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146화 (146/176)

#146

이제 곧 여름 방학을 앞에 둔 조민호는 한국대로 가면서 한국으로 이송된 유명환 과장 문제는 동부지검에 맡겨둔 채 이번 사태를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루노 제약 사태는 성공적이었는데, 11번길의 기적 사태가 생각하고는 달리 이상하게 흘렀다.

우물 프레임에 갇힌 몇몇 ADHD로 고통받은 가족이 우물물을 푸기 위해서 그곳을 격리한 경찰과 충돌이 있었다.

이 사태 이후에 11번길의 우물 사태는 시간이 지나면 적당히 덮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더 혼탁해지기 시작했다.

‘최영준 차장도 당혹스러워하던데, ADHD로 고통받는 사람을 너무 간과했어.’

아침을 가볍게 샌드위치로 때우는 박진민 역시 이 사태에 대해서 혀를 내둘렀다

“도대체 질병관리본부에서 왜 나와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걸까?”

우물물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정부도 질병관리본부를 행동 대장으로 내세웠다. 이들을 이용해서 전염병 프레임으로 물타기 한 것이었다.

당연히 이 우물물에 집착하는 시민은 극단적으로 반발했고, 사상자만 해도 10명 가까이 나왔으며, 심지어 질병관리본부 건물 앞에 가서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신문 몇 부를 가져와서 기사를 읽던 김영탁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찰과 ADHD 장애 가족 수십 명이 서로 밀고 당기는 사진과 지면이 신문 일면 전체를 장식했다.

“이제는 우물 오염 프레임을 거는 것 같아.”

“하여간에 공무원 새끼들 잔머리 굴리는 것을 보라니까.”

“나도 그 우물물 마셨는데, 병원 가봐야 하나.”

“야아, 좀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상황이 복잡하니까, 물이 오염되었다고 수작 부리는 거잖아.”

두 사람은 침묵한 조민호에게 질문했다.

“민호야, 네 생각은 어때?”

“사람들이 헛소문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아.”

“ADHD 장애로 고통받는 가족 입장은 전혀 달라. 내가 아는 선배 지인 가족도 장애 아이 때문에 결국 갈라섰더라.”

“그런가?”

“그럼. 직접 고통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 몰라. 이번 사태는 그런 가족에게 실타래같은 희망을 던져줬으니까.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개수작을 부리니, 더 분노한 거야.”

“그렇구나.”

이제까지 소수 환자만 치료하면서 이런 혼란 사태를 예상 못 한 조민호는 이 문제를 절대로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다.

‘가능하면 이른 시일 내에 메틸클린이 개발되는 것이 정답일까. 어차피 아스트라 제약을 흔들려면 좀 더 독촉해야겠어.’

***

ADHD는 주의력 결핍과 행동 장애를 뜻한다. 이런 증상은 일반적인 사회 활동에 막아서 사회와 고립시키기도 한다.

바로 자폐다.

이런 자폐증 증상에 대한 연구는 1943년에 이 현상을 발견한 존스흡킨즈 병원의 레오 캐너 박사 연구로 시작되었다.

그는 자신이 치료하던 11명의 아동에게서 다른 장애 아동과는 다른 현상을 발견했고, 사람의 관계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자폐 환자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면서 결국 생물학적인 일탈 문제가 신경전달물질 이상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자폐 환자 치료 길이 열리면서 신경학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다양한 치료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박재희 박사도 의대 재학 시에 이 신경학 약물치료 분야에 큰 관심을 뒀다.

“무슨 말씀인지는 압니다만 신경전달물질 중의 하나인 도파민만 해도 몸동작, 인식, 식사와 같은 인체 활동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복잡한 프로세스를 확인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신명 해운의 돌발 행동에 맛을 들인 조민호는 다른 사건과는 다르게 이 사건을 바라보았다.

“이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특허까지 진행한 것으로 압니다. 그렇다면 결과가 어떤지 확인은 가능한 것 아닙니까?”

“메틸클린 같은 물질은 일종의 중추신경자극제의 일종으로 여러 가지 부작용을 유발합니다. 혈압이나 심장 박동수에도 영향을 줘서 자칫하면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미 11번가의 기적 사건을 통해서 충분히 임상을 경험한 조민호는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그건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경우고, 보통 사람은 그렇지 않을 텐데요?”

“그렇기는 하지만......”

심장 혈관계 질환 환자에게는 메틸클린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다만 건강한 사람이라면 그 범위에서 살짝 벗어난다.

조민호는 이미 메틸클린이 그 간격에서 확실히 분리된 것을 이미 인체 실험(?)을 통해서 확인했다. 다만 그렇다고 박재희 박사를 상대로 강요할 수는 없었다.

“제 말은 메틸클린 연구를 조금 서둘러 달라는 겁니다.”

박재희 박사는 한숨을 내쉰 채 자리에서 일어나서 연구실 쪽으로 걸어가면서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는 30명 가까운 연구원을 손짓했다.

“다들 필사적입니다.”

“그렇군요.”

여러 팀으로 나누어진 연구팀은 중추신경자극제의 특성과 메틸클린 과의 차이점을 비교한 채 다양한 병행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심지어 당장은 불법적인 동물 실험까지도 은근슬쩍 병행했다.

그들 역시 메틸클린의 놀라운 효과를 이미 체험한 터라 주변 압력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뜨거운 오성 바이오 연구팀 분위기에 조민호도 꽤 만족했다.

“좋네요.”

“저희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최근 들어서 자폐와 정서 장애 환자 행동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발전이 이루어졌지만 그렇다고 이 장애를 치료하는 한 가지 약물은 없다.

현재 이 분야 의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증상이 나빠지는 것을 막는 정도이고, 가능하면 현실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환자를 돌보는 거다.

결국 그 피해는 환자 본인이 아니라 이 불안전한 환자를 돌보는 주변 가족이 입는다.

11번길의 기적 사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바로 절망 속에 놓인 환자 가족이 희망의 빛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질병관리본부를 동원한 정치 선동까지 벌여도 통하지 않았다.

여기에 언론 역시 이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한국 내의 모든 제약 업체에서 이 우물물을 몰래 가져와서 연구를 시작했고, 아무것도 찾지를 못했다.

하지만 덕분에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역시 오성 바이오의 메틸클린이다.

김연미 박사는 이 메틸클린 연구에도 깊이 관여했고, 덕분에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받았다.

‘정말 놀랍구나.’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하는 이 메틸클린은 마치 장애 환자 치료에 돌파구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녀가 특히 중추신경자극제의 전형적인 부작용 중에 하나인 두통, 걱정, 사고혼란이 거의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물론 이 연구 중이 약을 지금 환자에게 적용해서 테스트할 수는 없었다.

‘아쉽네.’

김연미 박사는 이 메틸클린의 자료를 살피면서 거의 이 일에 몰입했고, 덕분에 집에 가도 이 메틸클린 하나만 생각했다.

“이놈아, 싫다고 하잖아!”

“엄마, 제발 밥은 먹어야 할 것 아냐.”

“괜찮아.”

“일단 먹어야 살 것 아냐.”

“난 이대로 죽으련다. 너희 볼 면목이 없다. 새 얘기가 도망한 것도 나 때문이잖아.”

“그 나쁜 년 이야기는 하지 마라니까. 그리고 그게 우리 엄마 탓이야. 사업이 어려워지니, 눈치채고 도망친 거잖아. 그런 년은 필요 없어.”

“이놈아, 그런 소리 말아.”

불과 반년 전에 결혼한 동생이 얼마 전에 아내와 이혼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역시 시어머니와의 갈등 때문이다.

김연미 박사는 그녀를 일반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다면 자신이 직접 엄마 최미영을 치료하고 싶어서 의사가 되었다.

그녀는 곧 옷을 갈아입고는 안정제를 어머니에게 투약한 후에 동생을 위로했다.

“미안하다.”

“누나는 또 왜 그래?!”

밖에 나가서 벌써 담배를 피우고 온 터라 담배 냄새가 자욱했지만, 그녀는 차마 동생을 핍박할 수는 없었다.

사업이 어려워져서 그렇게 힘들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동생 눈에 눈물 자국이 가득했다.

어려서부터 ADHD 장애 환자였던 어머니는 지금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몇 번 병원이나 정신 병원에도 보내 봤지만 소용없었다. 멀쩡할 때는 일반인과 다르지 않아서 오히려 다른 환자와 더 심하게 갈등했기 때문이다.

김연미는 이대로 가다가는 분노한 동생이 과격한 행동을 할까 불안했고, 결국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비록 실험용 약이지만 적은 투약 용량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만약 부작용이 심해지면 바로 투약을 중단하면 되잖아.’

***

최미영은 어젯밤에 딸아이가 준 약을 평소처럼 먹은 후에 잠들었다.

그녀도 자기 장애와는 별개로 나이가 있어서 가족이 얼마나 고통받는 지 가끔 정신을 차릴 때면 그 상황을 잘 알았다.

그런데 그녀 자신도 자제할 수가 없었다.

가끔 충동적인 감정이 복받칠 때는 도저히 주체하지를 못했다.

그 감정이 집착으로 변할 때는 가족에게도 못할 짓도 많이 했다.

특히 아들을 상대로 계속 바가지를 긁는 며느리에 대해서 욕했고, 패닉에 빠진 며느리에 대해서 오히려 웃고 말았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그런 감정이 나타나지 않았다.

아침에 정신을 차리자 오히려 자신이 한 짓을 뒤늦게 떠올리면서 펑펑 울었다.

이제 관속으로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오히려 아들을 망친 것을 뒤늦게 후회했다.

그 모습을 본 아들은 오히려 한 숨을 내쉬고 말았다.

“이미 바람까지 피우고 있던 그 년 이야기는 하지 말라니까.”

“무슨 소리야?”

“후유, 지금 일하는 식당 사장하고 바람나서 그런 것뿐이야.”

“정말이냐?”

“어, 엄마가 그년을 괴롭히자 결국 마음을 완전히 굳힌 거야. 웃긴 사실은 그 편의점 사장 아내가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결국 호텔 앞에서 한바탕 했어.”

“그래도 미안하구나.”

“그런 소리 마. 다행히 급한 일을 메꾸었고, 회사 일도 잘 돌아가니까. 나 좋다는 애랑 지금 잘 만나고 있어. 문제는 엄마야. 그 사람을 소개해주기가 불안하다.”

“이 어미가 죄인이구나.”

“죄인 맞지. 그러니까. 빨리 몸을 회복했으면 좋겠어.”

아들은 뒤늦게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평소와 뭔가 다르다는 것까지 깨닫지는 못했다.

“!”

하지만 아침을 먹으려고 나온 김미연은 옆에서 입을 딱 벌린 채 멈춰 있었다.

“누나는 아침부터 왜 그래?”

“어, 엄마, 괘, 괜찮아?”

“어제 네가 준 약을 먹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네.”

김연미 박사는 허겁지겁 방 안에 들어가서 청진기를 포함한 몇 가지 장비를 가져와서 최미영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넌 또 왜 그래?”

“자, 잠깐만 기다려 봐!”

그녀는 ADHD 장애 관련한 몇 가지 질문까지 확인하면서 최미영 상태를 철저하게 검사했고, 그 결과에 경악했다.

“맙소사!”

ADHD 치료제가 사람마다 다르기는 해도 몇 주 정도는 있어야 그 효과가 나타나는데, 불과 하루 전에 실험용 메틸클린이 최미영에게 큰 영향을 줬다.

뒤늦게 김연미 박사도 최미영 상태가 완치는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여전히 정서적으로 불안한 부분을 찾아냈다.

그렇다고 그게 생활 자체에 크게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동생도 뒤늦게야 최미영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 엄마, 괜찮아?”

“이놈아, 이 어미가 정신병자라고 되는 줄 알아. 말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어떻게 날 정신병원에 집어넣을 생각까지 했냐?!”

“......어쩔 수 없었어. 그런데 진짜 괜찮아?”

“실없는 소리 마.”

그는 힐끗 아직도 맛이 간 누나 김연미를 힐끗 쳐다보았다.

“......누나, 서, 설마 아니지?”

“나, 나도 잘 모르겠어.”

“가만 어제 약 먹였다고 했잖아. 설마 그 효과 때문이었어?”

“아, 아냐.”

그도 뒤늦게 뭔가 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곧 무시했다. 무슨 짓을 했던 자기 엄마 상태가 나아진 것에 만족했다.

“오늘 그 사람 데려올까?”

“그래, 말 나온 김에 바로 만나자.”

“엄마 상태를 확인해야 하니, 다음 주에 만나는 걸로 해.”

“그럴까?”

김연미 박사는 결국 최미영을 병원에 데려가서 확인한 후에 메틸클린을 하루에 하나씩 복용시키면서 상태를 확인했다.

시간이 갈수록 최미영 상태는 점점 좋아졌고, 정서 장애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맙소사 서, 성공이야!’

하지만 그녀는 메틸클린 투약을 중지하면 다시 최미영 상태가 나빠지는 현상까지 확인하고 나서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아쉽네. 하지만 이 정도 만해도 충분해. 가만 그런데 도대체 이렇게 완성도가 높은 신약을 조민호 이사님은 어떻게 가져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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