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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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미 박사가 신약 개발에 대해서 모를 리가 없는 사람이고, 아직 신약 개발 후보에도 오르지 않은 신약으로 하는 인체 실험 위험성을 모르지 않았다.
비록 비밀리에 실험했다고 해도 이런 사실을 외부에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실험은 성공한 마당에 계속 숨길 수는 없었고, 몇 번 망설이다가 결국 박재희 박사를 직접 찾아가서 사실을 털어놓았다.
“네? 그게 무슨 황당한 소리입니까. 이제 실험실 단계인 신약을 가지고 어머니에게 실험했다는 말입니까?”
“하지만 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자칫하면 동생이 큰 사고를 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박사님도 직접 당해봤다면 제 처지를 이해할 겁니다. 아니 이미 메틸클린에 대해서 실험 중이니, 그 대상자에 대해서 잘 아실 겁니다.”
“아무래도 그래도 어떻게 자기 부모에게 실험합니까. 만약 외부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 어쩌려고 그런 행동을 하신 겁니까?”
“조민호 이사님이 가져온 신약입니다. 이미 다른 연구원 통해서 부작용에 대한 것도 확인 끝냈습니다. 그리고 11번길의 기적 사태와도 상황이 비슷했습니다.”
“두 가지 사건은 전혀 달라요. 60명의 환자 검사를 통해서 확인한 것 아닙니까. 그들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지만 조금씩 회복되어서 8명을 제외하고는 다 완치되었습니다!”
김연미 박사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저도 지난달까지만 해도 박사님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고통받는 어머니를 더 두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이 일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고통받은 다른 환자 가족을 생각해주세요.”
“허어.”
외골수적인 김연미 박사 행동에 박재희 박사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외면했다. 하지만 그 역시 김연미 박사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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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이라면 실험용 신약으로 인체 실험하는 행동은 아닌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정작 그 대상이 되면 이야기가 좀 많이 다르다.
김연미 박사가 그런 경우였고, 오성 바이오 연구진 중에도 적지 않게 있었다.
그들은 뒤늦게 김연미 박사 사정을 듣자 슬그머니 갈등하다가 결국 실험용 메틸클린을 조금씩 빼돌려서 자기 친족에게 사용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 누구 한 사람도 특이한 부작용을 드러내지 않았고, 결국 김연미 박사를 찾아가서 자기 가족에 대한 진찰을 부탁했다.
김연미 박사는 이들을 일일이 다 정밀 검사해서 메틸 계열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부작용 상태를 꼼꼼하게 다 확인했다.
메틸클린 같은 중추신경자극제의 치료 효과로 꼽는 것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안절부절못함, 공격성, 외부 지시를 따르지 않음과 같은 증상을 호전시킨다.
심지어 각성상태나, 단기기억에도 큰 효과를 주기도 한다.
기억의 상승은 자연스럽게 언어 장애 능력을 향상해서 대화에도 큰 효과를 준다. 즉 지식 범위를 넓혀서 학습 능력 자체를 올려준다.
이 효과는 일반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하고 있던 몇몇 학생에게 획기적인 결과를 나타냈다.
김연미 박사는 이 임상 시험 결과를 작성해서 고집불통인 박재희 박사에게 내밀었다.
“.......당신들 다 미친 것 아닙니까?!”
처음에는 분노했다. 김연미 박사와 같이 몰려온 오성 바이오 연구원 여섯 명은 다들 물끄러미 당황하고 있는 박재희 박사를 쳐다보았다.
“이것은 굳이 더 실험할 필요가 없는 신약입니다. 이미 사전에 검사를 다 끝내고 우리에게 넘긴 것이 분명합니다.”
조민호 이사 이야기가 나오자 박재희 박사도 이성을 차렸다.
“조민호 이사님 말씀입니까?”
“네. 그렇지 않고야 이런 결과는 말이 안 됩니다. 이 메틸클린은 뇌 신경전달물질과 유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누구보다 박재희 박사님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결과만 놓고 보면 ADHD 환자에게 완벽한 치료제입니다!”
“하아.”
그는 차마 이 정신 나간 김연미 박사와 연구원을 질책할 수는 없었다.
김연미 박사는 바로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중추신경자극제가 전형적인 스테로이드 호르몬 증상을 나타내는 것과 주의력을 지나치게 작용해서 오히려 정신기능에 역효과라는 부작용을 나타내는 것은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어떤 부작용도 이 메틸클린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중추신경자극제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틱 장애와 같은 현상을 시작으로 해서 극심한 불안과 같은 사고 혼란을 일으킨다는 것까지 나왔다. 설명이 지속할수록 박재희 박사도 마냥 김연미 박사를 반박할 수가 없었다.
“저 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일단 조민호 이사님을 만나서 확실한 답변을 듣고, 바로 임상 1상 시험에 착수해야 합니다. 아마 임상 2상까지도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고, 임상 3상 시험 역시 무난할 겁니다. 바스클린보다는 더 빠른 결과가 나올 거라 확신합니다. 이 메틸클린은 ADHD 치료제의 정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연구원의 일방적인 압박에 박재희 박사도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뭐 여러분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다만 이건 위에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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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희 박사는 우선 경영진에게 메틸클린에 대한 비공식적인 시험 결과를 따로 만나서 보고했다.
화를 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최태한 사장은 알겠다는 보고와 즉시 이학준 비서실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신약의 부작용에 대해서 이미 뜨거운 맛을 봤던 이학준 비서실장은 의외로 이 메틸클린에 대해서는 별다른 태클을 걸지 않았다.
[실무진이 그렇게 판단했다면 바로 진행하세요. 연구비는 구애받지 말고, 원하는 액수를 통보만 하면 됩니다. 만약 부작용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면 충분한 보상까지 진행할 겁니다.]
박재희 박사는 결국 조민호 이사에게 연락해보았지만, 통화가 되지 않아서 결국 한국대 물리학과로 직접 찾아갔다.
물론 조민호는 학과 내에 없었고, 다행히 지인 통해서 도서관에 있다는 것까지 확인해서 한국대 도서관 쪽으로 향했다.
여름 방학을 앞두었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로 만원인 도서관에서 다행히 두 사람과 투닥거리고 있는 조민호를 발견했다.
“안녕하세요.”
“음? 박사님이 왜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연락되지 않아서요.”
이미 오성 바이오 입사를 단단히 준비하고 있는 박진민, 김영탁은 두 사람의 대화를 뚫어지게 쳐다 보고 있었다.
조민호는 혀를 찼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요.”
박재희 박사는 결국 직접 여기서 전화를 걸었는데, 알고 보니 수신자 거부가 되어 있어서 핸드폰이 울리지 않았다.
무안한 조민호는 슬그머니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흠, 도서관이라서 그래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만 소소한 것까지 박재희 박사가 걸고 넘어가지 않았다.
“잠깐 이야기를 좀 했으면 합니다.”
“그러죠.”
따가운 두 친구의 시선을 의식했지만, 조민호는 별 다른 말도 없이 박재호 박사를 데리고 도서관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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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미 박사도 자기 어머니에게 임상 시험을 대충할 리가 없었고, 지금까지 연구한 내용은 생각보다는 광범위했다.
박재희 박사는 그 내용과 다른 연구원이 지금까지 확인한 모든 정보를 다 취합하고 요약해서 조민호에게 털어놓았다.
조민호도 나름 신약에 많은 관심을 뒀지만 상상 이상의 정보 홍수에 혀를 내둘렀다.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겁니까?”
“이 메틸클린 말입니다. 혹시 이미 사전에 따로 시험까지 한 겁니까?”
“그렇지 않아요. 제가 추상적으로 고안한 구조식일 뿐입니다.”
예상을 벗어난 답변에 흠칫한 박재희 박사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도 치명적인 부작용이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럴수도 있죠.”
어이가 없는 박재희 박사는 핵심만 요약해서 반박했다.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항우울제만 해도 아세틸콜린,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도파니 대사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신경전달물질이 끼어들면 이 프로세스가 다 영향을 받습니다. 메틸클린은 이런 항우울제와도 비슷한 효과를 줍니다. 그런데도 단 하나의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될까요?”
“운이 좋아서죠.”
“이 수백 가지 아니 수천 가지 신경전달대사에 단 하나의 문제도 일으키지 않은 신약이 단순히 운이라는 말씀입니까?”
조민호 눈썹이 슬그머니 위로 올라갔다.
“지금 절 취조하는 겁니까?”
박재희 박사도 뒤늦게 흥분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정중하게 사과했다.
“조민호 이사님 행동이 너무 답답해서 그랬습니다. 제가 알고 싶은 것은 이 메틸클린의 출처입니다. 혹시 다른 제약 업체에서 만든 것을 가져왔거나 하면 법적인 문제가 됩니다.”
혼원기를 이용해서 가상적으로 만든 출처에 대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었다. 설사 말한다고 해도 믿을 리도 없다.
조민호도 뒤늦게 자칫하면 수백억 소송 문제까지 나올 수 있다는 박재희 박사 염려를 깨닫고는 피식 웃었다.
“그럴 일은 없습니다.”
“으음.”
그도 뒤늦게야 조민호가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너무 놀라서 잠깐 멍하니 조민호를 쳐다보았다.
그의 상식으로는 이 놀라운 신약이 단순히 추론만으로 만들었다는 말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국 박재희 박사는 더 조심스럽게 몸을 낮추어서 질문했다.
“혹시 이학준 비서실장이나 조수현 회장님이 따로 조민호 이사님에게 전한 것은 아니고요?”
끊임없는 의심에도 조민호는 그다지 화를 내지 않았다.
“걱정도 참 많으십니다만 만약 다른 제약 업체에서 이 신약을 개발했다면 미치지 않고서야 그냥 공짜로 저에게 줄 리가 있습니까?”
“그 말씀도 일리가 있군요.”
조민호 주장은 너무도 설득력이 있었다. 이 혁신적인 메틸클린을 자신이 만약 개발했다고 해도 절대로 넘길 이유가 없었다.
조민호는 박재희 박사의 염려를 알게 되자 오히려 한 가지를 제안했다.
“계속 말 나오고 있는 11번길의 기적을 오히려 이용해 차이점을 밝혀서 적극 홍보해보세요. 아마 그 효과는 엄청날 겁니다.”
“그건 곤란합니다. 자칫하다가는 사회적인 문제가 될 겁니다.”
“그 문제가 되라고 하는 거죠. 혹시라도 이 메틸클린과 경쟁적인 제약 업계에서 하는 방해를 사전에 막을 수도 있죠.”
“그 반대일 겁니다. 그 회사 주가에도 영향을 줄 텐데, 그건 법적으로 문제가 됩니다.”
“제 말은 시험 결과를 통해서 드러난 사실만을 기자 회견을 통해서 정식으로 공개하란 거죠.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
박재희 박사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공격적인 제안을 지시하는 조민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조민호도 이 문제만큼은 소극적이거나 수동적이지 않았다.
“최근 중견 제약업체를 통해서 식약청이 괴상한 행동을 벌였죠. 아마 그런 일이 비일비재할 겁니다. 이럴 때는 차라리 강한 포지션을 취해서 상대가 도저히 대항할 마음조차 먹지 못하도록 밟아 버리세요.”
관련 제약 업계는 줄초상이 날 테니, 아마 밞는 것으로 끝나지 않은 것이다.
“......그건 저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면 제가 따로 최태한 사장님에게 이야기해놓겠습니다. 연구팀도 그런 회사 포지션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제 입장이 이렇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정말 조민호 이사님이 추론으로 메틸클린을 고안한 게 맞으시죠?”
“네!”
“.......으음.”
당황스러운 박재희 박사는 다시 도서관으로 들어가다가 입구에 마중 나와 있는 두 친구에게 시달리는 조민호를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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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 지시는 오성 바이오 연구소에 대형 폭탄을 투하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아마 한 달 전이었다면 다들 조민호의 황당한 지시를 반발했겠지만, 김연미 박사가 나서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비공식적으로 인체 시험 결과가 드러났고, 그 결과에 다들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안건은 결국 김건중 회장에게 비밀리에 보고가 올라갔다.
[조민호 이사 지시에 따라!]
결국 최태한 사장은 오성 바이오 홍보팀을 통해서 공식 기자 회견을 진행했다.
이 회견장에서 메틸클린에 대한 연구와 효과에 대해서 자세하게 발표했다.
메틸클린 임상 1상 시험에 대한 일정 역시 공론화되었다.
하지만 정작 이 기자 회견에서 큰 이슈가 된 것은 바로 11번길의 기적과 메틸클린의 상관성에 관한 이야기였다.
[두 가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실제로 이번 사태와 관련된 60명의 장애 아동에 대한 면밀한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메틸클린이 그 정도로 뛰어난 효과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