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164화 (164/176)

#164

“민호야, 우리 친구지?”

‘이제 정신 좀 차렸나?’

“그래.”

“으음, 이런 말 하기는 그런데 회사 들어가면 앞으로 잘 부탁한다.”

“이미 말했지만 난 사외이사라서 볼 일이 별로 없을 거다.”

“그런가?”

“어, 사외이사가 무슨 회사 경영에 간섭을 하겠냐. 거의 회사에 나갈 일도 없을 거다.”

이미 몇 번 들은 이야기지만 곧 회사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이전과는 그 의미가 사뭇 달랐다. 다행히 직장 생활 경험이 없는 두 사람은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막상 지나고 나니 그들이 조민호에게 삐딱하게 굴었던 행동을 떠올렸다.

“그동안 미안하다.”

“괜찮다니까.”

“그래.”

하지만 두 사람 안색이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막상 입사 기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오성 바이오의 바스클린 임상 3상 시험 뉴스가 나오면서 오성 바이오는 일약 오성 그룹의 미래 먹거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조민호는 물론 지난 일을 가지고 두 사람을 질책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는 이보다 핀처 요원이 어떻게 움직일지 그게 더 궁금했다.

‘잘하고 있으려나?’

***

핀처 요원도 페이만 선생을 체포해서 데려오면서 설마 지역 FBI 사무국에서 습격을 받을지는 상상도 못했다. 사전에 미리 위험을 감지하고 움직이지 않았으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습격에도 멜빈 요양원 수사팀장 필립 태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다 좋은데, 정황 증거뿐이잖아. 페이만 선생 저 작자가 변호사 군단을 데리고 와서 깽판 치는데, 소송은 쉽지 않을 거야.”

매직 거울 한 편에는 페이만 선생이 데려온 온 변호사가 오히려 FBI 담당자를 협박했다. 그들은 불법적인 이 상황에 대해서 오히려 1억 달러 소송으로 당당하게 맞섰다.

다행이라면 핀처 요원은 이미 조민호 조언에 따라 페이만 선생을 데려오면서 힌트를 얻었다.

“증거 있습니다.”

그가 멜빈 요양원 수사팀 앞에 내놓은 것은 페이만 선생이 손을 쓴 환자들의 CT 사진이었다. 특히 사망자와 현재 멜빈 요양원에 살아 있는 환자 뇌 CT를 교대로 정리해서 정리된 자료를 보여주었다.

“여기 뇌 우측 상단 부분에 보면 일정한 패턴이 나옵니다. 그런데 모든 환자에게 그의 같은 현상이 나타납니다.”

뇌의 밀도와 단면을 재구성한 CT는 일반 CT와 비교하면 훨씬 선명해서 그 차이가 분명히 드러났다. 하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았다.

“설마 살아있는 환자의 뇌를 열어서 확인해보자는 것은 아니겠지?”

“그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다른 대안이 있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죽은 사람 뇌를 부검해보면 됩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확인 가능합니다.”

“자네 말은 잘 알았어. 하지만 그런 시체를 어디서 구한다는......”

“있습니다.”

핀처 요원은 대부분 환자는 벌써 화장을 해버렸지만 이미 한 달 전부터 사전에 사망한 환자 20명의 명단을 제시했다.

“이미 보호자에게는 다 허락을 받았습니다. 이들을 데려와서 뇌를 부검하기만 하면 됩니다.”

“으음.”

수사팀장 필립 안색도 변했고, 자료를 살피는 다른 수사팀원 역시 다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신들조차 이번에 습격을 받은 상황에서도 그들 정체에 대해서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그런데 핀처 요원은 나 홀로 멜빈 요양원 사태를 끝까지 추적한 것이었다.

무려 50명의 FBI 요원이 모여서 한 거라고는 기껏 삽질만 한 것과는 실로 대조적인 결과였다.

필립 팀장은 자신의 실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찡그렸다.

“왜 인제 와서 이런 사실을 말하는 건가? 처음부터 밝혔으면 좋았을 것 아냐!”

“그때는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끄응.”

필립 팀장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팀을 다시 쪼개서 조사를 진행했다.

***

벨킨스 박사는 이번 멜빈 수사팀에 자문관으로 합류했지만, 뇌 부검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계속 불만을 털어놓았다.

“정신 나간 것 아닙니까? 도대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죽은 사람 뇌를 부검해서 뭘 밝히고자 하는 겁니까? 유가족이 아무런 결과가 없으면 그냥 둘 것 같습니까?”

필립 팀장 역시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잘나신 핀처 요원의 주장이라서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익숙한 솜씨로 두개골 상단을 분리한 벨킨 박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 환자는 뇌수술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이런 환자 뇌에 도대체 무슨 흔적이 있다고 이러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박사님도 뇌 CT를 보셨지 않습니까?”

“그거야 사람 특성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날 뿐입니다. 고작 보통 사람과 비교하면 흐릿하다고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에요.”

“하지만 그 환자 숫자가 제법 많습니다. 그 많은 사망자에게 동일한 현상이 나타난 것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벨킨스 박사는 상상력이 풍부한 핀처 요원을 힐끗 째려보면서 조심스럽게 잘라낸 두개골을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다행히 핀처 요원이 환자 가족에게 요구해서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신을 냉동한 상황이라서 부패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자 보세요. 도대체 뭐가......”

하지만 벨킨스 박사 안색은 곧 딱딱하게 굳어갔다.

개복된 뇌 일부에 특이한 흔적이 드러나 있었고, 그 옆 부분을 조심스럽게 절개해서 확인하자 파킨슨병 환자의 전형적인 현상인 액포가 증가해 있었다.

그 괴이한 현상에 벨킨스 박사는 큰 충격을 받아서 제대로 입을 열지 못했다. 뇌 CT에 일반적인 환자와 다르게 나타난 것은 뇌 조직 일부에 나타난 특이한 흔적 때문이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흔적은 결코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 아니었다.

“......이럴수가.”

필립 팀장 뿐만 아니라 다른 요원 역시 뇌세포를 확인하고 나서는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마치 SF 영화에나 나오는 황당한 뇌 내부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다른 사망자에 대한 부검이 이어졌는데,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맙소사!”

총소리가 들린 것은 딱 이 시기였다.

필립 팀장은 다급하게 무전으로 습격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총을 꺼냈다.

“젠장맞을.”

***

멜빈 요양원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헬슨 병원에서 갑자기 일어난 총격 사건은 이전과는 그 규모가 많이 달랐다.

무려 50명의 습격자가 이 병원을 습격했는데, 이번에는 헬기를 비롯한 각종 중화기가 모두 동원했다.

커다란 폭음과 여기에 놀란 비명이 다시 이어졌다.

다행이라면 멜빈 수사대 역시 단단히 준비한 상황이라서 쉽게 밀리지 않았다.

문제는 전투 규모가 생각보다 컸다. 폭음과 총격이 끝도 없이 이어지면서 멜빈 요양원 주변 지역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물론 이곳에서 특종을 노리고 있던 기자가 이 사건을 다시 방송했다.

이 황당한 사태는 결국 CNN를 통해서 전 세계에 알려졌다.

오랜만에 큰집을 찾아서 미국 출장 건에 대한 이야기하면서 가족 식사를 하던 조민호는 뉴스 특종에서 이 사건을 실시간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진짜 전쟁이라도 하는 건가? 이젠 미국 정부 눈치도 안 보네.’

특히 화면에 잠깐 드러난 핀처 요원은 병원 비상구를 빠져나와서 습격 부대의 측면을 기습해서 제대로 파고들었다.

핀처 요원의 행보는 눈부시다는 말로 부족했는데, 강화된 윌리엄 부국장의 역량을 보이면서 습격자를 하나씩 제거했다.

그리고 곧 출동한 경찰이 습격자를 에워싸면서 상황은 점점 혼란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목표한 헬슨 병원 부검실 일부를 완전히 무너트리자 철수했다.

다급하게 몰려온 FBI 지원 병력과 핀처 요원은 그들을 끝까지 추적하기 시작했다.

조민호는 건물이 무너지고, 총에 맞아서 쓰러진 사상자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핀처 요원이 생각보다는 상황을 잘 풀어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잘하고 있네.’

물고 물고는 전투는 마치 한 편의 전쟁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이를 촬영한 CNN 앵커는 마치 전쟁 전략 게임 아나운서처럼 뜨거운 전투 열기를 가감 없이 설명했다.

조수현 회장도 이라크 전쟁 방송을 떠올리게 하는 이 황당한 방송에 혀를 내둘렀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설마 대낮에 병원을 공격하다니.”

“원래 미국이란 동네가 좀 많이 험합니다.”

“아무리 미국이 막 나가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야. 시가지에서 저런 짓을 저지르는 게 이해가 안 된다.”

“......”

이미 미국에서 몇 년 살고 왔던 조정연은 입을 딱 벌렸다. 불과 얼마 전에 미국에 가서 조민호 흔적을 쫓았기 때문이다.

‘맙소사 저기는 나도 민호를 만나기 위해서 가보려고 한 곳이잖아?’

조수현 회장은 걱정스러운 듯 조민호를 힐끗 쳐다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멜빈 요양원에도 들렸다고 했지. 미국에서 빨리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다. 당분간은 미국 가는 것을 자제해라.”

“걱정하지 마세요.”

“아니 난 정말 염려되어서 하는 소리다.”

같이 미국으로 갔던 조정연은 자신을 주워온 아들 취급하는 조수현 행동에 인상을 찡그렸다.

“아버지, 저도 미국에 갔다 왔습니다.”

“참, 그랬지. 일은 잘 풀렸냐?”

그는 조민호는 눈치를 보면서 한 숨을 내쉬었는데, 석연치 않은 박희관 부장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커스틴 감독 동선을 확인했다. 박희관 부장의 투자 지분 획득 후에 어거스트 러쉬 촬영은 다시 시작되었는데, 이번에는 밤낮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 특이한 모습은 헐리우드 영화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는 조정연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는 때문에 어떻게 해서라도 어거스트 러쉬 투자에 끼어들려고 했다.

“박 부장이 제 개입을 무조건 반대했습니다. 워너 쪽에 한 번 알아봐 달라고 한 것도 거절했습니다. 정말 너무 합니다.”

“이번 일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박 부장은 독단적으로 투자를 진행했지 않습니까?”

“그건 VIP의 일방적인 요구 때문이다. 나도 로빈에 대해서 사전 조사를 해봤지만 투자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컸어.”

“그러면 왜 박희관 부장 투자자를 설득해서 투자를 막지 않은 겁니까?”

“그건 예외적인 일이었다.”

“아버지, 정말 이럴 겁니까?!”

조수현 회장은 결과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해서 별 달리 언급하지 않았다. 그도 그 내막을 자세히 몰랐는데, 조민호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한 일이라서 진행 상황만 보고받았다.

그런데 조정연이 저렇게 일방적으로 나오자 혀를 내둘렀다.

“투자 지분 일부에 대해서는 내가 박 부장에게 말해 놓으마.”

그는 힐끗 조민호 얼굴을 쳐다보자 조민호가 단호하게 고개를 내젓는 것을 확인하면서 다시 조정연을 바라보았다.

“내 마음은 잘 알겠다. 그런데 잘 생각을 해야 할 거다. 내가 아는 투자 상식으로 워너가 그렇게 손을 떼려고 한 것은 다 이유가 있어. 자칫하다가 막대한 손실을 볼 수도 있어.”

“아뇨. 이번에는 저도 확신합니다. 분명히 이번 영화 성공할 겁니다.”

“영문을 모르겠구나.”

조수현 회장은 갑자기 변해버린 조정연 모습에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

조민호도 갑자기 조정연이 똥고집 부리는 모습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저게 뻔뻔한 것일까? 아니면 필사적인 것일까?’

***

조정연는 당연히 어거스트 러쉬 변화에 대해서 확실히 알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조민호 행동을 보면서 일단 지르고 보자는 욕망 때문이었다.

어차피 이번 어거스트 러쉬가 망해도 조민호 역시 같은 결과가 나오고, 설사 성공한다면 그 성공 과실을 먹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조민호는 며칠 동안 계속되는 조정연 꼼수에 대해서 허락하지 않았고, 이보다는 파킨슨병에 대해서 더 깊은 관심을 보였다.

로빈 치료는 성공했지만, 완치는 아니었다.

파킨슨병 원인이 되는 여러 가지 단백질 중에 일부는 로빈에게서 나타나지 않지만 소피아에게만 존재했다.

이 말은 다른 파킨슨병 환자에게는 또 다른 단백질이 관여했을 수도 있었다.

이와 관련된 현상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곳에서 연구 중이었다.

조민호는 다양한 파킨슨병 환자를 확인해보면 거기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보았다.

문제는 파킨슨병 환자가 대대적으로 회복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사회 혼란의 요인이 된다.

아직은 그 의문의 조직 시선을 의식해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뇌 프로그래밍의 부작용 중의 하나가 파킨슨병일 수가 있어서 더 깊이 파헤칠 수밖에 없어. 어쩌면 저놈들도 관심을 둘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지만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효과를 볼 방법이 뭐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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