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네게 날개를 달아줄 거다
7 네게 날개를 달아줄 거다
초인 사회는 철저히 실력지상주의로 돌아간다.
초인이야말로 [게이트], [균열]의 몬스터와 악에 물든 [빌런] 등.
세계를 어지럽히는 적으로부터 질서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인 까닭이다.
-그렇기에 초인을 육성하는 아카데미 또한 마땅히 그래야 한다.
적어도 A반 담당 교관, 진태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때문에 그는 매년 입학시험 때마다 제 눈으로, 시험 성적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떡잎을 주시했다.
그로부터 가능성의 편린을 발견할 때면.
“안일한 생도, 맞나? 나와 보도록.”
언제든 평가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육성의 귀재’라 불리는 진태진의 방식이었다.
“지금부터 스텟 측정과 스마트 워치와 연동하는 방법을 안일한 생도를 통해 보여주도록 하겠다. 동시에 내일 있을 안일한 생도의 ‘스텟 검사’는 이번 측정으로 대신하겠다.”
진태진은 설명을 마친 이후, 안일한 생도의 안색을 살폈다.
무표정, 무심하다고 할까?
갑작스러울 텐데, 동요하는 기색이 전무했다.
‘······흐음.’
준비된 자신감의 발로인지, 아니면 긴장으로 인해 얼어 버린 건지.
잠시 후에 알게 될 터였다.
그리 생각하며 진태진은 설명을 이어 나갔다.
“먼저 근력 스텟 측정 및 단련 기구다. 이곳의 기구와 설비는 무게 대신 레벨로 단위가 매겨진다. 즉, 1스텟 당 1레벨이다. 자, 안일한 생도?”
“네.”
기구를 조작하는 법, 스마트 워치와 연동하는 방법 등을 간단히 설명한 다음.
“가서 근력 스텟을 측정해 보도록.”
측정을 지시했다.
안일한 생도는 변함없이 무심한 기색으로 기구를 향해 다가갔다.
그는 배운 대로 기구를 조작하고, 측정을 마쳤다.
그 결과.
띠링!
-근력 스텟 7 (UP!)
기구의 옆면에 위치한 홀로그램 화면 속에 생도의 근력 스텟의 측정 결과가 떴다.
진태진은 화면의 내용과 함께 생도의 안색을 살폈다.
흠칫하는 표정이다.
아직 스텟 옆에 붙은 ‘UP!’의 의미를 모를 테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
“때마침 잘됐군.”
진태진은 흥미로운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여기 보이는 ‘UP!’ 표기는 레벨이 올랐음을, 즉 스텟이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그는 설명과 함께 홀로그램 화면을 조작, 레벨을 높여 다시 측정을 지시했다.
“8레벨이다. 해보도록.”
그 결과.
띠링!
-근력 스텟 8
이번에는 ‘UP!’이 뜨지 않았다.
그 말은 곧 현재 안일한 생도의 근력은 8스텟이라는 의미였다.
‘근력은 1스텟 상승이라. 성장은 했지만 입학시험 때의 성장 폭에 비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치다.
머릿속의 평가를 수정하려는 찰나.
“이렇듯, 모든 기구와 설비를 통해 현재 스텟의 수치뿐 아니라 성장 시점까지 알 수 있다. 자, 다음은 민첩 스텟이다.”
“네.”
생도는 마치 판단은 아직 이르다는 듯.
띠링!
-민첩 스텟 3 (UP!)
띠링!
-민첩 스텟 4 (UP!)
띠링!
-민첩 스텟 5 (UP!)
띠링!
-민첩 스텟 6 (UP!)
띠링!
-민첩 스텟 7
무려 4스텟이나 오른 민첩의 측정 결과를 내놓았다.
눈앞의 민첩 스텟의 성장 폭, 그리고 조금 전의 근력 스텟의 성장 폭을 확인한 순간.
‘일부러 근력이 아니라 민첩을 집중적으로 올린 건가?’
진태진의 뇌리에 불현듯 한 가지 가능성이 스쳐갔다.
‘······설마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건가?’
진태진은 이채를 띤 눈빛으로 다음 스텟, 체력 측정을 지시했다.
그 결과.
띠링!
-체력 스텟 6 (UP!)
띠링!
-체력 스텟 7 (UP!)
띠링!
-체력 스텟 8
2스텟이 상승하여 최종 체력 8스텟을 띄웠다.
근력 8스텟, 민첩 7스텟, 체력 8스텟.
결과가 말해 주고 있었다.
안일한 생도가 이미 ‘각 스텟의 밸런스’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근력, 민첩, 체력. 세 가지 스텟의 밸런스를 벌써부터 의식하고 있을 줄은.’
밸런스의 중요성은 앞으로 있을 실기 수업의 커리큘럼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당장 1주 차 실기 수업부터 ‘스텟의 복합적인 운용’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당연히 수업 내용까진 모르겠지만, 스텟은 분명 의도적으로 밸런스 있게 성장시킨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결과가 나오기는 힘들었다.
특히나.
“입학시험 당시 전문 시설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었지. 이후로도 마찬가지인가?”
“네. 집안 사정이 썩······.”
전문 시설의 도움 없이, 민간인의 신분으로 홀로 단련했다면 더더욱 그랬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입학시험이 끝난 후로도 제법 열심히 단련한 모양이군. 쉽지 않았을 텐데.”
미친 듯이 스텟을 단련하는 것.
그 방법뿐이었다.
‘제아무리 자질을 타고났어도 맨몸으로 스텟을 끌어올리려면 꽤 많은 시간 투자가 필요하니까.’
특히 민첩 스텟은 아무런 보조 없이는 단련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웠다.
제아무리 칭찬에 인색한 진태진조차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다독여 줬건만.
“아닙니다. 사실 그렇게 많이 하지는······.”
오히려 안일한 생도는 또 다른 자질까지 보여 줬다.
겸손함, 그리고 어마어마한 상승 욕구.
‘성장 폭이 마음에 차지 않는 거겠지. 그러니 시간 투자가 부족하다 여기는 걸 테고.’
그래서 스스로 부족하다 여기는 것이다.
하나 진태진은 알고 있다.
지금 나온 측정 수치야말로 민간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상에 가까운 결과물이라는 것을.
‘아카데미는 너 같은 생도를 위한 곳이다. 네게 날개를 달아 줄 테니, 너무 조급해 마라.’
진태진은 말을 아낀 채 속으로 안일한 생도의 평가를 확정지었다.
-뛰어난 자질 및 올바른 인성 합격.
-배경이 없는 만큼 무기술, 임무 수행 역량을 집중적으로 배양해 줄 필요가 있음.
‘다음으로 지켜봐야 할 생도는······.’
차은월.
그녀가 좋겠다.
*
갑작스러운 지명으로 인해 시작된 ‘스텟 검사’부터.
생각지도 못한 스텟들의 성장 및 측정 결과.
마지막으로 눈앞의 차가운 인상의 교관, 진태진의 반응까지.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덕분에 스텟에 관한 의문에 골몰할 틈도 없었다.
그 와중에 한 가지, 희소식이 있다면 그건 뜻밖의 검사 결과였다.
‘어쨌든 이걸로 불이익은 면할 수 있겠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스텟들은 성장했다.
가뜩이나 생도 신분을 유지하기가 빡센 아카데미다.
그 상황에서 불이익까지 받는다면······.
생각만으로 울컥 치밀어 올랐다.
‘제발 이대로 끝나라.’
이대로 스텟 검사가 끝나면 불이익 없이 무탈하게 지나간다.
때문에 간절히 바랐건만.
“안일한 생도, 다음은 마력이다.”
어림도 없다는 듯, 마력 스텟의 측정 지시가 내려왔다.
‘아, 망했다.’
마력은 정말 자신이 없는데.
실제로 마력은 앞선 세 가지 스텟들과는 달랐다.
근력, 민첩, 체력 스텟은 입학시험 때도 이상한 성장 폭을 보였지만, 마력만큼은 당시에도 1스텟이었으니까.
‘······결국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건가.’
그렇게 생각했는데, 교관으로부터 뜻밖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참고로 말하자면 마력 스텟은 이번 검사의 평가 항목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평가 항목에서 제외.
이는 곧 변화가 없어도 불이익은 없다는 뜻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력은 일부를 제외하면 단련조차 불가능할 거란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휴.’
덕분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처음부터 불이익이 문제였지, 단순 측정은 문제없다.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교관의 설명을 경청했다.
“단, 평가하지 않는 것뿐이다. 다들 측정 정도는 해 보도록. 어차피 다른 스텟과 더불어 마력 스텟에 관한 수업도 당장 이번 주부터 진도를 나갈 테니까.”
그는 설명을 일단락 내고는 고개를 돌렸다.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알아서 마력 스텟 측정을 위해 움직였다.
“마력 스텟은 측정과 단련을 위한 기구, 설비가 개별적으로 존재한다. 또한 측정 방식은 입학시험 때와 동일하게 ‘마력 측정기’를 이용한다. 안일한 생도?”
“네.”
대답과 함께 입학시험 때와 동일한 측정 기구, ‘마력 측정기’의 구체에 손을 올렸다.
잠시 후, 측정 결과가 나왔다.
띠링!
-마력 스텟 1
예상대로의 결과였다.
마력 스텟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이다.
‘뭐, 마력에 자질이 없다는 건 이미 입학시험 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을 때.
“혼자서 단련해 왔다는 건, ‘스킬’은 물론이고 ‘마나 호흡법’도 배운 적이 없을 거다. 내 말이 맞나?”
별안간 교관이 질문해 왔다.
의도를 알 수 없는 까닭에 나는 조용히 긍정했다.
나의 대답에 교관은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마력은 본래 타고난 자질을 가진 극소수에 해당하거나, 따로 ‘마나 호흡법’을 배우지 않는 이상 민간인의 신분으론 단련이 불가능하다.”
뜬금없이 마력에 관한 강의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뉘앙스가 살짝 묘하게 느껴졌다.
“하나 생도는 이제 민간인이 아니다. 아카데미의 생도가 됐지. 앞으로 생도는 마력에 관한 수업을 받게 될 것이다. 마나 호흡법을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교관이 말을 이었다.
“최상급 마나로 가득한 마력 단련실까지도 사용이 가능하다. 마나 호흡법을 익히는 것도 가능해지겠지. 기회는 앞으로도 많다는 거다.”
이제야 교관의 의도를 깨달았다.
그는 지금 나를 위로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금의 분함을 되새기며 앞으로도 정진하도록. 마력은 마나를 느끼는 것부터 체내에 흘려보내는 것까지, 배움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시간도 꽤나 걸리겠지.”
이제는 위로를 넘어서.
“하지만 그 마음을 잊지 않는 한, 생도는 잘 따라올 수 있을 거다.”
왠지 나를 대견하게 여기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저 얼떨떨했다.
‘분하다고? 내가······? 아니, 별생각 없었는데.’
분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분이 좋은 쪽에 가까웠다.
앞선 세 가지 스텟의 예상치 못한 결과 덕분이었다.
하지만 해명할 수도 없는 노릇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런 나를 향해.
“지원자로 수고해 준 안일한 생도에게는 전체 성적 중 수행평가 점수에 반영되는 가산점을 주도록 하지. 고생했다, 자리로 돌아가도록.”
교관은 가산점과 함께 나를 본래 자리로 돌려보냈다.
나는 같은 반 생도들의 미묘한 시선 속에 호다닥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후, 교관은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난 다음.
“이걸로 오늘 수업은 마치겠다. 기숙사 배정은 교실로 돌아가서 진행하도록 하겠다, 이상.”
오리엔테이션을 끝마쳤다.
그제야 나는 잠시 한편으로 미뤄 뒀던 의문을 떠올렸다.
‘대체 근력, 민첩, 체력은 왜 성장해 있는 걸까.’
다름 아닌 세 가지 스텟의 측정 결과.
입학시험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했다.
‘분명 아무런 대비조차 안 했는데.’
입학시험 당시에는 그저 성장 폭이 이상했다면, 지금은 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떠올렸다.
‘설마 나, 숨만 쉬어도 스텟이 오르는 축복받은 자질인 건가······?’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숨만 쉬어도 스텟이 성장하는 초인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다만 거기엔 특정 스텟에 있어 어마어마한 자질을 타고난 극소수에게만 해당된다는 사족이 붙어 있었다.
즉, 내 경우와는 사정이 조금 다른 것이다.
‘단일 스텟도 아니고, 무려 세 가지 스텟이니.’
하지만 그게 아니고서야 설명이 안 된다.
반면 ‘축복받은 자질’을 대입하면 모든 결과물이 설명된다.
그래서 나는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조금 전의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확인할 방법도 손에 넣었다.
교관으로부터 자질을 판단하는 기준에 관하여 명확한 대답을 듣게 된 것이다.
‘어디 한번 보자.’
정말로 내가 ‘축복받은 자질’을 타고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설렘과 함께 천천히 단련실을 빠져나갔다.
···
···
···
이때의 나는 몰랐다.
나의 성장에 관한 의문.
그 해답이 어떤 형태로 드러나게 될지.
또한 내 아카데미 생활을 어떤 식으로 뒤바꿔 놓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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