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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전생자-176화 (완결) (176/176)

#176. Epilogue(완결)

분노한 조민호는 해몬드에게 손을 쓰려고 하다가 다시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보자 눈살을 찌푸렸다. 이미 해몬드는 살아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금의 그조차 당장은 해몬드 생명을 연장할 뿐이지 회복시킬 수는 없었다.

특히 해몬드가 지금 경험하는 고통은 분골착근보다 백 배 이상 지독할 정도로 무서운 것이었다. 뼈, 근골, 정신이 같이 녹여서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조민호는 여전히 죄의식을 보이지 않는 해몬드를 쳐다보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영문을 모르겠군.”

“제가 한 죄악을 잘 압니다. 하지만 저는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작 희생된 숫자라고 해봐야 천 만명이 안 됩니다.”

“그걸 말이라고 해?”

“인류의 멸종을 막을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지 않겠습니까?”

“......설마 정신을 평행 세계로 보내는 실험을 한 것도 너였어?”

“아주 낮은 확률의 가능성이었습니다. 사실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결국 성공하고 말았습니다.”

해몬드는 왼손 근육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도 고통을 내색하지 않았다. 왼손목이 마치 촛농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의 두 눈에서는 시신경 일부가 녹아내리면서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럼에도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해몬드는 책상에서 특이한 주사기를 조민호에게 내밀었다.

“지금 사용해주십시오.”

“이게 뭐지?”

“오류난 상태창을 복원하고, 진짜 상태창을 추가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지금 바로 사용해주십시오. 당신이라면 이게 당신에게 별 다른 해가 되지 않다는 것을 알 겁니다. 그들의 시선을 당분간 피할 수 있게 할 겁니다.”

“허.”

조민호는 황당했지만 처절한 고통을 참고 있는 해몬드 시선을 의식해서 주사기를 사용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는데, 자신의 상태창이 업그레이드되면서 변화했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변화는 또 다른 상태창이 만들어졌다.

“이건......”

“죄송하지만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해몬드는 생각보다 빠른 신체 붕괴에 벌떡 일어나서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려다가 왼쪽 발목이 녹아내리자 결국 비틀거렸다.

조민호는 이 황당한 사태에 한숨을 내쉬면서 해몬드를 부축해주었다.

나갔던 여인이 뒤늦게 들어왔다가 해몬드 상태를 발견하고는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앨런, 시간이 없다. 만약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지?”

“아, 알겠습니다.”

엘런은 몇 번이나 해몬드를 다시 한 번 살핀 후에 회장실을 나가버렸다.

해몬드는 자기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켰고, 화면에 떠 있는 복잡한 제어창을 일일이 가동했다.

섬 전체가 뒤흔들릴 정도로 거대한 충격이 이어졌다.

조민호도 깜짝 놀라서 해몬드를 막으려고 하다가 무시무시한 기운이 환풍기를 통해서 흘러들어오는 것을 깨닫자 처음에는 함정이라고 생각했다가 뒤늦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맙소사 후천지기잖아.’

그것도 그냥 후천지기가 아니라 그 밀도가 무림의 기와 비교해도 수십 배가 높을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흡수하시오. 당신이라면 가능한 것을 압니다.”

조민호도 혀를 차면서 반사적으로 후천지기를 흡수했다.

후천지기 기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다.

조민호의 경락은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뒤흔들렸다.

하지만 막대한 선천지기는 자연스럽게 조민호 경맥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현경에 도달했던 정신력은 단숨에 후천지기를 흡수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온몸의 근골이 뒤틀리면서 변화했다.

환골탈태였다.

하지만 무림에서 환골탈태와는 달리 선천지기가 근골과 근육을 보호했다. 환골탈태 과정에서 부서져 나간 근육은 마치 재생하듯이 자연스럽게 회복했다.

뒤틀린 근육 역시 부셔나갔다가 단숨에 회복하면서 변화해갔다.

환골탈태 과정을 십 배속으로 돌린 것처럼 조민호 신체는 무섭게 변해갔다.

‘믿을 수가 없구나!’

극도한 순수한 선천지기는 높은 밀도의 후천지기와 결합해서 가장 이상적인 환골탈태를 자연스럽게 진행한 것이었다.

조민호는 단숨에 화경을 넘어서서 중단전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해몬드는 달랐다. 그는 양손이 녹아내리는 고통 속에서도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결국 현경 초입에 도달한 조민호는 막강한 기운과 순수한 선천지기를 느끼면서 그 쾌감을 전율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허벅지마저 다 녹아내려서 결국 바닥을 구른 해몬드 앞에 다가가서 혼원기를 밀어 넣으려고 했다.

“그만 하십시오.”

“당신은......”

서서히 감정의 편린이 조금씩 다시 회복한 해몬드은 깊은 애환, 슬픔, 기쁨이 가득한 시선으로 조민호를 쳐다보았다.

“당신이라도 제 뜻을 알아준다면 전 이것으로 만족합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한 거지?”

“그 질문은 스스로 아시게 될 겁니다.”

“그놈들 정체는 뭐지?”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면 인류는 이미 그들의 가축이 되었을 겁니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만약 실패했다면?”

“성공하리라 확신했습니다.”

“허.”

조민호는 결국 혼원기를 불어넣어서 일단 해몬드 수명을 연장했다. 하지만 지금의 그도 당장은 해몬드를 회복시킬 수는 없었다.

‘일종의 정신 금제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전된 금제야.’

하지만 그는 상태창을 통해서 뭔가 변하는 것을 느꼈다.

[10분 후에 소환을 시작합니다.]

그는 분노해서 상태창을 없애려고 했다.

그런데 해몬드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러지 마십시오. 그들의 지시를 일단 따라야 합니다.”

“무슨 개소리야?”

“지금 당장은 당신조차 그들을 상대할 수 없습니다.”

“난 생각이 좀 다른데?”

“네, 물론 일부는 상대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 지배자는 좀 다릅니다. 더욱이 남아 있는 인류를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일단은 그들 소환을 따르셔야 합니다.”

“흠.”

그는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피를 토하고 있는 해몬드를 보자 결국 동작을 멈추고 말았다.

“감사합니다.”

“당신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희생자 숫자는 헤아리기 어려워.”

“압니다. 그렇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그 희생자 숫자를 앞으로 줄이는 것이 당신에게 주어진 사명입니다.”

“허.”

조민호는 이 황당한 악당을 쳐다보면서 헛웃음을 쳤지만, 소환 카운터 다운이 1분이 채 남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제가 할 일은 다했습니다. 나머지 일은 당신에게 맡깁니......”

결국 해몬드 몸은 축 늘어지고 말았다.

이미 허리 내장까지 다 녹아버리자 더 견디지 못한 것이었다.

조민호는 윌리엄 부국장에게 급히 메모를 남긴 후에 소환을 대비했다. 카운터 다운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묘한 기운이 자신을 감싸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자기 능력으로 소환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상체만 남아 있는 해몬드 모습을 보자 그럴 수가 없었다.

뒤늦게 가족과 지인 모습을 하나둘씩 떠올렸다.

‘미리 작별 인사라도 해둘 것 그랬어.’

그의 몸은 곧 빛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해몬드는 그 충격에 다시 눈을 잠깐 떴지만 후련한 표정을 한 채 힐끗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이제까지 변형한 기가 지구 전체로 퍼져 나가는 광경에 바라보면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 epilogue

해몬드가 그들을 만난 것은 천 년 전이었는데, 처음에는 그들을 상대로 대항하다가 결국 그들의 노예가 되고 말았다.

그들이 원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인간의 생명력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구 트랜스포밍이었다. 당시 지구 기술이 워낙에 뒤떨어져서 트랜스포밍은 뒤로 밀렸다.

대항해 시대와 1차, 2차 세계 대전은 생명력을 얻기 위한 명분이었다.

그들이 배후에서 정치 세력을 부추겼고, 그것이 세계 대전으로 비화하였다.

해몬드는 히틀러를 비롯한 독재자의 도움을 얻어서 막대한 생명력을 얻었고, 다양한 인체 실험을 반복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세뇌당해서 이성을 차리지 못한 해몬드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자신을 자각했고, 결국 정신을 차렸다.

그게 100년 전이었다.

이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인간의 피를 뒤집어쓴 해몬드는 딱히 과거를 후회하지 않았다. 세뇌의 부작용 때문이었다.

그는 오히려 인류의 미래를 걱정했고, 결국 그들의 지시를 따르면서 대안을 연구했다.

기술의 발전이 급격히 이루어지면서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했다.

현대 과학 기술의 힘으로는 그들을 절대로 상대할 수가 없어서 다른 대안이 필요했다.

해몬드가 쓴 방식은 어차피 그들이 다른 세계에서 왔다면, 또 다른 세계도 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바로 평행 세계다.

어차피 그들은 인간의 생명력을 요구하고 있었으니, 이것을 명분 삼아서 평행 세계로 보낼 수단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희생은 불가피했다.

아니 어차피 생명력이 착취당한 이들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인체 실험은 백 년에 걸쳐서 계속되었다.

특이한 현상을 보인 이들은 있었지만 대부분이 망가지고 말았다.

성공한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해몬드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인체의 DNA를 분석했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실험체를 하나둘씩 찾아 나갔다.

이충원은 100위 안에 들어갈 정도로 특성이 높았다.

그의 핏줄인 조민호는 0순위 후보였다. 어차피 캡슐에 넣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퍽치기와 같은 중간 과정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섬을 숨기는 장막이 지진 때문에 일부 드러났다.

이 사태를 막기 위해서 해몬드는 다른 모든 활동을 중지했다.

예상치 못한 사건 때문에 중간 실험 과정을 해몬드도 미처 보지 못했다. 조민호와 같은 실험체 역시 결국 실패한 것만 확인했다.

해몬드는 충격에 빠져서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런데 CIA가 미국 조직 일부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다급하게 지시를 내려서 일단 꼬리를 잘랐지만 뜻밖에 한국에서 예상을 벗어난 사태가 터졌다.

그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해몬드는 한걸음 물러나서 오히려 지켜보기 시작했고, 뒤늦게야 조민호가 회복된 것을 확인했다.

이것 역시 그의 예상을 비켜난 일이었다.

상태창이 원격에서 보낸 정보에는 별다른 특이 사항이 없었다. 시간이 흐른 후에 조민호 상태창은 오류가 난 것을 파악했다.

그는 뒤늦게야 조민호가 평범한 인간과는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이미 인간의 감정을 잃어버린 그의 심장을 뛰게 할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해몬드가 이제 조민호를 만나려고 했을 때 이미 조민호는 미국 항공모함 전단을 이끌고 떡하니 섬 바로 앞에까지 나타났다.

심지어 섬을 둘러싼 에너지 장막마저 해체해버렸다.

다른 사람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해몬드는 자기 계획이 성공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조민호는 그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했다.

그렇게 두려워하던 그들과 비교해도 조민호는 차이가 나지 않았다.

정신 금제에 저항하는 순간에 죽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굳이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이제는 그들도 상황을 파악했을 테니까.

해몬드는 결국 그들이 원한 정제된 기를 조민호에게 사용했다.

그의 기대를 초월한 결과가 나타났다.

조민호 변화는 그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자기 생명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제는 웃으면서 죽을 수 있었다.

세뇌로 인한 고통은 영혼이 갈기갈기 찢겨질 정도로 참혹했지만 오히려 웃고 말았다.

자신이 키운 전사들이 조민호를 도울 것이다.

나머지는 조민호가 모든 것을 다 처리할 테니까.

승부의 추는 이제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신의 축복이 인류에게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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