른 나를 붙잡고 물어볼 수도 없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마침 적당한 확인 방법이 떠올랐다.
‘오후 실기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해 보자.’
속으로 다짐하며 교실로 이동했다.
*
세 시간 후.
“어? 일한이, 어디 가?”
“스텟 단련실.”
“아직 쉬는 시간인데?”
“먼저 가 있을게.”
나는 6교시, 초인 이론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교실을 박차고 나갔다.
실기 수업, 즉 마력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남은 10분.
그 안에 확인해 봐야 할 일이 생긴 까닭이었다.
“허억, 허억, 후우!”
빠르게 숨을 고르고는 스텟 단련실에 발을 내디뎠다.
그대로 들어서는 순간.
“······!”
이질적인 감각이 전신에 스며들었다.
낯선 느낌에 나도 모르게 살짝 떨었다.
‘뭐지? 에어컨이 세게 틀어져 있는 건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시계를 보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이럴 시간이 없지, 지금.”
이제는 익숙해진 단련실 내부를 곧장 가로질렀다.
빠른 걸음으로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마력 측정기’ 쪽이었다.
이게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확인 방법이었다.
‘혹여나 단련이 가능할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설마 하는 심정으로 마력 측정기를 살폈다.
입학시험 때 마력을 측정한 기구와 외견, 사용법 등은 동일해 보였다.
덕분에 빠르게 측정을 시도할 수 있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구체에 오른손을 올렸다.
잠시 후, 계기판에 나타난 측정 결과에 나는 침음을 흘렸다.
띠링!
-마력 스텟 1
마력 1스텟, 변화는 없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해가 가질 않았다.
‘도대체 또 다른 나는 마력 단련실에서 뭘 한 거지?’
그전에, 어째서 마력 단련실을 간 건지.
‘아니, 애초에 또 다른 나의 행동 원리는 어떻게 돼먹은 거야······?’
의구심에 고개를 기울이고 있을 때.
“다들 모였나.”
단련실 입구로부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담임 교관, 진태진이 들어온 것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나는 잠시 의문을 미뤄 두기로 했다.
이제 곧 굉장히 중요한 수업이 시작되는 까닭이었다.
“오늘은 앞서 예고한 대로 마력의 기초 이론과 실습에 관한 수업을 진행하겠다.”
다름 아닌 마력의 기초와 실습.
공교롭게도 현재 내가 가진 의문과 겹치는 주제였다.
그러니 일단 나는 수업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때마침 수업이 시작됐다.
“먼저 마력의 정의다. 마력이란, ‘마나의 힘’을 뜻한다. 체내에 수급한 마나량, 체내의 마나를 바탕으로 발휘하는 모든 힘 등에 관여하는 스텟이지.”
가장 먼저 마력의 정의부터.
“마력 스텟이 성장하는 조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타고난 자질, 또 하나는 ‘마나 호흡법’이다.”
마력이 성장하는 두 가지 조건까지.
교관은 간략하게 개요를 설명한 다음, 곧바로 본격적인 강의에 들어갔다.
“먼저 자질이다. 타고난 자질의 경우, 초기 스텟부터 높으며, 알아서 마나를 수급하고, 저절로 마력 스텟이 성장한다. 하지만.”
교관이 설명을 이어 갔다.
“자질로는 다만 마력 스텟이 성장할뿐. 마나와 마력의 활용은 불가능하다. 별개의 문제지. 그러니 마력 스텟의 단련과 활용에는 결국 ‘마나 호흡법’이 필수적이다.”
자질과 무관하게 마나 호흡법은 반드시 익혀야 한다.
그렇게 강조한 다음에야 교관은 ‘마나 호흡법’에 관한 강의로 넘어갔다.
“‘마나 호흡법’이란 명칭 그대로 마나를 호흡으로 수급하는 방법을 뜻한다. 본래 [스킬]에서 파생된 공부이며, 따라서 최종 형태도 [스킬]이 된다.”
마나 호흡법의 기원부터.
“마나 호흡법 입문에는 총 5단계가 존재한다. 단계를 모두 거쳐 최종적으로 [마나 심법] 혹은 [마나 연공법] 같은 스킬을 습득했을 때 비로소 배움이 끝난다.”
마나 호흡법 입문의 5단계까지.
더불어 각 단계에 대한 설명을 간략히 덧붙였다.
1단계, 마나 인식.
2단계, 마나 호흡.
3단계, 마나 순환.
4단계, 마나 로드 형성.
그리고 마지막 5단계가 바로 [스킬] 습득이었다.
이어서 교관은 향후 마력 수업의 개요를 설명했다.
“1학기 중간고사까지 마력 수업의 커리큘럼은 간단하다. 마나 호흡법 입문의 1, 2, 3단계 이론 수업 후에 실습을 진행하는 거지. 오늘 수업은 제1단계인, ‘마나 인식’. 그리고 제2단계 ‘마나 호흡’까지다.”
이후 교관은 힘 있는 어조로 당부했다.
“1, 2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마력 스텟의 단련’이 가능하니 생도들은 온전히 수업에만 집중하도록.”
나는 마지막 말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야말로 현시점의 내게 마력 단련이 불가능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는 교관이 말한 1, 2단계를 접해 본 적도 없다.
의문이 깊어져 가는 가운데, 설명이 이어졌다.
“참고로 마력 수업은 수행평가가 없으며, 1학기 중간의 실기 시험 범위도 제3단계, ‘마나 순환’까지다. 이유는 3단계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때문이다.”
교관은 3단계까지 ‘평균 2달, 빠르면 1달 정도가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에 곧바로 수업의 난이도가 체감됐다.
더불어 의문을 증폭시키던 설명 또한 타이밍 좋게 일단락났다.
“그럼 사전 설명은 이쯤 하지. 지금부터 마력의 기초 실습, 1단계 수업에 들어간다. 생도들은 따라오도록.”
한숨과 함께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임강철이 말을 걸어왔다.
“일한이, 어디 아프냐? 안색이 안 좋아 보인다.”
의외로 내 컨디션을 염려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답했다.
“아니, 생각할 게 좀 있어서.”
“음, 너도 느꼈나 보군.”
별안간 진지해지는 말투.
고개를 갸웃거리자 임강철이 말을 이어 갔다.
“나도 설명이 잘 이해가 안 된다!”
“······뭐?”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어떻게든 될 거다!”
“······.”
가슴을 탕탕 두들기는 그의 모습에 맥이 빠졌다.
동시에 놀랍게도, 머릿속이 한결 개운해졌다.
‘그래, 어떻게든 되겠지.’
이미 기현상의 핵심은 파악했다고 여겨 왔던 탓일까.
지나치게 반응해 버렸다.
물론 나름의 변명거리는 있었다.
‘또 다른 내가 마력까지 익힐 수 있으면 진짜 대박일 테니까.’
교관의 설명대로 마력 스텟은 단련 이전에 입문부터가 오래 걸린다.
수행평가가 없는 건 물론, 1학기 중간고사 실기 시험 내용이 고작 3단계.
‘마나 순환’인 점만 봐도 그랬다.
‘그만큼 어려운 과제를 기현상이 대신해 준다면······.’
혹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하나 나는 일부러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야, 다른 세 가지 스텟이 오르는 게 어디야.’
괜한 욕심은 화를 부르는 법이었다.
더욱이 지나치게 기현상에 의존했다간 자칫 나태해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다독이며 현 상황에 집중하기로 했다.
‘마나 호흡법 수업도 결코 쉽진 않을 것 같으니까.’
마음을 다잡을 무렵, 교관이 마력 전용 단련실의 입구에서 별안간 멈춰 섰다.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팁을 주지.”
그대로 단련실에 들어서며 말을 이었다.
“최대한 오감을 활짝 열어 봐라.”
오감을 열어 보라니.
모호한 지시에 대부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내 하나둘씩 마력 단련실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중 한두 명이 별안간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 반응은······.’
묘하게 익숙하다, 그리 생각하며 발을 내딛는 순간.
쏴아아-!
이질적인 감각이 전신에 엄습해 왔다.
“······!”
그제야 떠올랐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단련실에 들어서며 느꼈던 바로 그 감각이다.
그때보다 감각이 훨씬 더 선명하고, 강렬했다.
하나 그 이상으로 충격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몇몇은 벌써 인식하는군. 지금 느끼는 이질적인 감각, 그 정체가 바로 ‘마나’다.”
교관의 설명에 입이 쩍 벌어졌다.
‘이게 마나라고······? 잠깐, 그렇다는 건.’
생각을 채 이어 나가기도 전에 문득 발견했다.
우연인지, 교관의 시선이 내 근처에서 멈춰 있음을.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특히 감각을 처음으로 느껴본 생도들에게 한마디하지.”
그의 시선 때문일까.
“축하한다. 생도들은 방금 막 마나 호흡법의 1단계를 통과한 거다.”
뜻밖에 흘러나온 치하의 말.
그게 꼭 나를 향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동시에 나는 불현듯 깨달았다.
‘설마 이걸 위해 마력 단련실을?’
정말이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
···
···
잠시 후.
‘······잠깐만, 이것도 된다고?’
생각지 못한 것을 넘어.
감히 상상조차 못 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