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166화 (166/176)

#166

***

벤처투자로 무려 500억을 날려버린 최용만은 어떻게 해서라도 추가 투자금을 구하러 다녔다. 아무리 해도 돈을 구할 수가 없자 결국 아버지 최두영을 매일 찾아와서 괴롭혔다.

“아버지, 어차피 제가 받은 유산을 미리 당겨서 받는 거잖아요. 왜 이렇게 답답하게 구시는 저 모르겠습니다. 정말 속 천벌 납니다.”

과거 사채로 명성이 높았던 최두영은 장남 최용만의 모습을 보자 1원 한 푼 주지 않았다.

최용만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최두영 주변 사람을 박아두었다. 덕분에 최영준 차장이 찾아온 것을 파악했고, 그 자리에 고문 변호사 김해진이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아저씨,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마약이라도 한 것처럼 날뛰는 최용만 모습에 김해진 고문 변호사도 당황했다.

그리고 최용만이 이런 기색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해진 아저씨가 제 후견인 노릇 하신 거 잘 압니다. 하지만 아버지 살아봐야 몇 년이면 끝입니다. 전 이후에도 아저씨를 계속 옆에 둘 겁니다. 이런 제 기대를 저버릴실 겁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정말 그렇게 나올 겁니까? 저도 바보 아닙니다.”

당근과 협박이 이어졌다.

김해진 고문 변호사도 한숨을 내쉬면서 계속 버텼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최두영의 파킨슨병은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된다.

특히 법적으로도 자기 판단 능력을 상실하는 경우에는 유산 문제는 소송으로 비화한다.

김해진 고문 변호사도 최두영 문제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파킨슨병이네.”

“네? 그게 무슨......”

“자네 아버님 병이 파킨슨병으로 판정 났어.”

“맙소사!”

장남 최용만은 경악했고, 곧 어쩌면 당장 유산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에 김해진 고문 변호사가 일축했다.

“아직은 괜찮네. 그러니 엉뚱한 짓을 하지 마. 내가 굳이 이런 말을 해주는 것은 분란의 소지를 만들지 말고, 차라리 아버님을 설득해.”

“알겠습니다.”

그는 겉으로는 수긍하는 척했지만, 유산에 대한 탐욕을 쉽게 버리지 못했다.

‘당장 천억만 있으면 돼. 그러면 투자한 기업 숨은 트일 수가 있어.’

***

장남 최용만은 고민을 거듭했다. 그런데 문제가 간단하지 않았다. 파킨슨병 진단이 나온 것은 불과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다.

이상이 생기려면 최소한 1년, 적어도 몇 년은 지나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치료약이 좋아서 몇 년은 또 버틸 수도 있었다.

아니 그 역시 아버지가 이 파킨슨병 치료를 위해서 자구책을 강구할 것을 떠올리자 뒤늦게 아버지를 찾은 최영준 차장을 의심했다.

‘설마 파킨슨병 치료법을 알아본 것은 아니겠지?’

그는 결국 중아일보 직접 찾아가서 최영준 차장을 만났다.

“오랜만이네.”

과거 중아일보 대출 과정에서 알게 된 최영준 차장은 과거 그 모습이 아니었다. 이제는 어엿한 후계자 냄새를 풍겼다.

“그러게 말이에요.”

그도 굳이 최영준 차장 능력을 아는 터라 자극할 생각은 없었지만 왜 아버지를 방문했는지는 꼭 알고 싶어서 넌지시 떠보았다.

최영준 차장은 인상을 찌푸렸다.

“어떻게 안 건가?”

“그게 중요합니까. 전 왜 우리 집안일에 최 차장님이 간섭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또 이러신다. 아버지가 파킨슨병을 판정을 받기가 무섭게 찾아왔지 않습니까.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닙니까?”

욕심에 젖어 있는 최용만 눈빛을 보자 최영준 차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 역시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해서 당황했다.

‘최 사장님이 회복할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면 날 죽이고도 남을 기세군.’

“난 모르는 일이다.”

“자꾸 이러실 겁니까? 저희 집안 자금 동원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아시면서 앞으로 어쩔 생각입니까. 설마 저랑 척을 지자는 겁니까?”

“하아, 정말 난 모르는 일이네. 정 알고 싶으면 자네 아버지에게 가서 물어보면 되지 않는가?”

“정말 실망입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습니다. 괜히 우리 집안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기 바랍니다!”

“흠.”

그도 중간에 조민호를 소개해주면서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서 혀를 내둘렀다.

‘하긴 생명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지.’

***

조민호도 최영준 차장이 최두영 장남에게 협박당했다는 말을 듣자 피식 웃고 말았다.

“아, 그래요?”

“이번 일은 아무래도 보류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차라리 다음 후보로 넘어가는 것이 어떨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시작한 일이니, 멈출 수는 없죠.”

정확히는 악의 카르마가 담겨 있는 자의 변화에 관해서 확인하고 싶은 조민호는 굳이 그런 내심까지 밝히지는 않았다.

그런 내심을 잘 모르는 최영준 차장은 사과했다.

“미안하네. 이것저것 잘 알아봤어야 하는데, 내가 너무 서둘렀어. 자네가 말한 조건만 신경 쓰다 보니, 주변 인물에 대해서는 간과했어.”

“그럴 것 없습니다. 이렇게 일 봐주는 것만으로 고맙습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말게. 내가 명색이 기자 아닌가. 오히려 이 과정에서 특종 기사를 더 얻을 수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뭐 급한 것은 없으니, 좀 더 기다려 보죠.”

“최두영 사장이 결심 내리면 바로 연락하겠네.”

“네.”

***

최두영 일가 상황은 최영준 차장 예측과는 좀 다르게 흘러갔다.

뭔가 있다는 것을 느낀 장남 최용만을 계속 최두영 주변을 들쑤셨다. 심지어 그는 둘째 최진희, 셋째 최민형을 자극했다.

결국 다른 두 사람뿐만 아니라 막내도 최두영이 파킨슨병에 걸렸다는 알았다.

이들은 모두 최두영을 찾아가서 마치 자기 돈을 찾아가는 사람처럼 최두영을 괴롭혔다.

“너희들 미친 거야?”

“아버지, 그런 말씀이 아니지 않습니까. 막말로 아버지가 당장 내일부터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나면 어쩔 겁니다. 그 돈을 가지고 무덤까지 가지고 가실 겁니까?”

“너희 말 정말 함부로 한다.”

“이게 감정적인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어차피 유산을 분배할 거면 지금 정신이 멀쩡할 때 하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그들 사정을 다 아는 최두영은 차라리 기부했으면 했지,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당장 꺼져!”

“아버지!”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

조민호도 최영준 차장 통해서 이 상황을 듣고 나서는 혀를 내둘렀다. 그도 설마 환자 치료가 문제가 아니라 정작 그 주변 인물이라는 장애가 생길 것을 상상조차 못했다.

‘뭐 급한 것 없으니까.’

이보다는 오히려 미국에서 진행되는 일을 더 천천히 살폈다.

예상대로 미국에서 특이한 일이 발생했는데, 아시아태평양지역 국제경찰장회의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한 것이었다.

삼엄한 경비 속에서 이루어진 이 회의에서 일어난 갑작스러운 습격 사건 때문에 사망자 2명, 사상자만 12명이 나왔다.

조민호는 처음에는 그저 우발적인 사건인가 싶었지만 뉴스에 비친 핀처 요원에 모습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윌리엄 부국장의 부하인 제임스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맞습니다. 놈들이 노린 것은 FBI 국장 다니엘 밀러였고, 다행히 핀처 요원이 사전에 그 정보를 가로채서 막은 겁니다.]

[......어떻게 된 겁니까?]

[FBI에서 생체 실험에 대한 증거를 파악한 후에 미 전역에 있는 모든 병원, 요양원을 상대로 전수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그 과정에 20곳에서 실험이 이루어진 것을 파악했고, 미 전역에서 동시에 덮쳤습니다. 이 결과 때문에 FBI 뿐만 아니라 백악관에서도 계속 긴밀한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설마 보복입니까?]

[그런 걸로 압니다.]

이번 FBI 작전은 작전이 이루어지기 전날까지도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 하에서 진행되었다.

그 덕분에 생각보다는 많은 것이 밝혀졌다.

그 결과를 접한 백악관은 큰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당장 FBI 국장 암살이 진행되었지만, 사전에 이것을 눈치챈 핀처 요원 덕분에 실패하고 말았다.

핀처 요원은 도망친 암살자를 끝까지 추적해서 델로스라는 PMC에 파고들었다. 물론 그는 결과적으로 윗선을 전부 밝히지는 못했다.

[그래도 FBI 부국장 마이크와, 레이즈 CIA 국장이 이 일에 연루된 것을 파악했습니다. 두 사람은 현재 모처에서 심문 중입니다.]

‘FBI 부국장과, CIA 국장이라니. 소름 끼치네.’

[......대단하네요.]

상상을 초월한 전개에 조민호도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핀처 요원은 자신이 배트맨이라도 되는 양 미국 전역을 누비고 다녔다.

[저도 핀처 요원 실력이 그렇게 대단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는 잠깐 고민했다. 사실 이제까지 굳이 적극 나서지는 않은 것은 조용히 살고 싶기 때문이었다. 다행이라면 이 일을 파헤칠 적임자가 나왔다. 핀처 요원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제임스나 에반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안산 병원을 비롯한 한국 내에도 이미 몇 곳을 찾아냈지만 번거로워서 내버려뒀다. 그런데 미국이 나선다면 어떨까. 미국도 설마 한국에도 이 의문의 조직 촉수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국내 검찰, 정리 비리도 있지만, 그들에 대한 약점도 CIA는 잡고 있을 거야. CIA라면 그들을 일거에 쳐낼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내버려뒀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었다. 더욱이 핀처가 하는 것을 봐서는 딱히 크게 문제될 것도 없어 보였다.

‘문제가 더 생기면 내가 나서면 되니까.’

[제임스.]

[말씀하십시오.]

[혹시 말인데요. 그자들이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있습니다.]

[네?!]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제임스는 화들짝 놀랐다.

[역시 놀라네요.]

[저, 정말입니까? 그러면 설마 저희 미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그놈들의 조직이 있다는 말입니까?]

[네.]

다행히 제임스는 매혹 혼원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묻지 않았다. 이보다는 오히려 FBI 활약에 밀린 CIA를 더 걱정했다.

[저에게 그 정보를 바로 보낼 수 없을까요?]

[그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이자들이 한국 권력층에도 영향력을 뻗치고 있어요. 그자들까지 다 정리해야 할 겁니다.]

[저희는 CIA입니다. 그들까지 다 정리하겠습니다. 그자들은 결코 인간이 아니라 악마입니다. 지금까지 이 인체 실험에서 사망한 숫자가 수천 명이 될지, 아니면 수만 명이 될지 모릅니다. 반드시 척살해야 합니다!]

[알았어요.]

그는 최영민 사장에게 받은 파일을 제임스에게 보내버렸다.

‘생각보다는 일이 쉽게 풀리겠어.’

***

CIA 작업은 바로 실행되지는 않았다. 일단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들과 관련된 이들 리스트부터 시작해서 그들을 정리할 이들까지 다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테면 설사 국회의원이 이자들과 관련이 있다고 해도 내정간섭 문제 때문에 CIA가 직접 손을 댈 수는 없다. 다만 그 반대파 정치인을 통하면 쉽게 숙청할 수 있었다.

이런 정밀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미국 내부 역시 일차적으로 정리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추적이 계속되었고, 그것 때문에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CNN 뉴스를 통해서 그저 단순한 교통사고라고 알려졌지만 실제로 FBI에 의한 숙청 작업이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이런 와중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어거스트 러쉬가 결국 전 세계에 개봉되었다.

로빈에 대한 실망이 컸던 관객이었지만 뜻밖에 본 사람 평이 나쁘지 않았다.

“괜찮네.”

하지만 입소문을 통해서 뒤늦게 로빈 부활을 안 영화 애호가 의견을 달랐다.

“맙소사 저게 로빈이었어?”

실망만 시키던 로빈의 연기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웠다. 마치 혼신의 힘을 다한 인생 연기는 보는 이를 절로 감동하게 했다.

마치 로빈 혼자 영화를 떠받치는 것처럼 감동 스토리를 잘 보여주었다.

그리고 고작 2초만 나왔던 구해선은 뜻밖에도 무려 14분이나 나왔다.

로빈이 자기 파킨슨병 치료에 대한 보답으로 구해선 대사와 장면을 더 늘인 것이었다.

물론 이 장면도 어색한 구해선을 살려준 로빈 덕분에 잘 살았다.

그럭저럭 볼만했다.

한국에서는 구해선 출연 덕분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개봉 일주일 만에 무려 200만을 찍으면서 순항하기 시작했다.

일본도, 유럽도 흥행몰이를 시작하면서 불과 1주일 만에 오천만 달러 성적을 기록했다.

박희관 부장은 고작 1주 일만에 손익분기점을 가볍게 넘은 결과에 할 말을 잃고 말았고, 조수현 회장에게 보고했다.

“......이해할 수가 없네. 도대체 이유가 뭔가?”

“죄송합니다.”

“이제까지 계속 분석을 했으면서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나?”

“전 그냥 조민호 이사님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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