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4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지금부터 제51회 입학시험을 실시한다!”
교관의 묵직한 외침에 대강당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긴장과 떨림. 입학시험의 시작이 초읽기 상태로 돌입한 까닭이리라.
그런가 하면 몇몇 인원들로부터는 사뭇 다른 기색들이 느껴졌다.
날카롭고, 예리한 기세.
마치 인터넷에서나 접한 초인을 실제로 보는 듯한 감각이었다.
살펴보니, 주변의 시선 또한 범상치 않은 기세를 풍기는 특정 인원들에게 쏠려 있었다.
‘누가 있나?’
시선을 따라가는 순간,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남자애, 백유진 아니야?”
“신창백가의 막내? 어, 진짜네?!”
‘신창백가’의 막내라는 백유진이라는 사람부터.
“저기에 오윤서도 있는데? 그 있잖아, 다섯 번째 진리 마탑 소속.”
“아, 오성한 마탑주의 둘째 딸이었나?”
“게다가 심인욱도 있는데?”
“대지의 혼 길드장의 자식까지? 우와, 이번 입학시험 장난 아니네.”
‘다섯 번째 진리 마탑’과 ‘대지의 혼 길드’까지.
개개인의 이름은 몰라도, 가문이나 마탑, 길드의 이름 정도는 나조차도 들어 본 적 있는 곳들이었다.
“대단한 사람들인가 보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면면을 확인해 보니, 왠지 모르게 외모들도 하나같이 빼어났다.
유명인을 보는 느낌이라 신기한 한편, 저들을 일일이 알아보는 사람들도 놀라웠다.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자니.
“흥, 실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그래 봐야 배경에 불과한 것을!”
등 뒤에서부터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연스럽게 돌아보자, 그곳에는 웬 거한이 떡하니 서 있었다.
그것도 험상궂은 인상을 한껏 일그러뜨린 채로 말이다.
‘······학부모인가? 아니면 교관?’
같은 입시생이라 하기엔 여러모로 이질적이다.
특히 덩치가 독보적이었다.
떡대에 근육질, 거기에 액면가도 결코 미성년자 같지 않았다.
조금 전의 유명인들과는 다른 의미로 압도적인 비주얼.
그대로 시선을 강탈당하고 있을 때.
“······어?”
문득 눈이 마주쳤다.
의도치 않게 눈빛을 교환하기를 수 초.
거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
“비실비실하군.”
······네가 비정상인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되받아칠 뻔한 걸 애써 참았다.
그러자 거한이 별안간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눈이 죽어있어. 그런 어중간한 각오로 초인이 되겠다고? 어림없는 소리!”
“······?”
“쯧, 친절하게 설명해 줘도 못 알아먹는 모양이군.”
친절? 설명?
다른 의미로 못 알아듣겠다.
“보여 주지, 힘의 차이를!”
오른쪽 주먹을 불끈 쥐는 거한.
그에 따라 오른팔의 근육이 역동적으로 꿈틀거렸다.
보고 있기 힘들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 거한이 무어라 말을 덧붙이기 전에.
“지금부터 응시생들은 본 교관들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위치로 이동하도록!”
본격적으로 교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학시험이 시작된 것이다.
단상에서 내려온 교관들은 응시생들을 정렬시키며 이런저런 지시를 내렸다.
아무래도 시험에 관한 설명을 하려는 모양이다.
때문에 나는 곧장 단상 위로 시선을 고정했다.
“첫 번째로 테스트할 스텟은 근력이다!”
외침과 함께 차가운 인상의 교관은 단상의 왼쪽 끝부분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두 개의 신기하게 생긴 기구가 자리했다.
하나는 오락실에서나 볼 법한 ‘펀치 머신’.
나머지 하나는 중학생 때 체력장에서나 쓸법한 ‘전신 근력 측정기’였다.
“근력 테스트는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파괴력, 두 번째는 근력이다.”
설명과 함께 교관이 직접 시범을 보였다.
“먼저 파괴력이다. 이걸 이렇게 치면······!”
쩌-엉!
굉음과 함께 계기판에 숫자가 빠르게 올라갔다.
나온 숫자는 75.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치였다.
“이렇게 숫자가 표기된다. 근력 테스트도 마찬가지다.”
말을 마친 교관은 그대로 전신 근력 측정기의 발판 위로 올라섰다.
그대로 쇠사슬과 이어진 손잡이를 힘껏 잡아당겼다.
이번에도 역시 계기판의 숫자는 빠르게 올라갔고, 77에서 멈춰 섰다.
“이렇게 나온 두 기록의 평균이 근력 스텟이 된다.”
즉, 시범을 보인 교관의 근력 스텟은 76스텟이 되는 것이다.
측정 방식은 물론, 계산 방식도 간단했다.
더불어 각성 센터 때 했던 검사보다도 본격적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근력 스텟 측정을 시작한다. 1번 응시생, 앞으로!”
“네, 넷!”
교관의 호출에 빼빼 마른 응시생이 단상을 향했다.
본격적인 근력 스텟 측정이 시작된 것이다.
응시생은 어설픈 동작으로 ‘파괴력’과 ‘근력’을 잇달아 측정했다.
그 결과.
“1번 응시생! 초기 근력 2스텟, 최종 근력 2스텟이다. 민첩 테스트로 넘어가도록. 다음!”
초기 스텟과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인지, 어깨를 늘어뜨린 채 다음 스텟으로 이동했다.
그 모습이 마치 내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래도 설마 1이 나오겠어?’
분명 이런저런 변화가 있었으니, 적어도 1은 아니겠지.
애써 마음을 달래는 사이, 순번은 빠르게 지나갔다.
다른 이들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간혹 초기 스텟보다 1스텟 정도 증가했을 뿐.
대부분 초기와 엇비슷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래도 1스텟은 거의 없네. 한 열 명?’
앞선 이들의 성적을 헤아리며 차례를 기다릴 때.
“다음, 98번 응시생!”
“네엡! 임강철임다-!”
시험 시작 전, 내 시선을 강탈했던 거한이 단상 위로 올라갔다.
‘······이름이 강철이야?’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참으로 잘 지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음?”
또다시 거한, 임강철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의 눈빛은 마치.
‘잘 봐라, 이게 힘의 차이다.’
······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재미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래, 임강철. 초기 스텟은 4인가.”
“네!”
“그럼 파괴력부터 실시하도록.”
“흐아아아압!”
퍼억-!
제법 강렬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결과는?
“파괴력은 6이 나왔군.”
그는 초기 스텟보다 2스텟이나 오른 것이다.
근력 측정도 비슷했다.
“근력도 6이라. 종합 6스텟이군. 이름이 뭐라고?”
“임강철입니다!”
“임강철, 기억하지. 다음, 99번 응시생!”
교관이 여태까지와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알게 모르게 감탄을 흘렸다.
반면 나는?
저벅저벅-
걸음을 옮겨 단상 위로 향했다.
내가 99번인 까닭이었다.
“안일한, 맞나? 초기 스텟은······, 1스텟이군.”
“네.”
앞서 임강철이 근력 6스텟을 띄워서 그런지.
내 근력 스텟이 괜히 초라하게 느껴졌다.
‘아니야, 그래도 늘었겠지.’
마음을 다잡은 채.
“그럼 시작해라.”
“흐읍!”
펀치 머신을 힘차게 후려쳤다.
파-앙!
나쁘지 않은 소리와 더불어 계기판에 숫자가 나타났다.
확인한 순간, 내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교관도 꽤나 놀란 눈치로 중얼거렸다.
“······파괴력 7. 이건 좀 놀랍군.”
무려 파괴력이 7이나 나온 까닭이었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내 고개가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시선이 가닿은 곳에는 임강철이 서 있었다.
입을 쩍 벌린 채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좀 치네?”
얼떨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주위의 반응은 그보다 한 박자 늦게 터져 나왔다.
“······와 씨, 파괴력이 7이야? 대박.”
“그냥 평범하게 생겼는데······.”
“저 사람도 혹시 귀한 집 자제라거나, 그런 건가?”
“안일한? 들어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흐음.”
사람들은 내가 띄운 수치에 탄성을 흘리거나.
나의 배경을 추측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등.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반응이라 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진짜로?’
나조차도 놀라웠으니 말이다.
비록 몸이 먼저 반응해서 바로 임강철을 주시하긴 했어도, 속으론 깜짝 놀랐다.
‘아니, 3만 나와도 엄청 잘 나온 거라 생각했는데.’
파괴력이 7이나 나오다니.
잘못 나온 게 아닌가 싶어 교관을 힐끔 바라봤다.
하지만 그는 처음 내 수치를 확인한 순간에만 반응했을 뿐.
이후에는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별말 없는 걸 보면 기계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교관이 소리쳤다.
“다음, 근력 측정이다.”
“······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측정기의 발판 위로 올라섰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손잡이를 움켜쥔 채 온 힘을 다해 잡아당겼다.
“······흐읍!”
계기판의 숫자가 조금씩 올라가더니.
띠링-!
기계음과 함께 특정 숫자가 나타났다.
“근력도 7이군. 최종 근력은 7스텟이다.”
파괴력과 마찬가지로 7이 나와 최종 7스텟.
듣는 순간 한 번 더 자연스럽게 임강철을 바라봐 줬다.
“······끄응.”
그는 그저 앓는 소리를 낼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얼떨떨한 감정 속에 측정기에서 내려오는 찰나.
교관이 나를 멈춰 세웠다.
“99번 응시생? 안일한이라고 했나?”
“네.”
“언제 각성했지?”
“어, 그게······. 대략 7주 전입니다.”
“7주 전?”
교관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나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11월? 그러니까 16살, 올해에 각성했다고?”
“그렇습니다만······.”
“호오. 각성한 지 두 달도 안 돼서 이만한 성장이라.”
교관은 더없이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영문 모를 반응에 나는 그저 가만히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이내 교관은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훌륭한 수치다. 민첩 테스트 쪽으로 이동하도록.”
“네.”
꾸벅, 고개를 숙이고 걸음을 옮겼다.
그대로 민첩 스텟 측정이 이루어지는 단상의 중앙으로 향하려던 중.
뭔가 거대한 그림자에 막혀 잠시 멈춰 섰다.
정체는 다름 아닌 거한, 임강철이었다.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얜 또 왜 이래.’
아까 전에 눈빛으로 꼽을 줘서 그런가?
하나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내 예상을 벗어났다.
“정말 각성한 지 7주밖에 안 됐냐?”
방금 대화를 들은 걸까?
교관과 비슷한 질문을 했다.
“······그런데?”
“초기 근력은 1스텟이었고?”
“어, 왜.”
나도 모르게 날이 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더 엮어 봤자 피곤할 것 같아서 그렇게 답했건만.
돌아오는 반응은 이번에도 역시 내 예상을 빗나갔다.
“내가 오해를 했다. 사과하지, 미안!”
절도 있게 허리를 직각으로 숙이는 임강철.
목소리는 또 어찌나 큰지, 주변 응시생은 물론 교관의 시선까지 내 쪽으로 쏠렸다.
‘······맙소사.’
나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내 반응은 안중에도 없는지, 임강철은 한없이 진지한 어투로 사과를 했다.
“두 달도 안 돼서 근력을 6스텟이나 성장시키다니. 필히 잠도 아껴가며 어마어마한 수련을 했겠지.”
아니, 10시간씩 꼬박꼬박 잤는데.
“그걸 두고 어중간한 각오라니. 내가 틀렸다, 정정하지! 오히려 넌 ‘진짜’다.”
“하아, 알겠으니까 그만.”
다급하게 말을 자르고 어깨를 강제로 일으켰다.
그제야 임강철은 고개를 들며 씩 웃었다.
“난 임강철이다!”
“어.”
“안일한이지? 너와는 좋은 승부가 될 것 같군······!”
“······?”
“그럼 지켜봐라! 이번엔 지지 않을 거니깐!”
그렇게 임강철은 제 할 말만 늘어놓고는 몸을 돌렸다.
‘······환장하겠네.’
근력은 7이나 나오질 않나, 피곤한 스타일과 엮여 버리지를 않나.
생각지도 못한 일들로 인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직 측정해야 할 스텟이 세 개나 남았는데.’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있을 때.
“근력 스텟 측정을 마친 응시생들은 이동하도록! 다음은 민첩 스텟이다!”
민첩 스텟 측정을 맡은 교관이 내 쪽으로 소리쳤다.
그제야 나는 한숨 돌리고 정신을 차렸다.
그래서일까?
‘으, 민첩은 역시 1스텟이겠지······?’
뒤늦게 걱정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게 웬걸?
···
···
···
“99번 응시생 안일한. 민첩 초기 스텟 1, 최종 결과는······.”
민첩의 측정 결과 또한 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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