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172화 (172/176)

#172

그는 자기를 막아서는 신경훈 팀장 행동에 의혹마저 느꼈다. 다른 경호원을 불러서 캡슐 안을 들여다보려고 했다.

신경훈 팀장은 오히려 신동일을 강제로 잡아서 한쪽으로 끌고 갔다.

신동일의 폭언이 격해지면서 경호원 역시 당혹스러워했다.

“야, 신 팀장, 너 설마 이거 해상 밀수 맞지?”

“절대로 아닙니다. 이미 다 신고가 된 물건입니다. 이사님이 생각하는 그런 일은 절대로 아닙니다.”

“아니 말이 안 되잖아. 아니 그건 좋다고 하자. 왜 갑자기 날 이곳으로 끌고 온 거야?”

“저도 사장님 지시받고 움직이는 것뿐입니다.”

“무슨 개소리야?!”

난감한 신경훈 팀장도 곤혹스러웠다. 갑자기 연락받고 움직이기는 하지만 이런 일은 이제까지 없었다. 다급하게 다시 전화해보았다. 역시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멀리서 헬기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헬기 2대가 배를 비추기 시작했고, 방송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해경이다. 배에 탑승한 선원은 즉시 배에서 내리기 바란다! 다시 통보한다. 당장 배에서 모두 내려라. 그렇지 않으면 발포하겠다!]

“!”

창고에서 나온 신동일 이사는 입을 딱 벌린 채 하늘에 떠 있는 헬기를 쳐다보았고, 배를 향해서 몰려오는 십여 대의 차량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차량에서 내린 이들은 뜻밖에도 군인과 경찰 특공대였다.

모두 100여 명이 넘는 이들은 총으로 무장한 채 차량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배를 향해서 겨누었다.

정신없이 출항을 위해서 준비하는 이들은 다들 양손을 올린 채 내려설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차량 한 대에서 내린 이들은 천천히 배를 향해서 다가왔다.

잊을 수 없는 한 사람을 발견하자 깜짝 놀랐다.

“조민호?!”

군인과 경찰의 경호를 받은 채 천천히 배에 올라온 조민호는 신동일 이사를 발견하자 혀를 내둘렀다.

“네놈이 왜 여기 있어?”

“무, 뭐야?!”

“보고도 몰라?”

조민호가 손짓하자 우르르 배에 올라간 군인은 일일이 선원을 하나씩 다 포박해서 쇠고랑을 채웠다. 이 황당한 사태에 신동일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너희 신명 그룹 전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니까. 도대체 이제까지 뭘 하고 다닌 거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마!”

“이걸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버럭 욕설을 퍼붓던 신동일도 신경훈 팀장마저 체포되어서 끌려 내려가자 크게 당황했다.

“서, 설마 밀수품 때문에 그래?”

“밀수품?”

조민호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수색하던 이가 뭔가 발견했다는 소리를 듣자 곧장 선실 창고 안으로 들어가서 캡슐을 발견했다.

“기가 막히네.”

도대체 누가 이런 장비를 국내 안으로 밀반입했나 싶었는데, 그게 신명 해운 짓이었다. 신명 해운은 국정원과 청와대 내부와 인맥도 있었다.

이러니 이들의 행적을 누구도 밝혀지지 않은 것이었다.

신명 해운은 청와대의 도움을 얻어서 무섭게 성장한 것이었다.

그는 아직도 고함을 지르고 있는 신동일 앞으로 다가갔다.

“이 캡슐은 언제부터 국내로 밀반입해온 거지?”

“도대체 저 캡슐이 뭐기에 이 난리야. 당장 언론에 고발할 거야!”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채 발버둥치는 신동일은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결국, 신경훈 팀장을 끌고 와서 질문했는데,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 일 때문에 임시로 합류한 최영민 사장 역시 당혹스럽기는 매 한 가지였다.

“이놈들은 모르는 눈치인데,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겁니까?”

“아무래도 이들 역시 물건이 뭔지 모르고 배송만 한 것 같습니다.”

“설마 그렇게까지 했을까요?”

“아닙니다. 지금까지 조사한 모든 관련자 역시 내막을 잘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안산 병원의 의사조차 그저 장비를 사용해서 환자를 치료한 것뿐입니다. 그들은 특이한 캡슐 의료 장비로만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캡슐 장비 효과가 대단했습니다.”

캡슐 장비는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여러 가지 특성이 있었다. 초음파 센서를 이용한 트랙킹 시스템은 환자 인체 내부를 자동으로 추적해서 안정화를 도왔다.

최영민 사장은 이제까지 조사된 캡슐 효과에 대해서 정리한 파일을 직접 보여주었다.

“이 캡슐을 확인한 의사조차 놀라운 효과에 경악하고 있습니다. 특히 환자에 따라서 다양한 초음파를 이용해서 환자 질병을 완화합니다. 이런 장비는 아직 그 어떤 회사에서도 만들지 못한 제품입니다.”

“......”

조민호도 캡슐 효과를 살피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뒤늦게야 이 캡슐이 그저 단순한 의료 장비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했다.

“사장도 모른다고 합니까?”

“신명 그룹 본사 전체를 수색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밝히지 못했습니다. 그들 역시 이 캡슐을 가져왔을 뿐이지 그 효과는 잘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황당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막상 신명 해운을 덮쳤지만 나오는 결과는 별로 없었다.

심지어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한 신동일 이사 역시 마찬가지다.

조민호는 고문해볼까 하다가 애송이 행동에 고개를 내저었다.

“신동일씨, 아직 상황 파악을 못한가 본데, 당신은 국가반란죄로 기소될 거야. 그런데도 아직 분위기 파악을 못 해?”

“구, 국가 반란죄라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야?!”

수갑까지 찬 채 양팔을 잡고 있는 군인 때문에 버둥거리는 신동일 이사는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그도 뒤늦게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 말이 안 되잖아......요. 난 정말 상황을 전혀 모른다니까. 그리고 우리 신명 해운은 어디까지나 해운 회사일 뿐입니다.”

“좋아. 그러면 잘 생각해 봐. 만약 이번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내가 나서서 도움을 줄 수도 있어. 안 그러면 최악의 상황에 사형을 선고받을 거야.”

창백한 신동일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체포된 다른 이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 역시 대부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선장 김덕기가 참다 못해서 버럭 소리쳤다.

“제가 선장인데, 이 배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

김덕기 선장은 역시 배의 선장답게 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특히 해상에서 캡슐을 받을 때 아예 선박 자동식별장치를 꺼버렸다. 의문의 배에 대해서는 자세히 몰랐다.

그저 날짜와 위치 정보만을 전송받아서 그에 따라서 행동했다.

그리고 이 정보를 주는 곳이 바로 신명 그룹 본사 쪽이었다.

문제는 신명 본사 그 누구도 이 정보에 대해서 잘 몰랐다.

그저 외부에서 일정한 채널 통해서 정보를 받을 뿐이었다.

비용은 아예 페이퍼 컴퍼니 통해서 받았다. 깨끗하게 세탁된 이 돈은 비자금으로 활용되었는데, 국내 정치인에게 전해졌다.

로이스 펀드 투자 역시 이 비자금 세탁의 한 창구였다.

금감원은 이 로이스 펀드를 따로 특별하게 관리했는데, 그 실무자 중에 한 사람이 바로 유명환 과장이었다.

유명환 과장은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서 금감원을 따로 관리했고, 여기에는 정부 여당 정치인 십여 명이 연루되었다.

특히 강기창 경감은 김재민 비서실장의 행동 대장으로 이 비자금 관리와 부패 공무원에 대한 폭넓은 관리를 맡았다.

김정환 부장검사는 이 모든 비자금 내역 전반에 대한 것을 모두 파악했고, 그 사실을 조민호에게 따로 보고했다.

“다 좋습니다. 하지만 결국 캡슐의 출처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말입니까?”

“네. 김덕기 선장도 주기적으로 계속 바뀌는 해상에서 물건을 받았습니다. 국내로 들여올 때는 전부 세탁이 되어서 들어왔습니다. 이 일에는 김재민 비서실장이 직접 관세청장을 따로 움직여서 처리했습니다.”

위에 고위직 전체가 마치 한 몸통이 되어서 움직인 일이었다. 그러니 설사 중간에 이 사실을 적발해도 묻히기 일 수였다.

“심지어 그 와중에 희생된 공무원 숫자만 해도 당장 드러난 것만 오십 명이 넘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해서 사망한 이들조차 다시 재조사를 진행 중입니다만.....”

“살해당했군요.”

“네.”

아이러니한 사실은 밑에서 진행된 일이 모두 위에서 지시를 내린 것이 아니었다. 조민호 퍽치기 일당처럼 그들 역시 중간 관리자에게 의뢰를 받아서 행동했을 뿐이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오랫동안 진행되면서 부패의 근원이 되었다.

조민호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관련자에 관한 조사는 진행되고 있고요?”

“네. 관세청장을 비롯한 협의가 드러난 이들은 모두 구속해서 비밀리에 조사 중입니다. 다행히 그들이 사전에 조사 과정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점조직이라서 그렇겠죠. 가장 상층부가 무너지니, 반응 못 했고요.”

“네.”

김정환 부장검사는 새삼 경이로운 눈으로 조민호를 힐끗 쳐다보았다. 이번 일에 결정적인 공을 세운 것은 역시 조민호였다.

김재민 비서실장 처리에 인권 타령해서 변호사를 부르거나 했으면 상황이 생각보다 복잡하게 돌아갔을 수도 있다.

변호사 통해서 얼마든지 관련 비리인에게 정보를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가 특히 놀란 것은 미 국무장관까지 동원해서 청와대 본진을 타격한 것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말 김재민 비서실장을......”

“그 일은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미국 정부가 나선 것으로 처리되었을 테니까요.”

“아. 네.”

조민호는 피식 웃었다.

“어차피 이 일은 모두 CIA에서 처리했다고 보셔야 할 겁니다. 이미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 유럽에서도 이 일이 비밀리 진행 중이니까요.”

“설마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다는 말입니까?”

“윌리엄 부국장은 이미 한국 내의 작전을 토대로 일본과 유럽에 대해서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고요.”

미국 정부가 걱정한 것은 이들 조직의 생태였다. 그들은 덕분에 한국에서 진행된 사건을 기반으로 해서 다른 나라에도 작업했다.

다행이라면 다른 나라 역시 약간의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그럭저럭 진행되었다. 실제로 다른 나라도 한국과 별반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역시 아직까지도 몸통을 밝히지 못했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해.’

***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진행된 의문의 조직 소탕전은 뜻밖에도 순조롭게 잘 진행되었다.

물론 이 수사는 언론을 통해서 외부에 알려지지는 않았다.

조민호 역시 별다른 문제를 찾지 못하자 다시 일상생활을 시작했는데, 그 시작으로 슬그머니 거래를 받아들인 최두영을 치료했다.

애초에 빌딩을 헐값에 사들이려고 한 치료라 최두영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최두영 상태는 로빈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치료는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최두영이 회복되기가 무섭게 재산 상속에 대한 모든 것을 백지화해버렸다.

결국 분노한 장남 최영만을 시작으로 최진희, 최민형은 최두영을 고소해버렸다.

그들은 심상치 않은 최두영 행동 때문에 불안을 느꼈고, 혹시라도 사회 복지 재단에 전 재산을 기부할 것을 염려했다.

이 황당한 사건은 뉴스를 통해서 외부에 알려졌다.

최두영 상태가 나빠졌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박진민은 유산을 둘러싼 한 가족의 소송 전에 혀를 내둘렀다.

“공감은 가지만 좀 너무 했네.”

이리저리 선배 통해서 직장인 생활을 알아보는 김영탁 역시 혀를 찼다.

“아버지가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고 이해하려고 해도 너무 한 것 같아.”

뜻밖에 이 소송을 조사한 박진민이 툴툴거렸다.

“신기한 게 그 파킨슨병 진단이 오진이라는 소리가 있어. 파킨슨병 진단받아서 자식은 유산 대박을 받았다고 생각했다가 아니란 소리를 들었으니, 오죽했겠어.”

“어, 파킨슨병 오진은 아니라고 하던데, 내가 잘못 알았나?”

“여기 기사 봐.”

박진민은 실제로 이 가족 소송에 관한 기사를 보여주었다.

그가 발견한 기사에는 파킨슨병이 오진이라고 되어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김영탁이 발견한 기사에는 실제로 파킨슨병이라고 되어 있었다.

둘 다 서로 다른 기사 내용을 확인하자 급히 인터넷을 검색했다.

[가족 소송전의 시작은 파킨슨병이었다!]

[파킨슨병 치료가 만든 새로운 비극!]

[파킨슨병 오진이 가족 소송전 비화로 커지다!]

[한국 병원 오진 이대로 둬도 되는가. 오진이 한 가족을 소송전 참사 밀어 넣다!]

“헐.”

“황당하네.”

서로 대립하는 가족 소송전에 관한 이야기는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기사 댓글에도 이 오진 문제 때문에 난리였다.

결국 한 기사는 이 파킨슨병이 오진인지에 대해서 중점 다루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병원 담당자가 결코 오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

조민호는 정체불명의 조직 추적 때문에 머리가 아팠는데, 이 기사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달랑 치료만 해주었을 뿐인데, 다른 경우와는 너무 달랐다.

‘혹시나 싶어서 매혹 수법을 가미했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흘러가다니.’

박진민은 힐끗 조민호 눈치를 봤다.

“민호야, 네 생각은 어때?”

“글세.”

이미 오성 바이오 입사 선배를 통해서 정보를 얻은 김영탁은 오히려 더 눈치를 봤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