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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 보니 전장 한복판-112화 (112/185)

112화

작전지역 인근에 차량을 은닉하고, 하차해서 곧장 총기와 필수 장비부터 착용했다.

소음기를 결합한 MP7과 글록19, 방탄 헬멧과 플레이트 캐리어 등등.

청바지에 흰 셔츠 차림이 걸렸으나, 갈아입을 옷까지 준비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

차량에 구비된 걸칠 만한 물건은 보온용 은박 담요뿐.

이에 어쩔 수 없이 청바지 위로 평소 사용하던 무릎 보호대를 감을 때였다.

부우웅―

차량 한 대가 이쪽으로 들어왔다.

바로 폭스트롯 2, 6으로 명명된 마커스와 해리였다.

두 사람이 무장을 챙기면서 내렸고, 개중 해리가 MP7의 슬라이드식 개머리판을 당기며 말을 붙여 왔다.

“선배님, 혹시 특이 사항 있습니까? 아니면 주변 안전이나…….”

“아직 없어.”

“그럼 작전은 여전히 유효합니까?”

그 말에 피식 웃고 말았다.

지난 4주 동안 숙식을 함께하면서 후임 역할을 자처하더니, 나를 상관으로 아는 모양이었다.

착용한 장비를 전부 재확인하면서 짧게 답해 주었다.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는데… 그건 제이크 오면 물어봐, 그 양반이 팀장이니까.”

“아… 네, 알겠습니다.”

해리도 그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폭스트롯 1, 4번인 제이크와 호세가 등장했다.

이미 오는 길에 착용을 마쳤는지, 무장한 상태로 내린 호세가 탄식부터 흘려 댔다.

“이런 멋진 건물에서 작전을 해야 한다니. 가족 여행을 와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만한 공간인데 말이야. 안 그래, 마커스?”

“방금까지 배에 있었다고 여유라도 부리는 건가? 그 지퍼부터 올리지 그래?”

“무슨… 아, 이런.”

마커스가 말을 받고, 호세가 급히 손을 놀릴 무렵.

제이크가 우리를 불러 모았다.

“전원 주목.”

그의 걸걸하고도 묵직한 음성에 가까이 다가서자, 몇 가지 정보가 전달됐다.

경호 인력이 최소 20명보다 많고, 몇 명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 그리고 해당 건물이 중세 시절의 교회였고, 관련 기관 어디에도 파일로 저장된 설계 도면 따위가 없다는 것 등등.

영 안 좋은 것들이 많았는데, 그나마 다행인 사실도 있었다.

“위성 파악 결과, 인근에 민가가 없고, 인적도 드물다더군. 웬만한 총성이나 폭발이 아니고서야 어느 정도 소란은 허락될 거야.”

또한 해가 지고 있어서 은폐하기도 수월했는데, 침투할 건물의 전기 시설도 외부에 있어서 전력 차단도 가능하다고 했었다.

단점은 타깃이 외부인과 접촉 중이므로 오래 기다릴 수 없고, 최대한 빨리 침투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당연하게도 우리로서는 다소 마뜩잖은 결론이었다.

경계 중인 용병을 한 명이라도 줄이고 피곤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른 밤중에는 모든 게 정상적이기 때문이었다.

즉, 멀쩡한 그리고 더 많은 적을 상대해야 한다는 소리.

그러나 우리를 모은 제이크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레이첼에게 드론 운용을 지시하고서는 구체적인 작전을 논의했다.

침투 방법, 방향, 시기 등등.

낯선 유형의 건물에서 벌어지는 전투였으나, 다들 베테랑답게 필요한 것들만 집어내면서 금세 결론을 도출해 냈다.

‘라레플 주조연들답다, 역시…….’

곧 돌입할 건물은 잘은 모르지만, 우리 팀만큼은 믿을 만했다.

실력이든, 짬이든.

이윽고 제이크가 매듭짓는 작전 내용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용은 제법 많으나, 과정과 결과는 간단했다.

월담 및 침투, 섬멸과 진압.

거기에 추가로 붙는 교전 수칙은 그 무엇보다 명확했다.

“선제 사격을 포함한 모든 발포를 허용하나, 자살이나 자폭은 허가받아서 진행하도록.”

마지막에 붙는 말이 섬찟했으나, 따로 대꾸할 만한 말은 없었다.

그저 알겠다고 하고 움직일 뿐.

침투 전 건물 인근의 마지막 집결지에 도착하자,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운 제이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전 3분 전.”

그 말에 한숨을 내쉴 무렵, 무전 확인을 요하는 레이첼의 음성이 들려왔다.

- 폭스트롯 3, 감도 확인 바람.

“폭스트롯 3 양호.”

답하면서 레이첼이 있는 쪽을 바라봤는데, 진작부터 기도비닉 중이었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비트를 파고 들어가서 은폐를 마무리했을 터.

‘역시…….’

빠르고도 완벽한 모습에 감탄하는 사이, 제이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투경을 내려 쓰고, 덩치에 비해 너무나도 작은 MP7을 두 손으로 파지하고 천천히 전진하는 것이었다.

그다음은 나, 뒤로는 해리와 호세, 마커스까지 나란히 선 모양으로 나아갔다.

어려울 건 없었다.

진작 드론이 작전지역과 인근을 싹 다 훑어서 위험 요소가 없다고 판별했고, 진행하면서도 육안으로 주변을 모두 확인한 덕분이었다.

그리고 CIA에서 빌려줬다는 제법 큼직한 총기가 들려 나왔다.

해리가 계속 매고 왔던 물건 중 하나.

전자기 충격파 발사기기였다.

쉽게 말해 EMP 총이라고 보면 됐고, 그 이름에 맞게 사용 목적이나 용도 역시 간단했다.

발사 범위 내 전자기기 무력화.

우리는 월담 지역의 카메라 1개를 고장 내고, 안으로 들어가 차단기를 아예 내려 버릴 요량이었다.

“준비해.”

제이크가 말하고, 해리가 EMP 총을 꺼내어 겨눈 뒤.

시선을 교환할 무렵, 신호가 떨어졌다.

“뛰어.”

그 외에 전자기 충격파의 소리가 따로 나지 않았지만, 지시한 대로 있는 일단 목적지인 담벼락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깍지 낀 제이크의 손을 밟고 담을 넘어갔다.

부웅―

잠깐을 체공한 뒤.

턱, 착지와 함께 빠르게 MP7을 파지해서 주변 경계에 들어갔다.

동시에 마커스, 호세, 해리까지 날아왔다.

이어서 거대한 손이 창살을 움켜쥐더니, 담장을 천천히 기어 올라와서 넘어왔다.

마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오르는 킹콩 같은 모습.

감탄을 삼키는 사이, 제이크까지 넘어왔다.

쿠웅.

제법 묵직한 소리가 울렸는데, 그나마 새벽이 아닌 이른 밤이라 소리가 덜 퍼져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움직이려던 찰나.

- 뒷문 개방 됐고, 열 반응 감지됨. 주의 요망.

언급된 뒷문은 건물 코너를 돌아서 있는 조그만 철문을 말하는 거였는데, 원래는 이 시점에 닫혀 있어야만 했다.

규칙적인 순찰 시간과 교대 시간에만 열리는 거였으니까.

내가 몸을 돌릴 무렵, 적이 등장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제이크가 기다렸다는 듯 대검을 날렸다.

휘익―!

진작부터 주시한 모양이었다.

쏘아지듯 날아간 대검이 아주 깨끗하고도 완벽하게 박혔다.

푹!

그리고 적이 휘청하며 총을 잡은 순간.

쏴야 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해리가 먼저 뛰어가고 있었다.

대검을 빼든 채.

정말 순식간에 뛰어간 그가 적의 복부쪽으로 날을 세워 찔러 넣었다.

과감하고 확실한 움직임.

내가 MP7을 들고 조준하며 바라보는 사이, 해리는 쓰러지는 적을 붙잡고 천천히 눕혀서 소음의 여지를 아예 없애 버렸다.

아주 좋은 모습이었다.

‘자식… 4주간 함께한 보람이 있네.’

감탄하는 사이, 헤드셋을 통해 제이크의 음성이 나직하게 들려왔다.

- 적 사살했으니, 최대한 빨리 진입한다. 2팀 먼저 올라가고, 1팀은 바로 제어기 차단하러 이동한다. 각자 위치로.

방금 말한 2팀과 1팀은 방금 작전을 수립하면서 급조한 팀이었고, 그중 전략 병기로 평가받는 나는 1팀에 소속되어 있었다.

제어기 차단 같은 임무가 있긴 하지만, 그것 때문만이 아니었다.

1층에 타깃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고, 또한 건물 구조상 적들도 2층보다 1층에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최소 10여명 이상, 재수 없으면 20~30명일 수도 있었다.

최악이면 40명 즈음.

반면에 2층은 많아야 10여 명으로 추산하는 상황.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1팀에 나뿐만 아니라, 제이크, 의무 전문인 해리까지 배속될 수밖에 없었다.

2팀은 부팀장인 마커스와 호세였고.

단 두 사람만 올라간다는 사실이 다소 염려가 됐으나, 어쩔 수 없었다.

타깃과 외부인이 접촉하는 현 상황에서 1, 2층 동시 진입 후 신속한 제압과 점거가 우선시됐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실내에서는 공격 루트가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에 나뉘어져도 충분했고.

그사이, 새 무전이 들려왔다.

- 2팀, 발코니로 올라가겠음.

이동하다가 슬쩍 돌아보자, 마커스가 어느새 어깨를 밟고 2층 발코니로 올라가고 있었다.

역시나 신속하고 주저함 없는 움직임.

그리고 우리 1팀 역시 외부 차단기로 빠르게 이동했다.

전기를 내리는 건 쉬웠다.

순찰하던 이를 방금 제거했고, 감시 카메라마저 먹통이었으며, 가장 중요한 제어함의 뚜껑은 제이크가 힘으로 열었기 때문이었다.

꽈지직.

알루미늄 경첩이 우그러지며 소음을 냈으나, 그것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이제부터 속도전이었다.

- 차단기 내리겠음.

짧은 말 뒤로 순식간에 암흑이 찾아왔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었다.

“뒷문으로 가겠음.”

짧게 말하면서 이동했고, 제이크와 고갯짓으로 신호를 주고 받으며 빠르게 들어갔다.

나는 직선 방향, 제이크가 측면.

적이 없음을 깨달으며, 입구 쪽을 겨누는데 제이크의 총이 먼저 반응했다.

투두두두두두두두두!

시작부터 소음이 너무 많이 들려왔는데,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탄이 작아서 그랬다.

MP7에 들어가는 4.6×30㎜의 작은 탄은 탄속이 빨라 관통력이 좋은데 반해, 탄환이 작은 만큼 대인 저지력이 약했다.

제이크에게 듣기로는 수십 발을 맞고도 반격하는 탈레반이 있다고 했었다.

그래서 꽤 많이 쏴야 하는데, 나는 아니었다.

투두두!

세 발로 다가오던 적 하나를 그대로 골로 보냈다.

가슴 2발, 머리 1발.

따지자면 이미 가슴에 쏜 2발이 심장에 충격을 주면서 무력화시킨 것 같았으나, 역시나 확실한 건 머리였다.

확인 사살도 필요 없었다.

헬멧은커녕, 모자도 쓰지 않은 덕분에 탄이 그대로 머리를 뚫은 것이었다.

이자만이 아니었다.

방탄 헬멧을 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직 우리 G&G Corp TF뿐.

‘이딴 식이면… 30~40명도 의미 없지.’

번거롭긴 하지만, 충분히 할 만했다.

야외에서 하는 전투라면 몰라도, 여긴 벽과 천장이 있는 실내 CQB(Close Quarter Battle)현장이었으니까.

내가 죽을 리는 없었다.

아니, 단 한 발의 탄도 맞아 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얼마 전에 델타와 교전하면서도 배운 게 제법 많았고, 4주간 휴가를 사칭한 훈련을 빡세게 한 덕분이었다.

“제가 앞장섭니다. 커버만 잘 부탁합니다.”

말하면서 나아갔고, 계속해서 격발했다.

투두두두! 투두두!

문제는 적들이 기다렸다는 듯 반격해 왔고, 그 숫자가 꽤 많다는 사실.

심지어 정원에 있던 초병들까지 들어오고 있었다.

그래도 무섭진 않았다.

실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내 뒤에 두 명이나 더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괴물과 차기 괴물로 키울 똘똘한 후임.

“재장전!”

탄창을 갈면서 외치면 제이크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고, 후방에서는 해리가 빡세게 경계를 해 주었다.

내 손에 20여 명은 순식간에 죽어 나간 듯했다.

평소처럼 세지도 못했다.

숫자가 많기도 했거니와, 일일이 셀 만큼 여유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연달아 달려들고 있었다.

마치 긴박한 좀비 영화를 흉내 내듯.

그럼에도 10년은 넘은 듯한 완벽한 호흡에 절로 웃음이 나고 있었다.

물론 마냥 쉬운 건 아니었다.

후문으로 들어가 주방을 거쳐, 복도 끄트머리에서 거실로 진입하며 교전하던 순간.

- 건물 서쪽 유리창, 외부에서 적 2명 진입!

그 말이 있고 나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니, 베란다 유리가 박살 나는 소리가 확 끼쳐 들어왔다.

와장창! 쨍그랑―

제이크가 봐주면 좋겠으나, 그는 복도 벽 반대편에서 다른 적을 쏘고 있던 상황이었다.

즉, 방법은 하나뿐.

내가 죽여야 했는데, 그렇다고 마주한 적들을 향한 견제사를 멈출 생각은 없었다.

방금 머리를 감췄으니, 사격을 멈추면 응사할 터.

이에 수직 손잡이를 잡고 있던 왼손을 내린 뒤, 손목을 틀어 허리춤의 글록19를 뽑았다.

그리고 글록19를 왼쪽으로 쭉 뻗듯 겨누었다.

이어서 그 방향을 쳐다보자, 오른손에 들린 MP7이 명사수 효과가 풀리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신 내가 쳐다 본 왼손의 글록19가 정확히 한 점으로 고정되었다.

유리를 깨고, 총을 겨누며 다가오던 적의 미간.

텅! 터엉―!

격발은 연속으로 이뤄졌다.

쏘자마자 한 명을 더 맞혔고, 두 명의 머리통이 일시에 뒤로 꺾였다.

마침 달려오면서 방아쇠를 당기던 모양인지, 격발되며 탄이 연사로 날아왔으나 내 근처에도 닿지 못했다.

석벽과 천장을 맞힐 뿐.

그럼에도 혹시 모를 측면의 후속 공격을 피해 반걸음을 뒤로 물러나면서 다시 전방을 바라봤다.

그러자 오른손 총구가 특성의 힘으로 고정되듯 멈추었고, 그 틈에 머리를 내밀던 적의 이마에 그대로 구멍을 뚫었다.

투두두두!

순식간이었다.

어느새 맞은편의 제이크가 내 사각지대에 있던 적까지 사살하면서 거실 정리를 마쳤다.

이제 1층에 남아 있는 건 닫혀 있는 방문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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