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158화 (158/176)

#158

[......지금 보고 계시는 장면은 결코 영화가 아닙니다. 멜빈 요양원 근처 외각에서 지금 일어나는 총격전은 현재 진행 중인 사건입니다.]

CNN 뉴스 속보로 나온 이 충격적인 총격전은 다른 사건과는 많이 달랐다. 마치 시가지 전쟁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뉴스가 나가는 상황에서도 비명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미국 요양원 실태를 취재 나갔던 CNN 기자가 운 좋게 이 특종을 보도했다.

소피아 치료는 아무래도 포기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조민호가 막 한국에 들어가려고 짐을 챙기는 중에 일어난 사건에 혀를 내둘렀다.

‘이놈의 동네는 정말 위험하네.’

사건 위치도 지금 자신이 있는 곳과는 고작 15분 거리였다.

방송 카메라에는 출동한 경찰 차량 수십 대가 나왔고, 심지어 경찰 헬기도 공중에 떠 있었다. 경찰 특공대 역시 갑작스러운 사태에 신속하게 움직였다.

조민호도 혀를 내두른 채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서 CNN 영화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총격전은 쉽게 끝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헬기 화면에 흐릿하게 나온 이들은 대부분이 방탄복을 입었고, 중화기로 중무장했다. 트럭은 박살 나 있었고, 그 주변 차량은 벌집이 다 되었다.

이라크 시가지 전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을 내보내면서 방송 아나운서가 신이 나서 떠들었다.

그는 은은한 헬기 소리를 듣자 인상을 살짝 찌푸리다가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통보를 하려고 제임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신호는 길게 이어졌는데, 다행히 제임스가 전화를 받았다. 물론 전화 핸드폰 배경음은 기관총 소리와 폭음이었다.

“......별 일 없습니까?”

“아, 지금 총격전이 일어나서 제가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그러세요.”

그는 전화를 끊고 나서도 다시 한 번 CNN 뉴스 보도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화면에 제임스와 에단이 경찰 특공대를 이끄는 모습이 잠깐 보였다.

‘흠.’

조민호는 살짝 눈살을 찌푸린 채 힐끗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강화된 신체 스탯 덕분에 희미한 발걸음 소리를 들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홉 명인가?’

조민호는 소풍이라도 온 사람처럼 느긋하게 기다렸고, 제일 먼저 유리창을 부수면서 방검복으로 무장한 이가 텀블링했다.

하지만 습격자는 막 자리를 잡기도 전에 목 측면 인영혈을 가격당했다.

“컥!”

온목동맥이 순간적으로 막히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어서 컥컥거렸다. 참을 수 없는 통증에 혀를 쭉 내민 채 비틀거렸다.

쾅 소리와 함께 정문이 부서지면서 두 명이 측면으로 흩어졌고, 정면에 선 이가 내부 상황을 확인하기가 무섭게 총을 쐈다.

조민호는 여전히 느긋한 태도로 먼저 쓰러트린 습격자를 앞으로 내밀었고, 총알이 무자비하게 그를 난도질했다.

다행히 방탄복 때문에 관통을 당하지 않았지만, 충격에 결국 기절했다. 내부 상황을 알아본 이들은 뒤늦게 이를 악물었다.

조민호는 그들이 다시 공격하기 전에 습격자가 떨어트린 총을 잡아서 좌측, 우측, 그리고 정면을 향해서 한방씩 쐈다.

방탄복과 헬멧 사이에 나 있는 틈을 통과해서 목을 그대로 관통했고, 습격자 네 사람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렸다.

하지만 그들 뒤에 서 있던 남은 이들과 후문을 통해서 들어온 이들은 모두 조민호를 향해서 무자비하게 총격을 가했다.

“죽여!”

***

[알파팀?]

[스탠바이.]

[베타팀?]

[스탠바이.]

[백업팁?]

[스탠바이.]

마이클은 마른 침을 삼킨 채 숨을 죽였다. 갑자기 지시를 받아서 이곳에 도착했지만 상대는 CIA 부국장 윌리엄과 그를 따르는 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윌리엄 부국장은 이미 관리직으로 빠졌지만 한창 전성기 시절에는 CIA 내에서도 명성이 자자했고, 제임스, 에반은 지금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고작 무장했다고 해봐야 권총 정도에 불과했다.

중무장한 9명의 소대 병력을 대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생포가 아니라 사살이다.]

마이클은 다시 한 번 팀원에게 주지시킨 후에 주먹을 움켜쥐었다.

창 쪽으로 다가가던 클리프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최소한 총소리가 이어져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했다.

그는 시작부터 꼬였다는 것을 깨닫자 알파팀과 베타팀에게 동시에 신호했고, 알파팀 네 명이 먼저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들 뒤를 따라 들어가던 마이클은 이어지는 집중 사격에 오히려 안도했지만, 곧 이어지는 네 방의 총격에 네 사람이 일거에 쓰러지는 모습에 경악해서 소리쳤다.

“죽여!”

정문과 뒷문에서 파고든 네 명이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상대는 단숨에 벽면 쪽으로 달려가면서 허공으로 뛰어올라서 총격을 한 번에 다 피해냈다. 네 사람의 총구는 자연스럽게 천정을 향했다.

그때 상대가 허공에 유연하듯이 네 방향으로 총을 쏘는 것을 봤다.

지지대가 없는 곳에서 총을 쐈지만, 총알은 마치 마법이라도 쏜 것처럼 목 부위의 약점을 정확히 맞추었다.

마이클은 경악한 채 몸을 비틀어서 가까스로 피하면서 세 사람이 그 자리에서 즉사한 것을 발견한 채 손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상대는 자기 입이 열리기도 전에 정확하게 약점을 쏴버렸다.

마이클은 온목동맥이 관통당하자 피가 치솟아 오르는 것을 억지로 막으려고 했지만 결국 숨을 헐떡이다가 죽고 말았다.

조민호는 불과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죽은 아홉 명의 시체를 힐끗 살피다가 섬뜩한 살기를 느끼자 얼굴을 왼쪽으로 기울였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온 총알은 그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면서 뒤쪽의 벽면을 그대로 관통해버렸다.

저격이었다.

조민호는 여전히 느긋하게 움직이면서 발등으로 총을 차올렸다.

그는 힐끗 총이 날아오는 방향을 응시했다.

총알이 날아오면서 순간적으로 만들어진 대기의 통로를 발견했고, 양손으로 들어 올린 총으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총알 궤적을 향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

매니는 솔직히 1km 정도 떨어진 3층 단독 주택 창틀에 저격총을 고정한 채 이 일을 끝내고 나서 다이앤의 뜨거운 몸을 즐길 생각에 사로잡혔다.

‘마이클 팀장님은 고작 세 사람을 잡는데, 왜 백업팀까지 준비한 것인지 모르겠다니까.’

고지식한 마이클 성격을 나름 인정하지만 이건 너무 오버였다.

그래도 마이클 지시를 불응하면 뒷감당이 불안해서 일단 목표를 다시 감시했다.

알파팀과 베타팀이 교대로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면서 느긋하게 구경했다.

그런데 안으로 제일 먼저 들어간 클리프가 침묵하자 흠칫 놀랍고, 뒤이어 들어간 이들이 동시에 쓰러지자 당황했다.

나머지 네 사람이 사방에서 총격을 가하자 눈을 크게 떴다. 상대는 마치 마술사처럼 벽면을 지지대 삶아서 허공을 날아올랐고, 마치 우주인이 우주에서 유영하듯이 총을 쐈다.

매니는 충격적인 상황에 경악했지만, 곧 분노했고, 방심하고 있는 상대를 저격했다.

‘마, 맙소사 피, 피했어?’

정확히 조준했지만, 상대는 마치 총알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얼굴을 한쪽으로 기울여서 피해버렸다.

다시 저격하려고 했을 때 본 것은 동료의 총을 들고 자신을 겨냥하는 모습이었다.

상대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를 보기가 무섭게 총알이 날아왔고, 끔찍한 고통을 느꼈다. 자신의 삶이 주마등같이 떠올리면서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괴, 괴물!’

***

윌리엄 부국장은 소피아를 퇴원시켜서 마음을 놓았지만 뒤늦게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환자도 있을 수 있잖아?’

섬뜩한 기분을 느끼자 톰슨을 불러 당장 팀을 모으라고 지시했고, 바로 헬기에 탑승한 채 멜린 요양원으로 향했다.

‘제발 늦지 않기를.’

이상할 정도로 불안한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다행히 그들이 멜린 요양원에 도착했을 때는 외간상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헬기에서 내리면서 다른 팀원에게 지시를 내리는 톰슨은 갑작스러운 윌리엄 부국장 행동에 영문을 몰랐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쉿!”

윌리엄 부국장은 이상할 정도로 섬뜩한 감각을 느끼자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톰슨과 다른 요원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윌리엄 부국장 행동에 인상을 찡그렸다. 윌리엄 부국장은 현장 요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은 FBI가 담당하는 영역이었다.

‘아니 갑자기......’

한 방의 총소리와 함께 멜린 요양원 벽 쪽에 있던 인영이 이마에 윌리엄 부국장이 쏜 총알을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윌리엄 부국장은 빠르게 뛰었고, 멜반 요양원 입구에서 몸을 굴리면서 총알을 피했다.

이번에는 멜빈 요양원 정면 좌측에서 나온 이였다.

윌리엄 부국장은 바닥을 구르면서 정확하게 다시 총을 쐈고, 이번에도 이마를 정확하게 맞추었다. 상대는 믿을 수 없는 얼굴을 한 채 그대로 쓰러졌다.

하지만 윌리엄 부국장은 다시 벌떡 일어나 멜빈 요양원을 향해 질주하면서 사방으로 총을 쐈다.

어둠 속에서 제대로 사람이 보이지도 않았지만, 총격은 마치 컴퓨터로 쏜 것처럼 정확했다. 멜빈 요양원으로 침투하던 이들은 하나씩 쓰러졌다.

“!”

톰슨과 다른 CIA 요원은 입을 딱 벌린 채 백업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윌리엄 부국장은 마치 첩보 영화의 주인공처럼 종횡무진 움직이면서 총격을 가해서 상대를 하나씩 쓰러트렸다.

마지막은 멜린 요양원 옆 3층 건물에서 저격하려고 준비한 이였다.

무려 200m 떨어진 건물 옥상에 숨어 있는 저격병을 단 한 방에 쓰러트린 것이었다.

침묵이 감돌았다.

하지만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톰슨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면서 일어나는 윌리엄 부국장에게 다가가서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았다.

“제, 제가 아는 그 부국장님 맞습니까?”

위기 상황이 사라지자 뒤늦게 정신을 차린 부국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른 요원에게 손짓했다.

헬기에서 내린 CIA 요원은 다들 시선을 윌리엄 부국장을 향한 채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부, 부국장님......”

“나도 왕년에 꽤 실력이 있던 필드 요원이었어.”

“하, 하지만......”

어둠 때문에 고작 20m도 제대로 보이지 않은 환경이었다. 습격자는 대부분이 벽이나 나무 뒤에 위장한 채 움직였다.

더욱이 방탄복까지 입은 습격자를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다 제거했다.

윌리엄 부국장도 뒤늦게야 조금 전에 자신이 벌인 일에 혀를 내두르다가 이들이 멜빈 요양원을 습격했다면, 안가도 공격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화급히 헬기로 뛰어갔다.

이곳저곳에 상처를 입은 제임스와 에반 역시 뒤늦게 나타났고, 그들은 윌리엄 부국장이 탄 헬기에 탑승해서 떠났다.

“.......”

톰슨도, 멜빈 요양원 안으로 들어간 나머지 CIA 요원들도 사라지는 헬기를 멍하니 올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저, 정말 저분이 윌리엄 부국장 맞아?’

***

조민호는 다행히 멀쩡하게 안가에서 세 사람을 기다렸다.

윌리엄 부국장은 충격적인 안가 내부의 상황을 확인하자 진심으로 조민호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그는 그나마 양호한 윌리엄 부국장과 먼지와 피투성가 된 두 사람 몰골을 확인하자 굳이 별다른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놈들을 자극했군.’

사실 그가 가장 우려한 문제인데, 다행이라면 자신과는 무관하게 이 사건이 일어났다. 오히려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즉 조민호 자신을 습격한 것이 아니라 세 사람을 노렸다는 것도 눈치채자 굳이 자세한 이야기 따위는 하지 않았다.

뇌에 프로그래밍할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정체불명의 단체가 CIA 내부에 있다 말한다고 상대가 믿을 것 같지도 않았고, 그 내막을 밝히기도 곤란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이 최선일까?’

“자리를 좀 옮겼으면 합니다만?”

“아, 죄송합니다. 따라오시죠.”

“그래요.”

그는 이미 싸 놓은 짐을 챙겨서 집 앞 도로에 착륙한 헬기에 올랐다.

제임스는 겨우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판단하자 윌리엄 부국장을 쳐다보았다.

“저기 부국장님......”

“너희도 본 거야?”

“아, 네.”

윌리엄 부국장도 뒤늦게야 넥타이를 풀면서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 때문에 미처 자신이 한 일을 뒤늦게 간과했다. 막상 자신이 한 일을 돌이켜보고서야 혀를 내둘렀다.

‘내가 미친 건가?’

“말하지 마.”

“......혹시 마약이나 약물 복용 하시는 것은 아니겠죠?”

“마약 먹는다고 그럴 수가 있을까?”

“아, 그건 아닙니다만......”

“시민을 구하려다가 보니, 그렇게 된 것뿐이야. 그리고 가능하면 입 다물어.”

“하지만 본 사람이 적어도 이십 명은 넘습니다. CIA 요원도 많고요. 그들이 입을 다물지 않을 겁니다. 오늘 사망자만 해도 40명이 넘습니다.”

“......내가 오늘 그렇게 대단했어?”

“존 윅인 줄 알았습니다.”

“그 정도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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