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175화 (175/176)

#175

곧 특이한 지점을 발견했다. 미국 남부 플로리다 해협 아래에 있는 지역이었다. 배 항로는 흥미롭게도 이 위치를 지나가지 않았다.

조민호는 윌리엄 부국장에게 바로 연락해서 확인해보았다.

[그 위치는 버뮤다 삼각지대입니다. 500년 동안 많은 선박과 항공기 실종이 있는 지역으로 아직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버뮤다 삼각지대의 실종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배 항적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니었다.

자기장 변화설과 같은 다양한 가설이 존재한 이 지역은 지진이 자주 일어났다.

조민호는 곰곰이 이 지역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일반적인 지역에서 과연 각국 정부의 시선을 피할 수는 없어. 그건 아니라고 봐야 해. 오랫동안 비밀을 유지하려면 특수한 수단은 있어야 하니까.’

이 지역을 다시 한 번 살피다가 결국 윌리엄 부국장에게 연락해서 배 항적에 대한 기록을 확인해서 과연 이 지역을 지나가지 않았는지 확인해달라고 지시했다.

사흘 후에 윌리엄 부국장은 그 조사 결과를 알렸다.

[한 선원의 증언으로는 선장 지시에 따라서 버뮤다 삼각지대를 지나지 않고, 외각에서 잠깐 멈추었다고 합니다.]

[이유는?]

[선장이 실종되어서 원인까지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

[혹시 그 위치까지 갈 수는 없을까요?]

[준비해놓겠습니다.]

[플로리다로 바로 가죠.]

***

제너럴 포드 항공모함은 전 세대 니미츠급 항공모함에서 한 단계 발전된 기술이 적용되었다. 특히 A1B 원자로 2기를 이용해서 핵 전기 추진 방식으로 동작한다.

강제 착륙 장비 설계 변경에 따라서 충격을 줄여서 승무원 수를 대폭 줄였다.

이 거대한 항공모함을 따라서 이동하는 구축함, 전함, 잠수함의 위세는 탑재된 80기의 함재기를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헬기는 바로 이 거대한 제너럴 포드 항공모함 한 복판에 도착했다.

윌리엄 부국장을 위시해서 핀처, 제임스, 에반이 그 뒤를 따랐다.

마지막으로 내린 조민호는 실로 바다에 떠 있는 성이나 다름없는 항공모함을 물끄러미 쳐다보았고, 마중 나와 있는 함선 장교를 마주했다.

“제너럴 포드 함 승선을 환영합니다.”

“그렇군요.”

조민호는 윌리엄 부국장에게 부탁하기는 했지만, 설마 항공모함까지 준비해놓을지 몰랐던 터라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 준비는 윌리엄 부국장이 한 것이 아니었다.

“추가로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 근처를 지난 배들은 모두 각자 약속된 위치에서 일정 시간 머물렀다가 떠났습니다.”

“캡슐을 바다에서 받았다는 말입니까?”

“현재는 그렇게 보입니다.”

그는 고개를 갸웃한 채 항공모함 항해 함교에서 기다리고 있는 리차드 함장과 에드리언 부함장을 만났다. 그들 역시 위에서 지시를 받았기에 영문을 잘 몰랐다.

윌리엄 부국장이 나서서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아직 자세한 내막은 잘 몰랐다.

조민호는 물론 계속 그냥 두지 않았다.

[출발합시다!]

***

항공모함 전단은 플로리다를 출항해서 버뮤다 삼각지대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구축함이 먼저 나서서 사전 조사를 진행했고, 별다른 특이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항공모함 항해함교 한 쪽에 설치된 화면에는 버뮤다 삼각지대 원인에 대해서 브루수 교수가 설명했다.

[.....현재까지 이 지역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한 것은 물의 부력 변경설입니다. 일테면 가스가 물에 녹아서 부력 상태가 달라지면 배가 가라앉은 경우입니다.]

그 가스의 출처는 역시 해저의 틈이다. 여기서 새어난 가스 덕분에 부력에 변화가 생겨서 배가 침몰한 것으로 보았다.

[다행히 지금 이 시기에는 그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별 다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그 지역에는 섬이 없어서 도대체 그 캡슐을 어떻게 가져왔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가스라......’

조민호 역시 개연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항공모함이 천천히 이동할 때 뭔가 다른 점을 발견하고는 지휘 센터를 나섰다.

항공기를 고속으로 사출할 수 있는 캐터펄트 앞은 비어 있었다.

그는 선수 앞부분까지 천천히 걸어나와서 눈을 살짝 감았다.

‘기가 움직여.’

느렸지만 그 기세는 한국에서는 절대로 느끼지 못할 정도로 거대했다.

조민호는 반개한 채 조용히 지켜보다가 대기의 흐름이 가속되는 것을 느꼈다. 그 기운은 레이더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항공모함 지휘 센터에서도 알지 못했다.

[멈춰!]

쩌렁쩌렁한 울림.

조민호를 동행한 장교는 화들짝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다행히 윌리엄 부국장은 바로 그 의미를 알아듣자 함장에게 소리쳤다.

“당장 항공모함을 멈추세요!”

항공모함이 무슨 자동차도 아니고, 멈추라고 해서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도대체 그 의미를 알고나 하는 소리인지도 의심스러웠다.

“?”

리차드 함장은 항공모함 전단장의 지시를 받기는 하지만 항공모함 함장이다. 그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지시에 허 웃고 말았다.

그런데 앤드류 전단장은 웃지 않았다.

[당장 지시에 따르게!]

[네?!]

[당장!]

[......알겠습니다.]

리차드 함장은 결국 지시를 내려서 항공모함 운항을 중지시켰다. 지시에 따른 다른 이들 역시 당황하기는 매 한 가지였다.

항공모함 선단 전체가 마치 택시처럼 천천히 운행을 멈추었다.

그들은 결국 윌리엄 부국장이 선수 앞에 위태롭게 서 있는 조민호를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서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런데 조민호가 서 있는 선수 중심으로 해서 갑자기 돌풍이 불었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빠른 바람에 다들 손으로 눈을 가렸다.

심지어 빛의 폭풍우가 흘러나오자 양손으로 눈을 가린 채 몸을 낮추었다.

***

조민호는 눈앞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오염된 것이 아닌가? 도대체 이 엄청난 기는 뭐지?’

높이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기의 장막이 출렁였다. 그 와중에 기운 일부가 서서히 조민호 쪽으로 흘러나갔다.

조민호는 반사적으로 그 기운을 흡수할 수밖에 없었다.

선천지기 스탯과 후천지기 스탯은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기의 폭풍우에 영문을 몰랐지만 주는 기운을 버리지 않은 채 꿀렁꿀렁 계속해서 흡수하는 조민호는 뒤늦게야 기의 장막에 틈이 생겨나는 것을 발견했다.

‘응? 이게......’

기의 장막이 벌어지자 그 안에 있던 기운이 폭풍우처럼 흘러나오면서 항공모함 전단을 덮쳤고, 그 뒤를 이어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거대한 기파에 육중한 항공모함 전체가 뒤뚱거리면서 출렁였다. 다행이라면 구축함이나 전함 역시 전복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갑자기 바뀐 환경.

바로 섬이었다.

“!”

조민호조차 입을 딱 벌린 채 마른하늘에서 뚝 떨어진 거대한 섬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당연히 난리가 났다.

윌리엄 부국장과 핀처는 허겁지겁 조민호처럼 쪽으로 뛰어왔다.

“도,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몰라요.”

“하지만 멈추라고 했지 않습니까?”

“그냥 느낌이 이상해서 멈추라고 했을 뿐입니다.”

그는 턱짓으로 불과 700m 정도 떨어진 곳에 튀어나온 바위를 가리켰다. 그 주변에는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배가 늘어서 있었다. 심지어 추락한 비행기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항공모함 선단은 싸워보지도 않은 채 충돌했을 것이다.

“맙소사!”

***

섬은 한국 여의도 세 배 정도로 넓었는데, 놀랍게도 그 위에는 현대식 건물이 놓여 있었다. 심지어 도로도 놓여 있었고, 오가는 사람도 많았다.

그들 역시 갑자기 떡하니 나타난 항공모함 때문에 패닉에 빠져서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전투준비를 진행 중이었다.

그것은 항공모함 역시 다르지 않았다. 전투기는 바로 출격할 수 있도록 정신없이 움직였고, 전투함은 모두 섬을 향해서 함포를 겨누었다.

하지만 전쟁은 터지지 않았다.

섬 항구 쪽에서 백기 하나가 천천히 올라왔다.

조민호는 아직도 정신이 나간 리차드 함장이나 앤드류 전단장 의견을 무시한 채 윌리엄 부국장을 설득해서 다시 헬기에 올랐다.

방향은 바로 섬 쪽이었다.

***

의문의 섬에는 발전기를 비롯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은 다 갖춰져 있었다. 곳곳에 설치된 미사일 발사대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윌리엄 부국장은 그제야 자신을 습격한 자들의 근원을 파악했다.

갑자기 유령처럼 나타난 이들 역시 이들 소속인 것이 분명했다.

조민호는 입을 다문 채 멍하니 섬의 한쪽을 쳐다보았다.

막대한 기가 섬 중앙으로 빨려 들어갔고, 섬 주변에서는 다시 그 기운이 뻗어 나왔다.

오염된 기운이었다.

섬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기 변환 공장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물론 윌리엄 부국장을 위시해서 핀처 요원은 기이함을 느껴서인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 역시 섬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치 공간을 찢듯이 나타난 이 섬의 정체에 대해서 당황했다.

윌리엄 부국장은 무전을 통해서 백악관의 따가운 질문 소나기를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 역시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

조민호는 헬기에서 내리자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무장 병력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들은 아무런 말없이 한 쪽으로 물러났다.

제일 앞쪽에 서 있던 흑인 한 명이 조용히 그들을 안내했다.

“......”

너무 충격적인 초대에 다들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힐끗힐끗 주변을 돌아보았다.

조민호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 역시 스타 타워와 비슷한 규모의 빌딩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가서도 입을 다물었다.

엘리베이터에 내리자 흑인은 다른 이들을 그 앞에서 막았다.

“지시에 따르세요.”

“괜찮겠습니까?”

“이들 역시 바보가 아닐 겁니다. 이렇게 훤히 드러난 상황에서는 늦었다는 것을 알 겁니다. 이미 미국의 다른 항공모함이 이쪽으로 움직이고 있을 테니까.”

“아, 그렇기는 하지만......”

“이들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전 세계를 상대로 싸울 수는 없습니다.”

조민호는 다른 일행의 걱정스러운 시선을 뒤로 한 채 묵묵히 비서로 보이는 한 여인의 뒤를 따라서 천천히 걸어갔다.

건물 내부는 역시 일반적인 현대 건물과는 그 재질이 달랐다.

‘그 금속이군.’

그녀가 멈춘 곳은 섬 전체가 다 드러나 보이는 한 사무실이었다. 내부 역시 현대 실내장식과는 좀 많이 달랐다.

그 안에는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뚱뚱한 백인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당신이 조민호군요.”

자연스러운 한국어에 깜짝 놀란 조민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날 아나?”

“3주 전에 알았습니다.”

“이상하군.”

조민호는 괴이한 시선으로 자신을 해몬드라고 밝힌 백인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놀랍게도 잠재 선천지기가 없었다.

해몬드는 유쾌하게 웃었다.

“어떻습니까?”

“살아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과연.”

마치 마네킹 같은 해몬드 안색에 감정이란 게 생겨났다. 눈빛은 정지되어 있는데, 입 근육만 바뀐 것이었다.

해몬드의 눈은 곧 기쁨으로 변해갔다. 그는 조민호를 확인하고서도 잘 믿기지 않았다.

표정 변화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얼어붙어 있던 해몬드의 감정조각은 천천히 녹아내렸다.

하지만 상황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콜록, 콜록.”

기침과 함께 튀어나온 것은 피였다.

“?”

조민호도 깜짝 놀라서 반사적으로 해몬드 손을 잡았다. 그는 혼원기를 넣어서 경맥을 확인하면서 깜짝 놀랐다.

‘이게 뭐야? 세포가 녹아내리고 있잖아?’

느린 속도였지만 신경 말단의 세포가 마치 얼음처럼 녹아내렸다. 폐 쪽이 특히 심각했다. 반사적으로 혼원기를 집어넣어서 그 흐름을 막았다.

다행히 효과는 있었는데, 세포 융해 현상은 잠깐 멈추었다.

하지만 그것은 임시방편이었다. 혼원기조차 그 힘을 견디지 못한 채 천천히 무너졌다.

“!”

피를 닦아내던 해몬드가 오히려 눈을 크게 치켜뜨면서 조민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의 동공은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요동쳤다.

“노, 놀랍군요. 이 금제를 막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알았는데......”

“오래 못 견뎌. 도대체 넌 정체가 뭐지?”

“전 해몬드라고 아셨으면 합니다.”

“설마 네놈이 이 일을 저질렀어?”

“인정합니다.”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희생자 숫자를 고려하면 수십만 명이 죽었다. 그게 모두 네놈이 한 행위라고?”

“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