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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2화 (2/218)

2 유감이지만, 미구현 특성입니다

2 유감이지만, 미구현 특성입니다

-당신은 각성하셨습니다!

-특성이 발현됩니다!

각성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17살까지 불과 두 달을 앞둔 시점.

16살의 나는 그토록 고대하던 각성을 했다.

“드디어 나도 초인이 될 수 있어.”

각성은 물론, 초인이 갖춰야 할 필수 불가결한 조건인 [특성]까지 발현한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초인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 각성 시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국립 청소년 각성 센터’에서 상담을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

···

···

다음날, 국립 청소년 각성 센터.

“안일한 님? 일단 각성과 특성 발현을 축하드립니다.”

상담 시작과 함께 축하의 말을 건네는 검사관.

나는 자연스럽게 인사를 받아들였다.

각성은 오직 전 인류의 10%에게만 발생했으며, 특성은 그중에서도 대략 5%에게서만 발현된다.

그런 희박한 확률을 뚫었으니, 축하를 받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당연히 아시겠지만, 일단 기본적인 것들부터 설명해 드릴게요.”

“네.”

“특성이 발현됐으니 상태창을 갖고 계실 거예요. 속으로 떠올리면 나타날 거고, 상태창으론 특성과 스킬만 확인이 가능해요. 스텟은 따로 검사를 받으셔야 되고요.”

상태창, 특성, 스킬, 스텟 등.

초인 시대에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각성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때문에 검사관은 빠르게 기본 설명을 마쳤다.

“그럼 먼저 특성부터 이야기를 나눠 볼까요? 상태창을 보는 방법은 아시죠?”

“네.”

“확인 후에 제게 알려주세요.”

그의 말대로 나는 곧장 상태창을 떠올렸다.

그러자 무기질적인 알림과 함께 반투명한 화면이 눈앞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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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특성]

-????의 그림자

현재 비활성화

[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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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떠오른 내용을 그대로 검사관에게 읊어 줬다.

그러자 검사관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의 그림자’요? 현재 비활성화라 적혀있고요?”

“네. 스킬은 공란이에요.”

“스킬은 원래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거니까 각성 초기에는 비어 있는 상태가 정상입니다만······.”

검사관은 말끝을 흐렸다.

잠깐을 침묵하던 그는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유감이지만, 안일한 님은 ‘미구현 특성’인 것 같네요.”

“······미구현 특성이요?”

“네, 특성이 구현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는 특성이란 거죠.”

초인의 초월적인 능력이자, 이능의 원천이 되는 특성을 사용할 수 없다니.

불길한 답변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안 좋은 건가요······?”

검사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안 좋다기보다는, 으음. 일단 설명해 드릴게요.”

“네.”

“보통 특성의 명칭이 명확하다는 건 아시죠? [강력한 힘], [가속], [맹렬한 불꽃]같이.”

“그렇게 알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특성에는 간결한 설명도 붙어 있죠. 신체를 강화한다든지, 마력에 불꽃의 성질을 덧입힌다든지. 사실 그게 특성의 활용 방법이 되거든요.”

확실히 들은 적 있는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검사관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제게는······.”

“없죠, 설명이. 게다가 ‘비활성화’로 적혀 있다고 하셨죠?”

“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미구현 특성’이란 이름이 붙은 거예요.”

말 그대로 구현되지 않아서, 활성화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는 특성.

그래서 미구현 특성이란다.

그밖에도 검사관은 언제, 어떻게 해야 미구현 특성을 활성화되는지.

시점이나 조건을 특정할 수 없다는 점 등, 암울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럼 미구현 특성으로는 초인이 될 수 없나요······?”

“음, 몇 명 있을 거예요. 혹시 [차원의 여행자]라고, 들어 보셨나요?”

차원의 여행자.

기억이 맞다면 미국에서 유명한 S급 초인의 별명이었다.

“제니퍼 퀘이드?”

“맞아요. S급 초인이죠. 제가 알기론 그 사람하고, 한두 명? 정도 있었던 것 같네요, 미구현 특성으로 유명한 초인은.”

“그렇다는 건······.”

살짝 기대감이 생겼다.

하나 이어지는 말에 기대감은 무참하게 무너져내렸다.

“그게 전부예요.”

“네?”

“찾아보면 더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그만큼 소수라는 거죠.”

“아······.”

현역으로 활동하는 수천, 수백만의 초인들 중 몇 명.

그 말은 거의 없다는 뜻과 다르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어깨가 축 쳐졌다.

그런 내 모습이 불쌍했는지, 검사관은 헛기침과 함께 입을 열었다.

“분명 국립 초인 아카데미를 지원한다고 하셨죠?”

“······네.”

“그래도 아카데미 지원 요건은 충족하셨네요. 미구현 특성도 특성 보유자로 인정받거든요.”

“······!”

“그럼 중요한 게 이제 스텟인데, 어디 보자.”

검사관은 책상 위의 서류를 집어 들었다.

상담 이전에 진행했던 [스텟 검사]의 결과표인 듯했다.

“현재 안일한 님의 스텟 검사 결과는······.”

근력 1스텟, 민첩 1스텟, 체력 2스텟, 마력 1스텟.

총합 5스텟.

볼품없는 수치에 검사관은 침음을 흘렸다.

“이대로라면 확실히 입학은 어렵겠네요.”

“······.”

“물론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아직은 단정 지을 수 없는 부분이긴 해요.”

“네?”

“현재 검사로 나온 스텟은 초기 스텟이고, 스텟의 성장 속도나 성장 한계점은 개개인이 다르거든요.”

“그 말씀은······?”

“스텟은 단련으로 성장시킬 수 있고, 그에 관한 자질은 직접 확인해 보기 전까진 모른다는 거죠.”

“······!”

“물론 자질을 파악하려면 단련과 측정을 병행해야 해서 민간인의 신분으로는 파악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요.”

단련을 통해 성장시킬 수 있다.

자질은 확인해 봐야 알 수 있다.

검사관의 말 덕분에 조금이나마 희망이 생겼다.

“그럼 직접 확인해 봐야 하는 거네요.”

“맞아요. 아직 원서 접수 기간이죠?”

“네. 11월 안에만 하면 된다고 들었어요.”

“아카데미 입학시험은 아마 12월 말에 치러질 거예요.”

“그때까지 열심히 하면······.”

“힘내요, 응원할게요.”

검사관은 희미하게 미소와 함께 스텟 검사 서류를 내밀었다.

나는 서류를 받아들고, 정중한 인사와 함께 상담실을 벗어났다.

···

···

···

“······괜한 기대를 심어 줬나? 어차피 의미 없을 텐데.”

상담실에 혼자 남은 검사관이 무표정하게 중얼거렸다.

그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텟의 성장 속도, 성장 한계점 등.

자질은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결국 그것조차도 초기 스텟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이런 상념은 불과 수 초 만에 사라졌다.

“다음 117번 검사자, 상담실로 들여보내 주세요.”

*

“뭐라더냐.”

상담실에서 나온 순간, 익숙한 인영이 나를 맞이했다.

하나뿐인 가족, 아버지였다.

“아버지.”

“가망은 있다던?”

무심한 아버지답게, 질문도 직설적이다.

이미 적응하기도 했고, 나도 비슷한 성격이라 무덤덤하게 답했다.

“일단 특성은 꽝인 것 같아요.”

“그럼 그 뭐시기, 스텟은?”

“지금은 되게 낮은 것 같은데.”

“같은데?”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얼마나 빠르게, 많이 오를지는.”

“흐음.”

아버지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실망한 기색도, 안타까워하는 기색도 아니었다.

다만 나의 어깨를 살짝 두드리며 조용히 말했다.

“초인이 되고 싶지?”

“네.”

“그거 혹시 네 엄마······, 아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언급하려다 말고, 고개를 내저었다.

이내 짤막하게 덧붙였다.

“잘 해봐라.”

“네. 안 되면 캐리어라도 하죠, 뭐.”

캐리어. 흔히 짐꾼이라 불리는 직종이다.

각성은 했지만 특성이 없거나, 초인 아카데미에 진학하기엔 스텟이 부족한 이들이 주로 캐리어를 했다.

초인들에게 다소 무시를 받긴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해서라도 초인 사회에 스며들고 싶었다.

강한 다짐과 함께.

“가자.”

“네, 아버지.”

각성 센터를 뒤로했다.

···

···

···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11월 말.

“······스텟도 꽝인 것 같아요, 아버지.”

“그러냐?”

“네.”

제아무리 평소에 돌부처라 불리는 나조차도 이번만큼은 짙은 실망감을 느꼈다.

각성 센터에 다녀오고 한 달.

하루도 쉬지 않고 운동을 했으나, 아무런 변화도 없었던 것이다.

이상함을 느껴 인터넷을 통해 스텟 단련에 관한 정보들을 찾아본 결과.

-스텟은 전문적인 스텟 단련 기구나 설비의 도움 없이는 성장시키기 힘들다.

-스텟 성장에 관한 자질을 타고났다면 혼자서 단련해도 스텟이 성장한다. 단, 신체의 변화가 체감되는 수준의 자질이어야 한다.

-둘 다 없는 경우, 민간인이 스텟을 단련하려면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 수밖에 없다.

냉정한 현실을 깨닫게 됐다.

편부모 가정인 우리 집은 전문적인 기구나 설비를 이용할 여력도 안 되고.

여태 성장은커녕 변화조차 체감하지 못했으니 자질도 꽝이다.

더욱이 초인 아카데미의 입학시험까지 대략 3주가량 남았으니 시간도 부족하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네.’

말없이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자, 지켜보던 아버지께서 어깨를 두드려 줬다.

“어떻게 할 거냐?”

“그래도 원서는 넣어보려고요. 캐리어를 하더라도 아카데미 출신이 더 유리하니까요.”

“그래. 너무 무리하지 마라.”

그 말을 끝으로 아버지는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섰다.

초인으로 활동하셨던 어머니와는 달리 아버지는 민간인, 택시기사 일을 했다.

그래서 항상 지금처럼 제법 늦은 시간에 출근하셨다.

“잘 다녀오세요, 아버지.”

“오냐.”

무덤덤하게 아버지를 배웅해 드린 후.

나는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걸 지원을 해, 말아.”

지원 마감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일주일.

어쨌든 특성이 발현됐으니, 응시 자체는 가능했다.

하지만 처참한 스텟 때문인지, 선뜻 손이 가질 않았다.

“스텟의 총합이 5스텟밖에 안 되면······.”

초인 아카데미를 비롯한 초인 사회에서는 스텟의 총합에 따라 가치, 등급이 결정된다.

때문에 입학시험의 기준 또한 스텟의 총합이었다.

“초인 아카데미 입학시험의 커트라인이 대략 어느 정도였지.”

바로 검색을 통해 알아봤다.

작년 입시를 기준으로 최하위 커트라인은 스텟의 총합 기준, 대략 8스텟 정도였다.

현재 나의 수준과는 고작 3스텟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고작 3스텟이라. 말이 고작이지.”

한 달이나 단련에 몰두했음에도 도무지 변화가 없다.

그런 내게 3스텟이란 어쩌면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일지도 몰랐다.

냉혹한 현실 때문에 살짝 우울해졌으나.

“밑져야 본전이려나.”

마음을 다잡고 곧바로 원서를 넣었다.

‘남은 기간이 대략 3주 정도니까.’

열심히 해 봐야지.

다짐과 함께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몸을 내던졌다.

‘일단 계획부터 세우고, 정보도 찾고, 운동을······.’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던 중.

“······쿠울.”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

···

···

완전히 곯아떨어진 순간.

-미구현 특성 [????의 그림자]가 활성화됐습니다!

-대상의 무의식 상태를 확인.

-대상의 주도권이 [????의 그림자]에게로 넘어갑니다!

-대상과의 동기화율을 확인.

-현재 동기화율······ [0%]

-동기화율이 전무합니다!

-[????의 그림자]가 극히 제한된 의식의 일부로 행동에 임하게 됩니다!

안일한, 그에게 이변이 일어났다.

-의식에 각인된 [스킬]이 활성화됐습니다!

-동기화율이 전무합니다!

-의식에 각인된 [스킬]의 효율이 대폭 하락합니다!

-스킬 [초진화(SS)]가 [급속 성장(C)]으로 변경됩니다!

-모든 종류의 단련 효과가 4배 상승합니다!

-스킬 [초재생(SS)]가 [급속 회복(C)]으로 변경됩니다!

-모든 종류의 휴식 효과가 4배 상승합니다!

무기질적인 알림 세례.

동시에 그의 감겨 있던 눈꺼풀이 천천히 열렸다.

그 속에는 칠흑 같은 검은자위가 마치 그림자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그렇게 안일한은 부자연스럽게 몸을 일으키고는.

스윽- 스윽- 스윽-

별안간 팔굽혀펴기를 하기 시작했다.

방에 불도 켜지 않고, 기계처럼, 미친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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