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153화 (153/176)

#153

그리고 이 실험이 환자 잠재 선천지기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까지 파악했다.

‘불법 인체 실험이군. 하지만 도대체 누가 이런 장비를 만들고, 이곳에 보낼 것일까? 이곳 의사들은 이 사실을 아는 것일까?’

그는 시간을 더 끌 수 없다고 판단하자 일단 이 의문의 장비가 뇌세포에 작업한 것을 꼼꼼하게 기억하기 시작했다.

증거 사진까지 포함해서 모든 작업이 다 끝날 무렵에 복도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자 슬그머니 병실 문을 나섰다.

안으로 들어서던 의사 두 사람이 조민호를 발견했지만, 인사조차 하지 않은 채 옆으로 허겁지겁 비켜났다.

조민호는 오히려 인상을 험악하게 찡그린 채 나갔다.

뒤에 남은 두 사람은 전탁환 선생을 열나게 씹으면서 병실 안에 들어가서 환자 상태를 살폈다.

‘도대체 이자들 정체가 무엇일까?’

***

의문의 장비 20대가 지하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환자 역시 딱 그 숫자였다. 지하 3층에 있던 환자가 교대로 실험자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조민호는 환자를 살피는 척하면서 그들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했고, 그 장비가 혼수상태인 환자를 상대로 효과가 있다는 것도 파악했다.

‘하지만 부작용이 더 심해.’

확인이 끝나자 다시 자기 옷을 찾은 후에 2층에서 기다렸지만 전탁환 선생이 나오지 않자 결국 그의 사무실을 찾아가서 사무실 앞에 신분증을 떨어트렸다.

사무실을 뒤지다가 혹시 자기 신분증을 통로에 흘리지 않았을까 확인하러 나온 전탁환 선생은 통로 바닥에 떨어진 신분증을 확인한 후에 욕설을 퍼부으면서 다시 후다닥 뛰어나갔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

세 사람은 조민호에 대해서 심도 있는 논쟁을 거듭하다가 산책이라도 나온 듯한 조민호 얼굴을 발견하자 화들짝 놀랐다.

“뭐합니까?”

장혁은 조민호가 실패했다고 확신한 듯 조민호를 다독거렸다.

“아, 이사님 지시대로 그냥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역시 경비가 생각보다 심하죠?”

“글쎄요.”

“저놈들이 차라리 전자 장비로 보안 시선을 관리했다면 어렵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이동 공간 자체도 협소하지만, 경비를 이용해서 일일이 막아서는데, 방법이 없습니다.”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그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서 찍은 사진을 장혁에게 보였다.

“!”

이미 병원 안으로 침투하려고 모든 수단을 강구했던 장혁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 사실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그들에게 들키지 않고 작업하는 것은 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준비도 전혀 안 된 조민호는 불과 30분 만에 불가능한 미션을 완수했다.

“그 이상한 장비를 중심으로 해서 추적해보세요. 의료 장비 자체가 아주 비쌀 겁니다. 그러니 그걸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네.”

장혁 뿐만 아니라 사진을 돌려본 두 사람 역시 매우 놀란 눈빛으로 조민호와 사진을 교대로 쳐다보면서 머리를 내저었다.

“자 이렇게 합시다. 이미 놈들이 얼마나 용의주도한 지는 세 분이 더 잘 알 겁니다. 그러니 이 병원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장비 동선을 확인해보세요. 아마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면 즉시 병원을 폐쇄할지 모르니, 유의하셔야 합니다. 여기 병원 관련자도 자신이 뭘 하는 모를 수가 있어요.”

“잘 알겠습니다.”

세 사람은 이미 병원 내부 감시가 얼마나 심한지 알기에 특별히 내색하지는 않았다.

조민호는 물론 장비로 일어난 선천지기 변화를 다시 한 번 꼼꼼하게 떠올려봤다. 이미 이 병원 의사조차 그 장비에 대해서 제대로 모른다고 확신했기에 스스로 얻은 정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작업은 한 것일까?’

***

조민호는 일단 집으로 돌아온 뒤에 장비 선천지기 변화를 꼼꼼하게 확인했는데, 이게 뭘 의미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이와 관련이 있는 실험체가 자신이라는 것을 뒤늦게 떠올리고는 자기 뇌경혈의 선천지기 변화를 확인했다.

그리고 자신이 얻은 장비로 인해서 일어난 변화와 일부 일치한 것을 발견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살짝 이 선천지기에 변화를 줘 봤는데, 놀랍게도 노이즈가 낀 상태창이 명멸을 주기적으로 반복했다.

마치 고장난 형광등처럼 계속해서 변화가 일어났고, 심지어 추가적인 문자마저 나타났다.

깜짝 놀라서 조금씩 선천지기 변화를 주었는데, 뇌경혈의 새겨진 선천지기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조민호는 새겨진 변화를 치료해서 이 상태창을 없애버리려고 하다가 잠깐 보류했다.

‘세뇌와 같은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었어. 그보다는 마치 뇌와 시신경을 이용해서 가상 VR처럼 만든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이거 정말 놀랍구나.’

상태창은 뇌세포를 통해서 바이오 정보를 취합하고, 그 정보를 다시 시신경을 통해서 표현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그도 뇌를 프로그래밍해서 시신경으로 가상 환경을 만든 기술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 몇 세기나 앞서 간 기술일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안산 병원 환자의 선천지기 변화에는 조민호 뇌에 변화를 준 것보다는 더 광범위한 정보가 많이 담겨 있었다.

즉 조민호 자신은 제한적인 실험 결과를 받았을 뿐이고, 그 실험실에 있는 사람은 더욱 더 많은 정보가 프로그래밍되고 있었다.

조민호는 결국 이 프로그래밍 정보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시작하다가 문득 자신의 정신만 무림으로 갔던 점을 집중했다.

바로 꿈이었다.

프로이드가 꿈을 무의식에로의 왕도라고 할 정도로 꿈은 정신 분석학을 이해하는 한 갈래다. 정신 분석 치료에 대한 다양한 분야가 생겨났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연구되었다.

이것은 인간의 수면 상태에 관한 연구로 이어졌는데, 기본적인 생활 파편을 바탕으로 한 전의식이 그 중심이다.

꿈에서 나타나는 이런 잠재의식에 관한 연구는 다 기능적인 형태가 대부분으로 환자와 깊은 유대를 통해서 파악된다.

인간의 뇌 활동을 전자기적으로 측정해서 직접 실험하는 기술은 현대 의학과는 아득히 벗어나 진보된 기술 영역이었다.

‘그러면 더 이상하잖아. 어떻게 정신만 무림으로 보낸 것일까. 가만 사고일 수도 있겠어. 이 프로그래밍 정보는 환자 특성에 따라서 다르게 적용되었을 테니까.’

조민호는 뒤늦게야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가 단순하게 일어난 것이 아니라 실험 중에 일어난 사고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기회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으니.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은 채 이들 정체에 대해서 더 심각하게 고민했다.

‘아마 천문학적인 자본과 권력이 필요해. 한국 환자를 상대로 이런 실험을 했다는 이야기는 다른 나라에도 적용될 테니까. 인구가 많은 중국은 꽤 괜찮은 시험대일 거고.’

그는 돌아가는 상황을 대략 파악하자 최영민 사장에게 다시 전화해서 주의하라고 경고하면서 이들의 목적에 대해서 고심했다.

***

장혁도 조민호의 놀라운 능력에 의혹을 느꼈지만 이보다는 이 괴이한 일에 더 관심을 기울였고, 병원 내의 장비에 중심으로 조사했다.

병원이 설사 비밀리에 실험하고 있다고 해도 들어가는 장비 흔적을 지울 수가 없다고 판단했기에 이 부분을 중점으로 팠다.

특히 고가의 의료 장비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지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다행히 이에 해당하는 장비가 있었다.

‘혈관 조영 검사기라.’

혈관 조영 검사기는 혈관을 찾아서 검사하는 장비로, 최첨단 영상 기기다. 대학 병원급 이상에서 갖춰지는데, 수술방과도 연동된다.

그런데 안산 병원에 들어간 이 장비는 3차원 컴퓨터 기술이 접목되어 있어서 CT, MRI와 동기를 통해서 더 입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제조업체는 글로벌 다국적 업체인 필립스였는데, 기록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리고 나머지 장비는 이 방식을 이용해서 등록되어 있었다.

사실 그 의료 장비가 무엇인지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심지어 안산 병원에 있는 환자 대다수는 혼수상태였고, 반뇌사 상태라서 거의 회복 자체가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안산 병원이 나서서 이들 환자 치료비를 내는 형태였으니, 이 일에 대해서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아니 뇌사 환자 중에 결국 사망한 이가 나왔고, 유족 중에 의심한 때도 있었다.

최정민 형사는 이 사태에 의혹을 느끼고 조사했다가 결국 음주 운전 사고를 당해서 사망하고 말았다.

이 사건은 적지 않은 의문이 나왔는데, 유족을 이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해달라고 가족 시위까지 벌였지만 덮이고 말았다.

조민호도 뜻밖에 적지 않은 이들이 사망한 결과와 추가로 장비를 통해서 병원 세 곳을 더 발견한 보고를 최영민 사장에게 들었다.

[계속 지켜보세요.]

***

이번 사건에는 권력과 금력이 같이 결합하여 있다는 것을 파악한 조민호는 평소와는 달리 박희관 부장을 직접 찾아갔다.

이미 회의실에는 박희관 팀 십여 명이 에플을 통한 투자는 미래를 알지 않고서는 할 수가 없는 투자인 터라 경이로운 시선으로 조민호를 쳐다보았다.

“26달러라면 꽤 수익이 크겠군요.”

이전과는 달리 쉽게 흥분을 감추지 못한 박희관 부장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조 이사님의 에플 주식 가치가 벌써 1조가 넘었습니다.”

“앞으로는 어때요?”

“이걸 보시는 것이 더 빠를 겁니다.”

노트북 화면에서 비영리 단체에서 운영하는 TED 강연회에서 강사로 나선 스티븐은 현란한 토크로 앞으로 미래 사회에 대해서 강연했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그의 초심이 잘 담겨 있는 이 강연회에서 스티븐은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자신을 표현했다.

하지만 이 강연을 보도한 기사는 이 강연의 스티븐 사진과 회복 기사 발표 전의 모습 비교를 통해서 완전히 회복된 스티븐 모습을 다루었다.

이 센세이션한 강연회 덕분에 TED는 일약 유명해졌고, 그 열기는 바로 에플 주가에도 영향을 주었다.

건강을 회복한 스티븐은 자신이 판매담당자가 되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마음껏 자기 생각을 계속해서 알렸다.

“이 강연 중에는 최근 에플이 비밀리에 준비하고 있는 신무기에 대한 것도 포함합니다. 덕분에 에플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면서 벌써 30달러를 돌파했고, 조정국면을 거치면서 26달러에 안착했습니다.”

경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조민호는 힐끗 흥분한 박희관 부장을 쳐다보았다. 그의 잠재 선천지기는 놀랍게도 비약적으로 변해 있었다.

‘하긴 카르마는 자기 영향력이 커질수록 커질 테니, 당연한 변화인가?’

“홀딩인가요?”

“네. 지금은 에플 주식을 절대로 팔면 안 됩니다. 최소한 그 비밀 무기가 공개되는 시점에 매각하는 것이 더 확실합니다.”

천문학적인 자금으로 무장한 세력을 염두에 둔 조민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 주식을 잘 모르니, 이번 일은 박 부장님이 알아서 처리해주세요.”

이번 주식 투자로 벌써 12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조민호의 겸손한 말에 박희관 부장도 혀를 내두른 채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이번 박희관 팀에 어쩔 수 없이 합류한 팀원은 다들 조민호를 주식 투자의 신으로 쳐다보았다.

조민호도 한마디 할까 하다가 그냥 내버려두고 말았다.

‘흠.’

***

TED 강연회에서 스티븐이 외친 강연은 번역되어서 전 세계에서 퍼져갔다.

[If you want to change the world, don't give up that will.]

세상에 대한 변혁을 나타내는 이 표어는 전 세계로 퍼졌고, 다시 한 번 에플 신화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 덕분에 아이핏의 상승세는 그 어느 때보다 무서웠다.

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 결국 에플은 자신의 비밀 무기를 세상에 공개했다.

바로 아이폰. 12개월 이상에 걸쳐 개발된 이 아이폰 컨셉이 마침내 건강을 회복한 스티븐이 엔지니어를 갈아붙인 덕분에 무려 5개월을 앞당겨서 전격 공개가 되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에플 신제품 발표회에서 무수한 추측과 소문 속에 있던 아이폰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일약 세계적인 이슈가 된 스티븐 자신의 건강 문제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이 아이폰 마케팅을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그 덕분에 이 발표회에 몰린 기자들은 그 현장을 생생하게 공개했다.

여름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조민호 눈치를 본다고 박진민조차 신약 공부를 하는 중에 뉴스를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에플 주가가 벌써 30달러라니. 저 주식 산 인간들은 떼돈 벌었겠다.”

김영탁 역시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워낙에 입소문이 많이 나서 최소한 망하지는 않을 것 같아. 아이핏 기능까지 포함한 폰이니까. 그런데 광고 한 번 끝내주게 한다. 설마 자기 건강 회복된 것을 가지고 저렇게 이용하다니.”

천문학적인 이익을 본 조민호는 딱히 별다른 내색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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