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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더 이상 자신감을 갖지 못할 이유가 없다
10 더 이상 자신감을 갖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날 저녁.
저녁 식사를 마친 나는 곧장 기숙사로 돌아왔다.
들어선 즉시 나는 책상에 앉아 공책부터 펼쳤다.
그러고는 속으로 생각해둔 내용을 빠르게 적어 내렸다.
[기현상의 작용 정리]
-잠들면 또 다른 내가 깨어남.
-어째선지 스텟 단련을 함.(근력, 민첩, 체력)
-또한 나보다 또 다른 내가 단련을 할 때 스텟이 더 잘 오르는 것 같음.
다름 아닌 지금까지 밝혀낸 기현상의 작용.
정확히는 작용이라 추정되는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다.
이게 바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첫 번째 일’이었다.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알아야 제대로 된 활용도 가능할 테니까.’
기현상의 작용 자체가 단순한 덕분에 활용 방안 또한 비교적 간단했다.
‘나와 또 다른 나 사이의 역할을 분배하는 것.’
스텟 단련은 또 다른 나에게 맡긴다.
내가 단련하는 것보다 또 다른 나의 성장 속도가 빠른 까닭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스텟 단련 이외의 부분, 다른 실기 수업에 집중한다.’
스텟은 아카데미를 넘어 초인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세 가지 스텟을 넘어 마력 스텟, 무기술, 대인 전투와 몬스터 레이드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배우고 익혀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이다.
나는 오롯이 그 부분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잠들었을 땐 스텟 단련을, 깨어 있을 땐 수업 진도와 복습에 집중하는 거지.’
이름하여 ‘투 트랙 전략’이었다.
이 정도면 과장 조금 보태서 하루 24시간을 온전하게 활용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이대로 쭉쭉 성장해 나간다면, 혹독한 평가도 문제없다.
또한 배경, 재능을 가진 이들과의 경쟁도 충분히 해 볼 만할 터였다.
“이 정도면 대책은 충분하다.”
나는 기분 좋게 펜을 내려놓고 침대에 누웠다.
아니, 눕기 전에 스마트 워치를 만지작거렸다.
기현상의 활용법에 관해 당장 할 수 있는 ‘두 번째 일’을 위해서였다.
‘분명 블랙박스 기능이 있다고 했지.’
스마트 워치로 잠든 이후의 상황을 녹화하고, 기현상을 직접 확인해 볼 셈이었다.
이 또한 기현상의 작용을 정리한 것과 같은 이유였다.
“이렇게 하면······, 됐다.”
블랙박스 기능의 세팅까지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그러고는 잠시 머릿속을 정리했다.
‘남은 건 내일 확인하는 일 정도려나.’
설레는 마음으로 두 눈을 감았다.
‘과연 어떤 스텟이 오를까? 근력? 민첩? 체력?’
이때의 나는 몰랐다.
나를 둘러싼 이상한 성장.
그게 고작 세 가지 스텟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
다음날.
아침의 일과는 어제와 동일했다.
다만 달라진 건 오전의 교양 과목 시간부터였다.
‘어디 보자.’
수업에 집중하는 대신, 나는 스마트 워치를 조작했다.
어젯밤에 녹화해 둔 영상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과연 또 다른 나는 어떤 식으로 움직였을지.’
소리를 죽인 채 10시간이 조금 안 되는 영상을 틀었다.
첫 장면은 기숙사 방의 천장으로 시작됐다.
‘영상을 전부 확인할 수는 없으니.’
나는 30초 단위로 빠르게 영상을 넘겼다.
그렇게 10분에 이르렀을 때.
“······!”
화면이 바뀌었다.
천장에서, 침대의 맞은편에 위치한 벽면으로.
또 다른 내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와, 진짜 보고도 믿기질 않네.’
벽면, 책상과 바닥, 그리고 기숙사 복도까지.
전환되는 영상 속의 화면을 통해 또 다른 나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마치 몽유병 환자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이동하여 도달한 곳은 익숙한 장소였다.
‘스텟 단련실. 볼수록 신기하네.’
정말로 스텟을 단련하러 이동한 것이다.
심지어 또 다른 나는 임강철과 함께 움직이기까지 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임강철과 단련하기를 4시간.
그러고는 어딘가로 이동해 또다시 단련을 4시간.
총 8시간을 스텟 단련실에 머물렀다.
이후 2시간 동안 영상에는 쭉 기숙사 천장만 보였다.
‘정말로 2시간 동안 잔 거였군. 그런데도 전혀 안 피곤한 게 신기하네.’
자잘한 의문을 뒤로한 채, 스마트 워치를 조작했다.
이번에는 스텟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근력 스텟 8 (UP!)
-민첩 스텟 8
-체력 스텟 8
-마력 스텟 1
근력 스텟 옆에 ‘UP!’ 표시가 붙어 있었다.
이로써 어젯밤의 또 다른 내가 근력 스텟을 단련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몇 가지 의문이 남았다.
‘하나만 올랐네? 총 두 군데에서 단련하지 않았나?’
더불어 갱신이 안 된 걸 보아 또 다른 내게 설비 조작까지는 불가능한 듯했다.
자잘한 의문이 쌓였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후자는 몰라도 전자는 확인이 가능할 테니까. 게다가 어쨌든 기현상은 발생했고, 스텟도 성장했으니.’
가장 중요한 건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는 점이다.
그러니 남은 의문은 알아낼 수 있는 선까지만 신경을 쓸 생각이었다.
‘이따가 임강철한테 물어보면 되겠지.’
나는 옆자리에서 일관성 있게 처자는 임강철을 흘겨보며 생각했다.
···
···
···
점심시간.
식사를 마친 후, 나는 곧장 임강철에게 질문했다.
그러자.
“뭐? 어젯밤에 어떤 스텟을 단련했냐고?”
“어.”
“벌써 잊은 거야? 그보다, 네가 제안하지 않았어?”
임강철이 제법 날카롭게 되물었다.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바보 같아서 대충 그가 좋아할 법한 이야기로 둘러댔다.
“너와의 단련을 되새겨보는 거지.”
“······일한이!”
그러자 임강철은 감동했는지, 열띤 태도로 일장 연설을 늘어놨다.
“넌 어젯밤에도 엄청났다고! 네가 단련실에······.”
그중에서 나는 필요한 정보만 쏙쏙 골라서 머릿속에 입력했다.
‘근력에 체력까지. 역시 두 가지 스텟을 단련했군.’
예상대로 체력까지 포함, 총 두 가지 스텟을 단련했고, 그중 근력만 성장한 모양이다.
두 스텟 간의 성장 차이에 관해선 의외로 의문이 남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 스텟이 숨만 쉬어도 오르는 것도 아니고, 또 다른 내가 직접 단련해서 성장시키는 거니까.’
내 성장은 단순한 요행이 아니었다.
또 다른 나의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그러니 기현상이 발생하는 이상, 성장은 걱정 안 해도 되겠지.’
그렇게 대충 필요한 의문을 정리할 무렵.
점심시간도 슬슬 끝나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맞다, 일한이! 오늘 실기 수업 준비는 했나?”
자연스레 임강철로부터 오후 수업에 관한 화제가 흘러나왔다.
“오늘 실기?”
“스텟 서킷 트레이닝!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시험 범위에 들어가는 실기 수업을 하잖아!”
“스텟 서킷 트레이닝?”
기억이 희미했다.
‘교관이 그런 말도 했었나?’
한창 내 생각에 골몰한 까닭에 못 들은 모양이다.
기억에 남는 거라곤, 오늘 수업이 자질 및 스텟 성장의 중요성과 관련됐다는 점뿐이었다.
“잠깐 생각하느라 못 들은 것 같은데.”
“그 중요한 설명을 못 들었다고?!”
“뭐, 가서 부딪혀 보면 되지 않을까.”
별다른 걱정은 없었다.
적어도 스텟에 관한 문제라면.
‘내가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시간을 투자했을 테니.’
더 이상 자신감을 갖지 못할 이유가 없다.
“자신감 넘치는데! 역시 새벽의 단련을 믿는 건가?!”
“그야 뭐.”
남은 건 요령껏 수업에 부딪히는 것뿐.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오후 수업을 기다렸다.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오후 3시 10분.
이론 수업이 끝나고 실기 수업 시간이 찾아왔다.
오늘의 수업 장소는 이전에 입학시험을 치렀던 대강당의 지하 1층.
‘스텟 서킷 트레이닝’의 세트장이 마련된 체육관이었다.
“다들 모였나.”
A반 담당 교관, 진태진은 인원 파악 후 곧장 수업에 관한 설명을 시작했다.
“오늘 수업은 ‘스텟 서킷 트레이닝’이다. 일반적인 서킷 트레이닝과의 차이점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초인을 위해, 초인에 맞게 변경됐다는 점이다.”
초인을 위한 단련이자, 맞춤형 단련이라.
제법 흥미가 동했다.
“목적은 이렇다. 스텟 단련 및 복합적인 운용, 그리고 게이트 내부와 유사하게 조성된 조건에 신체를 적응시키고, 운용하는 것이다.”
설명이 꽤나 복잡했다.
다행히 교관은 단순하게 풀어서 설명해 줬다.
“간단히 말하자면 초인으로서 활동하기 위한 첫 번째 수련이라 보면 된다. 몸을 움직이고, 사용하는 방법 등.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지.”
모든 초인 활동의 기본.
그 정도로 정리되는 수업인 듯했다.
“총 7개의 코스가 있으며 전반부 3코스는 단일 스텟, 후반부 3코스는 복합 스텟, 그리고 마지막 코스는 시험용 코스이자 전체 스텟을 비롯한 여러 요소들을 본다.”
교관이 이어서 말했다.
“7교시에 전반부 3코스를, 8교시에 후반부 3코스를 진행할 것이며, 9교시는 자율 단련이다. 마지막 코스의 본격적인 수업은 다음 주에 진행할 예정이다.”
그 밖에 교관은 스텟 서킷 트레이닝의 난이도가 스텟의 등급.
즉 ‘스텟의 총합’을 기준으로 책정된다는 점.
평가 기준은 각 코스마다 다르다는 점 등.
설명을 전부 끝내고는 다음 화제로 넘어갔다.
“그럼 직접 보여 주는 게 좋겠지. 일단 스텟 서킷 트레이닝 경험이 있는 생도들은 거수하도록.”
교관의 말에 나는 가만히 생도들을 둘러봤다.
손을 든 숫자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경험자들이 이렇게 많아? 다들 조기 교육을 받은 건가?’
손을 든 생도만 100명이 넘는 듯했다.
예상외로 비경험자의 숫자가 더 적은 것이다.
교관은 경험자를 한쪽으로 분류하며 입을 열었다.
“비경험자들에게 설명하는 동안 경험자들은 잠시 지켜보도록. 비경험자들은 이쪽으로 집합해라.”
교관의 말에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오, 일한이! 너도 비경험자 쪽이구나!”
임강철이 들러붙었다.
“어. 너도?”
“물론이지, 난 야생에서 훈련했으니까!”
나는 자리를 잡으며 같은 비경험자들을 살펴봤다.
어제 불이익을 받은 생도들이 주로 눈에 띄었다.
그 중 예상외의 인물도 한 명 포함되어 있었다.
‘윤설하도 비경험자야?’
입학생 전체 수석인 윤설하.
놀랍게도 그녀 또한 비경험자 무리에 속한 것이다.
감탄하고 있을 무렵, 교관의 설명이 다시금 시작됐다.
“다들 주목. 일단 첫 번째 코스, ‘근력 코스’부터 시작하도록 하지. 수업은 F단계로 진행한다. 참고로 실기 시험 때는 F+단계로 치러지니 기억해 두도록.”
첫 번째 코스, ‘근력 코스’.
보는 것만으로 대강 어떤 방식인지 알 것 같았다.
‘파워슬레드처럼 생긴 기구를 밀어서 정해진 지점까지 완주하면 되는 건가 보네.’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자, 그럼.”
교관이 문득 말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렸다.
몸짓만 봐도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지원자를 찾는 건가.’
이번에는 자신 있다.
그리 생각하는 찰나, 교관의 시선이 한 생도를 향했다.
“차은월 생도, 나와 보도록.”
교관의 호출에 한 여자 생도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살펴보게 됐다.
‘예쁜 애들이 많네.’
가장 먼저 상당한 외모가 눈에 띄었다.
다만 분위기는 다소 어두웠다.
뿐만 아니라 쭈뼛거리는 모습을 보아 내성적인 성격인 듯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때.
“그럼 시작하도록.”
“······네.”
차은월의 스텟 서킷 트레이닝이 시작됐다.
그녀는 낑낑거리며 힘겹게 나아갔다.
그녀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어째서 교관이 성장의 중요성을 몸으로 직접 체감하게 될 거라 했는지를 말이다.
‘엄청 힘들어하네.’
마치 무게를 칠 때 힘이 있어야 더 많이, 더 잘 버틸 수 있듯.
눈앞의 근력 코스 또한 근력 스텟이 받쳐 줘야 그만큼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납득하는 사이, 그녀의 결과가 나왔다.
“······40점, 만약 이게 시험이었다면 낙제점이다. 현재 근력이 몇이지?”
“······4스텟입니다.”
“흐음, 생도는 앞으로 근력 단련에 좀 더 집중하도록.”
40점. 아무래도 낙제점인 모양이다.
그녀가 처참한 점수에 고개를 떨굴 때.
경험자들의 무리로부터 소란이 일었다.
“와, 40점이 뭐냐.”
“이래서 배경이 없는 것들은 큭큭!”
“대체 어떻게 입학한 거냐? 푸핫!”
경험자 무리가 그녀를.
아니, 나를 비롯한 비경험자 무리에게 조소를 날리는 것이다.
그게 꼭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나 또한 시작은 고작 근력 1스텟이었으니까.
그래서였다.
“다음 코스는 민첩이다. 지원자는······.”
“제가 하겠습니다.”
“호오, 좋다. 안일한 생도, 나오도록.”
구태여 지원한 것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