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136화 (136/176)

#136

“겉으로 드러난 지분을 소유한 사람은 차명일 뿐이고, 실제로는 신명 그룹이 다 소유하고 있습니다. 신명 그룹은 이것만이 아니라 다른 계열사도 꽤 많습니다.”

이들 회사 대부분은 교묘한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서 무너트린 후에 사들였다.

대표적인 방법이 국세청이나 언론을 동원해서 사장의 불법 행위를 과대 포장하고, 사람을 동원해서 시위라는 방법으로 마녀사냥 했다.

이런 기업이 한두 개가 아니라 십여 개가 넘어갔다.

국세청, 언론, 시민단체가 마치 한 몸 인양 빠르게 움직였고, 결국 불매운동이 일어나게 하여서 회사 매출에 직격타를 줬다.

“......이건 좀 이상하군요.”

“조사 중에 일반적인 인수합병과는 너무 달라서 보류했는데, 아무래도 정치권 쪽하고도 깊은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어디 말이죠?”

“국가 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 행정부, 일부 국회의원, 심지어 청와대 쪽으로 보입니다.”

“......진담입니까?”

최영민 사장도 굳은 안색을 한 채 이 문제 때문에 크게 당황했다.

“네. 아무래도 더 깊이 파면, 그쪽에서도 눈치채서 여기에서 멈추었습니다.”

“설마 그 멍청한 조정연이 이 모든 일을 벌였다는 말입니까?”

“그렇게 보기 힘듭니다. 미국에 있을 때 박상철 과장이 조정연에게 접근해서 진행된 일입니다. 앨리엇도 자연스럽게 미래 그룹에 투자했습니다. 일종의 브로커로 이용한 겁니다.”

“으음.”

뒤늦게야 앨리엇과 조정연 관계를 알게 된 조민호는 혀를 찼다.

‘설마 정연도 결국 이용당했다는 말일까? 하긴 대규모 투자를 끌어왔다는 실적만 고려하면 본인으로서는 나쁘지 않겠어. 이것 때문에 후계 구도를 확실히 잡았을 수도 있겠구나.’

그는 곧 조정연과 만난 신동일을 떠올렸다.

“가만 혹시 박상철 과장도 조정연이나 신동일과 잘 압니까?”

그는 이제 미래 증권 내부 문제는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세 사람을 포함한 일곱 명이 찍힌 사진을 보자 짜증 났다.

“......신명 그룹에 대해서 한 번 파보세요.”

“알겠습니다.”

***

휘트니 뉴욕 공연은 이혼과 약물 중독으로 얼룩진 과거를 훌훌 털어냈다. 주로 피아노 협주곡 OST 수록곡과 과거 히트한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조민호는 아직도 휘트니 펀드 여파가 심상치 않아서 성급하게 아직 치료법에 관해서 연구 중인 췌장암 치료 문제를 파지 않았다.

췌장암 기전 문제는 따로 그 연결 고리를 파면서 계속 나와서 스티븐 측에 당분간은 보류하겠다고 통보까지 했다.

특히 조정연과 신동일 관계가 자칫 집안 갈등도 문제지만 신명 그룹에 대한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보류했다.

결국 조수현 회장과 이 문제를 어떻게 상의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문득 자기 방 한구석에 산처럼 쌓여 있는 1만원 뭉치를 봤다.

출처를 밝히기 어려운 종이 더미라서 은행에 입금할 수가 없어서 방 안에 그냥 내버려뒀다.

“으음.”

이제는 이런 식으로 환자 치료해서 돈을 벌게 되면 얼마 있지 않아서 가득 채우는 것도 문제지만 돈을 사용하기 난감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성 바이오 사외이사로 월급받으면 해결 되겠지. 지금이라도 좀 당겨서 받을까?’

그는 문득 헤지펀드 앨리엇 문제 이야기 건수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수현 큰아버지에게 전화해서 본사로 찾아갔다.

“한 10억 정도의 출처 불명의 돈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방법이 없겠습니까?”

“?”

조수현 회장은 복잡한 서류를 보면서 정신이 없었는데, 조민호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냉장고에 가서 냉수를 들이켰다.

“일전에도 말했지만, 회사에 자리를 만들어줄 테니, 들어와. 월급 받는 형식으로 처리하는 게 가장 좋아. 다른 대안은 아예 따로 회사 하나를 설립하는 것도 한 방법이고,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다 문제가 된다.”

재벌 3세의 경우에 증자 형식으로 돈을 받지만, 조민호 경우는 이것도 해당하지 않았다. 결국, 돈이 있어도 그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아, 해외에 있는 돈이라면 괜찮습니다.”

조수현 회장도 굳이 조민호가 뭘 원하는지 알기에 이 문제를 더 언급하지 않았다.

“회사 다니는 것은 정말 싫은가 보다.”

“졸업하고 나서 오성 바이오 사외이사로 돈을 받으니까요. 굳이 번거롭게 미래 그룹 일까지 손대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우리 회사에서 관심 없냐?”

“당장 3,000억에 휘트니 펀드, 상하이 건물 매각 대금까지 감안하면 6,000억이 넘습니다. 굳이 미래 그룹에 관심 둘 이유는 없습니다.”

“그래.”

그는 해외 자금 감안하면 고작 10억은 푼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돈을 마냥 작게만 생각할 수 없었다.

조민호도 피식 웃었다.

“아, 불법적인 돈이 아닙니다. 그냥 공돈입니다.”

다행히 조수현 회장은 조카 고객 사생활을 침해할 만큼 세세하게 질문하지 않았다.

“해외 돈은 배제하고라도 10억은 적은 돈이 아냐. 현금으로 물건을 사면 상관은 없겠지만, 개인 물품에 한한다. 다른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 같은 활동 자체가 막혀. 거기에 자금 출처 때문에 은행에 넣지도 못해.”

“결국 고가 자동차 사들이는 것도 문제가 있겠습니다.”

“그런 경우도 다 자동차 대리점을 통해서 국세청에 자료가 올라가. 즉 카드와 같은 신용 거래 자체가 문제가 된다. 더욱이 앞으로 민호 너에게 대한 관심이 커질 텐데, 그런 약점을 만들면 안 된다.”

안 된다. 불가하다. 불법이다. 가능은 하지만 추후 문제 소지 있다.

부정적인 이야기만 주야장천 계속 늘어놓은 조수현 회장 표정은 천 년 풍상의 바위처럼 단 한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조민호조차 혀를 내두르면서 새삼스러운 눈으로 조수현 회장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외할아버지에게 완전히 믿음을 잃은 아버지와는 달리 큰아버지가 그래서 성공했군요.”

“응? 무슨 소리야?”

“흰소리했습니다. 으음.”

그는 조정연 문제 때문에 살짝 조수현 회장을 의심했던 것을 떨치면서 슬그머니 앨리엇 관련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박상철 과장이 일한 앨리엇이 대규모 자금세탁과 연루되어서 지금 미국에서 수사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혹시 그 투자에 대한 내사는 이제 완전히 끝난 겁니까?”

“음.”

이미 앨리엇 문제는 한 번 검토한 내용이라서 조수현 회장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 달리 대답하지 않았는데, 미우나 고우나 앨리엇은 500억을 투자한 고객이었다.

실제로 내사한 결과로는 이 투자 성격 자체는 외형적으로 큰 문제가 없었다. 다만 앨리엇 쪽에서 아예 손 놓고 있어서 내버려뒀다.

자칫 미국에서 괜한 의혹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 앨리엇의 신중한 일처리 때문에 최근 대규모 투자 신청이 급증했다. 그런 점도 감안해서 처신을 해야 해.”

하지만 조민호는 조정연과 신동일 문제 때문에 이전 조사로 끝낼 수가 없었다.

“큰아버지 마음은 이해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꼭 제 퍽치기가 아니더라도 왜 앨리엇이 미래 투자에 500억을 투자했을까를 생각해보세요. 결코, 좋은 의도는 아니었을 겁니다.”

그 역시 꺼림칙하게 생각했던 앨리엇 초기 투자와 관련된 조정연 문제는 떠올린 조수현 동공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심하게 흔들렸다.

“앨리엇을 조사해보면, 악명이 자자합니다. 미래 증권을 이용해서 대규모 자금 세탁 목적으로 국내와 중국 투자했을 수도 있죠. 제가 그 500억 투자 관련해 모든 내역을 좀 볼 수 있겠습니까?”

그도 10분 정도 말없이 갈등했지만 최근 조정연의 심상치 않은 행동을 떠올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상한 일이었구나. 도대체 박상철 과장이 뭘 믿고 정연에게 접근했던 것일까. 앨리엇은 더 이상해, 왜 이제껏 입을 다물고 있는 걸까?’

아무리 앨리엇 내부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미래 그룹에 맡긴 펀드에 대해서 손을 써야 했다. 그런데 앨리엇은 이상할 정도로 국내 투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그래. 박 부장 통해서 자료를 보내마.”

“감사합니다.”

***

조수현 회장 지시를 받아서 원점에서 다시 앨리엇 투자를 검토한 박희관 부장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조민호 지시라는 이야기에 오히려 철저하게 다시 파헤쳤다.

앨리엇의 미래 증권 투자 내역은 겉으로 500억이었지만 실상 박상철 과장이 줄을 놓은 에르메스 펀드 추가 투자금까지 모두 합치면 1,000억이 넘었다.

이 투자 내역 중에는 덩치가 큰 곳이 꽤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120억을 투자해서 29% 지분을 얻은 메가 텔레콤이었다.

“생각보다는 투자 규모가 더 큽니다.”

조민호도 박희관 부장이 가져온 내역서 중에 메가 텔레콤 내역을 확인하면서 전혀 의미를 이해할 수가 없어서 인상을 찡그렸다.

“좀 쉽게 설명해주십시오.”

갑자기 이번 일을 맡은 박희관 부장은 별다른 의혹보다는 오히려 도대체 무슨 투자를 하는지에 더 관심을 보였다.

“메가 텔레콤은 6년 전에 FTRI 연구원 출신 최호영 박사가 취임하면서 급격한 성장을 거듭했고, 작년만 500억 매출, 올해는 1억 달러 이상 매출을 예상할 정도로 잘 나가는 벤처 업체입니다.”

“괜찮은 회사군요.”

“일반적인 굴뚝 업체와는 달리 외부용역 형태로 외주를 줘서 주로 브라질, 베네수엘라와 같은 해외 업체를 노렸고, 매년 200% 이상의 놀라운 성장을 보이고도 있습니다.”

대충 들어도 투자에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것을 깨닫자 조민호도 왜 조수현 회장이 이 앨리엇 투자 문제를 걸고넘어지지 않았던 것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에 치밀한 놈들이라니.’

“딱 봐도 잘 나가는 벤처고, 딱히 투자한다고 해도 이상하게 볼 것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투자 전문가 박희관 부장 생각은 좀 달랐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조 이사님도 알다시피 CDMA 업계 경쟁이 치열해져서 대기업도 이제 브라질 시장과 같은 남미를 노립니다. 그들은 결국 여러 가지 형태로 압박을 가했고, 메가 텔레콤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습니다.”

“앨리엇이 그 틈을 노렸군요.”

“그렇다고 봐야 합니다.”

박희관 부장도 막상 지시를 받아서 보고서를 다시 살폈고, 뒤늦게 최근 중국의 한 투자 프로젝트를 떠올리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HTE와도 관련이 있는 건가?’

조민호는 물끄러미 박희관 부장 얼굴을 묵묵히 지켜보는 중이라서 바로 알아봤다.

“다른 업체도 이 틈을 노려서 메가 텔레콤을 흔들고, 앨리엇은 경영권 간섭을 통해서 회사 가치를 더 끌어올려서 이익을 보려는 겁니까?”

귀신같은 추리에 박희관 부장도 감탄했다.

“......맞습니다.”

“대충 그림 나오네요. 이익집단이 무리를 지어서 메가 텔레콤을 공격하고, 그 와중에 앨리엇이라는 하이에나가 끼어들면서 싸움이 복잡해졌군요.”

“......죄송합니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많은 고객 중의 하나인 앨리엇 요구에 따라서 투자를 진행했을 뿐입니다.”

“압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앨리엇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지 파해쳐야 합니다.”

박희관 부장도 조민호 눈치를 보면서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거대 헤지펀드 자금 출처는 너무 많은 이해관계인이 엮여 있어서 추측하기 아주 힘듭니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겠습니다. 혹시 해서 묻는 거지만 메가 텔레콤을 압박한 카르텔 중에 신명 그룹 계열사도 있습니까?”

“신명 건설이 있습니다.”

“그랬군요.”

조민호는 그제야 이제까지는 삽질만 했고, 실타래가 조금씩 풀려가는 것을 느꼈다.

‘꼭꼭 숨겨두고, 이리저리 온갖 수작질을 다 부려 놓았으니, 후유, 어쩔 수 없지. 가만 다른 대기업도 있지 않나?’

“혹시 오성 전자도 있습니까?”

“네.”

이전이라면 고민했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마침 잘 됐네요. 그것만 바로 잡으면 결국 은행에서 자금을 메꿀 수도 있을 테고, 메가 텔레콤이 앨리엇 자금도 빨리 정리할 수 있겠군요.”

“그렇기는 한데, 최호영 사장 건강이 안 좋습니다. 투자를 받고 필요하다면 CDMA 사업부를 매각하려는 것도 그 연장선입니다. 앨리엇이 물론 반대해서 난항을 겪고는 있지만......”

“하나씩 해결하면 됩니다.”

“?”

박희관 부장은 영문을 몰라서 고개를 갸웃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약간 긴장한 눈으로 조민호를 쳐다보았다.

‘도대체 조 이사님이 무슨 일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네. 또 무슨 일이기에 이러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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