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140화 (140/176)

#140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메가 텔레콤 건을 굳이 넘어간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이니까.”

굳이 오성 그룹이 메가 텔레콤에 손을 쓴 것을 원천기술 로열티 문제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는 오성 그룹 전체 매출액과 비교하면 메가 텔레콤 문제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다.

다만 김건중 회장도 구체적인 조민호 요구에 고개를 갸웃했다.

“왜인가?”

“미래 증권이 앨리엇 투자대행을 하면서 투자한 회사 중에 하나가 이 메가 텔레콤입니다. 그런데 앨리엇은 지금 메가 텔레콤 지분을 이용해서 중국 회사 쪽에 넘길 생각으로 보입니다.”

“꼼수를 썼군, 가만 앨리엇이라면......그 아르헨티나 국채 매입으로 장난친 쓰레기 놈들이군. 이미 그놈들에 대해서는 따로 지시했었지?”

“네. 지금은 연방 정부에서 소송 때문에 피가 마를 겁니다. 비자금 의혹을 빌미로 얼마 전에는 재미를 본 P&G, 웰라 인수 합병이나 샵코 매각 개입에 대해서 공격 중입니다.”

미국 정부에서 건 소송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드나 싶었지만 샵코 매각 인수 관련해서 문제를 제기한 이가 나타나면서 또 꼬인 상황이다.

문제는 소송 중에 앤디의 청부살인도 또다시 이슈가 되면서 앨리엇은 이 끝나지 않는 소송의 늪에 더 깊숙이 빠져들었다.

결국 오성 그룹으로서는 숨을 돌릴 여유를 얻었다.

김건중 회장도 이 어이없는 상황 전개에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과거에 봤던 보고서 내용을 어렴풋하게 떠올렸다.

“이전에도 문제가 되지 않았나?”

“몇 년 전에 오성 전자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없도록 정관 개정해서 주주 총회에 통과된 것을 가지고 부당하다면서 소송을 걸어서 승소했습니다.”

“아, 맞아. 그 짓도 했어. 지금까지 조사된 것 중에 특별한 것은 없어?”

“현재는 미국 소송 때문에 모든 활동을 중단한 상황입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담당 부서에 계속 재검토시켰고, 곧 다시 보고할 겁니다.”

만약 앨리엇이 미국에서 소송 늪에 빠지지 않았다면 오성 그룹에도 큰 부담이라는 것을 깨달은 김건중 회장도 안색을 굳혔다.

“가만 그놈들이 왜 난데없는 메가 텔레콤을 노리는 거지?”

“문제의 가장 큰 출발점은 저희가 메가 텔레콤에 대한 작업한 일 때문이고......”

기묘한 상황에 혀를 찬 김건중 회장도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어떻게 딱 때맞추어서 끼어들 수 있지? 설마 우리 회사에 대해서 따로 감시라도 한 건가?”

“그렇게 봐야 합니다.”

“으음, 당장 인력을 보완해서라도 그놈들 흔적을 샅샅이 흩어봐. 아, 그리고 조민호 그 친구가 요구하면 지금처럼 먼저 선조치하고 난 후에 다시 검토해서 보고하는 걸로 해.”

“알겠습니다.”

이학준 비서실장은 저게 공짜 점심이 아니라는 것은 금방 깨닫고는 몸을 돌리면서 피식 웃었다.

‘이번 휘트니 광고는 진짜 대박이었으니까.’

***

김건중 회장이 일방적으로 조민호 조건을 받아들인 것은 조민호 치료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이번 분기 오성 그룹 매출이 작년 대비 무려 120% 가까이 늘었기 때문이다.

휘트니가 다시 부활하면서도 배효진 라인과 휘트니 라인을 동시에 가동하면서 오성 가전 쪽에서 초대박이 났다.

달라진 것은 고작 광고 모델을 바꾼 것에 불과하지만, 오성 그룹의 인지도 자체가 달라졌는데, 특히 미국에서는 오성 그룹이 그동안 퍼부었던 그룹 광고 전체를 압살할 정도로 큰 효과를 보여주었다.

과거 피폐해진 휘트니 악영향 때문에 이 광고 계약을 결사반대했던 사장단조차 김건중 회장의 이 놀라운 안목에 질려버렸다.

김건중 회장은 가볍게 웃으면서 다행히 이 일을 넘겼다.

하지만 휘트니를 싫어하는 몇몇 미국 언론은 여전히 그녀를 공격했다.

“틀림없는 조작이야!”

과거에도 휘트니 가창력을 의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해서 흑인이라는 면을 부각해서 휘트니를 공격했다.

기존에 나온 쇼는 모두 립싱크이거나 대리 가수에 의한 조작이라고 공격했다.

이 언론 공작은 시간이 갈수록 효과가 있었다. 실제로 부활 전의 휘트니 노래를 들어보면 조작이라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휘트니는 뉴욕 펜실베니아에 위치한 매디슨 스퀘어 가든 라이브 공연을 결정했다.

이 공연에는 휘트니를 씹었던 언론의 기자 역시 대부분 초대를 받았다.

“허, 진짜 어이가 없네.”

“라이브 공연이라니, 클라우드 영감이 제대로 미친 거야.”

“요즘 조작 가수 이야기가 계속 나오잖아. 아마 그것을 의식해서 클라우드 영감이 먼저 수작을 부렸다고 봐야 해.”

“이제 한물갔으면 조용히 은퇴할 것이지, 그놈의 욕심은.”

메디슨 공연 한 쪽에는 초대형 화면이 설치되었고, 공연에 앞서서 먼저 상영된 것은 바로 편집된 피아노 협주곡이다.

청초한 배효진이 나 홀로 역경을 헤쳐나가는 장면이 유럽의 서사적인 환경과 잘 어울려서 몽환적으로 펼쳐졌다.

무대 빛이 들어오면서 휘트니의 ‘Belief'의 노래가 이 화면과 환상적인 궁합을 이루었다.

힘든 삶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배효진의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와 같았고, 휘트니의 라이브 음악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그리고 행복한 표정을 한 휘트니는 양손을 하늘을 가리키면서 전율적인 가창력을 아낌없이 풀어놓았다. 그 강력한 미성은 전성기 시절의 그녀 목소리와 비교해도 오히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

그렇게 씹어대던 황색 언론 기자조차 입을 딱 벌린 채 휘트니 가창력에 압도되면서 아무

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감동한 2만 명의 관중이 기립박수를 쳐주었다.

최근 이슈가 된 조작 의혹을 일거에 다 날려버리는 전율의 무대였다.

‘지, 진짜였어?’

‘맙소사.’

그리고 이 공연에 나온 스티븐과 래리 브라이드 역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두 사람 다 휘트니가 부활했다고 느꼈지만, 막상 삼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휘트니의 라이브를 직접 들어보고 나서야 오히려 과소평가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 말도 안 돼!’

***

에플 본사 회의실에서 스티븐은 클라우드와 같이 자리한 채 협상 미팅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양쪽을 대리한 법무팀이 단 한 푼이라도 이익을 보려고 서로 밀고 당기기를 거듭했다.

“이미 에플이 아이튠스를 통해서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진행한 것 알고 있습니다. ‘Belief'나 새로운 앨범 역시 이 이벤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렇게 일방적이면 곤란합니다.”

에플은 이미 적지 않은 영화사나 음반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라서 딱히 휘트니에 매달릴 이유는 없었다.

특히 이번에는 영화가 중심이었기에 뮤직 비디오를 파고들었다.

에플은 이번 이벤트를 통해서 음악, 영화를 포함한 컨텐츠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었고, 이것은 아이핏 뿐만 아니라 차세대 모델을 노렸다.

지금 계약이 단순히 이 계약 수익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서 더 꼼꼼해지고, 복잡해졌다.

스티븐은 물론 그런 협상보다는 슬그머니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휘트니 부활은 기적입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전 그게 운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끔 치료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혀요.”

뜻밖에도 클라우드는 스티븐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이 탐욕적인 스티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조민호의 보안을 유지해달라는 지시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조민호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스티븐 생각은 달랐다.

“제가 아는 라인 통해서 휘트니가 한국에서 치료받아서 완치된 것 압니다. 설마 이것도 부인하실 겁니까?”

“이상하군요. 오늘 이 자리는 계약 때문에 마련된 것 아닙니까.”

“아, 물론 계약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도 한국의 그 치료사에 대해서 관심이 많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면 안 되겠습니까?”

“지금 당장은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이상하군요.”

“마음대로 생각하십시오.”

스티븐은 예상치 못한 전개에 어깨를 으쓱한 채 래리 브라이드를 쳐다보았다. 래리 브라이드는 시선을 피하는 클라우드 행동에 몇 마디 더 말을 붙였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도대체 그 치료사에게 무슨 소리를 들었기에 클라우드 회장이 저렇게 저 자세일까?’

***

스티븐도 클라우드 회장을 통해서 조민호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서 결국 로버트 힐 통해서 다시 조민호 측에 연락했다가 이번에는 연락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일방적인 경고만 받았다.

아쉬운 것도 없지만 췌장암 혼원기 관련해서 몇 가지를 검토 중인 조민호는 굳이 스티븐 치료를 서두르지 않았다.

‘똥줄이 타나 보네. 스티븐 성정이 폭군이라는 소리도 있던데, 입맛대로 굴리려면 좀 더 똥줄을 태워야겠어.’

그는 ADHD 환자 두 사람 치료를 통해서 몇 가지 특이점을 발견했는데, 이게 다른 환자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 과정이 증명된다면 췌장암 혼원기를 이용한 치료도 더욱 쉬워 질 것이라 확신했다.

‘아니면 치료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거야. 더욱이 이전처럼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해. 체계적인 작업이 필요해.’

조민호는 때문에 곧 여름 방학을 앞에 두고 마지막 기말고사를 준비하면서 이 문제를 고심했다.

이미 취업이 확정 난 박진민은 기말고사 성적에는 별 관심이 없는 지 시험 준비보다는 오히려 영어를 비롯한 약학 쪽을 공부했다.

김영탁 역시 비슷했지만 나름 시사 쪽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우튜브 조회수가 천만이다. 우와, 고작 올릴지 삼일 지났는데, 천만회야!”

다름 아닌 휘트니의 메디슨 공연 동영상이었다.

호들갑을 떠는 김영탁이 오바가 아닌 것은 이 우튜브 영상 아래에 달린 댓글 대다수가 휘트니 부활에 감탄했다.

특히 휘트니 OST와 너무 잘 어울려서 피아노 협주곡 자체에 주목한 이도 많았다.

피아노 협주곡은 주로 배효진, 배경, 그리고 OST 음악이 중점이라서 오히려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미국을 넘어서 일본, 중국, 유럽, 동아시아, 심지어 중동에서도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한국어를 모르는 이들도 카메라를 가득 채우는 배효진의 환상적인 모습과 아름다운 멜로디로 가득한 휘트니 OST 그 자체에 푹 빠졌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한국 드라마를 전 세계에 알린 것이었다.

실제로 이 우튜브 관련된 뉴스는 그만큼 센세이션했기 때문에 한국 신문사 뿐만 아니라 한국 공영 방송을 통해서도 방영되었다.

“이 속도라면 일주일이면 3천만을 넘어 설 거고, 5천, 아니 1억 뷰도 금방일 것 같아.”

“우튜브가 그렇게 많이 봐?”

“아니 휘트니라서 특히 그런 가 봐. 이것 때문에 구골 본사 측에서도 휘트니 측과 다른 이벤트를 하려고 하는 것 같아.”

구골에서 밀고 있는 우튜브는 아직 이렇게 폭발적인 조회수를 올린 작품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그들로서는 이번 이벤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필사적이었다.

조민호는 힐끗 휘트니의 이 멈추지 않는 뜨거운 열기에 다소 부담을 느껴서 의도적으로 다른 문제에 더 주의를 기울였다.

‘다양한 ADHD 환자가 필요한데, 병원에 직접 방문할 수도 없어. 적당히 주목 받지 않으면서 환자를 확인할 다른 방법이 없을까?’

“민호야, 이거 봐. 진짜 죽이지 않냐?”

“관심 없다.”

“그런데 휘트니 모습을 봐. 이십 대 후반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

“미안하지만 다른 일 때문에 그쪽은 별로.”

“아니 너도 대충 기말시험 준비하는 것 뻔히 아는데, 딴소리야?”

“요즘 살다 보니, 어려운 애들이 신경 쓰이더라. 특히 ADHD 환자는 가족이 정말 힘들다고 하잖아. 그런 쪽에 봉사활동이나 하려고.”

의외로 사회봉사 활동을 꽤 해본 김영탁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도 해본 사람이 하지. 민호 너처럼 그런 일을 안 해본 사람은 하기 쉽지 않아.”

“나도 안다. 그래서 졸업 전에 더 해보려고 하는 거다.”

“진짜, 네 뜻이 그렇다면 내가 아는 곳을 소개해줄 수도 있어.”

“말해 봐.”

“그래.”

그는 주섬주섬 자신이 아는 장애 봉사 활동 리스트를 꺼냈다.

그런데 박진민도 옆에서 귀를 기울이다가 이 봉사 활동에 합류했다. 당연히 김영탁은 늘 자주 했던 일이라서 빠지지 않았다.

“굳이 너희까지 할 필요는 없어.”

“아니 꼭 하고 싶어.”

묘한 시선을 의식한 조민호는 한 번 골탕 먹는 꼴을 보고 싶다는 두 사람 시선에 피식 웃고 말았다.

‘사회봉사 활동은 손으로 꼽는 내가 ADHD 환자를 쉽게 다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나보네, 틀린 추측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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