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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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는 박희관 부장이 성공적으로 협상을 이끌어내자 윌리엄 부국장을 만나서 FBI 내의 진행 사안을 조사했다.
FBI도 조직 내에 이번 멜빈 요양원 습격 사건을 심각하게 봤고, 따로 전담팀을 꾸려서 습격자에 대해서 대대적으로 조사했다.
그런데 습격자는 이미 대다수가 사망한 상황이었고, 꼬리가 드러나지 않았다.
이보다는 오히려 윌리엄 부국장의 전투력에 대해서 의문을 제시했다.
물론 그렇다고 CIA 내부에서 이미 영웅으로 추앙받는 윌리엄 부국장을 제대로 압박하지는 못했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군요.”
이미 조민호를 깊이 의지하는 윌리엄 부국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미 예상하셨습니까?”
“한국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권력자와 유착한 이들이 중간에 훼방을 놓는 것이니까요.”
“이번 전담팀 내에서도 말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따로 조사하기에는 위험성이 너무 큽니다. FBI 내에서도 저희 쪽을 의심하니까요.”
“설마 FBI가 윌리엄 부국장님이 습격팀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까?”
“제 어머니를 인질로 잡혀서 그들 요구를 들어주었다는 것이 그들 주장입니다.”
기가 찰 노릇이지만 FBI는 현재까지 사건 내막을 제대로 밝히지도 못했다. 아니 의도적으로 사건을 덮으려는 모양이었다. 그 모든 책임을 오히려 CIA 윌리엄 부국장으로 돌렸다.
내부적으로 몇몇 FBI 요원은 이해가 힘든 FBI 윗선 행동에 의혹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들 역시 증거가 없었다. 그러니 FBI 수사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윌리엄 부국장도 FBI 내에 괜찮은 대상을 물색하고는 있지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당분간은 FBI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뇌 프로그래밍 기술로 뭔가 엉뚱한 작업을 한다고 해봐야 증명하기도 어려워. 역시 한치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아. 결국 FBI 국장같은 인물에 직접 손을 써야겠어. 그러면 지금은 선천지기 흡수나 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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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의 원인에 대한 가설은 여러 가지인데, 스트레스 증가, 세포 기능 장애, 단백질 이상 현상 때문인 응집체, 단백질 분해 장애를 꼽는다.
스트레스 경우는 정상인이라면 항산화 체계에 의해서 분해되지만, 세포 장애가 일어나면 이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이 세포 기능 장애가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단백질 장애로 문제가 커지면서 단백질 분해 장애로 사건이 확대된다.
조민호도 박재희 박사 통해서 막연한 이 파킨슨병 가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현재 의학 수준에서는 이 가설을 증명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들었다.
‘그거야 일반 의사 이야기고.’
그 자신은 이미 소피아와 로빈 두 사람의 파킨슨병 장애 비교를 통해서 이 자가포식현상에 대한 것을 어느 정도 확인했다.
그다음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장애 세포에 관여하는 파킨슨 알파와 베타를 제거하면 되니까.
작업은 생각한 것보다 더 쉬었다. 로빈 혼원기를 만들어서 이와 관련된 특성을 만들어서 사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어렵게 혼원기를 사용해서 경혈 이곳저곳을 건드려야 했다. 이 파킨슨병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이 이상 뇌세포만 처리하면 되었다.
조민호는 지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서 딱 15분 정도 마사지했다.
띠링.
[선천지기 스탯이 +35올랐습니다.]
[상태창]
[이름] 조민호(25살), 무인(Lv.14)
[경험치] 115,276/162,840
[스탯]
[체력] 42, [근력] 43, [민첩] 42, [마기] 0
[후천지기] 39, [선천지기] 198, [정신] 1,283,234
‘지금 레벨에서는 쉽게 오르지 않을 테니, +35라면 조금 아쉽지만, 그럭저럭 만족해야지. 다른 환자나 빨리 찾아야겠어. 이 상태창이 뜻밖에 도움이 된다니까. 수치로 능력을 확인하는 기능이라니.’
로빈 치료 결과에 그럭저럭 만족해서 상태창만 멍하니 쳐다보면서 한마디 했다.
“끝났습니다.”
로빈 옆에서 매의 눈으로 쳐다보던 필립모어가 고개를 갸웃했다.
“네?”
“벌써 치료가 끝났다는 말입니까?”
“으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잠깐만요. 혹시 로빈의 병이 파킨슨병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한 겁니까?”
“그건 모르겠습니다.”
굳이 지금처럼 FBI가 이곳저곳을 찌르고 다니는 상황에서 아직 미국 내에 자기 인력창고를 만들지 못한 조민호도 자세한 내막을 말할 수가 없었다.
“하, 하면 도대체 지금까지 무얼 한 겁니까?”
“마사지죠.”
“그런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들은 휘트니 경우와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쪽은 마약 중독자라서 거기에 맞는 지압을 한 것뿐입니다. 로빈 경우는 아직 파킨슨병인 것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필립모어 선생도 솔직히 아직은 긴가민가했다. 파킨슨병 초기 진단에 대한 지침이 있지만 로빈은 거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부 증상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예상할 수 있는 질병은 수십 가지가 넘었다.
“제가 보기에는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보이네요. 스트레스가 심해서 한때 장애가 온 것일 수도 있습니다.”
“뭐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산화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세포 장애가 일어나면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분해 장애, 심지어 자가포식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잘 아는 필립모어를 혼자 중얼거리고 말았다.
‘내가 오진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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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모어 선생은 나름 파킨슨병 분야에서 꽤 정평이 나 있는 실력자다. 다만 그도 이제 막 파킨슨병 초기 전 단계에서 일어나는 일까지는 연구 중이었다.
파킨슨병 내에 일어나는 여러 유전자의 돌연변이 관련된 부분은 간단한 연구가 아니었다. 미국 내의 유명 연구소에서도 아직 연구 중이었는데, 대략적인 그림만 나왔다.
자가포식현상 연구와 관련된 유전자와 관련된 핵심 조절 단백질 분야도 수백 명이 수천억 달러를 투자해서 진행 중이다. 하지만 결과는 고만고만했다.
이러한 유전자에 대한 형질 전환 연구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둔 필립모어 선생은 자신을 의심하면서도 로빈 상태를 계속 확인했다.
마사지를 받은 로빈 역시 생뚱맞은 상황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마사지 받은 지 이틀이 지난 시점에 그는 자신의 변화에 고개를 갸웃했다.
치료 전에 보였던 세상이 마치 흑백이었지만 지금은 천연색처럼 보였다.
‘어.’
로빈은 자기 인식의 변화를 경험하자 크게 당황해서 겁을 집어먹었고, 필립모어 선생에게도 자기 상황을 말하지 못했다.
그는 거울을 보면서 마치 자신의 삶 일부가 삭제된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도저히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어떻게 된 걸까?’
영문을 알 수 없는 로빈은 변해버린 시선으로 자기 주변을 하나씩 확인했다.
사고는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뒤늦게야 자신의 상태가 이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파킨슨병이었어? 하면 지금은 내가 치료된 거야?’
의혹의 대상은 의문의 치료사 떠올랐지만, 도저히 그를 의심할 수가 없었다.
로빈은 며칠 동안 자기 상태에 대해서 반문했지만 자기 앞에 놓인 영화 작업을 인식했다. 그리고 크게 실망했다.
당장 커스틴 감독을 직접 찾아가서 이 쓰레기 같은 영화 작업에 따졌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커스틴 감독님은 자존심도 없습니까. 이 쓰레기 같은 작업 결과를 어떻게 허용한 겁니까?”
“흠.”
사실 나름 억울한 커스틴 감독이었지만 오히려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로빈 연기력 한계로는 어쩔 수가 없었어.”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합니까?”
커스틴 감독 역시 혀를 내둘렀다.
“나도 나름 최선을 다했네. 솔직히 말해서 자네에게 많을 것을 기대했어. 그런데 알다시피 그 기대가 부족하니, 어쩔 수 없이 로빈 자네 비중을 줄이고, 주인공 비중을 키울 수밖에 없었어.”
로빈 역량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니, 로빈 비중은 자연스럽게 줄면서 개연성 부족 문제가 나왔다. 하지만 제작사 압박에 커스틴 감독도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찍겠습니다!”
“자네 마음은 알지만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해. 마크가 용납하지 않을 거야.”
“제가 직접 만나서 설득하겠습니다.”
“나야 찬성이네. 이대로 영화가 기대 이하인 것보다는 났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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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애착이 그 누구보다 강한 로빈은 결국 마크를 찾아가서 따졌다.
마크는 로빈에게서 다양한 협박을 들으면서 혀를 내둘렀다.
‘도대체 인제 와서 무슨 개소리야?’
물론 로빈 영향력도 있지만, 그의 헐리우드 인맥 때문에 로빈 제안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대신 다른 핑계를 댔다.
“저희 투자자가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흥, 이번 영화 제작 지분은 당신네가 다 가진 것을 뻔히 아는데, 날 속일 겁니까. 이렇게 나온다면 전 그냥 안 있을 겁니다. 당신네들이 상업용 영화 쓰레기라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할 테니까.”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로빈과 척을 질 수는 없었다. 이번 영화 캐스팅에도 로빈에게 그렇게 매달린 것은 자신이었으니까.
그는 슬쩍 수정된 투자 계약서를 보여주었다.
“이게 그 증거입니다. 아, 좋습니다. 뭐 윗선에서는 로빈을 지지하니, 연기할 수도 있겠지만 다만 이번 투자자가 이 상황을 이해해야 합니다.”
“안 되면 내가 직접 설득하리다!”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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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는 갑자기 미친 개처럼 설치는 로빈 행동에 이상한 점을 느꼈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저게 원래 로빈 모습이었으니까.
그는 이보다 미래 펀드에서 어떻게 나올지 그게 더 궁금했다.
“저희도 이런 식으로 막바지에 가서 영화 상영이 엎어지는 경우를 간혹 경험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당혹스럽습니다.”
“하지만 저희 VIP 생각은 좀 다릅니다. 영화 완성도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 손실은 감수하겠습니다.”
마크는 물론 로빈에게 했던 이야기와는 좀 다른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저희 윗선에서도 이번 프로젝트 연기에 대해서 불만이 많습니다. 그만큼 손실이 더 크니까요. 그러니 헐리우드와 무관한 그쪽에서 반대를 해주십시오. 대신에 다음 영화 투자에 그만한 혜택을 드리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캐스팅을 비롯한 영화 전반에 그쪽 인력을 참여하게 해드리겠습니다.”
꽤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단순히 돈이 아니라 헐리우드 영화 제작 초기 단계에 관여할 수 있으니, 배울 것이 많았다.
영화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던 박희관 부장은 이 생뚱맞은 제안에 고개를 갸웃했다. 상대가 왜 저런 저 자세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조민호에게 지침을 받은대로 행동했다.
“괜찮습니다. 정 손실이 걱정이라면 나머지 지분도 저희가 사들이겠습니다.”
“정말입니까?”
“40% 지분에 40%를 더하죠. 총 3,000만 달러군요.”
로빈 비중이 축소되면서 현실성이 너무 많이 망가진 이번 영화는 워너 임원진도 다들 불만을 토로했다. 감동과 음악 중심의 대중성이 지금 관객에게 통할 것 같지가 않았다.
실제로 워너 내부 인력 지인을 통해서 뽑은 100명은 아직 미완인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다들 쓴소리를 내놓았다.
“한 번 검토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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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을 하다 보면 일정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외적 요인으로 대박 영화에 밀려서 망해버리는 예도 있다.
그런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영화 일정 지연이었다.
한 번 늘어지기 시작하면 그다음에는 이런저런 불협화음이 나오면서 3개월이 6개월이 되고, 결국에는 1년 이상 밀려버린다.
영화 제작 초창기였다면 영화 제작이 무산될 수도 있다.
그런데 어거스트 러쉬는 이미 제작 막바지 단계라서 그럴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로빈이 미친놈처럼 설치자 다들 당황했다.
이런 시기에 미래 펀드의 제안은 꽤 매력적이었다.
그렇다고 워너는 지분 80%를 주기에는 찜찜해서 결국 60%에 2,300만 달러로 협상을 보았다. 35% 지분은 보험용이었다.
이때만 해도 워너는 로빈 요구를 들어주다 보면 최소한 6개월 이상 영화 제작이 연기될 것이라 보았고, 설사 그가 관여한다고 해서 커스틴 감독이 이미 보고한 내용을 토대로 영화 완성도가 바뀔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이 미처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영화를 처음 만들 때가 어렵지 수정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전성기 시절을 다시 회복한 로빈과 같은 배우와 장인 정신으로 무장한 커스틴 감독이 서로 최대한 시너지를 이끌어내면서 상황이 좀 달라졌다.
두 사람은 영화에서 빠진 개연성을 최대한 채우기 위해서 사력을 다했다.
딱 필요한 장면에 로빈은 자신의 모든 열정을 다 받쳐서 메꾸었다.
웅장한 영화의 감동 스토리 라인을 로빈 자신이 채웠고, 나머지 배우가 그 감동의 강을 아름답게 수놓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