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138화 (138/176)

#138

***

피아노 협주곡 인기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해가면서 시청률 역시 가파르게 상승해서 30%를 돌파하더니, 40% 역시 가볍게 넘었다.

현재는 무려 50%를 넘어서면서 일약 초대박을 터트렸다.

드라마 자체가 재미있어서가 아니다.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휘트니의 OST곡이 빛을 더해서다.

시청자는 그냥 보는 것만으로 황홀한 음악과 서사적인 배경에 푹 빠져들었다.

이 피아노 협주곡 때문에 배효진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것은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오성 그룹 광고도 틈을 내서 찍었는데, 하루하루가 정신이 없을 정도로 뛰어다녔다.

라인 엔터 강종훈 대표도 시간이 나면 직접 배효진 옆에 붙어 다녔다.

오늘 광고 촬영 역시 마찬가지다.

배효진은 강행군에 지쳐서 겨우 한숨을 돌리면서 음료수를 마시다가 마침 조민호 전화를 받았다.

[아, 민호씨, 안녕하세요. 제가 인사를 드리려고 했는데, 정신이 없네요.]

[잘 지내시나 보군요.]

[전부 다 민호씨 덕분이죠.]

이제는 스캔들 이후에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서 연기에 심취한 배효진은 갑작스러운 조민호 전화에 고개를 갸웃했다.

조민호가 오히려 혀를 내둘렀다.

[동생 치료 때문에 전화 드렸습니다. 설마 그 일을 잊은 겁니까?]

[앗, 맞아요. 제가 계속 전화하려고 했는데, 깜빡했습니다.]

잊은 것이 아니라 그만큼 배효진은 정신이 없었다. 오성 그룹 광고도 대박을 쳤고, 다른 대기업 광고도 계약했다.

덕분에 많은 돈을 벌었고, 배진주를 이미 오성 의료원 VIP 병실에 입원시켰다.

[그러면 제 도움은 필요가 없는 겁니까?]

이미 조민호의 신비한 능력을 잘 아는 배효진은 바로 부인했다.

[아, 아니에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제가 그쪽 집으로 갈 테니, 미리 시간하고 약속을 좀 정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녀는 전화를 끊고 나서는 겨우 심호흡했다. 스캔들 이후에 오성 그룹과 광고 계약 이후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면서 동생 치료를 잊지 않았다.

다만 스캔들 때 조민호 태도가 너무 냉혈한처럼 나와서 그저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오히려 먼저 전화를 받고 나자 곧바로 일어났다.

“대표님, 오늘 촬영 여기까지 해요.”

“무슨 소리......”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래요.”

“하지만 저기 광고 촬영하는 스텝도 있는데......”

배효진은 후다닥 촬영 감독에게 직접 가서 진심으로 고개 숙였다.

“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 오늘 촬영은 내일로 연기를 부탁합니다.”

“하지만 저희도 시간이......”

“손해난 부분은 제가 보상하겠습니다. 그러니 오늘 촬영은 여기서 끝내주세요.”

단호한 배효진.

광고 촬영 스텝은 다들 황당한 눈으로 배효진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배효진 인기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런 행동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런데 배효진은 그런 스텝의 모습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오늘 일은 제가 다시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녀는 촬영 스텝에게 부탁하고 나더니 곧 후다닥 뛰어 나가버렸다.

“어, 저저......”

식은땀을 흘린 강종훈 대표는 뒤늦게 촬영 감독에게 양해를 구한 후에 그녀 뒤를 쫓았다.

‘효진이 저거 미친 것 아냐?!’

***

오성 의료원 정신과 김연미 박사는 장애 환자 전문가로 이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 가진 전문가다. 그녀는 특히 문제 행동 관련해서 체계적인 연구를 해왔고, 실제로 많은 성과를 이룩했다.

그녀는 자신의 문제 행동 치료법을 배진주 환자에게 적용해서 고무적인 성과를 이루었다.

“ADHD 환자를 약물치료를 통해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하지만 초기 특성에서 잠깐 좋아질 뿐입니다. 이보다는 이들의 상호 교류, 과잉운동과 같은 다양한 행동 특성을 통해서 변화과정을 더 주목해야 합니다.”

실제로 오성 의료원에 입원 중에 다양한 발달장애 환자의 연구 결과를 잘 보면 운동성과 사회성은 꽤 연관이 있었다.

이 관련성에 관한 연구는 꽤 체계적이고, 많은 곳에서 인정받았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나타난 배효진은 인턴에게 자기 연구가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설명하는 김연미 박사를 지나쳤다.

“진주를 잠깐 데려갈게요.”

이 황당한 사태에 김연미 박사가 잔뜩 인상을 굳힌 채 그녀를 막아섰다.

“지금 뭘 하는 거죠?”

“죄송합니다.”

“저 진주 보호자입니다. 잠깐 사람을 만나려고 데려가려는 겁니다.”

“그건 절대로 안 됩니다!”

지금까지 치료 중인 환자 중에서 가장 뚜렷한 치료 결과를 보인 것이 배진주이기 때문에 김연미 박사는 경비원을 불러 그녀를 막았다.

아니 뒤늦게 인턴 중에 한 사람이 배효진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소리쳤다.

“아, 배효진씨 아니에요?”

“저기 지금 제가 급해서 그래요. 다시 동생 입원시킬 겁니다. 지금은 당장 갈 곳이 있어서 그러니 막지 좀 말아주세요.”

뒤늦게야 사정을 파악한 김연미 박사는 오히려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효진씨 인기는 저도 잘 알아요. 하지만 당신 동생은 이제 겨우 제대로 치료를 받고 있어요. 갑자기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나가시면 안 됩니다.”

“선생님, 제발 부탁할게요.”

그녀는 말한다고 해도 김연미 박사가 이해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서 자세한 내막을 말하지 않았다.

김연미 박사 완고한 태도를 바꾸지 않았지만, 상대가 배효진이라서 함부로 나설 수가 없었다.

뒤늦게 쫓아온 라인 엔터 강종훈 대표가 나서자 한 걸음 물러났다.

“설마 다른 병원에 입원이라도 시키려고 하는 겁니까? 오성 의료원이 한국 최고라는 것을 모르는 겁니까. 도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박사님, 사정이 있어서 그럽니다. 제발 좀 양해를 해주십시오.”

다행히 강종훈 대표가 김연미 박사를 다독거려서 겨우 설득했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한 김연미 박사는 오히려 식식 분노할 뿐이었다.

“도대체 뭐야?!”

경비원이 한 보고를 받고 뒤늦게 나타난 오재호 박사는 의아해서 김연미 박사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는 인상을 찡그렸다.

‘설마 아니겠지?’

***

배효진은 오성 그룹 광고 후에도 여러 대기업과도 광고 계약을 맺어서 번 10억으로 정원이 딸린 넓은 100평 가까운 단독 주택을 구했다.

그녀는 배진주와 집으로 향하면서 조민호에게 집 주소와 시간을 보냈는데, 그 앞에는 이미 조민호가 와서 기다렸다.

“벌써 오셨어요?”

“뭐 그렇게 됐습니다.”

강종훈 대표도 후다닥 뛰어와서 조민호에게 허리를 숙였다.

“조 이사님, 다시 뵙습니다.”

“그러게요.”

그는 강종훈 대표에게 자초지종을 말할 수가 없어서 그냥 내버려뒀다.

‘어차피 이번 치료는 ADHD 혼원기를 테스트할 목적이니, 다른 환자 때처럼 지압할 이유가 없어.’

거실 안은 생각보다는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배효진은 집 안 창고에 들어가기 무섭게 여행 가방을 가져왔다.

“이전 저와 동생 치료비입니다.”

“아.”

그는 생각도 못 한 돈에 피식 웃으면서 가방을 차 트렁크에 먼저 넣었다.

두 사람은 조민호를 도와주면서도 옆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마 이전이라면 조민호도 두 사람을 강제로 쫓아버리겠지만 일단 배진주 진맥부터 먼저 했다.

‘딱 좋네.’

전형적인 ADHD 환자인 배진주는 시중신처럼 심각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 과거라면 조민호도 경맥 이곳저곳을 체크해서 확인하겠지만, 이번에는 방법을 달리했다.

ADHD 혼원기를 만들어서 경맥 몇 곳에 가볍게 문질렀다.

그는 진맥을 통해서 이 ADHD 혼원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았다.

ADHD 혼원기는 시중신 혼원기 흐름과 같이 흐르면서도 다른 반응을 보였다.

신경전달물질이 도파민과 세로토닌 사이를 파고들어서 연결 고리를 만들어서 불균형을 잡았다.

하지만 중추신경흥분제가 멘탈 스테로이드처럼 사용되는 것과는 달리 과도하게 반응하지는 않았다.

이 ADHD 혼원기는 놀랍게도 선천지기와 같이 작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숫자를 불려 나갔다.

마치 면역이라도 생긴 것처럼 그 영향력을 키워나갔고, 그것은 곧 도피민과 세로토닌 관계를 하나로 정립해나갔다.

조민호는 그 흥미로운 변화를 살피면서 ADHD 혼원기가 기존 중추신경흥분제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양상을 발견했다.

‘신기하네.’

확신이 서자 배진주에게서 손을 뗀 후에 뒤로 물러난 채 팔짱을 꼈다.

배진주는 지압을 받고 난 후에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아.”

그녀는 지금 자신의 상태가 잘 이해가 안 되는지 당황했다.

불과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방안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배효진을 발견했다.

“엉니?”

“지, 진주야!!”

배효진은 경악해서 후다닥 배효진 앞으로 달려가서 손을 잡았다.

“언닝, 이, 이상해.”

다소 혼란을 느낀 배진주.

지금까지 제대로 말도 못한 채 지내왔다. 의식조차 희미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언니 배효진을 알아봤다.

심지어 말도 나왔다.

이게 시작이었다.

배진주는 조금씩 정상적으로 말과 행동하기 시작했다.

경악한 배효진은 감정을 억지로 추스린 채 옆에서 배진주를 계속 다독거려주면서 따스하게 이야기했지 주르르 흐르는 눈물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진주아, 그래, 여기 언니, 있어.”

그녀는 후다닥 큰방에 가서 동생이 아끼는 인형을 가져왔다.

“미아다!”

한 시간이 지나자 배진주 모습은 조금씩 티가 날 정도로 바뀌었다.

‘성공이다.’

***

배진주는 혼자 있을 때는 꿔다논 보릿자루처럼 책상 위에 엎드려서 움직이지도 않았다. 심하게 흥분한 경우에는 방을 뛰어다니면서 광란의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담벼락을 걷어차면서 스스로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 조민호가 지압한 지 불과 두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그 행동이 바뀌었다.

그 어떤 자극적인 행동도 없었고, 자제력을 잃지도 않았다.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정신이 나간 행동을 보이지도 않았다.

뚜렷한 눈빛을 한 채 서서히 정상인과 다르지 않은 행동을 보였다.

“엉니, 울지 마.”

“언니 안 울어. 흑흑, 언니가 너무 기분 좋아서 그래, 흑흑흑.”

“아앙아.”

배진주 결국 목내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배효진은 자신을 치료한 조민호의 능력을 경험해봤지만, 도저히 동생 변화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조민호는 물끄러미 거실 한쪽에 앉아서 커피를 홀짝이면서 이 결과를 지켜보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테스트 결과는 훌륭하군.’

그는 다시 배진주 경맥을 확인했는데, ADHD 혼원기가 여전히 활동 중인 것을 발견했다.

‘메틸페니데이트와 비슷하게 영향을 주는구나.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혼원기가 배진주 선천지기를 이용해서 활동하는 것 같아. 거기에 연관성이 없다면 저절로 녹아내리니, 부작용도 큰 문제가 없어.’

혼원기를 이용해서 인간의 내부를 공격할 수가 있는 방식처럼 ADHD 혼원기가 작용했다. 다만 이번에는 파괴가 아니라 치유였다.

“......”

동생 치료 때문에 충격에 빠져서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하는 배효진과는 달리 옆에서 지켜보는 강종훈 대표는 입을 딱 벌렸다.

그 역시 배효진 동생이 혼자 있으면 큰 사고를 늘 일으키는 심각한 ADHD 환자라는 것을 잘 알았다. 그런데 달랑 몸 몇 곳만 만졌는데, 환자가 회복된 것에 경악했다.

좀 과장하면 배진주 옆에 가서 달랑 손목만 잡았는데, 치료된 것 때문이다.

굳이 복잡한 해명을 해주고 싶지 않은 조민호도 강종훈 대표 표정을 봤지만, 배효진에게 간단한 작별만 남긴 채 곧 거실을 나가버렸다.

***

“자, 잠깐만요. 이, 이사님.”

“뭡니까?”

“도,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제가 아는 진주 ADHD 질환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저렇게 그냥 치료되는 것이 아닙니다.”

“잘못 아셨습니다.”

조민호는 자기 애마에 올라타는 것을 보자 후다닥 옆에 달라붙었다.

“잠시 시간 좀 내주시면 안 됩니까?”

차 시동을 건 조민호는 일축했다.

“1분입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오성 의료원에서 치료를 잘했을 겁니다.”

“하, 하지만 그때도 진주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잘못 보셨습니다.”

“선생님!”

“아니 제가 손목 잡았는데, ADHD 환자가 치료되었다고 우기는 겁니까. 그런 일은 신이라도 그렇게 못 합니다.”

강종훈 대표도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운 예수의 이적을 떠올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거야 그렇지만......”

“운이 좋았던 겁니다.”

다행히 배효진이 배진주 손을 잡고 뒤늦게 밖으로 나와서 조민호에게 인사했다.

“고, 고맙습니다. 흑흑흑,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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