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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 보니 전장 한복판-162화 (162/185)

162화

미국, 워싱턴 D.C 펜타곤.

몽타주를 확인한 국방부 장관이 재차 지시를 내렸다.

그림 외에 신원 구별이 가능한 혹은 추정이 가능한 다른 증거를 확보할 것.

확신하지 못하거나 분간이 어려워서 그런 건 아니었다.

보고하기 위해서 그리고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이미 몽타주의 주인공이 지안드로라는 것은 진작부터 확신했었다.

보자마자 깨달은 것이었다.

문제는 그 외에 다른 자료가 있냐는 것일 뿐.

이에 명령을 내리자마자 별들이 뛰어다니기 시작했고, 곳곳에서 벨 소리가 울렸으며, 덩달아 펜타곤도 점점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몽타주를 쥐고 있던 국방부 장관에게 새 보고가 들어왔다.

하나, 고대하고 기다리던 것과는 달랐다.

“지금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하는 소립니까?”

국방부 장관이 보고한 장성을 향해 확인하듯 물었다.

하노이에 위치한 노이바이(Noi Bai) 국제공항의 영상과 출입국 관련 기록이 훼손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당연하게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국가기관에 간섭할 만한 실력을 가진 이들이 있거나, 국가기관이 동조했다는 뜻이니까.

심지어 노먼 존스의 행적을 파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한 일이었다.

어쩌면 베트남도 이번 일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되물은 것이었다.

이에 국방부 장관이 장성을 바라보는 사이, 주춤하면서도 분명한 답이 돌아왔다.

“…그렇습니다, 장관님. NSA에서 2차, 3차로 파악한 결과입니다.”

답을 들은 국방부 장관의 인상이 구겨졌다.

“이 무슨…….”

기밀 유출도 복잡한데, 거기에 외교적인 분쟁까지 얽히고 있었다.

무엇보다 베트남은 몇 해 전부터 급속도로 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한 공산국이었다.

더불어 중국의 턱밑에 있는, 대중국(對中國) 국가 중 하나.

그 생각에 국방부 장관이 탄식을 금치 못하는 사이, 진행 중인 현지 수색 내용이 전달됐다.

“자료가 훼손된 시간을 토대로 현지에 있는 개인 CCTV와 차량용 블랙박스 등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인원이 부족할 텐데, 가능하겠습니까?”

국방부 장관이 바로 물었다.

국가기관 자료를 해킹하거나 파악하는 건 몰라도, 차량 블랙박스는 사람이 직접 뛰어다녀야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손발이 모자랄 터.

보고하던 이도 안다는 듯 형식적인 답을 내놨다.

“현재 최선을 다해서…….”

“CIA하고 협조하십시오. 내가 직접 국장에게 연락해 놓겠습니다.”

그 말에 장성이 주춤했다.

정보기관으로서의 역할이 부딪치는 NSA와 CIA의 관계가 무척이나 나쁘기 때문이었다.

그 이전에도 군인과 요원으로서 사이도 좋지 못했고.

이에 입을 열려는 때였다.

“CIA는…….”

“진행하십시오.”

장성이 무어라 말하려 하자, 국방부 장관이 말을 잘랐다.

지금은 따질 게 없었다.

더군다나 사임하기로 이미 작정하고, 대통령에게도 보고한 상황.

가릴 것도 없었다.

최선을 다해서 이 사태를 수습해야만 했다.

“알겠습니다, 장관님.”

장성이 나가고, 국방부 장관은 바로 인터폰 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자리에 없는, 백악관으로 이동 중인 CIA 국장과 연락하기를 잠시.

완만한 협조 끝에 다행히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

“드디어 얼굴을 드러냈군, 개자식 같으니……!”

국방부 장관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베트남에서 암약 중인 CIA 정보원이 발로 뛰어서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에 지안드로의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기밀을 갖고 도주한 노먼 존스도 마찬가지.

이로써 지안드로가 베트남 하이퐁에 있었다는 증거가 나오고, 두 사람이 접촉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물론 얻은 정보는 거기까지.

지안드로와 관련된 정보는 더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공항 자료가 훼손된 만큼, 지안드로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이퐁에 나타난 것인지 알아내기 어려운 탓이었다.

그나마 추측 가능한 건 항공기를 통해 들어온 시간대가 전부.

국방부 장관에게도 구체적인 보고가 올라왔다.

“해당 시간대에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들어온 항공기는 각각 호치민, 인천, 나리타, 델리, 광저우, 홍콩발 항공기이며, 그중 홍콩은 카트만두에서 출발한 경유지고, 나리타 역시…….”

“그만.”

너무 길어지고 장황해지는 보고에 국방부 장관이 말을 끊었다.

들어온 항공기가 거쳐 온 나라들만 10개가 넘고, 그중 경유한 것도 있어서 당장 지안드로와 관련된 사안을 알아내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이에 바로 용건부터 나왔다.

“과거 행적을 알아보는 데 얼마나 소요될 것 같습니까?”

“CIA의 역할을 고려한다면… 최소 2주일 정도…….”

“2주일?!”

국방부 장관이 고개를 저었다.

NSA가 달라붙어서 개고생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우선순위에서 빼세요, 지금 필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화두를 돌린 그가 얼른 말을 덧달았다.

“과거 행적은 나중으로 미루고, 노먼 존스를 우선으로 삼고, 두 번째로 지안드로 바시카날의 위치 추적에 최선을 다하기 바랍니다.”

정황상 두 사람이 관계됐으니, 둘 중 하나라도 잡아야 했다.

그중 노먼 존스는 기밀 유출의 당사자로 그리고 지안드로는 배후나 브로커로 활약했을 터.

국방부 장관이 나가려던 장성을 붙잡고 물었다.

“가용 가능한 자원은 다 쓰고 있습니까? 칼빈슨호(USS Carl Vinson)는?”

“아… 명목은…….”

장성이 움찔하며 되물었다.

칼빈슨호는 그냥 군함이 아니라, 태평양 함대의 주력인 항공모함이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주로 대중국용으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 배정된 상태.

장성이 묻고, 국방부 장관이 짧게 답했다.

“위장하세요, 친선 활동이든, 단순 기항이든. 대통령께는 내가 보고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장관님.”

그렇게 장성이 물러가고 난 뒤.

식은 커피를 들이켠 국방부 장관이 바로 전화를 들었다.

먼저 대통령.

관련 내용을 구두로 보고하려는 것이었고, 몇 분 만에 통화를 마친 그가 이번에는 다른 번호를 눌렀다.

기밀 유출이라는 사건에 밀려서 크게 신경 쓰지 못하는 사람을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바로 강태.

다크웹상에 공개 수배가 내려져서 위험한 상황이라 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에 연락 장교인 필립에게 바로 전화해서 상황을 물은 뒤.

중요한 내용을 전달했다.

대외협력국이 추적 중인 지안드로가 베트남에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말을 덧붙였다.

반드시 안전하게 귀국해야 한다고, 공개 수배가 내려갈 때까지 스페셜포스와 동행하며, 안전 지역에서 대기해야 한다고.

- 명심하겠습니다, 장관님!

군기 든 필립의 말 뒤로 국방부 장관이 NSA에 바로 연락해서 다크웹에 내려진 수배령에 대해 물었다.

군사기밀 유출도 당장 처리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이지만, 강태를 향한 총구를 치우는 것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된 추가 정보가 있는지 묻고 답을 들을 때였다.

끝에 당황스러운 단어가 섞여 있었다.

- 현재 수배 글을 토대로 계속해서 연락을 시도하고 접촉 중인데, 대략적인 위치는 베트남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베트남?!”

국방부 장관이 멈칫하며 되묻자, 설명이 덧붙었다.

- 네, 하지만 그것도 확실하진 않습니다. 통신 중계기를 사용했거나 고전적인 수법으로 핸드폰을 연결했을 가능성도 있고…….

“베트남 어느 도시입니까?”

- 범위가 광범위해서 확실하지 않지만, 하노이나 하이퐁이라는 도시 내로 파악됩니다.

“……!”

국방부 장관이 주춤하고 말았다.

베트남, 그중에서도 하이퐁이라는 단어가 또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우연인가……?’

스스로에게 묻던 국방부 장관이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확실한 증거를 바라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우연을 믿는 사람은 아니었다.

추론하고, 추측할 줄 아는 이였다.

그런 면에서 베트남 하이퐁은 노먼 존스가 도주한 지역이면서, 동시에 지안드로가 나타났고, 또한 두 사람이 접선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었다.

한데 거기서 게시글까지 올라온 상황.

“만약 수배령 게시자가 베트남 하이퐁에 있다고 가정한다면… 추적이 얼마나 가능하겠습니까?”

- 확인해 봐야 되겠습니다만, 현지 요원들이 움직여야 합니다. 근데 거기는 지금 노먼 존스와 지안드로가 있는 지역인데… 설마 그자들이 게시글을 올렸다고 보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가능합니다.”

국방부 장관이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대외협력국 내부 일이라 정확히는 모르지만, 지안드로는 강태가 쫓는 요인이었다.

분명 역으로 공격할 이유는 충분할 터.

이에 답을 주자마자, 수화기 너머에서 곧 단단한 답이 넘어왔다.

- 가용 가능한 인력과 자원이 충분하다면… 이틀 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지원할 테니 빨리 움직이기 바랍니다.”

그렇게 통화를 종료한 직후.

비서가 바로 걸려 온 전화를 하나 연결해 줬다.

“후…….”

지친 국방부 장관이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전화를 받으려다가 멈칫했다.

전화를 건 사람이 대외협력국 국장 로버트였기 때문이었다.

이에 전화를 받던 국방부 장관이 곧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가 전화를 건 용건이 그저 강태와 관련된 다크웹의 공개 수배 때문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 장관님, 베트남에서 지안드로 바시카날이 목격됐다는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게… 거기까지 넘어갔습니까?”

- 저희 역시 CIA와 업무 협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련 정보는 열람 불가능한 등급이 아니면 저 역시 파악할 수 있지요.

“그렇군요. 안 그래도 나 역시 전화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 그럼 그자가 누군지도 정확하게 알고 계십니까?

“당신이 쫓는 사람인 건 압니다.”

- 그렇습니다. 그러니 저희 팀을 그곳으로 보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장관님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팀에 수배가 내려지지 않았습니까?”

- 압니다. 팀은 현재 브라질에 있다고 알려졌죠. 각자 본명으로.

그 말에 국방부 장관의 눈이 빛났다.

현재 위치와 이름을 언급한 건, 팀을 흑색 요원처럼 변장시키겠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신분과 이름으로.

이는 대외협력국이 여태 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그래서 강태는 신분이 명확한, 미국 기관과 관련이 없는 평범한 용병이기도 했고.

이에 국방부 장관이 물었다.

“그를 위장시키겠다는 겁니까? 안 그랬던 걸로 아는데……?”

-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안드로 바시카날은… 리가 더 잡고 싶어 하는 인물입니다. 그의 이름도 리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리가……?”

- 세르게이 볼코프가 죽어 가면서 말한 이름 중에 하나입니다.

“아… 그 테러리스트……!”

국방부 장관의 미간이 좁혀지면서, 입 밖으로 옅은 탄식이 나왔다.

이제야 퍼즐이 맞춰진다는 생각이 들 무렵.

- 관련해서 TF 구성을 건의하겠습니다. 장관님께서도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그가 리를 죽이려는 정황 역시 확실하겠군요.”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되묻는 로버트에게 다크웹에 올라온 게시글과 업로드한 인물의 위치 정보를 알렸고, 동시에 흥분이 담긴 답이 돌아왔다.

- 이런 미친… 그놈이군요.

“역시 맞군요. 그럼 TF 구성 보고하고, 다시 연락합니다.”

그렇게 국방부 장관이 전화를 끊다가 고개를 기울였다.

설명만 들으면, 강태는 수배가 내려진 상황에서도 테러리스트를 먼저 죽이려 했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리는 정말로 테러리스트를 박멸하기 위해 태어나기라도 했단 말인가? 영화 속의 정의롭고 고결한 캡틴 아메리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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