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11화 (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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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일한이! 그 눈빛, 오랜만이구만!

11 일한이! 그 눈빛, 오랜만이구만!

진태진은 무표정하게 차은월을 살폈다.

“······하아, 하아.”

방금 막 ‘근력 코스’를 완주한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이는 해당 스텟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후유증이었다.

‘입학시험 때보다는 오른 것 같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력 스텟과 나머지 세 가지 스텟 간의 차이가 극심했다.

‘아무리 마법 계열로 나아간다 해도 각 스텟 간의 적절한 밸런스는 필요한 법이거늘.’

스텟 간의 지나친 언밸런스함.

이는 차은월 같이 특정 스텟에 있어 축복받은 자질을 지닌 이들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문제점이었다.

대개 그런 생도들의 결말은 둘 중 하나였다.

‘대성하거나, 아니면 아예 낙오되거나.’

편차가 극심했다.

그가 균형 잡힌 스텟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진태진은 머릿속으로 차은월에 관한 평가를 수정했다.

-마력을 제외한 나머지 스텟에서도 낙제를 피할 최소한의 자질은 확인됨.

-하지만 이는 생도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갈릴 수 있는 부분.

-그러니 균형 잡힌 단련을 유도해 줄 필요가 있음.

진태진은 다소간의 개입을 해서라도 차은월, 그녀를 올바른 길로 이끌 생각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력에 관한 자질만큼은 천고의 기재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니까.’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시선을 돌렸다.

곧장 두 번째, ‘민첩 코스’를 설명하려는 찰나.

‘······음?’

문득 소란이 느껴졌다.

소란의 진원지는 경험자로 분류한 생도들이었다.

‘비웃고 있나. 올해도 다르지 않군.’

안 봐도 뻔했다.

조기 교육을 받은 생도, 즉 배경을 지닌 생도들이 다른 생도를 무시하는 건 매년 있는 일이었으니까.

알면서도 진태진은 침묵했다.

대신 그는 오히려 비경험자들의 반응, 표정을 살폈다.

‘임강철과 윤설하. 반응하는 생도는 두 명뿐인가.’

진태진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주눅 들어 있기만 해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분노가 됐든, 투쟁심이 됐든.

무시를 받는다는 현실에 강렬한 감정을 피워야 한다.

그 정도 투지는 있어야 자질이 처지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 생도도 별 반응이······.’

한 청년을 떠올리며 입을 여는 순간.

“다음 코스는 민첩이다. 지원자는······.”

“제가 하겠습니다.”

때마침 떠올리고 있었던 생도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를 보는 순간 진태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반응이 없는 게 아니었군.’

동시에 깨달았다.

어째서 그가 여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지.

‘평정심이었어.’

마치 대해와도 같다.

다만 활화산처럼 타오르지 않을 뿐.

움직이기 시작하면 노도처럼 모든 걸 쓸어버리는, 그런 성향을 지닌 것이다.

진태진은 즉시 안일한 생도의 평가에 하나를 추가했다.

-평정심까지 갖추고 있음.

*

“두 번째 코스, ‘민첩 코스’도 간단하다.”

나를 출발선에 세워 둔 채 교관이 설명을 시작했다.

방식은 입학시험 때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저기 종착점 너머의 기계들이 보일 거다. 거기서 발출되는 공을 피해 달려나가면 된다.”

일단 방식은 간단해 보였다.

다만 종착점에 다다를수록, 기계와의 간격이 줄어들어드는 만큼 만만치 않아 보였다.

“감점 요인은 이렇다. 제한 시간 내 도착하지 못할 시, 실격. 공을 맞을 때마다 감점, 이상이다. 질문 있나?”

“없습니다.”

대답과 함께 ‘민첩 코스’를 바라봤다.

묘하게 입학시험 때가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측정 전부터 겁을 집어먹었지.’

아무런 대비조차 못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있었다.

‘스텟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내 몸이 알아서 스텟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발휘할 거라는 걸.

달릴 준비를 마친 후, 경험자 무리를 살폈다.

눈빛만 봐도 조소가 느껴졌다.

그들 중 대놓고 비웃는 생도 한 명을 콕 짚어서 일부러 눈을 맞췄다.

“······!”

그는 눈이 마주친 게 뜻밖이었는지.

살짝 움찔거렸지만 이내 본래대로 돌아갔다.

‘뭐, 이건 사전준비니까.’

이번 눈 맞춤은 포석에 불과하다.

그리 생각하며 자세를 잡는 순간.

“그럼 시작해라.”

교관이 기계를 조작했다.

후웅-!

공이 불규칙적으로 쏘아졌다.

동시에 나는 트랙을 박차고 거침없이 나아갔다.

그런 나의 안면을 향해 공이 날아들었으나.

스윽-

어깨만 살짝 기울여 피해냈다.

동시에 속도는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

제한 시간이 있는 까닭이다.

타닷-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공의 개수가 늘어났고, 공의 속도도 가일층 빨라졌다.

하지만 내 페이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F단계라면 지금 내 스텟으로 버거울 리 없으니까.’

내 스텟을 믿었다.

그리고 스텟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타닷-!

종착점에 발을 내딛는 순간, 교관이 외쳤다.

“안일한 생도, 82점이다. 경험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성적인데, F단계이지만 훌륭하다.”

82점. 점수를 듣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 눈을 맞춘 바로 그 생도를 향해서였다.

대놓고 콕 짚어 바라봐서 그런지.

“······!”

상대는 움찔거렸다.

그 사이에도 교관은 말을 이었다.

“요령만 있으면 충분히 점수를 더 올릴 수 있을 거다. 혹시 생도의 민첩은 스텟 검사 이후로 올라갔나?”

“네. 현재 8스텟입니다.”

“그새 1스텟을 더 올렸군.”

교관이 묘한 눈길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금 예의 생도를 빤히 바라봤다.

“······윽.”

대상이 된 생도는 물론.

곁에서 조소를 보태던 이들도 슬슬 내 시선을 피했다.

“자리로 돌아가도 좋다.”

“네,”

나는 돌아가기 전, 한 번 더 눈치를 주는 거로 마무리했다.

그런 나를 임강철이 격하게 반겨 줬다.

“으하! 그 눈빛, 오랜만이구만! 으하하!”

마치 경험해 봐서 안다는 듯, 내 어깨를 탕탕 쳤다.

임강철 특유의 우렁찬 목소리로 인해 경험자 무리는 더더욱 움츠러들었다.

‘아, 편안.’

만족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다음은 마지막이자, 세 번째. ‘체력 코스’다.”

그들의 수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제가 할게요.”

“윤설하 생도. 좋다, 앞으로 나오도록.”

명문의 자제들을 제치고 수석을 차지한 그녀, 윤설하가 나선 것이다.

그녀는 나처럼 은근하게 눈치를 주는 수준이 아니었다.

찌릿-

대놓고 싸늘한 눈빛으로 노려보는 것이다.

결과 또한 가관이었다.

“······윤설하 생도, 100점이다. 완벽했다. 생도는 자율 단련 시간에 F단계가 아니라 F+단계로 진행하도록.”

“감사합니다.”

아예 찍어눌러 버린 것이다.

‘와, 역시 수석인가.’

감탄과 함께, 경험자 무리를 압도했다는 사실에 개운해졌을 무렵.

교관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럼 지금부터 7교시가 끝날 때까지 전반부 3코스의 자율 단련을 실시한다.”

교관의 말에 나는 속으로 체력 코스를 선택했다.

‘체력 코스. 조금 더 하면 체력이 오르겠지?’

어젯밤 또 다른 내가 단련했으나, 근력과는 달리 오르지 않은 까닭이었다.

이어서 하면 오르겠거니 생각하며 트레이닝에 임했다.

‘가 보자.’

신경이 온통 체력 코스에 쏠린 탓일까.

“······.”

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한 쌍의 묘한 눈길이 나를 향하고 있음을 말이다.

*

8교시 수업은 7교시와 비슷하게 흘러갔다.

“후반부 첫 번째 코스는······.”

후반부 3코스, ‘복합 스텟 코스’에 관한 설명으로 수업이 시작된 것이다.

첫 번째 ‘근력 – 민첩’ 코스.

두 번째 ‘민첩 – 체력’ 코스.

그리고 세 번째는 ‘근력 – 체력’ 코스였다.

설명 후에는 어김없이 지원자를 통해 시범을 보였다.

그러고는.

“7교시와 마찬가지로 자율······.”

자율 단련을 지시했다.

방식은 전반부 3코스와 같았다.

종착점 바로 앞에 마련된 버튼을 누르면 그 옆에 마련된 계기판에 점수가 뜨는 식이었다.

하나씩 해 본 결과.

‘65점, 68점, 69점인가.’

전체적으로 전반부 3코스에 비해 점수가 낮았다.

때문에 나는 주변 생도들, 특히 경험자 위주로 성적을 살펴봤다.

그 결과, 나와 별반 차이가 없음을 깨달았다.

‘괜찮은 성적이 70점대고 대부분 나와 비슷하네?’

확실히 후반부 3코스의 난이도가 더 어려운 듯했다.

때마침 교관으로부터 설명이 흘러나왔다.

“숙달이 중요하다. 지금의 점수는 스텟만큼 나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노하우가 쌓이면 점수는 자연히 올라갈 거다.”

그의 말을 귀담아들으며 생각했다.

‘어차피 개인 단련은 당분간은 서킷 트레이닝 위주로 할 테니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숙달이 될 터.

별다른 걱정 없이 다시금 트레이닝에 매진했다.

···

···

···

그렇게 8교시가 지나고 9교시.

자율 단련 시간이 끝나기까지 대략 10분쯤 남았을 때.

“자, 다들 주목해라.”

교관이 다시금 생도들을 불러 모았다.

이번에는 경험자, 비경험자 무리를 합쳐 놓은 채 설명을 시작했다.

“이쯤 되면 내가 왜 스텟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는지 다들 알 거라 생각한다. 그만큼 스텟 서킷 트레이닝은 스텟이 낮으면 고되고, 충분해야 덜 힘들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단련실의 정적인 단련도 좋지만, 등급이 올라갈수록 지금과 같은 동적인 단련이 크게 도움이 될 거다. 더욱이 1학기 중간고사의 시험 범위에 속하는 종목이니까 다들 게을리하지 말도록.”

등급, 즉 스텟의 총합이 오를수록 도움이 된다.

그 말에 나는 남몰래 미소를 지었다.

내겐 잠들었을 때 스텟을 단련시켜 주는 또 다른 내가 있으니까.

거기에 깨어 있을 때 스텟 서킷 트레이닝까지 하면 이중으로 성장이 가능한 것이다.

만족스럽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끝으로 내일 수업에 관한 설명으로 수업을 마치겠다. 내일 7, 8교시는 본격적으로 마력 스텟에 관한 수업을 진행한다.”

교관으로부터 다음 수업에 관한 예고가 흘러나왔다.

마력 스텟 수업!

술렁이는 분위기 속에 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마력의 자질, 마나 호흡법 등 기초에 관한 이론과 실습이다. 그러니 내일은 7교시 시작 전까지 스텟 단련실로 집합하도록, 이상이다.”

말을 마친 교관은 그대로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생도들이 하나둘씩 움직이는 가운데, 임강철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드디어 마력 스텟을 배우겠군!”

“그러게.”

설렘이 느껴지는 말투.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력만큼은 여타 스텟들과 달리 여태 단련이 불가능했기에 더더욱 그랬다.

‘앞으로 바빠지겠어.’

의욕이 샘솟음을 느끼며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

나는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임강철과 함께 스텟 단련실을 향했다.

체력 스텟의 변화를 확인하고, 갱신하기 위해서였다.

곧바로 체력을 8레벨로 설정하고 측정에 들어갔다.

그 결과.

띠링!

-체력 스텟 8 (UP!)

스텟 서킷 트레이닝의 효과 덕분인지.

체력도 올라 있었다.

“역시 일한이! 엄청난 속도잖아?!”

임강철의 감탄 속에 나는 체력, 근력을 차례대로 갱신했다.

띠링!

-체력 스텟 9

띠링!

-근력 스텟 9

‘근력 9스텟, 민첩 8스텟, 체력 9스텟, 마력 1스텟.’

총합 27스텟.

앞으로 4스텟을 더 올려 30스텟을 뚫으면.

‘F+급이다.’

만족스럽게 결과물을 갈무리한 채.

“나 간다.”

“오우, 새벽에 보자고!”

곧장 기숙사로 돌아왔다.

들어서는 즉시 침대에 몸을 내던졌다.

“아, 고되다.”

오후 내내 스텟 서킷 트레이닝에 매진하느라 꽤 지쳤기 때문이다.

“오늘은 딱히 녹화를 안 해 놔도 괜찮겠지?”

이미 확인할 건 다 확인했다.

그러니 구태여 녹화를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어차피 스마트 워치나 임강철을 통해 단련의 성과를 바로 파악할 수 있으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을 마무리 짓고 눈을 감았다.

“과연 오늘은 어떤 스텟······, 쿠울.”

완전히 곯아떨어진 순간.

-대상의 무의식 상태를 확인.

-대상의 주도권이 [????의 그림자]에게로 넘어갑니다!

-대상과의 동기화율을 확인.

안일한, 그에게 또 다른 이변이 일어났다.

-현재 동기화율······ [5%]

-동기화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의 그림자]가 미약한 분별력과 기억의 편린이 깃든 의식에 따라 행동합니다!

-의식에 각인된 [스킬]이 활성화됐습니다!

···

···

···

잠시 후.

“오우, 일한이! 오늘은 어떤 스텟을 할 거지?!”

임강철의 물음에.

스윽-

안일한은 가볍게 손을 들었다.

임강철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갔다.

이내 그의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너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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