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142화 (142/176)

#142

앨리엇은 최호영 사장 요구에 따라서 원하는 대로 메가 텔레콤 지분을 계속 사들여서 현재는 무려 29%를 확보했다.

이들은 서서히 계획한 작업을 진행하려 했지만 몇 가지 문제 때문에 하던 작업을 멈추었다.

최근 앨리엇 본사 소송 때문에 임시로 서울 앨리엇 사무소를 책임진 아틸라도 뒤늦게 메가 텔레콤 변화를 알자 앨리엇 본사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알아보고 연락하겠다.”

불행히도 앨리엇 본사에서는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

결국 아틸라도 이전과는 달리 적극 움직여서 상황을 알아봤는데, 기대한 것과는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보시라이가 죽고 나서 유타스타컴 내부에 제동이 걸렸다고?”

“애초에 이번 일은 중국계 자본이 지배하는 유타스타컴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했던 건데, 보시라이 죽고 나서 현재는 모든 의사 결정이 중단되었습니다.”

“그래도 보시라이 후임자가 있을 것 아냐?”

“아직 그 후임 자리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유타스타컴 투자 자체도 보시라이 대리인이 진행한 것이라서 간단하지 않습니다.”

“내부 갈등인가?”

“네.”

중국계 유타스타컴이 CDMA 개발 전진 기진에 대한 투자를 내년에 500억을 시작으로 해서 계속 늘어갈 예정이었다.

그들이 메가 텔레콤 CDMA 사업부를 인수하려고 했던 것도 한국 내에 사전 정지 작업으로 진행하려고 했던 일이었다.

만약 이 일이 진행되었다면 오성 전자와 같은 대기업은 큰 손해를 입지 않겠지만 한국 내의 중견 통신 업체는 다 큰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보시라이도 죽고, 메가 텔레콤이 멀쩡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앨리엇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이익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한국 통신업체가 중국 업체에 밀리는 것을 고려하면 재미없었다.

지금 당장 재미 보고 털고 나가야 하는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더욱이 이 브로커 역할을 했던 박상철 과장이라도 있다면 어떻게 엮어 나가는데, 그가 죽고 나서는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때 박희관 부장이라는 자가 앨리엇 서울 사무소를 찾아와서 한 가지 제안했다.

“메가 텔레콤 지분 29%를 전량 다 사들이고 싶습니다.”

아틸라도 앨리엇이 멀쩡했다면 개처럼 무시했겠지만 상황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9% 지분을 110억에 사들이겠다는 말입니까?”

“네.”

조민호 지시를 받아서 이 자리에 나타난 박희관 부장 최근 메가 텔레콤 매출 현황을 일일이 다 보여주면서 열악한 국내 중소 통신 업체 상황을 줄줄이 지적했다.

“레이저 쓰나미는 잘 알 겁니다. 모토로라의 압박이 강해질수록 메가텔레콤은 몰락에 몰락을 더해갈 겁니다. 그나마 지금 CDMA 사업부로 버티기는 하지만 오래는 못 갈 겁니다. 만약 메가텔레콤이 파산하면 29% 지분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합니다.”

“과장이 심하시네요.”

“초저가 휴대폰 생산이 급격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부품 아웃소싱이나, 생산설비 단순화도 빠르게 진행될 겁니다. 따라서 이름 없는 업체는 몰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그걸 알면서 메가 텔레콤 지분을 매입하겠다는 말입니까?”

“우리 미래 증권은 이 지분을 오성 전자 쪽에 비싼 가격에 넘길 예정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지난 상하이 빌딩 매입에 오성 자본이 포함된 것을 아실 겁니다. 저희랑 사이가 가깝습니다. 그런데 그쪽은 오성 그룹과 사이가 안 좋아서 거래가 힘들 겁니다.”

최근 앨리엇의 오성 지분 매입을 눈치챈 오성 그룹의 행보는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안 아틸라는 인상을 찡그렸지만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본사 측에 다시 보고를 올렸는데, 메가 텔레콤 상황이 좋아지면서 더 시간을 끌어봐야 나중에는 정말 손해만 본다고 판단한 본사에서 매각 승인을 받았다.

결국 메가 텔레콤 지분 29%는 미래 증권에 다 넘어갔다.

***

조민호도 메가 텔레콤 지분 29% 매입에 성공한 후에 앨리엇을 유심히 살폈다. 그는 특히 이 거래를 토대로 해서 유타스타컴을 비롯한 관련 중국 업체에 대해서 파고들었다.

‘흠, 보시라이라.’

처음에는 보시라이가 단순히 자신을 노렸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아니었다. 보시라이는 뜻밖에도 한국에 꽤 관심을 뒀다.

‘거슬리네.’

도대체 왜 유독 한국 CDMA 사업부에 관심을 기울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 더욱이 지금 상황 봐서는 유명환 과장 라인을 통해서 한국 정부를 통해서 압력을 넣었다.

앨리엇 행동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 반응은 그가 예상한 것과는 조금 다르게 움직였다.

‘최소한 매각을 철회하거나 아니면 질질 끌 줄 알았는데, 조금 특이하군. 이번 일은 그냥 단순한 지분 거래였던가.’

일단 이 문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유명환 과장, 박상철 과장, 보시라이, 중국 자본, 신명 해운, 루노 제약, 아스트라, 앨리엇, 메가 텔레콤, 유타스타컴이 알게 모르게 다 연결 고리로 엮여 있어. 이 고리를 파해 치면 뭔가 더 나올 거야.’

어차피 여유를 얻은 조민호는 방문했던 사회 복지관이 어떻게 되었나를 살폈다. 제한된 ADHD 혼원기가 과연 어떤 식으로 적용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아직은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

‘의도적으로 ADHD 혼원기를 약하게 처리해두었으니, 아마 지금쯤이면 반응이 오겠어.’

***

최광 부장은 오성 전자 모바일 사업부에서 일하는 터라 나름 괜찮은 급료와 회사 복지 때문에 친구 중에서 잘 나갔다.

결혼 생활도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큰 문제 없이 잘 지냈다.

그런데 이 한 가지가 문제였다.

딸 최소연이 흔히 말하는 ADHD 장애를 앓았다.

그도 나름 현대 의학이 과거보다 많이 발전한 터라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오성 의료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도 최소연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니 최소연이 최소한 다른 아이에 비해서 나빠지지는 않았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그의 아내다. 결혼하고 나서 오성 전자를 그만두고 나서 최소연을 키우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받쳤다.

너무 지나친 것 같아서 자기 생활도 했으면 하는 조언을 해보았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

직장도 포기하고, 모든 생활을 다 포기한 채 오로지 최소연을 위해서 살았다.

최소연과 동일시한 삶을 살던 아내는 최소연이 ADHD 장애로 고통받자 같이 아파했다.

아내는 자녀와 분리된 삶이 아니라 자녀와 결합한 삶을 살았다.

그랬기에 최소연의 고통은 결국 그녀의 고통으로 이어졌다.

아내의 삶은 점점 피폐해졌고, 최광과의 관계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아주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고, 분노하기 시작했다.

최광도 처음에는 받아주기만 하다가 회사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크게 치고받고 싸우다가 결국 별거까지 했다.

그는 그래도 아내와 이혼할 생각은 없었다.

딱히 아내와 성격적인 트러블도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내와 한 가지 타협해서 최소연을 2주일 정도 사회 복지관에 보냈다.

두 사람 관계가 정상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오늘 오랜만에 만나 아내는 눈물을 흘렸다.

“여보, 미안해요.”

“괜찮아.”

“흑흑흑.”

30분 가까이 운 아내는 뒤늦게야 자기 잘못을 사과했다.

최광 역시 아내 사과를 받아들였고, 다시 해보자는 각오를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몇 개월 동안의 고통을 떠올리면서 최소연을 만나러 가는 이 시간 동안 오히려 불안에 몸을 떨었다.

최소연이 다시 두 사람 삶에 끼어든다면 아내는 다시 최소연과 감정적인 소통을 할 것이 뻔하고, 그다음 두 사람 관계는 불을 보듯 명확했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되어서 딸의 장애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아빠!”

최소연은 두 사람을 보기가 무섭게 쪼르르 달려와서 품에 꼭 안겼다.

“엄마!”

“......그, 그래.”

두 사람 다 최소연의 멀쩡한 모습에 경악했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정상적인 소통이 힘든 최소연은 평소에는 두 사람에게도 파격적인 행동을 일삼았다. 마치 원한이라도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심지어 늘 제자리에 있지 못해서 이리저리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그런데 오늘 그녀의 모습은 그것과는 너무 많이 달랐다.

참다 못해서 울고만 최광은 뒤늦게야 이번에 특별히 사회 복지관을 책임진 여형수 관장을 찾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

“여 관장님,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이번 2주일 동안 아이를 위해서 특별 교육을 한다는 것까지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 아이가 이렇게 멀쩡해진 겁니까?”

식은땀을 흐리는 여형수 관장은 억지로 변명을 하면서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가 이번 사건에 자신이 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행사에 참여한 아이 중에 무려 36명이 ADHD 장애에서 회복되었다는 것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자칫 이 일이 커지면 사회적인 문제가 될 것이 뻔했다.

36명의 아이와 관련된 학부모는 돌아가면서 계속 여형수 관장을 괴롭혔다.

여형수 관장 지시를 받아서 이 자리에 나온 실무진 역시 당황하기는 매 한 가지였다.

그들 역시 아이의 변화를 뒤늦게야 알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저희도 상황을 알아보고 있으니, 진정 좀 해주십시오.”

최광 부부도 뒤늦게야 영문을 몰라서 다른 부모에게 물어봤다.

“저희도 며칠 전에 아이 변화를 알고 나서 이렇게 찾아온 겁니다.”

“설마 장애 아이들이 모두 다 치료되었다는 말입니까?”

“그것은 아닌 것 같아요. 나머지 24명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으니까요.”

그 24명의 학부모는 왜 자기 아이만 치료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여형수 관장을 괴롭혔고, 욕설했으며, 심지어 폭력까지 행사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왜 저 아이들만 다 회복된 겁니까?”

“ADHD 장애는 딱히 정해진 치료약이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 흥분을 가라앉혀 주십시오.”

“이봐, 여 관장,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당신이 뭔가 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치료된 거잖아. 막말로 무슨 임상 시험을 했을 수도 있잖아. 아, 좋아, 불법으로 했다고 치자. 그러니 그 내막을 좀 알려달라는 말이다!”

차별대우 받았다고 여긴 분노한 학부모는 마치 폭력 단체처럼 움직였다. 심지어 꼭 조폭 덩치를 가진 학부모 한 사람이 여형수 관장 멱살을 앞뒤로 흔들면서 그를 협박했다.

“이 새끼가 너 분명히 그랬잖아. 이번 행사에서 특별히 의사를 데려와서 따로 치료했다고. 그런데 왜 인제 와서 그 일이 이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씨부렁거리는 거야?”

“오, 오해입니다.”

몇 대 맞아서 얼굴이 퉁퉁 부은 여형수 관장은 물론이고, 사회 복지관 직원 역시 처음에는 과장했다고 오히려 마녀사냥 대상이 되었다.

심지어 상태가 좋아진 학부모 역시 완전히 회복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서 바지를 잡고 늘어졌다.

뒤늦게 출동한 경찰과 사회 복지관 경비원이 끼어들면서 온통 쑥대밭이 되었다.

“......”

최광 부부는 이 난리통에 더 캐묻지 못한 채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그들은 괜히 이 일에 엮일 것 같아서 뒤로 물러나다가 씩 웃고 있는 세 사람을 만났다.

“중아일보 최영준 기자라고 합니다.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아, 네.”

***

인터뷰는 간단하게 진행되었고, 최광은 서류 하나를 찍찍 찢었다. 아내가 미안해서 준비해 둔 이혼 관련 서류였다.

최광 아내는 최소연을 품에 앉은 채 사회 복지관 정원에서 뛰어다녔다. 그녀의 입가에 떠오른 것은 행복의 미소였다.

최광은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최영준 차장은 다른 학부모 인터뷰를 끝낸 김원준 과장과 양봉석 대리 시선을 받은 채 잠깐 기다렸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러면 제가 다시 질문하겠습니다. 이 사회 복지관에 맡겨두기 전까지만 해도 최소연 상태는 여전히 나빴다는 말입니까?”

“네. 아내와의 갈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아이를 맡겼습니다. 이곳에서 진행하는 행사 시기와도 딱 맞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찾아왔을 때는 소연이 상태가 멀쩡했다는 말이군요. 혹시 다른 특별한 약을 따로 섭취시키지는 않았고요.”

“이미 말했지만 절대로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이곳 사회 복지관이 문제라는 말이군요.”

“혹시 무슨 일인지 그 원인을 찾았습니까?”

최영준 차장은 슬쩍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다른 분에게는 말하면 안 됩니다. 이 사회 복지관 뒤쪽에 보면 우물이 하나 있습니다. 아마 그 우물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우물요?”

“네, 이미 그 우물 성분 요청을 해놨으니, 곧 답이 나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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