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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 보니 전장 한복판-80화 (80/185)

80화

주춤했던 애덤은 제24특수전술대대의 현역 대원으로서 빠르게 지시했다.

남은 격실 수색과 아군 확인 및 응급처치.

지휘에 따라 제이크, 강태를 비롯한 팀원들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한데, 정작 명령을 내린 애덤은 움직이면서도 조금 전의 상황을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아니, 그때의 장면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맥박도 여전히 가쁘게 뛰었고, 감정 역시 형언할 수 없이 복잡했다.

15년이 넘는 그의 군 복무 기간 중에서 처음으로 겪는 그리고 앞으로도 볼 수 없을 것 같은 충격적인 광경이어서 그랬다.

‘인질범을 쏜 것도 말이 안 되지만… 이어서 옆에 있던 놈까지 사살했어.’

그렇게 시신으로 다가간 애덤의 입이 벌어졌다.

“아…….”

이제야 정확하게 보였다.

유일하게 노출했던 신체 부위인 오른쪽 눈알이 정확하게 뚫린 것이었다.

‘눈만 보였는데… 그 눈만 쐈다고……?’

시도할 순 있지만, 방금과 같은 순간에는 불가능했다.

숙련된 저격수가 총기를 고정하고, 호흡마저 조심하면서 쏴야 했다.

탄환이 1~2㎝만 안쪽으로 향해도 아군의 승모근이 터져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게도 서서쏴 자세로 쏠 표적이 아니었다.

이에 눈을 끔뻑거리면서 시신을 보던 애덤이 옆에 누워 있는 라틴계 시체도 확인했다.

이마에 구멍이 나고, 뒤통수로 뇌수가 흘러나오는 모습.

“…….”

이제는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연달아서……? 이게 가능하다고……?’

애덤이 들었던 총성을 따져 보면, 두 발의 총알은 거의 틈 없이 격발됐었다.

흡사 연사, 아니면 속사처럼 느껴질 정도로 빨랐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속도와 정확도.

그사이, 마찬가지로 현장을 본 직속 부하 한 명이 움찔하면서 입을 열었다.

“이거… 어떻게 된 겁니까?”

그만이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모두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창가에서 응사하고, 붕괴된 정문 쪽을 경계하는 이들도 귀를 기울였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모두가 베테랑인 만큼 소리와 결과만으로도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묻는 것이었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상황.

이어진 애덤의 대답도 받아들일 만한 게 아니었다.

“시에라 4가 여기 둘을, 내가 저쪽 인원을 사살했어.”

“…….”

당연하고 간단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설명에 대꾸조차 못 하고 쳐다만 볼 무렵.

부상을 입었던 ISA 요원이 입을 열었다.

“…설마 그 용병인가?”

중얼거린 그가 말을 덧붙였다.

“각국 정보기관에서 용병 한 명을 눈독 들인다는 소문이 있는데…….”

“소문? 그게 저 시에라 4라고?”

누군가가 강태를 지목하며 뱉는 말에 애덤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긍하는 것이었다.

그라면 충분히 탐낼 만했다.

눈으로 봐도 믿기지 않는 사격술을 코앞에서 선보였으니까.

그와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자, 탄창을 갈아 끼우고 약실을 확인하던 강태가 고개를 들었다.

“……?”

이어서 의아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이들을 훑을 무렵.

투다다다다당!

피융―! 팍!

총성과 함께 안으로 도비탄 같은 게 튀어 들어왔다.

그게 아니어도 바깥에서는 계속해서 총성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늘로 쏘는 행위부터 단순 위협, 조준 사격까지.

휙, 반걸음을 빠진 강태가 말했다.

“퇴출이나 하죠.”

그 말에 제이크도 기다렸다는 듯 입을 뗐다.

“환자들은 내가 데려가지.”

“…둘 다?”

“그래, 두 명을 들것으로 이송하긴 어렵지 않겠나?”

그 말대로였다.

들것 하나당 팀원 2명씩 붙는다고 치면, 총 4명이 빠져야 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ISA 소속 대원 1명은 오른손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지혈대까지 찬 상황이라서 제 몫을 하기 어려운 상황.

즉, 팀 1개가 통째로 환자 이송에 필요하다는 소리였다.

한데 제이크가 혼자서 팀 1개 분량을 온전히 감당하겠다고 선언한 상황.

“그래, 당신이라면…….”

애덤은 그렇게 넘겼다.

다른 누군가가 한 소리면 닥치라고 하겠지만, 제이크는 다르기 때문이었다.

충분히 가능했다.

키나 몸무게가 거인이라고 해도 될 만한 사이즈고, 가진 힘도 마찬가지로 거인처럼 강력한 사람이었으니까.

애덤도 제이크와 훈련이나 작전을 함께해 봐서 잘 알았다.

몰라도 알 수밖에 없었다.

험비를 맨손으로 끌었다는 얘기나 방탄차를 뚫고 찢었다는 다소 허황된 소문까지 나돌았기 때문이었다.

델타가 아닌데도, 여러 특수부대에서 자자할 정도.

이에 애덤이 가벼운 말로 수긍하고, 빠르게 작전 상황부터 논했다.

“그럼 시에라 나머지 인원은 대기 중이라고 했지? 어느 곳에 위치했나?”

“약 80야드(73M) 거리고… 지도상 이쪽이야.”

제이크가 바로 내비게이션 보드를 펼치며 짚었다.

애덤이 해당 위치를 확인하고서, 엄지와 검지로 맵을 넓혔다가 좁히기를 잠시.

“…퇴출로는 이쪽 방면으로 정하는 게 좋겠어. 시에라 팀원들도 우리 쪽으로 접근해서 수류탄과 집중 사격으로 퇴로 확보 지시하고, 틈이 생겼을 때 교차 사격 주의하면서 이동하는 게… 아무래도 현 상황에서는 가장 적합하겠군.”

애덤이 신속하게 결론을 내놓고, 제이크 역시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일 무렵.

“그리고…….”

말이 아직 안 끝났다는 듯 애덤이 목소리를 냈다.

이어서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붕괴된 정문 방향을 경계 중인 강태.

곧 주춤했던 입을 뗐다.

“…시에라 4.”

“예.”

애덤이 부르고 강태가 대답한 뒤.

다시금 반 박자 늦는, 멈칫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당신이 선두에 섰으면 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명령보다는 권유에 가까운 말이 나오고, 애덤이 내심 긴장할 무렵.

“예, 갑시다.”

강태가 천연하게 대답했다.

반항이나 거절할 기색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말투였다.

애초에 그럴 마음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강태도 애덤의 태도가 썩 안 좋다는 걸 잘 알고는 있었지만, 반감을 크게 느낀 건 아니었다.

그러려니 했었다.

자존심 센 특수부대원들 사이에서 이만한 알력은 별것도 아니었으니까.

또한 특전사 시절에도 여러 번 느껴 봤었다.

상급자 역할을 하는 국정원이나 미 스페셜포스 중에서도 유독 오만한 대원들이 그랬었고.

그사이, 답을 들은 애덤이 마지막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그럼 러셀, 당신이 환자를 맡아서 대열 중간에 위치하고, 예정대로 시에라 4, 당신은…….”

말하던 애덤이 잠깐 말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미안합니다. 첫인사할 때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름이 뭐라고 했었습니까?”

어느새 정중해진 어투가 나오자, 강태가 쓴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이강태인데, 그냥 ‘리’라고 하는 게 편할 겁니다.”

* * *

콰앙! 콰아앙―!

투두두두두두두두두두―!

폭음과 함께 연발로 쏴 대는 총성이 사방을 채웠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민병대가 피를 뿌리며 쓰러지거나 바퀴벌레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순식간이었다.

창틈으로 내다보기를 잠시, 타이밍에 맞춰서 빠르게 문을 박차고 나갔다.

쾅!

동시에 견착과 함께 시야에 들어온 민병대를 마저 사살했다.

터더더텅!

몇 걸음 걷는 사이에 넷을 사살했고, 다시 지면을 밟고 나아가면서 방아쇠를 당겼다.

터엉-!

건물 틈에서 눈치 보며 나오려던 적을 한 명 쓰러트렸다.

이후로도 보이는 적은 다 쐈다.

그게 내가 할 일이었다.

퇴로를 가로막는 모든 것을 사살하면서 전진하는 것.

그 외에 환자 이송이나 대기하던 팀원과의 합류, 교차 사격 주의 같은 건 사전에 얘기를 끝내서 고려할 게 없었다.

거기다 좌우 측면과 후방 모두 1티어 현역 대원들이 완벽하게 커버하고 있고, 고고도 무인정찰기가 계속해서 실시간으로 무전 중인 상황.

이 정도면 임무 수행에 더할 나위가 없는 환경이었다.

-약 13미터 앞, 9시 방향 골목에 적 2명 확인.

지금 나온 무전도 마찬가지.

텅! 터엉-!

지상 조종사가 말해 준 방향의 민병대 둘을 깔끔하게 보냈다.

무전이 없어도 당했을 것 같진 않지만, 확실히 있는 게 여러모로 편리했다.

더구나 날 담당하듯 도와주고 있었고.

그렇게 정면만 보고 달리고, 마을 외곽의 풀숲으로 진입할 즈음이었다.

헤드셋 안으로 급한 무전이 들어왔다.

-시에라 4, 잠깐 대기! 후방 지원 가능한지?!

이에 나도 황급히 돌아보면서 깨달았다.

내가 상당히 빨리 왔음을.

대열이 크게 벌어진 건 아니었다. 내가 틈틈이 뒤를 확인하면서 이동했으니까.

그러나 차이가 없진 않았기에 얼른 답했다.

“우회해서 돕겠음. 옵저버, 보조 가능한지?”

-옵저버, 수신 양호.

지상 조종사로부터 든든한 대답을 들으면서 움직였고, 아까보다 더 빠르게 이동했다.

구보하는 것 이상으로 뛰면서.

마음 같아서는 어제의 작전처럼 지휘관 한 명을 사살해서 밀집한 병력을 와해시키고 싶었으나, 그건 썩 어려운 일이었다.

이 마을 민병대는 광산의 반군인 M23과는 성격이 달랐기 때문이다.

애초에 퇴각 목적이 아니라 그런지 사기도 더 높은 편이었고, 간부급 지휘관도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이나 있었다.

아마 이들로부터 승리를 거두려면, 소수만 남을 때까지 전투를 치러야 할 것으로 보였다.

당연하게도 많이 어려운 일이었다.

머릿수가 너무 많아서 탄이 부족할 것 같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군이 희생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들이 아니어도, 내 몸 어딘가에 눈먼 총알이 박힐지도 모를 일.

애초에 내 특성이 무적하고는 거리가 먼 탓이었다.

능력이 초인적이긴 해도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거나 막을 순 없었으니까.

더구나 이제는 앞날도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지시에 따라 충실히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퇴출하라면 하고, 지원해 달라면 지원해 주고.

그렇게 달려갈 때였다.

-적 RPG 발견!

위험한 말까지 들려왔다.

동시에 지상 조종사가 상공에서 확인한 RPG 사수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3시 방향! 20미터 지점!

이제는 거의 전속력으로 뛰고 있었다.

명사수 특성마저 온전히 발휘되기 어려울 정도로.

그 결과가 금세 눈앞에 드러났다.

텅! 텅! 텅! 텅! 텅! 텅! 텅!

여러 발을 쐈는데 발사한 탄의 절반만 맞힌 것이다.

그것도 머리나 가슴 한가운데가 아니라, 상반신에 적당히 박혔다.

전력 질주하듯 달려 대서 총구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린 탓인데, 이것도 나쁜 건 아니었다. 흔들린 것에 비하면 명중률이 상당했으니까.

결론적으로 탄을 두 배로 소모하면 될 일이었다.

탁, 철컥.

탄창을 빠르게 교환하는 사이.

마침내 내 시야에 목표로 삼았던 적이 들어왔다.

골목에 숨은 RPG-7 사수.

“……!”

후미를 겨누려던 그가 날 쳐다봤고, 동시에 놀란 듯 내 쪽으로 몸을 돌리려던 순간.

터엉-!

먼저 격발했다.

사수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면서 동시에 RPG-7이 발사됐다.

파앙! 푸슈우우―

로켓탄이 마치 하늘로 쏘아진 폭죽처럼 고각으로 솟아올랐다.

그걸 잠깐 확인하고서 짧게 무전했다.

“RPG 제거 완료.”

-시에라 4! 후미 지원은?!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나온 말에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어느새 내가 선두와 후미를 다 맡게 된 탓이었다.

물론 거절할 마음은 없었다.

제이크가 의식을 잃은 팀원과 인질을 좌우 어깨에 싣고서 뛰어다니는 상황이고, 대열에 마커스, 호세, 레이첼이 다 있을 테니까.

그들의 뒤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야 했다.

또한 그들이 아니더라도, 애덤이든, 다른 누구든 간에 다치거나 죽는 걸 바라지 않았다.

자애나 박애 같은 건 아니었다.

알력 다툼이 좀 있다고 한들, 결국에는 다 아군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들 필요할 자원이기도 했고.

이에 늦기 전에 무전했다.

“골프 1, 여기는 시에라 4. 현 시간부로 후미 지원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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