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6화 (6/218)

6 X된 줄 알았다

6 X된 줄 알았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2월 말.

국립 초인 아카데미의 제51회 입학식이 개최됐다.

이때 가장 바쁜 이들은 단연 아카데미의 교직원.

즉, 교관들이라 할 수 있었다.

“어휴, 정신없네요. 이제라도 준비가 끝나서 다행이지, 그쵸? 진태진 교관님.”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서글서글한 남성의 물음에 차가운 인상의 남성, 진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김한석 교관님.”

“그나저나 올해 기수는 쟁쟁한 이들이 많네요?”

“쟁쟁하다는 말씀은.”

“신창백가의 막내부터, 다섯 번째 진리 마탑주의 둘째 딸, 거기에 대지의 혼 길드장의 외아들도 있잖아요.”

김한석으로부터 유명한 단체들이 흘러나왔다.

이내 그는 단상 위로 고개를 돌리며 덧붙였다.

“하지만 그런 애들을 제치고 수석을 차지한 생도가 있다는 것도 참 대단하네요.”

김한석의 시선이 가닿은 곳에는 굉장한 미모의 소녀가 입학식 준비에 한창이었다.

진태진도 고개를 슬쩍 돌리며 입을 열었다.

“윤설하 말씀이시군요.”

“네. 알아보니 평범한 아이인 것 같은데, 천하의 신창백가의 자제를 차석으로 밀어냈잖아요?”

김한석의 말대로 이번 기수의 수석은 쟁쟁한 집안 출신인 백유진이 아닌, 윤설하였다.

그녀는 필기, 면접에서 만점을 받은 것은 물론.

“스텟 총합이 34, 실기에서도 F+급을 띄웠으니까요.”

실기마저 1등을 찍은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세요?”

“무슨 말씀이시죠?”

“에이, 교관님은 ‘육성의 귀재’라 불릴 정도로 안목이 탁월하시잖아요!”

은근히 진태진을 치켜세우는 김한석.

이는 실제로 빈말이 아니었다.

진태진은 같은 교관은 물론, 길드 관계자 사이에서도 ‘육성의 귀재’라는 별명으로 이름이 높았으니까.

“이번에 ‘4대 길드’에 속하게 된 수호자 길드의 김재학도 그렇고, 오윤진도······.”

“그 친구 이야기는 별로 듣고 싶지 않군요.”

“아, 죄송합니다.”

둘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대답을 들을 틈도 없이 입학식이 시작됐다.

김한석이 입맛을 다실 때, 진태진이 입을 열었다.

“······말씀대로 백유진, 오윤서, 심인욱, 거기에 윤설하까지. 다 유망해 보입니다만.”

“다만?”

“몇 명 있습니다.”

대답과 함께 진태진은 두 명의 이름을 떠올렸다.

총합 19스텟에서 마력만 12스텟을 띄운 차은월.

그리고 총합 17스텟으로 평균 수준이지만, 초기 스텟이나 각성 시점에 비해 성장 폭이 비정상적인 청년.

‘분명 안일한이었나.’

유달리 기억에 남았다.

물론 ‘진짜’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확인이 필요했다.

때문에 진태진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지켜보려고 합니다.”

그가 대답하는 동시에.

“선서.”

“선서.”

전도유망한 두 생도의 목소리와 함께 본격적으로 입학식이 시작됐다.

*

입학식이 끝난 이후.

나는 데려다주신 아버지를 배웅한 다음, 곧장 배정된 교실을 향했다.

“꽤 넓네.”

대한민국의 유일한 초인 아카데미라 그런 걸까.

각각 전투, 비전투 계열 생도들의 교육관과 기숙사, 대강당에 체육관, 식당 그리고 매점 등.

부지가 넓은 건 물론, 건물의 숫자나 규모도 상당했다.

그중에서 나는 전투 계열 초인 지망생들을 위한 건물, ‘용맹관’을 향했다.

‘1학년은 4층을 쓴다고 했지.’

1학년은 용맹관의 4층을 사용하며 A, B, C 총 세 개의 반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중 나는 A반을 배정받았다.

처음엔 600명 가까이 되는 신입생을 고작 세 개의 반으로 수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으나.

“······교실 규모도 상당하네.”

A반 출입문 너머로 교실을 보는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

외국 대학의 강의실 풍경이 이러할까.

정면의 교단을 중심으로 반원을 그리며 책상이 층층이 배치되어 있었다.

200명 정도는 충분히 수용할 만한 것이다.

‘이래서 200명씩 나눈 거구나.’

납득과 함께 A반의 문을 열었다.

들어서는 순간, 낯익은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저 여자애는 분명 수석이었지? 이름이 윤설하였나?’

방금 입학식에서 봤다.

그 유명한 신창백가의 백유진을 제치고 수석을 차지해 기억에 남았다.

그녀와 더불어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생도의 모습도 보였다.

“오, 일한이! 같은 반이구나!”

다름 아닌 거한, 임강철이었다.

‘아, 같은 반인가.’

벌써부터 진이 빠지는 기분이다.

“마침 학우들과 인사를 나누는 중이었지! 일한이, 나와 함께하는 건 어떠냐!”

임강철의 말에 교실에 있는 동급생들을 둘러봤다.

몇몇은 코웃음을 치고, 몇몇은 질색하고 있었다.

반응을 보아하니, 사실상 인사를 나누는 게 아닌 숫제 일방적으로 박아 넣고 있었던 모양이다.

‘······와, 저 미친 캐릭터.’

그를 외면한 채 자리에 앉으려는 찰나.

입구로부터 차가운 인상의 중년 남성이 들어섰다.

‘저 사람은 분명.’

입학시험 때 본 적이 있다.

근력 스텟 측정을 맡은 교관이었던 것 같다.

그 순간.

“다들 자리에 앉도록.”

교관은 무뚝뚝한 말투로 착석을 지시했다.

임강철과 나를 포함, 하나둘씩 근처의 자리에 앉았다.

모두가 자리에 앉자 교관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나는 오늘부터 1년 동안 너희들, A반을 담당하게 될 교관 진태진이다.”

교단 위로 올라가 자기소개를 하는 교관, 진태진.

이름이 흘러나온 순간,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저 교관님이 ‘전장의 매’라 불렸던 분인가?”

“B급 초인이셨다는데. 게다가 4대 길드 출신이고.”

“‘육성의 귀재’라는 소문도 있던데?”

“크, 대박이다!”

놀랍게도 몇몇은 이미 그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아니지, 내가 너무 모르고 있는 건가?’

고민하는 찰나. 교관이 입을 열었다.

“조용. 오늘은 첫날인 만큼 간단하게 향후 수업과 아카데미 생활에 관한 오리엔테이션으로 수업을 대신한다.”

교관은 잠시 호흡을 고르더니, 재차 말을 이어 갔다.

“설명에 앞서 한 가지, 현실적인 충고를 해 주마.”

그의 차가운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다들 초인이 되고 싶어 이 자리에 있는 거겠지. 그런 너희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일순 그의 눈빛에 예리한 기색이 서렸다.

“많으면 이 자리의 절반, 적어도 삼분지 일은 초인이 될 수 없을 거다.”

느닷없이 초인이 될 수 없다니. 그것도 절반이나.

그는 충격에 휩싸인 생도들의 반응에 대한 답으로써.

“납득이 안 가는 표정들이군. 이해한다. 하지만 그게 이곳, 초인 아카데미의 현실이다.”

냉혹한 현실을 들어 설명했다.

“아카데미는 너희들의 성장을 평가하고, 시험으로 자격을 물을 것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한 학기마다 2회씩, 시험과 평가를 통해 처우를 결정한다.”

“기준은 간단하다. 필기 20%, 수행평가 20%, 실기 60%로 구성되는 전체 성적이 50% 미만일 시, 그리고 실기만 따로 평가한 성적이 50% 미만일 시 강제 전출이다.”

“더하여 매 학년마다 정해진 등급을 달성하지 못해도 강제 전출이다. 초인이 될 수 없다는 뜻이지. 참고로 말하자면, 2학년 진급에 요구되는 최소 등급은 E급이다. 즉, 너희는 1년 안에 E급을 찍어야 한다는 거다.”

살벌한 기세만큼이나 내용도 살벌하게 그지없다.

‘전체 성적 50% 이상, 실기 성적 50% 이상, 그리고 올해 안에 E급을 달성해야······.’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야만 초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1년 안에 E급이라.’

아카데미는 물론, 초인 사회에서의 등급 책정은 스텟의 총합으로 결정된다.

스텟의 총합이 4에서 30까지가 F급.

31에서 60까지가 F+급, 61에서 90까지가 E급.

즉, 스텟의 총합 30당 등급이 올라가는 식이었다.

이러한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나의 현재 등급은 고작 F급이었다.

‘입학시험 때 총합 17이었으니, 최소 44스텟은 올려야 된다는 말이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금 이 순간은 어머니가 초인으로서 돌아가신 후.

하루도 빠짐없이 염원해 온 순간이기 때문이다.

‘무조건 살아남는 거야.’

교관은 생도들을 둘러보며 다음 화제로 넘어갔다.

“말이 길어졌군. 이제 수업에 관해 설명하도록 하지.”

수업에 관한 설명은 앞선 충고보다 훨씬 짧았다.

수업의 진행 방식과 과목의 종류, 중요성부터.

어떤 과목이 필기시험에 포함되고, 실기 수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 주를 이뤘다.

“당장 이해 못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결국은 알게 될 테니까. 수업에 관한 설명은 이쯤 하고.”

교관은 미리 준비해둔 상자를 맨 앞의 책상 위에 올려놨다.

그러고는 상자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초인용 스마트 워치다. 설명은 배포가 끝난 다음에 하지. 전달해라.”

앞자리에서 뒷자리로.

머지않아 뒤쪽에 앉은 내게도 스마트 워치가 전해졌다.

이를 확인한 교관은 이어서 설명했다.

“스마트 워치가 뭔지는 다들 알겠지. 그러니 간단하게 추가적인 성능과 활용만 설명하지.”

사용법은 간단했다.

먼저 [스텟]이나 [특성], [스킬] 등의 상태창 내용을 스마트 워치에 등록한다.

그럼 아카데미 내 스텟 단련 기구와 설비에 연동되어 단련하면서 실시간으로 갱신된 스텟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블랙박스나 메신저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했다.

‘좋은데?’

특히 스텟이 실시간으로 갱신된다는 점이 좋았다.

이거라면 두 눈으로 직접 나의 자질을 파악할 수 있을 테니까.

“받았으면 사용해 봐야겠지? 바로 이동한다.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도록.”

교관의 지시에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

교관을 따라 이동한 곳은 용맹관의 1층.

교실 2개를 합쳐 놓은 듯,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장소였다.

“이곳이 바로 ‘스텟 단련실’이다. 너희들 1학년 전용이며, 학년마다 따로 구비되어있다.”

다름 아닌 ‘스텟 단련실’.

명칭에 걸맞게 각종 스텟을 단련하기 위한 곳이었다.

소문대로 근력, 민첩, 체력, 마력 등.

각 스텟 전용 기구 및 설비가 갖춰져 있었다.

입학과 더불어 손꼽아 기다려온 장소인 만큼, 설레는 마음으로 단련실에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스텟의 단련뿐 아니라 측정도 가능하다. 그러니 너희들은 오늘,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이후 각자 스텟을 측정, 갱신하여 스마트 워치에 등록해야 한다.”

스텟의 측정과 갱신, 그리고 등록.

자질을 파악하고 싶은 나로선 바라던 바였다.

하나 교관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입학시험 이후로 2달이 흘렀다. 그동안 게을리 보내지 않았다면 당연히 스텟의 변화가 있겠지. 고로, 내일 이 시간에 스텟을 검사하겠다.”

‘스텟 검사’ 선언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비교 지점은 입학시험 성적이다. 변화가 없는 생도들은 다소간의 불이익을 각오하도록.”

교관의 모호한 경고에 생도들이 술렁거렸다.

그러자 교관은 엄한 어조로 일갈했다.

“교실에서 말했듯, 이미 평가는 시작됐다. 또한 너희들이 서 있는 이 자리는 탈락의 고배를 마신 이들이 그토록 바라마지않던 장소라는 걸 기억하도록.”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속에서 나는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야단났네.’

요 2달간 사실 아무것도 안 했다.

입학시험을 준비하면서 혼자 단련하는 게 비효율적이란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탓이었다.

‘차라리 입학 후 빡세게 하는 게 효율적이지 싶었는데.’

이렇게 되면 한가로이 자질에 관한 수수께끼를 풀 시간은 없다.

밤을 새서라도 스텟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다.

“그럼 스텟 측정과 스마트 워치와의 연동법에 관하여 설명하도록 하지. 사용법은, 음.”

교관은 문득 말을 멈춘 채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직접 보여 주는 게 났겠지.”

아무래도 지원자를 찾으려는 모양이다.

그 말이 사형선고처럼 들렸다.

‘재수 없이 걸렸다가 변화가 없으면······.’

그대로 불이익이 주어질 테니까.

최대한 숨죽이고 있을 때.

‘······어?’

눈이 마주쳤다.

아니겠지 싶어 슬쩍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안일한 생도, 맞나? 나와 보도록.”

교관이 나를 콕 짚어 호명했다.

‘······X됐다.’

정확히 말하자면, X된 줄 알았다.

···

···

···

잠시 후.

띠링!

-근력 스텟 7 (UP!)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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