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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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는 김영탁의 도움을 얻어서 가능하면 도심에서 떨어져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은 사회 복지관을 선택했다.
그는 두 사람과 같이 이 사회 복지관을 찾아가서 장애 아동을 돌봤다.
박진민 역시 이런 사회 활동 봉사는 익숙하지 않아서 애들을 울렸다.
결국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이번 봉사 활동에 참여한 여대생이 박진민을 구박했다.
“이런 일이 처음이면 사전에 말했어야죠. 아이를 울리면 어떻게 해요?!”
“미, 미안합니다.”
하지만 김영탁은 우는 아이들을 상대로 즉흥 기타 연주까지 해주면 시선을 끌었다.
잔잔한 악기 연주는 주의력이 떨어진 아이의 시선을 끌었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던 장애 아동에게도 안정을 주었다.
옆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아주머니들도 박수를 쳐주면서 잔치 분위기를 만들었다.
괜히 심통이 난 박진민은 곧바로 조민호를 찾기 시작했다.
‘얄미운 놈!’
조민호는 뜻밖에 고함을 질러서 박진민 자신을 괴롭힌 아이 한 명을 품에 안아주었다.
복지 시설이 뒤흔들릴 정도로 빽빽 거리던 아이는 의외로 조용했다.
박진민은 괜히 심통이 나서 조민호에게 다가가서 아이를 뺏었다.
“아아앙!”
쩌렁쩌렁한 소리에 복지 시설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을 끈 박진민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잽싸게 조민호에게 내밀었다.
뚝.
‘이 새끼가.’
소리를 그친 아이를 받은 조민호는 피식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주었다.
옆 목에 위치한 천장, 거골, 견우를 가볍게 지압한 조민호는 그저 대수롭지 않은 듯 안았다.
신기한 것은 그토록 정서 불안을 보인 아이가 마치 새색시처럼 입을 다물고는 조민호를 향해서 손을 마구마구 흔들었다.
“그래.”
“......이 꼬맹이가 사람 차별하네!”
결국 박진민이 다시 아이를 강제로 빼앗아서 안아주었다.
이번에는 아이가 발로 박진민의 턱을 걷어차 버렸고, 재수 없게도 타이밍이 제대로 들어갔다.
“으악!”
벌렁 나뒹군 박진민은 고통에 바닥을 구르고 말았다.
“조심 좀 하지.”
조민호는 혀를 차면서도 아이의 견우를 부드럽게 만지면서 이미 슬그머니 투입한 ADHD 혼원기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
‘효과가 나아지기는 한데, 다른 아이와는 좀 다르구나.’
회복되는 정도도 달랐고, 심지어 제대로 회복되지 않는 예도 있었다.
‘유전적인 소인은 쉽게 치료가 안 되지만 그럭저럭 효과가 없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시중신 혼원기를 응용하면 회복은 되는데, 아쉽네.’
마침 전화를 받았는데, 바로 오성 그룹 중재를 부탁했던 최영준 차장 전화였다.
그는 바쁘다고 말했지만 사회 복지관에 있다는 말에 오히려 최영준 차장이 직접 찾아오겠다는 연락을 받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불과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최영준 차장이 이곳에 나타나서 마치 산타클로스처럼 조민호 주변에 우르르 몰려 있는 아이들을 봤다.
“......설마 아니겠지?”
자세한 내막을 설명하기 곤란한 조민호는 슬쩍 말을 바꾸었다.
“으음, 좀 복잡한 사정이 있다로 아세요.”
“하지만 만약 이 아이들이 다 회복된다면 큰 이슈가 될 거야.”
“그렇기는 하지만......”
이곳을 찾은 조민호의 주목적은 아이 치료보다는 오히려 ADHD 혼원기와 ADHD 혼원기 신약 사이의 차이점을 사전에 알기 위해서였다.
만약 ADHD 혼원기 신약이 기존 치료약에 비해서 효과가 있다면 루노 제약도 타격을 받을 것이고, 아스트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큰 직격타를 받기 때문이다.
‘이 ADHD 혼원기가 성공하면 우울제는 그 연장선이니까.’
“내가 알아서 처리하면 안 될까?”
“할 수 있겠어요?”
“물론.”
“제 볼일은 다 끝났으니, 그러면 소란이 나지 않도록 알아서 적당히 해주세요.”
“그런데 설마 여기 장애를 앓는 아이들이 모두 다 회복돼?”
ADHD 혼원기와 연동되는 특성 선천지기가 다 달라서 개인마다 그 특성이 천차만별이라서 조민호조차 확신하지 못했다.
“그것은 아닙니다만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가 있습니다.”
“알겠네.”
조민호는 곧 주제를 돌렸다.
“오성 그룹 측에서 기존에 했던 작업을 다 끝냈다는 말이죠?”
“은행도 은행이지만 아무래도 행정 기관을 통한 압박에 대해서는 손이 많이 갔네. 갑자기 넣든 압력을 없든 걸로 해야 해서 무리하는 바람에 시간이 좀 걸렸어.”
관공서에서 인허가 문제를 태클 걸어서 압력을 넣었다가 갑자기 중단할 수는 없다. 설사 그것이 꼬리에 걸면 꼬리씩으로 작업한 일이라고 해도 기본적인 형식을 갖춰야 한다.
“잘 되었군요. 그러면 남은 것은 메가 텔레콤 정상화인가요?”
“맞아.”
“그 부분은 제가 큰아버지 통해서 직접 처리하겠습니다.”
“괜찮은 방법이네.”
“덕분에 여기까지 쉽게 해결했습니다.”
“내가 한 일은 별로 없어. 민호군이 압력을 넣어서 쉽게 해결될 것뿐이야. LC 전자도 오죽 오성 그룹이 부담스러우면 이번 일에서 그냥 손을 뗐으니까.”
“하긴 오성 악명이 자자하죠. 이번 일도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지만......”
“하지만 오성 그룹은 만만한 상대가 아냐.”
“압니다.”
하지만 그가 정작 신경 쓰는 것은 시키는 대로 말을 잘 듣는 오성 그룹이 아니라 앨리엇이다. 이번 일은 다른 일과는 달리 앨리엇도 조용히 지켜만 볼 것 같지가 않았다.
“오성 그룹은 단순히 메가 텔레콤을 죽이려고 한 것뿐이지만 앨리엇은 미래 증권을 이용해서 수작을 부렸으니,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었을 겁니다.”
“그 부분을 확인할 셈이군.”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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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서 이쪽저쪽에서 압력이란 압력을 다 받고 있던 최호영 사장은 이제 너무 지쳐서 정신적인 한계를 느꼈다.
결국 CDMA 사업부를 유타스타컴에 매각해서 급한 자금을 메꾸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보통신부가 이미 사문화된 전기통신법 규정을 근거로 이 매각에 제동 걸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직접 담당 공무원을 찾아가서 따졌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입니까. CDMA 사업부 매각하는 것과 전기통신법 규정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입니까?”
“지금 확인 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얼마를 더 기다려 달라는 말입니까?”
“2주일이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2주 후에는 다시 아직 검토 중이라는 말만 일방적인 통보만 했다.
최호영 사장도 별별 더러운 꼴을 자주 경험했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황당하게도 국세청이 갑자기 메가 텔레콤에 특별 세무 조사를 나왔다.
“마음대로 해 보세요!”
이제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차라리 회사 직원을 다 휴가 줘서 내보내고 나서 반쯤 포기했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연 이어서 앨리엇이 핵심 사업 매각에 따른 회사 가치 하락이라는 명분을 내걸어서 이 매각 작업에 제동을 걸었다.
“이대로 CDMA 사업부를 매각할 때 법적 조처를 하겠습니다.”
“......”
온 사방에서 공격을 받은 최호영 사장도 이제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제일 먼저 시비를 걸었던 오성 그룹은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그 이후에 온갖 들개가 나타나서 자신을 물어뜯었기 때문이다.
더 황당한 것은 미국 자본 유타스타컴이 갑자기 CDMA 사업부 매입 계약을 재검토하겠다고 통보를 해왔다.
최호영 사장도 차라리 이제 회사를 그냥 오성 전자에 매각하고 다 포기할까 결정할 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났다.
그렇게 은행 앞에서 애걸복걸해도 꿈쩍도 하지 않던 주거래 은행이 메가 텔레콤에 10억 대출을 승인해주었고, 관련 인허가 기관은 모든 압력을 일시에 다 중단했다.
심지어 오성 전자와 LC 전자는 회사 내부 사정 때문에 하던 모든 활동을 멈추었고, 직접 담당자가 찾아와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처음에는 기분 삼아서 큰소리쳤다.
“사람 배에 칼을 꽂아놓고, 죄송하다고 말만 하면 끝납니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오성 전자 법무팀과 실무팀이 직접 와서 고개를 숙이는 광경을 전혀 상상도 못한 최호영 사장은 크게 당황했다.
“......정말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당신들 모두 다 죽이고, 나도 죽고 싶습니다.”
“지난 일에 대해서는 우리 회사도 할 말이 없습니다. 실무 담당자가 위의 지시를 잘못 해석해서 독단적으로 행동했고, 그 일 때문에 귀사에서 큰 손해를 받았다는 것을 압니다. 그 보상 역시 따로 해드리겠습니다.”
“......뭐 보상까지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어제 마신 술이 아직도 취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이 아닌가 고민하던 최호영 사장은 도대체 오성 전자가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고, 오히려 이 상황에 공포마저 느꼈다.
“당신들은 사기꾼이 아니라, 정말 오성 전자에서 나온 실무진 맞습니까?”
“여기 명함 있습니다.”
맞았다. 정말 오성 전자에서 나온 이들이 틀림없었다.
그는 그 악귀 같은 이들이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 메가 텔레콤에 대해서 손 떼겠다는 말입니까?”
“네.”
“뭔지 모르겠지만 그쪽이 그렇다는데,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허탈한 최호영 사장도 외부 압력도 사라지고, 숨통을 트일만한 돈이 생기자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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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이익집단이 끼어든 진흙탕 싸움을 경험한 최호영 사장은 겨우 회사가 정상화된 것에 안도했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중국 저가 공세에 따른 매출 하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깊은 번민에 빠졌다.
마침 이때 박희관 부장이라는 사람이 그를 직접 찾아왔다.
“투자하고 싶다고요?”
“저희가 메가 텔레콤을 돕고 싶습니다.”
“?”
그는 박희관 부장의 명함을 보면서 아주 미친놈처럼 쳐다보면서 이를 갈았다.
“당신네가 앨리엇 대리인으로 이제까지 우리를 괴롭힌 자 중의 하나인데, 인제 와서 돕겠다는 소리를 믿으란 말입니까. 지금 난 놀리려고 온 겁니까?”
“절대 아닙니다.”
“하아, 정말 살다 살다가 이런 더러운 꼴을 다 경험합니다.”
처음에 행패를 시작한 이는 오성 전자나 LC 전자가 했지만, 중간에 끼어들어서 악랄한 수작을 부린 이는 앨리엇이었다.
그 앨리엇 대리자가 바로 미래 증권이었다.
“이 개새끼야, 당장 꺼져!”
“그, 그게......”
쌍욕을 들은 박희관 부장은 식은땀을 흘렸지만, 최호영 사장의 독기 가득한 눈빛에 어쩔 수 없이 메가 텔레콤을 나섰다.
‘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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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대화를 통해서 어려움을 해결하자고 주장한 박희관 얼굴만 떠올리면 온몸을 부들부들 떨던 최호영 사장은 가까스로 진정했다.
결국 비서에게 소금이나 뿌리라고 지시하고는 곧 박희관 부장 방문을 잊어버렸다.
한국의 퀄컴이 되어 보겠다고 야심을 품은 최호영 사장은 실제로 FTRI를 거쳐서 펜택 전문이사와, 모토로라 CDMA 연구소장을 거치면서 소위 잘 나가는 CDMA 1세대로 명성을 떨쳤었다.
사방이 적에 포위된 사면초가(四面楚歌)의 항우같은 꼴을 가까스로 피했다.
하지만 지금도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최호영은 요즘 들어서 오성 전자 병폐론을 내세우면서 입만 열면, 오성 전자를 씹었다. 언론 인터뷰에서도 아예 대놓고 욕설을 퍼부었다.
-오성 전자는 이 땅에서 없어져야 한다!
-그놈의 오성 전자 때문과 이해관계가 있는 벤처 기업이 다 망해가는 것 알면서도 지금 오성 전자를 옹호하는 겁니까?
하지만 그 오성 그룹 욕설 부분만 기사에서 깔끔하게 편집되었다.
상황은 그의 예상과는 많이 다르게 흘러갔다.
“임 전무, 그게 무슨 소리야? 주거래 은행장이 직접 찾아와서 40억 추가 대출을 해주겠다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기업이 힘들 때 은행이 도와야 한다는 미친 소리를 하던데, 저도 오늘 만우절일 줄 알았습니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접 은행장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아,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지난 10억 대출 승인은 정말 감사합니다. 그 덕분에 지난 달 만기 어음을 잘 처리했습니다. 제가 먼저 전화를 드려야 했는데, 회사에 일이 너무 많아서 늦었습니다.]
[아닙니다. 요즘 중소 업체 안 어려운 곳이 어디 있습니까. 은행이라면 마땅히 그런 기업을 도와주는 게 당연합니다.]
[진짜 감사는 한데, 으음,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난달 초만 해도 그렇게 은행 대출을 거부했지 않습니까. 딱히 회사 매출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 지 이유를 알 수 없을까요?]
[그 부분은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최근 정부 정책도 있고 해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흠.]
진짜였다.
더 웃기는 사실은 국내 CDMA 부품 업체 몇 곳에서 재고 소진 때문에 당분간 부품 공급이 어려웠지만, 다행히 물량이 남아서 공급할 수 있겠다고 해왔다.
최근 베네수엘라 쪽에서 요청한 CDMA 모듈 공급에도 숨통이 트였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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