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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 보니 전장 한복판-67화 (67/185)

67화

-여기는 찰리 셋. 인계 철선 총 2줄, 조명지뢰 2발 확인. 벽 가까이 붙어서 내려오고 착지 시 주의 바람.

먼저 담벼락을 넘어간 강태의 무전이 전파됐다.

기다리고 있던 찰리 팀 부팀장, 마커스가 담을 뛰어넘어 갔고, 차례로 호세, 제이크 그리고 안드레이와 델타 팀원도 모두 진입했다.

인계 철선 근처에 무릎앉아 자세로 대기하던 강태 옆으로 제이크가 붙었다.

강태가 그랬듯 제이크의 눈에도 힘이 들어갔다.

설치된 2개의 인계 철선은 모두 우거진 잡초 속에 팽팽하게 잘 설치되어 있었고, 그 위치 또한 침입자의 이동 경로에 딱 알맞았다.

제이크도 강태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훈련받은 놈들이군.”

동시에 그의 음성이 각자의 헤드셋으로 전파됐다.

-여기는 찰리 하나, 적이 훈련받았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임. 다들 집중하도록.

이어서 제이크는 시선을 들어서 건물을 바라봤다.

따로 전기선은 없는 모습.

“찰리 다섯, 외부 전기선 보이는지 확인 바람.”

-여기는 찰리 다섯, 확인되는 외부 전기선 없으며 건물 반대편에 빈 것으로 추측되는 연료통 확인됨.

연료통이 있다는 건, 전기를 끌어오지 못하는 몇몇 산간 저택이 그러듯 개인 발전기를 돌린다는 뜻이었다.

이 집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었고, 외부에서는 따로 발전기를 차단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부에서도 발전기가 가동되는 엔진음이 들리지 않으니, 이미 꺼져 있다고 봐야 했다.

‘잠입이 우선이군.’

판단을 마친 제이크가 건물의 모서리 쪽을 바라봤다.

현관문으로 진입하기 위한 경로였다.

이에 수신호로 대열을 갖추고, 강태의 허벅지를 쳐서 전진 지시를 내렸다.

빗물을 머금은 흙과 풀이 워커에 밟히길 잠시.

강태의 걸음이 멎었고, 신호와 함께 빠르게 움직여 문 반대편으로 몸을 옮겼다.

통로 개척(Breaching)을 위한 자리.

그러나 문을 훑듯이 확인한 제이크의 시선이 강태에게 닿았다.

동시에 좌우로 가로저었다.

부정의 의미.

이를 마주한 강태 역시 왜 그러는지 알 것 같았다.

‘이건 좀 빡세지.’

다른 집과는 다른 강철 문이어서 소음이 상당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훈련받은 인원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더더욱 조심해야 했다.

이어지는 제이크의 말도 그 짐작이 맞았음을 알려 주었다.

“정문 침입 시 소음 발생이 우려되어 플랜 B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강태도 수긍하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사이, 제이크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찰리 다섯은 파악 가능한 출입구 있는지 확인 바람.”

-여기는 찰리 다섯… 1층 모든 창문에 철창이 있으며, 2층으로 올라가야 함. 초병 움직임에 따라 발코니로 출입 가능할 것으로 보임.

“발코니 출입 방법 상세 설명 바람.”

-경계 중인 초병이 정기적으로 발코니 안쪽 복도 쪽으로 이동하고 있음. 아래에서 대기 및 준비 후 신호에 맞춰 올라가면 침투 가능할 것으로 보임.

제이크의 고개가 곧장 2층이 있는 위쪽으로 향했다.

아래에서 사람 한 명이 받쳐 주거나 밀어 주면은 난간에 매달려서 기어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현 위치에서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아 다소 위험할지도 모르는 상황.

레이첼의 통신에만 의존해야 했다.

마이크 빅터 11로 불렀던 건물에서 이곳으로 오는 와중에도 레이첼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일이었다.

어느 정도 시야 확보가 가능한 길과 아무것도 안 보이는 2층은 다른 법이었으니까.

심지어 매달리는 과정에서는 부무장인 권총만 쓸 수 있었고, 은·엄폐도 불가능한 공중에 매달려 있어야 했다.

그러나 수행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충분히 가능했다.

주요 정보기관을 거쳐 오면서 작전 경험을 쌓고 대외협력국으로 온 이래로 준수한 성과를 낸 레이첼이 주특기인 드론을 운용 중이었고, 투입된 모든 작전에서 초인적인 실력으로 불가능한 성과를 이뤄 낸 강태가 있었다.

이 둘이 호흡을 맞추면 위험한 일도 가뿐한 과정일 뿐이었다.

야투경을 낀 제이크의 고개가 강태에게로 향했고, 동시에 강태 역시 시선을 교차했다.

“그럼 제가 먼저 올라가죠.”

제이크의 말을 짐작하고 말한 것이기도 하지만, 오직 그 이유만은 아니었다.

직접 하길 바라고 있었다.

특성 덕분에 실력 격차가 있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불필요한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남보다 한발 앞서 나갈 필요가 있었다.

선두를 자처하는 것도 같은 이유였다.

카마르니아에서 육군 특전대를 이끌고 가면서도 최선두에서 세르게이의 팀을 모조리 사살한 것도 마찬가지.

“내가 받쳐 주지.”

제이크가 그러면서 총을 든 손을 놓으며 깍지를 꼈고, 강태가 물먹은 워커를 올려놨다.

야투경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대기하기를 잠시.

몇 분 만에 신호가 떨어졌다.

-여기는 찰리 다섯! 초병 이동! 발코니 즉시 진입!

발만 올리고 있던 강태가 다리에 힘을 줬고, 제이크도 고개를 끄덕였다.

“뛰어.”

그 말과 동시에 비에 젖은 제이크의 팔뚝에 핏줄이 불거지게 튀어나왔고, 강태 역시 허벅지에 힘을 주며 점프했다.

그 순간.

“엇……!”

놀란 강태가 신음을 뱉을 뻔했다.

글록19를 꺼내 들고 한 손으로 난간에 매달리면서 넘어갈 생각을 했는데, 그 예상을 아득하게 뛰어넘었기 때문이었다.

난간을 전혀 잡을 필요가 없을 만큼 아주 높이 체공하고 있었다.

같은 층, 혹은 2.5층에서 넘어오는 것 같은 수준.

강태의 점프력이 좋은 건 아니었으니, 이 모든 건 제이크의 괴력 덕분이었다.

휘이익― 턱.

착지한 강태는 놀라면서도 반사적으로 총부터 겨누었다.

흔들렸던 야투경이 고정되기를 잠시.

안전 확보를 위해 강태가 나무 문이 있는 벽 쪽으로 움직였다.

빗소리로 안쪽의 인기척도 거의 확보되지 않기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던 때였다.

스윽.

마침 문이 밀렸고, 초병의 모습이 드러났다.

“……!”

강태가 놀라며 총을 겨눈 사이, 발코니로 나오던 초병 역시 흠칫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도 반사적으로 걸고 있던 SCAR-H를 들었다.

동시에 초병의 엄지손가락이 잠금장치를 돌렸고, 검지는 방아쇠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겨누고 있던 강태의 글록19가 더 빨랐다.

투두두!

초병의 상체에 탄 두 발이 박혔고, 충격에 흔들리는 머리통마저 터져 나갔다.

그리고 끈 떨어진 인형처럼 뒤로 넘어가던 순간.

“……!”

강태가 번뜩 눈을 뜨며 손을 뻗었다.

여기서 시체가 쓰러지면서 소음을 내면, 몰래 2층으로 올라온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쉬익― 턱!

발을 뻗으며, 가까스로 멱살을 낚아채듯 잡아 냈다.

그리고 깨달았다.

‘방탄복?’

목덜미 쪽 옷을 꽈악 틀어쥐었는데, 그 손 아래로 플레이트 캐리어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에 천천히 내려놓은 강태의 미간이 구겨졌다.

플레이트 캐리어에 각종 장비가 달려 있는 데다가 그 안에는 단단한 방탄판까지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망할 뻔했네, 니미…….’

습관적으로 모잠비크 드릴로 가슴에 두 발, 머리에 한 발 쏜 게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초병이 격발했을지도 몰랐다.

물론 그 탄환에 맞았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소음은 꽤 크게 날 게 분명했다.

소음기가 달린 SCAR-H.

7.62×51㎜ NATO 탄을 사용하는 병기라 소음기를 거치는 격발음이 제법 컸다.

5.56㎜를 쓰는 HK416도 울리는 판이었으니까.

판단을 마친 강태가 발코니 쪽으로 시체를 끌어오고, 다시 글록19를 들어 복도 쪽을 살피며 무전했다.

-찰리 셋, 발코니 확보.

그리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람 하나가 날아왔다.

“오…….”

흘깃 봤던 강태의 입에서도 감탄이 나왔다.

키는 몇 센티 작지만, 강태보다 무거운 호세도 난간을 잡을 필요 없이 넘어왔기 때문이었다.

흡사 공중 부양이라도 하듯.

“으읏…….”

호세 역시 주춤하기를 잠시, 그의 주병기인 Mk.14 EBR로 발코니 바깥쪽을 경계하며 무전했다.

“찰리 넷, 안전한 비행 끝에 발코니 무사 도착.”

그리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마커스까지 날아왔다.

“……!”

소리 없이 움찔한 그도 무전을 친 다음.

콱.

거친 마찰음과 함께 발코니 난간 위로 두꺼운 무언가가 등장했다.

난간을 잡은 제이크의 손이었다.

마커스가 서둘러 그의 플레이트 캐리어를 잡아끌어서 발코니 진입을 도운 뒤.

산 사람 네 명과 시체 한 구로 발코니가 가득 찼다.

제이크가 야투경을 쓴 채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짧게 지시했다.

“델타는 외부 경계 맡도록.”

-델타 하나, 수신 양호.

이어서 강태와 시선을 교환한 그가 쓰러진 시신으로 고개를 돌렸다.

플레이트 캐리어를 입고, SCAR-H를 든 흑인.

복장은 물론이거니와, 체격을 봐서도 삐쩍 마른 M23 반군과는 거리가 멀었다.

방탄 헬멧만 쓰지 않았을 뿐, 장비 수준은 제이크와 비슷했다.

‘열화상 조준경이군.’

총기를 들며 확인한 제이크가 방아쇠울에 들어가 있는 검지까지 확인하고서 시선을 들었다.

-적 장비나 훈련 수준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임. 전원 주의 바람.

그리고 바로 강태와 야투경 너머로 시선을 교환하면서 손짓했다.

전진을 의미하는 수신호.

끄덕, 고개를 움직인 강태가 바로 총구를 들면서 발을 내디뎠다.

방음이 온전하지 못한 덕분에 내부 역시 바깥의 빗소리가 들렸고, 동시에 복도를 걷는 네 명의 발소리가 묻혔다.

그렇게 마주한 2개의 방문 앞에 도착했을 때, 제이크와 강태가 총구를 들며 신호를 주고받았고, 좌우로 갈라지듯 들어갔다.

마커스와 호세도 마찬가지로 좌우로 빠르게 따라붙었고.

스윽.

HK416을 든 강태가 내부로 빠르게 총을 겨누며 진입했고, 동시에 급하게 발소리를 죽였다.

“……!”

숙소였다.

빈 매트리스 1개와 취침 중인 인원 두 명이 있는 다소 휑한 방.

그러나 방금 처리하고 온 곳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묵직한 전술 배낭과 머리맡에 둔 플레이트 캐리어 그리고 벽에 세워진 자동소총 때문이었다.

10시간 전, 강태가 출발한 막사와 비슷한 풍경이었다.

정확히는 델타와 함께 썼던 그 느낌.

‘이 새끼들… 찐이다.’

깨닫는 순간, 녹색 야투경 너머로 작은 움직임이 보였다.

베개 쪽으로 손이 움직인 것이었다.

강태가 반사적으로 HK416을 겨누는 사이.

스윽, 손에서 거뭇한 물체가 잡혀 나왔다.

텅! 텅! 터엉―!

권총인지 뭔지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적은 훈련받은 게 분명한 놈들인 만큼, 약간의 여유도 줘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강태를 따라 들어온 마커스도 방아쇠를 당겼다.

강태가 격발하는 동시에, 옆에 누워 있던 이는 자동소총을 집으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커스가 방구석을 재차 확인하던 순간.

투두두두!

옆 방에서는 소음기를 낀 글록19의 총성이 연하게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강태는 깨달았다.

빗소리보다 큰 인기척이 아래층에서 들려왔다는 사실을.

이에 관련 사실을 알리려던 때였다.

-여기는 델타, 1층에서 랜턴 불빛 확인. 찰리 주의하도록.

안드레이의 목소리가 전파됐고, 곧장 이어졌다.

-랜턴 소등됐고, 적외선 레이저 감지됨.

“…최소 특수부대.”

강태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몸을 돌렸다.

‘이번에는 부상 없이 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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