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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전생자-151화 (151/176)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조정연이 홍콩 사무소로 떠난 덕분에 가족 식사 분위기는 이전과는 달리 사뭇 축 처졌다.

조수현 회장도 차마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임서이의 따가운 눈총에 지쳤다.

눈칫밥을 먹는 조철영은 두 사람 눈치를 보면서 시선을 피했다.

조정국이나 조지연 역시 경직된 가족 분위기에 밥만 먹었다.

조지현은 뜻밖에 편한 표정이었는데, 그녀에게 가장 부담되는 조정연이 사라진 것 때문에 속이 다 시원한 얼굴이었다.

얼큰한 해물국을 마시던 조민호가 슬그머니 에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특히 박희관 부장이 해주었던 의견을 기본으로 해서 각색했다.

“앞으로 스티븐 건강만 좋아진다면 에플도 괜찮은 투자처가 아닐까요?”

회사 문제에 대해서는 냉정한 조수현 회장도 임서이 시선을 피하고자 적극 답변했다.

“난 반대다. 내가 듣기로 표적 치료제를 이용한다고 하는데, 나름 새로운 치료법인 것은 사실이지만 부작용이 너무 심해. 암세포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면역 기능을 파괴하니까.”

“그게 만약 가능하다면 어떨까요?”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민호 네 능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췌장암은 이야기가 달라. 췌장암 자체가 세포외 간질과 같은 문제에도 영향을 줘서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냐.”

실제로 성상 세포 및 활성화에 영향을 주는 세포외 간질에도 영향을 주는 췌장암은 이 문제에 관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즉 표적 치료제를 잘못 사용하면 멀쩡한 신호전달체계에도 악영향을 줘서 더 상태가 나빠진다. 실제로 이 부작용 때문에 사망한 환자는 해가 갈수록 늘어났다.

하지만 조민호 입장은 좀 달랐다.

“그거 좋네요. 췌장암이 확실히 무섭기는 무섭네요. 큰아버지도 아예 부정적이라고 하시니까요. 하지만 제가 입수한 정보로는 스티븐은 곧 회복될 거고, 언론을 통해서 대대적으로 공개될 겁니다. 그 경우에는 어떻습니까?”

떨떠름한 조수현 회장도 당황해서 다른 가족을 쳐다보았다.

요즘 들어서 은근히 아들 문제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운 임서이가 툴툴거렸다.

“민호 주장이 그렇다면야 대박이지. 그런데 고작 그런 소문을 믿고 투자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나도 지인에게서 암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 많이 들었지만, 췌장암을 극복한 사람은 본 적이 없어.”

조민호는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러면 더 잘 되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에플에 투자해서 한 몫 잡으세요.”

“글쎄다.”

자신만만한 조민호 행동에 임서이는 인상을 잔뜩 찡그렸고, 조수현 회장은 설마 하는 눈빛으로 조민호를 쳐다보았다.

조민호는 귓속말로 조수현 회장에게 자기 가용 자금을 모두 에플 주식을 사들이라고 말했다.

“정말 그렇게 할 생각이냐?”

“네. 확실한 정보니까요.”

‘아니 곧 확실해질 정보지.’

다른 가족은 다들 조민호 제안에 미심쩍은 시선이었지만 조철영 만큼은 뜬금없는 에플 주식 매입 제안을 심각하게 생각했다.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

조수현 회장도 조금 무리한 조민호 에플 주식 매입은 아니라고 몇 번 설득했지만 조민호의 단호한 태도에 그 제안을 들어주었다.

휘트니 펀드는 아직 시간이 필요했고, 상하이 빌딩을 비롯한 가용한 나머지 4,500억을 투입해서 10달러에 에플 주식을 전량 사들였다.

이 작업은 미국 사무소를 통해서 진행되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았다.

“회장님, 이번 일은 절대 아닙니다.”

“지난 일도 자네들이 반대한 일은 다 성공적이었어. 그리고 이번 투자는 투자자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른 거야.”

갑자기 조수현 회장이 왜 이런 지시를 내렸는지 다들 몰랐다.

박희관 부장은 이미 조민호에 대해서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은 터라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이 일을 담당했는데, 슬그머니 자기 친인척 자본을 끌어 모아서 에플 주식을 매입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건 조수현 가족 역시 전부 다 해당했다.

그들도 겉으로는 조민호 제안에 부정적이었지만 지금까지 조민호 행보를 떠올려 보고서야 손해는 안 볼 거로 생각했다.

조수현 회장 역시 따로 대부분이 반대하는 임원 주장을 무시한 채 에플 펀드를 만들어서 1,000억 가까운 금액을 에플 주식에 투자했다.

‘그런데 정말 췌장암 치료가 가능한 것일까? 아니 언제 스티븐을 치료한 거지? 후유, 모르겠군. 민호 녀석이 헛소리하는 성격은 아니라서 이번 일을 밀어붙이기는 하지만......’

조민호 제안에 따라서 투자한 이들은 다들 알게 모르게 불안했다.

조민호 주변의 복잡한 심사와는 별개로 미국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주치의 조지 박사를 통해서 검사를 받은 스티븐은 무려 70% 가까이 호전되었다는 진단 결과를 받았다.

췌장암 수술 부작용 때문에 췌장암 완치까지는 시간이 지나야 회복된 것이라는 조민호 말을 이제야 비로소 실감했다.

그런데 불과 이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서 93%까지 회복되었다.

스티븐은 때마침 췌장암 완치와 표적 치료제와 같은 방식을 통해서 치료되었다고 언론에 알리라는 조민호 부탁을 받았다.

“알겠습니다.”

그는 곧 주치의 조지를 만나서 슬그머니 한 가지를 지시했다.

“방사선 미사일치료라는 방식에 대해서 일전에 말한 걸로 알아. 그 방식으로 내일 스위스 가서 치료할 테니, 그렇게 준비해주게.”

하지만 기적적인 스티븐 상태에 패닉에 빠진 조지 선생은 버럭 소리쳤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신은 이제 완치라고, 이 상태를 조금만 유지해도 완벽하게 치료되는 거야!”

“그걸 어떻게 설명할 거야?”

뒤늦게야 췌장암 치료에 대해서 깨달은 조지 박사가 화들짝 놀랐다.

“참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 몸 상태는 무엇이고. 최근 아시아에 출장 간다고 한 것도 이것 때문이었나. 도대체 어떻게 치료를 한 거야?!”

조지 피서는 미친놈처럼 스티븐 손을 잡은 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하지만 스티븐은 냉랭했다.

“스위스에서 표적 치료제로 치료받아서 호전된 거야. 현대 의학의 기적이지. 이 모든 것은 자네가 한 제안 덕분이고?”

“......그게 무슨 개소리야. 자네 성격이 아무리 더러워도 그건 말도 안 되는......”

“설마 나를 치료한 성과를 이대로 포기하겠다는 말은 아니겠지?”

그제야 스티븐이 췌장암 치료에 대해서 비밀로 하려는 것을 깨달은 조지는 심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건가?”

“아, 난 복잡한 스토리는 싫어해. 대중이 그저 그럴듯한 명문만 있으면 되니까. 그리고 췌장암을 치료한 것은 당신 조지 피서가 한 일로 해.”

의사 양심으로 그럴 수 없다고 몇 번이나 거절했지만, 스티븐은 완고했다. 그리고 이런 스티븐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피서는 결국 포기했다.

“알았어. 자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하지만 만약 나중에라도 문제가 생기면......”

“글세, 그걸 누가 알까. 설사 안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이런저런 말은 많겠지만 표적 치료제 방식으로 췌장암을 치료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에 운이 좋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 뻔했다.

“끄응.”

조지 피서는 스티븐에게 달라붙어서 몇 번이나 질문해보았지만, 스티븐은 이상할 정도로 입을 열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

방사선미사일 치료는 신경내분비암세포에 존재하는 옥트레오타이드 단백질을 이트륨-90과 결합해서 화학 반응시키는 방식이다.

이 아이디어 자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와 있었고, 실제로 암환자에게 적용되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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