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3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음날, 이른 새벽.
“어휴, 고되다.”
일한의 아버지, 안주해는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꼭두새벽이 돼서야 집에 돌아왔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하나뿐인 아들이 혹여나 깨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새벽녘의 어슴푸레한 빛에 의지해 안방으로 향하려는 순간.
“음?”
문득 묘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현관의 우측, 아들 방이다.
한데 조금 이상했다.
‘불은 꺼져 있는데, 뭘 하고 있나?’
숨소리인지, 아니면 무언가에 스치는 소리인지.
아들의 방에서부터 정체 모를 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안주해는 조그맣게 열린 문틈으로 아들의 방을 살폈다.
그곳에선.
스윽- 스윽- 스윽-
하나뿐인 아들이 열심히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안주해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녀석, 불도 켜지 않고.”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운동이라니.
기특한 한편, 안쓰러운 마음이 차올랐다.
‘분명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었나.’
각성 센터에서의 상담은 물론, 스텟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가 잘 풀리지 않는 듯했다.
그래서 안 하던 새벽 운동까지 하는 모양이었다.
평소 잠이 그렇게나 많은 녀석이 말이다.
“몸 상하지 않게 적당히 해라.”
안주해는 핀잔 아닌 핀잔과 함께 방에 불을 켰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지만 딱히 개의치 않고 돌아섰다.
무심하게 짝이 없는 성격은 자신을 꼭 빼닮았음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대로 다시 안방을 향하려는 순간, 문득 아들이 운동하는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녀석······.’
팔굽혀펴기를 하는 속도의 일정함, 자세의 완벽함, 끊이지 않는 개수까지.
비범하게 짝이 없는 모습, 마치 기계를 보는 듯했다.
‘각성하면 다 저렇게 되는 건가?’
먼저 간 집사람이라면 모를까.
각성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안주해로선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떠올린 탓인지, 눈가가 시큰했다.
괜히 궁상맞다는 생각에 한차례 고개를 털어내고는 그대로 안방을 향했다.
*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책상에 앉았다.
그러고는.
D-21.
공책을 펼쳐 가장 먼저 디데이부터 적었다.
초인 아카데미의 입학시험까지 앞으로 21일, 딱 3주 남은 것이다.
그 밑에 생각해 둔 내용을 빠르게 적어 내려갔다.
-필기와 면접 준비는 하루 2시간.
-운동은 최소 6시간, 근력과 유산소(체력)에 집중.
-목표는 근력과 체력 스텟으로 어떻게든 3스텟을 올리는 것!(★)
다름 아닌 시험까지 남은 3주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관한 계획이었다.
필기와 면접은 각각 2시간씩.
나머지는 최대한 운동, 스텟 단련에 시간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초인 아카데미 입시는 실기, 스텟 측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해서 최종 목표는 스텟의 총합을 3 올리는 것.
작년의 합격 커트라인인 총합 8을 찍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는 데 굳이 ‘근력’과 ‘체력’ 스텟을 선택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민첩은 전문적인 기구나 설비 없이는 단련하기가 복잡한 모양이고 마력은 뭐, 아예 불가능하니.’
간단한 이야기다.
‘민첩’과 ‘마력’은 각각의 특수성 때문에 민간인으로선 단련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들었다.
반면 ‘근력’과 ‘체력’은 일반적인 운동과 원리 자체는 동일한 덕분에 그나마 단련이 가능한 것이다.
‘만일 내게 스텟 성장에 관한 뛰어난 자질이 있었으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도 없겠지만.’
사실 앞선 근거들은 타고난 자질 앞에 무색해진다.
하지만 나는 애석하게도 지난 한 달간의 경험을 통해 알아 버렸다.
적어도 내가 자질이 뛰어나진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새삼 힘이 빠졌으나, 이내 정신을 차렸다.
‘첫날부터 주눅이 들어 있을 순 없지.’
이왕 하기로 한 거, 최대한 열심히 한다.
그런 일념으로 나는 계획의 첫날을 맞이했다.
···
···
···
D-14.
지난 일주일간 나는 계획대로 움직였다.
다만 중간에 몇 가지, 이상한 부분들이 존재했다.
“와 씨, 잠 때문에 미치겠네.”
첫 번째는 수면.
마음 같아선 수면 시간을 줄이고, 운동을 조금 더 하고 싶었다.
하지만 도저히 그게 안 됐다.
하루에 10시간씩, 꼬박꼬박 수면 시간을 채워야 눈이 떠지는 것이다.
‘분명 각성 전에는 많이 자도 8시간, 9시간이었는데.’
운동을 하도 많이 해서 그런 걸까?
자고 일어나면 무조건 10시간이 지나 있었다.
알람을 10개나 맞춰놔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매번 운동하는 꿈을 꾸고, 땀에 흠뻑 젖어 일어나는 탓에 일어나면 무조건 샤워부터 해야 했다.
‘운동하는 꿈이 악몽이라서 그런 건가? 샤워까지 하고 나면 개운하긴 한데.’
그렇게 자고 일어나면 체감상 눈을 감았다 뜬 수준이었다.
개운한 느낌과는 별개로 마치 2시간 정도 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일주일 정도 지속되니,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한 상태였다.
두 번째로 이상한 점은 운동, 그 자체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장’ 때문이었다.
‘······원래 이렇게 빨리 늘어나나?’
근력을 위한 운동으로 팔굽혀펴기, 스쿼트, 턱걸이.
체력을 위해 오래달리기, 버피 테스트 등.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운동은 다 했다.
그런데 그 수준이 이상하리만치 빨리 늘었다.
‘각성 이전과 비교조차 안 될 수준이니 원.’
그래서인지, 어지간한 운동량으론 한계조차 찾아오지 않았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분명 한계가 오고, 그걸 넘어야 성장하는 거 같은데.’
한번 운동을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 이상 계속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하도 이상한 탓에 인터넷을 검색해 본 결과, 원인으로 추측되는 요소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마나]의 부재.
초인 전용 운동 기구나 설비를 갖춘 시설에 빠지지 않는 요소가 바로 ‘마나’였다.
스텟 단련이 마나의 부하를 통해 스텟의 한계까지 자극을 줌으로써 성장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전문 시설에서 단련하면 생각보다 한계가 금방 찾아오고,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 같은데.’
반면 나에게는 성장은커녕, 한계조차 찾아오지 않았다.
즉, 내겐 지금 전문 시설에서 흔히 관측되는 결과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제야 나는 사람들이 어째서 전문 시설의 필요성을 그토록 강조했는지를 여실히 느꼈다.
‘하지만 뭐, 방법이 없으니까.’
우리 집은 그럴 형편이 안 된다.
그렇다고 한탄해 봐야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는 데까지는 해 봐야지.’
어머니의 영정 앞에서 반드시 초인이 되겠다고 맹세했으니까.
재차 각오를 다지며 계획을 착실하게 수행해 나갔다.
···
···
···
D-7.
1주일 남았다.
이제는 수면이나 성장의 이상함 같은 건 그러려니 하게 됐다.
그 대신이랄까.
이상한 점이 한 가지 추가됐다.
“······이게 내 몸이란 말이지?”
각성 센터에 상담을 받고 운동을 시작한 지 대략 한 달하고도 2주.
결코 길다고는 할 수 없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내 몸에 엄청난 변화가 생긴 것이다.
“진짜 대박이다.”
나는 남세스럽게 웃통을 깐 채 전신거울 앞에서 입을 쩍 벌렸다.
거울 속엔 나의 상반신.
쩍쩍 갈라진 근육과 선명하게 드러난 복근이 비치고 있었다.
평생 상상해 본 적도 없는 내 모습에 뿌듯한 한편, 걱정이 됐다.
‘과연 이게 스텟이 오른 건지.’
가장 중요한 스텟.
과연 지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스텟이 성장한 결과가 맞는 건지, 확신이 안 섰다.
스텟은 따로 비용을 지불하고 스텟 검사를 받지 않는 이상, 확인할 방법이 없어 더더욱 그랬다.
‘본래 초인들은 대게 몸이 좋다던데.’
이미 각성을 통해 민간인들은 결코 가질 수 없는 스텟을 보유한 순간부터 그랬다.
때문에 더더욱 마음이 편치 못했다.
‘차라리 시간이라도 많았으면.’
자질은 더 이상 바라지도 않는다.
하다못해 시간 여유라도 있었다면.
그런 나약한 생각을 하면서도.
“운동이나 해야지.”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린 운동을 하러 집을 나섰다.
그렇게 남은 일주일의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
D-day.
드디어 입학시험을 치르는 날이 찾아왔다.
원서를 접수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주라는 시간이 흘러가 버린 것이다.
“아들아.”
“네, 아버지.”
“준비는 잘했고?”
“그야 뭐.”
아버지의 물음에 지난 3주간을 회상했다.
스텟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력투구했던 나날들.
이상한 점들도 많았지만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한 것 같다.
그러니 나머지는.
‘제발 3 정도만 늘어나 있어라.’
하늘에 맡긴 상태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늘 컨디션이 제법 괜찮다는 점이다.
혹시나 오늘도 10시간 풀 수면을 때릴 것을 대비하여 어제는 저녁 8시에 잤다.
그 결과 늦지 않게 일어났고, 개운한 몸 상태로 인해 어느 정도 마음이 평온한 것이다.
하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선 달리 보이는 모양이다.
“너무 실망하진 마라.”
“네?”
“너답지 않게 잠도 안 자고 노력한 모양이다만, 세상살이라는 게 원래 뜻대로만 풀리진 않는 법이다.”
······잠을 자지 않은 적은 없는데.
오히려 하루 10시간씩, 수면 시간만큼은 기가 막히게 챙겨서 처음 일주일간은 골치가 아팠다.
어쨌든, 아버지 나름의 위로일 터.
일단은 얌전히 대답했다.
“······네, 그럴게요.”
“슬슬 출발하자. 준비는 다 했지?”
“네,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나가자.”
그렇게 아버지와 함께 집을 나섰다.
어쩌면 앞으로 3년간 지내게 될지도 모르는 학교.
국립 초인 아카데미로.
*
[국립 초인 아카데미]
국립 초인 아카데미는 대한민국에서 명실상부 최고이자, 최대 규모의 초인 육성 기관이다.
동시에 국내에서 유일한 초인 양성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국가의 규모에 따라 아카데미의 수가 결정되는데, 한국은 땅덩어리가 좁아 인천에 단 한 곳만이 존재했다.
그래서일까.
“사람 엄청 많네.”
입학시험이 치러지는 대강당.
시험장의 입구에 몰린 인파부터가 어마어마했다.
최소 수백, 확실치는 않지만 일천도 훌쩍 넘기지 않을까 싶은 수준이었다.
‘물론 이 사람들이 전부 다 합격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대한민국에 초인 아카데미는 단 한 곳뿐이다.
그만큼 매년 어마어마한 숫자의 응시생들이 몰렸다.
당연히 탈락하는 이들도 엄청난 수준이다.
미리 찾아본 바로는 작년 응시생은 대략 2천 명.
입학생은 600명 정도 됐다.
반절이 넘게 아카데미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것이다.
‘살 떨리네.’
그런 감상을 떠올리고 있을 때.
“끝나면 중국집이나 가자꾸나.”
아버지가 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여타 학부모들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
평소와 다름없이 무심한 게 참으로 아버지다운 모습이었다.
“그래요.”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나 또한 평이하게 답했다.
그렇게 평소와 같이 건조한 대화를 마친 후.
“그럼 갔다 올게요.”
나는 인파를 비집고 대강당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상당히 넓네.”
돔 형태의 천장, 커다란 단상과 드넓은 실내까지.
대강당의 내부는 흡사 어느 학교에서나 볼 법한 체육관 같은 광경이었다.
언뜻 평범해 보였으나, 한 가지 확연한 차이가 존재했다.
다름 아닌 시험장의 시설.
정확하게는, 입학시험을 위해 마련된 기구들이 눈에 띄었다.
‘각성 센터에서 본 것 같은데.’
입학시험에는 필기나 면접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핵심은 실기, 스텟 측정이었다.
단상 위에 마련된 기구들은 바로 그 스텟을 측정하기 위해 자리한 듯했다.
기구들을 살피며 휘적휘적 걸어가 도열해 있는 사람들의 뒤에 멈춰 섰다.
‘이게 다 응시생들인가. 어마어마하잖아?’
입구와 마찬가지로 내부 또한 인파가 장난이 아니었다.
무심한 눈길로 한번 슥 훑어보고 있을 때.
“지금부터 제51회 입학시험을 실시한다!”
단상 위에 선 차가운 인상의 교관이 소리쳤다.
그의 외침에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꿀꺽-
이때의 나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지금 막 시작되려는 입학시험.
거기서 내가 과연 어떤 결과를 낼지를 말이다.
다만 나는.
‘제발 3스텟만.’
하늘을 향해 있는 힘껏 3스텟을 구걸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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