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
“어차피 사장님이 건강해야 메가 텔레콤이 다시 부활할 거고, 그게 더 큰 이익이니까요. 공짜는 결코 아닙니다.”
“참 이 옥을 추가로 좀 더 구할 수 없습니까? 제 아내가 하도 보채서 말입니다.”
“그 선옥은 최호영 사장님 전용으로 만든 거라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안 됩니다. 본인만 착용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제 아내도 진맥 받아서 해결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건강하다면 굳이 할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많이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쉽습니다.”
“부작용도 생길 수 있으니, 지금 준 선옥 다른 사람에게 주면 안 됩니다.”
“설마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다는 것은 아마 들어서 아실 텐데, 어떤 사람에게는 약이 되어도, 어떤 이들에게는 독이 되는 겁니다.”
조민호는 문득 이야기하다 보니, 최호영 사장 전용과는 달리 12가지 기운으로 쪼개서 만든 선옥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성에 맞지 않은 기운은 몸이 받아들이지 못할 테니, 부작용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 같아. 아쉽다면 다양한 환자에 관한 결과인데, 그건 차후 알게 되겠지.’
***
조민호는 선옥을 임시방편으로 만든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최영준 차장은 7년 마비 후유증으로 고생한 아내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저기 민호군, 혹시 나도 유료로 그 선옥 따로 받을 수 없을까?”
조민호도 이제까지 묵묵히 도와준 최영준 차장을 무시하지 않았는데, 과거 그녀를 치료할 때 경혈 흐름을 고려해서 선옥 3개를 만들어줬다.
하지만 최영준 차장은 요즘 부쩍 자신에게 집요하게 찾아오는 이학준 비서실장을 떠올렸다.
“혹시 오성 그룹 비서실에서 이 선옥을 알면 손을 벌릴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 차라리 그쪽도 몇 개 샘플로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김건중 회장용 말이군요.”
“어차피 나중에 만날 거잖아. 그러면 차라리 사전에 숙제라도 내주는 것이 어떨까. 더 중요한 것은 이 선옥이 있다면 귀찮게 오라 가라 하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그도 어차피 오성 그룹에서 안다면 이 선옥을 구해서 따로 연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적극 나서서 선옥을 넘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거 괜찮습니다.”
조민호가 염려하는 것은 오성 그룹 일가를 치료하는 게 아니라, 그 치료 후에 계속 집요하게 매달리는 것을 염려했다.
그도 선옥이라면 확실히 그 대체재로 나쁘지 않았다고 봤는데, 문득 향후 판매 부작용과 그 보완 작업을 위한 실험 문제를 떠올렸다.
‘이게 치료약이 아니라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수준이니까. 약 대용으로 쓰기에 나쁘지 않아. 잘하면 이번 실험을 통해서 선천지기, 더 나아가서 혼원기 원리에 대한 것도 확인할 수 있을지 몰라.’
특히 나이가 든 이들에게는 생명력을 보완해줄 수가 있는 터라 나쁠 것 같지는 않았다. 만약 특성이 다르다면 몸에 적용되기도 전에 사방으로 흩어질 테니까.
***
최영준 차장이 선옥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이학준 비서실장은 말없이 듣기만 한 채 물끄러미 박스 안에서 은은한 서광을 뿜어내고 있는 10개의 선옥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이학준 비서실장은 이미 최호영 사장 치료 자료를 따로 받아서 확인했기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그는 최영준 차장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한 채 곧 장 선옥을 받은 후에 그 자리에서 10억을 이체한 후에 사라졌다.
이 선옥은 오성 바이오 내의 대체 의학팀 쪽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바로 원적외선 방출양 실험이다.
이 방출량은 방사율과 방사 에너지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옥중에서 가장 최고 수치를 보이는 것이 바로 매화옥이다.
매화옥 방출 파장대 중에서 대략 80%가 8um-10um를 차지한다.
인간의 신체 대부분이 수분으로 구성된 것을 고려하면 이 파장이 일반 파장보다는 무려 80배 이상 파고든다.
즉 인체 세포 깊숙하게 파고들어서 세포 조직을 활성화한다.
자연스럽게 노폐물이나, 독성물질이 사라지는데, 특히 혈액 노폐물을 제거해서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
놀라운 사실은 이 선옥의 원적외선 방출량이 무려 20배 이상이고, 그 폭 역시 정교할 정도로 한 방향에 고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세포 작용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단순히 이 원적외선 방출 이상의 뭔가가 더 존재했다.
세포 활성화 역시 매화옥보다는 수십 배 더 좋았고, 인체 내 세포에 영향을 주는 것 역시 몇 배는 더 효과가 있었다.
“.......”
실험을 진행한 연구원조차 이 흥미로운 결과에 경악했지만, 이학준 비서실장 눈치 때문에 차마 이 선옥 출처에 대해서 질문하지 못했다.
이학준 비서실장은 이 실험을 진행한 연구원과 의사에게 다시 한 번 보안 주의를 시켰다. 정확히는 협박한 후에 김건중 회장에게 달려갔다.
“......”
그조차 약간 충격을 받아서인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학준 비서실장은 아쉬운 점 한 가지를 지적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에 따라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효과가 좋은 이들의 혈액 검사 소견만 봐도 저 선옥을 사용할 때는 몇 배나 좋아집니다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전형적인 값을 따라갑니다.”
“효과가 좋은 이들에게는 산삼보다 더한 효과를 보인다는 소리군.”
“네.”
“결국 사람 특성에 맞는 선옥만 그 효과가 있다는 말이네. 옥 목걸이가 효과가 있다는 사람과 없다는 이들이 나오는 이유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군.”
“네. 그래서 일단 따로 팀을 꾸려서 선옥에 대한 추가 연구는 진행 중입니다만 아무래도 한계는 명확히 있는 것 같습니다.”
“매화옥 같은 옥을 이용해서 한 번 최대한 연구를 해 봐. 사람마다 체질이 차이가 있다면 그걸 측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람마다 인체 내 침투해서 활성화되는 세포 작용도 다르다고 했잖아. 지금 이 실험 결과를 기준으로 한다면 분명히 방향성이 나올 거네.”
“그 부분은 연구소 내에 따로 새로운 전담팀을 만들어서 연구를 진행하겠습니다.”
이학준 비서실장은 평소와는 달리 이 선옥 연구 결과에 대한 기대심으로 잔뜩 흥분해 있었다.
김건중 회장조차 그런 모습은 처음이라서 혀를 내둘렀지만, 그 이 물건을 만든 조민호를 떠올리면서 안색을 굳혔다.
‘하긴 인간의 생명과 관련이 있으니.’
***
조민호도 최영준 차장 통해서 이학준 비서실장의 실험 결과를 받았는데, 그 역시 이미 혼원기를 통해서 어느 정도 짐작했던 결과지만 실험적인 차이를 보고 나서 혀를 내둘렀다.
‘한 편으로 물리의 주파수 특성과도 관련이 있어. 그게 수리물리학의 함수로도 표현되잖아. 정말 놀라운 결과다.’
그는 무학의 정수를 통해서 깨달았지만 이런 실험 결과와는 좀 차이가 달랐다.
이제까지는 관념적으로 알아왔는데, 이제는 실제로 그것을 체험한 것이다.
혼원기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선천지기 바탕 위에 순수한 후천지기를 돌려서 만들다. 따라서 정기신(精氣身) 일치가 그 시작인데, 지금까지 조민호의 신체나, 내공 스탯은 보통 세계 최고 프로 선수 정도를 아득히 넘어섰다.
다만 여전히 한계가 존재해서 혼원기를 마음대로 사용할 정도는 아니다.
그는 필요성 때문에 이 데이터를 소극적인 태도를 벗어나서 조금은 적극적인 태도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조민호는 당분간은 눈에 뜨이는 행동 대신에 이 선옥이 그 대안이라고 생각하자 CIA의 윌리엄 부국장을 조용히 불렀다.
대충 돌려서 설명했지만, 윌리엄 부국장은 금방 알아들었다.
“가, 감사합니다.”
“임시방편일 뿐이니, 너무 그렇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닙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윌리엄 부국장은 CIA, NSA를 비롯한 미국 정보기관을 비롯해서 다른 각국의 정보기관과 공유한 정보 일부를 내놓았다.
동명 상하이호를 토대로 해서 이와 관련된 배에 대한 추적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동명 상하이호같은 배를 조사하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뒤늦게 연결 고리를 찾아내서 연관된 배를 찾아냈다.
“지금까지 파악한 숫자만 해도 무려 300척이 넘습니다.”
이 배 중에는 수십만 톤의 배가 포함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윌리엄 부국장은 인공위성 수십 대를 동원해서 이들 궤적을 철저하게 확인했고, 이를 다시 정보 전문가를 통해서 분석했다.
해풍, 파랑, 해류와 같은 다양한 해양 현상을 관측하는 인공 위성을 통한 분석 결과 자체에서는 특이점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것이 배의 이동 움직임입니다.”
지구본 전체에 그려진 다양한 배의 궤적은 전 세계 곳곳을 누볐다. 의문의 캡슐 이동은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있었다.
이 캡슐과 관련된 부패 세력 역시 각국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다.
충격적인 결과에도 조민호는 예측을 벗어나지 않아서 매우 놀라지 않았다.
“이자들을 정리하는 일은 잘 진행되고 있겠군요.”
“네. 다행히 모든 국가에서도 이번 일의 중요성을 알아서 순탄하게 진행 중입니다. 다만 캡슐 출처에 대해서는 아직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윌리엄 부국장은 가져온 가방을 열어서 조민호에게 보여주었다.
특수한 금속으로 밀봉된 가방 안에는 은은한 푸른빛을 뿜어내는 물체 열 개가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캡슐 하나에 이런 특이한 물질이 꽂혀 있습니다. 다른 장비는 대부분은 개발할 수 있지만 이 물질만큼은 예외였습니다.”
캡슐은 철저하게 분해되어서 따로 연구가 진행 중이었다. 캡슐이 가지는 놀라운 효과는 기존 의학 기술보다 몇 단계 높았다.
그런데 정작 그 캡슐을 가동하는 핵심이 바로 이 특유한 파란색 금속 막대였다. 외부 금속 물질도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설마 지구에 존재하는 금속이 아니라는 말입니까?”
“네.”
“놀랍네요.”
조민호는 호기심을 느낀 채 슬쩍 금속 막대 하나를 뽑아서 살펴보았다. 독특한 금속 빛깔이지만 그렇게 보이지도 않았다.
그가 특히 놀란 것은 자신의 선천지기로도 기운을 감지하지 못한 점이다.
‘이 금속이 외부로 새어나가는 기운을 막은 것일까?’
“동작 원리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까?”
“무선 전파 방식인 것 같은데, 현재로서는 그 원리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이건 저에게 맡겨주세요.”
“알겠습니다.”
윌리엄 부국장은 선옥을 조심스럽게 챙겨서 후다닥 밖으로 나섰다. 그는 당장 미국에 가서 자기 어머니에게 사용할 생각인 듯 보였다.
***
조민호도 푸른색 막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접근을 해보았지만, 그 비밀을 밝히지 못했다. 다만 그는 선천지기를 사용해서 몇 가지 실험하던 중에 선옥과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차이가 있다면 선옥과 푸른색 막대와 같이 담는 용기였다.
다른 한 가지 구분되는 점은 효율이다.
선옥을 임시방편으로 만든 것이라서 선천지기가 지속해서 외부에 퍼져 나가지만 푸른색 막대는 무선을 통해서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그도 처음에는 설마 두 가지가 같을까 고민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비슷하지 않을까 고민했다.
결국 혼원기를 사용해서 푸른색 막대에 압력을 집중해보았는데, 다행히 푸른색 막대가 혼원기를 견디지 못하고 갈라졌다.
그 틈을 통해서 푸른색 막대의 기운은 천천히 퍼져 나왔다.
[선천지기 스탯이 +1 올랐습니다.]
[선천지기 스탯이 +1 올랐습니다.]
“!”
조민호는 자신의 선천지기가 단숨에 10이 오르는 것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선천지기 스탯 상승은 더 일어나지 않았다.
남은 기운은 대기 중으로 천천히 퍼져 나가면서 흩어졌다.
그는 동그랗게 변한 눈으로 멍하니 푸른색 막대를 다시 살폈다.
‘맙소사.’
푸른색 막대는 놀랍게도 일정한 파장의 선천지기를 담고 있었다. 혼원기와는 다른 점은 12가지가 아니라 좀 더 세분되어 있었다.
그는 몇 가지 실험을 더 진행하면서 혼원기와 푸른색 막대 선천지기는 그 근원이 바로 인간의 선천지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새끼들이.’
뒤늦게야 이 푸른색 막대를 어떤 식으로 만들었는지 깨달았다. 의문의 푸른색 금속은 아마도 선천지기를 가공할 용도로 만든 것이 분명했다.
캡슐은 어떻게 보면 인간의 몸을 치료할 목적보다는 선천지기를 갈취해서 배터리처럼 모으기 위한 용도였던 것이다.
정신이 번쩍 든 조민호는 뒤늦게야 윌리엄 부국장이 가져온 자료를 다시 처음부터 살폈다. 이들의 목적이 인간의 선천지기 갈취였다면 어디선가 그것을 모아둘 곳이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방대한 위성 데이터 정보를 기준으로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