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131화 (131/176)

#131

경영진은 그다지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조민호에 대해서 여전히 카더라 이야기만 들은 임원 몇 사람은 불만이 가득했다.

보안 문제 때문에 오성 그룹 사장단도 제약된 정보만 안다. 그러니 자세한 내막을 잘 모르는 오성 바이오 임원도 그저 조민호가 김건중 회장과 무슨 관계가 있지 않나 추론할 뿐이었다.

‘확실히 김건중 회장 서자임이 틀림없어.’

묘한 분위기에 혀를 내두른 조민호는 그제야 본론에 앞서 회의 분위기부터 바꾸었다.

“발달장애 치료제는 어때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발달장애 환자 치료제 말입니다. 아직 제대로 된 치료제는 나오지 않았더군요. 몇 가지 대안으로 사용하는 약이 있지만 제대로 먹히지도 않습니다.”

발달장애는 정신이나 육체적으로 나이에 비해서 발달하지 않은 상태인데, 지적장애, 뇌성마비, 전반적 발달장애로 구분된다.

특히 전반적 발달장애 환자는 다시 자폐증, 레트 증후군 등으로 분류된다.

이 다양한 질병은 딱히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언어 장애이고, 사물에 대해서 집착한다.

원인으로 뇌가 고르게 발달하지 않는 것을 들 수가 있다.

“그 광범위한 발달장애 환자에 대한 만병 치료제는 불가능합니다.”

조민호 역시 발달장애를 깊이 파고들면서 실상 시중신 혼원기나, 배효진 혼원기도 각각 자폐증과 언어 장애용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심지어 이 혼원기에 등가 되는 신약 개발이 쉽지 않아서 개발 가능성이 높은 질병 한 가지를 지난주에 찾아냈다.

‘계획이 살짝 바뀌기는 했지만 어차피 아스트라 제약에 타격만 줄 수 있으면 상관이 없으니까.’

“그 발달장애 중의 질환 중에 하나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증후군(ADHD) 치료제는 어떻습니까?”

제대로 된 질문에 그제야 감정을 가라앉힌 김정욱 전무가 슬쩍 나섰다.

“물론 ADHD 환자 숫자를 고려하면 괜찮은 분야입니다만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되는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일단 신약 자료 조사만 해도 족히 몇 년은 잡아먹습니다. 운 좋게 나온 바스클린 생각하면 안 됩니다!”

바스클린에 비해서 구현하기 더 복잡한 시중신 혼원기와 동일한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조민호는 계속 의학 서적을 연구한 것도 이런 모습을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었고, 그나마 ADHD 치료제에 대한 답을 찾았다.

“만약 치료제가 있다면 어때요?”

회의 분위기에 흥분한 김정욱 전무조차 깜짝 놀랐다.

“네?”

“물론 다양한 ADHD 증상을 감안하면 만병통치약은 없어요. 그래도 제한된 ADHD 치료제라면 전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하, 하지만 제가 알기로 세계적인 제약 업체도 효과가 명확한 치료제를 찾지 못한......”

“그자들이 그렇다고 제가 똑같은 법은 없지 않습니까?”

이미 신약 바스클린 관련해서 여러 가지 의문을 느낀 김정욱 전무가 소리쳤다.

“저, 정말 ADHD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는 말입니까?”

“네.”

회의에 참석한 경영진은 화들짝 놀랐고, 뒤늦게 회의에 참석한 김지수 차장 역시 입을 딱 벌렸다.

신약 바스클린은 구조가 간단하지만 조금만 복잡해도 신약 개발이 쉽게 될 리가 없다. 하물며 두 번째 타석도 안타가 된다면 어떤 제약 업체도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아스트라 제약만 흔들면 되니까.’

“......”

조철영은 이제 겨우 분위기 파악 단계였다가 다시 새로운 신약 개발 이야기에 그저 눈동자만 도르르 굴리고 말았다.

‘도대체가......’

“아직 믿지 못한 분이 있으니, 내부적으로 한 번 먼저 스스로 검토해보세요. 이 주 후에 다시 회의를 하도록 합시다.”

조민호는 오성 바이오 경영진 분위기가 극도로 혼란한 것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바스클린같은 신약이 계속 나오면 주목받겠지. 앞으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해. 나에 대한 것은 휘트니 통해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져갈 테니, 아쉬운 스티븐 같은 이가 스스로 나설 거야.’

***

신약 바스클린이 2상 임상 시험이 무난하게 진행되면서 이미 많은 이들이 오성 바이오를 주목했다. 심지어 몇몇 제약 회사는 오성 바이오 연구원에 대한 스카우트 작업까지 진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숨긴다고 해도 조민호 정보는 결국 외부로 흘러나갈 수밖에 없다.

조민호는 운 좋은 재벌 3세 이미지로 자신을 드러내서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계획이었는데, 불만에 가득한 오성 경영진 몇 사람 모습에 이 방법에 대해서 확신했다.

재벌 친동생 조철영은 그런 면에서 본다면 주변 시선을 속이기에 딱 좋다.

결국 조철영은 조민호 덕분에 단순히 그냥 이사가 아니라, 조민호를 대신한 실력자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오성 바이오 이사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결국 조정연과는 전혀 다른 대접을 받았는데, 우선 오성 바이오 본사 실무진과도 한 사람씩 다 대면했다.

그다음은 오성 바이오 공장 설비도 경영진의 안내를 받았다.

일테면 사단장 검열처럼 조철영은 오성 바이오 설비를 돌아보았다.

생산 지시가 내려지면, 자재 불출을 시작으로 신약은 제조 공정도에 따라서 제조된다.

혼합, 연합, 제환, 건조, 시광, 선별 작업을 거쳐서 사면포장, 인쇄포장으로 이어진다.

이 생산 공정에는 다양한 설비가 있는데, 제약 타정기도 그 하나다.

이 제약 타정기는 납작한 원형 모양인데, 탄성과 소성 변형 이론에 의해서 동작한다.

“의약품 자체가 환자 건강과 관련된 소비재라서 법규가 엄격합니다. 따라서 철저한 관리 지침에 따라서 생산됩니다. 이 타정기만 해도 터렛 속도에 따라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복제약 테스트를 진행 중인 타정기는 끊임없는 소리를 내면서 동작했다.

조철영은 옆 건물로 이동하면서 추출농축기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인삼과 같은 한약제 추출에도 사용되는 추출농축기는 마치 물리학 실험을 위한 것처럼 철저하게 밀폐가 되었다.

추출농축기 앞에서 연일 농축 상태를 확인하는 연구원은 진지했다.

안내를 받은 조철영은 이 첨단 신약 설비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이 자동제환기 상태가 안 좋으면 불량품도 많이 나오겠습니다.”

“설비가 열악하면 괴상한 모양의 약이 생산됩니다. 소비자가 그런 약을 본다면 바로 클레임을 거는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김정욱 전무는 다른 경영진 몇 사람과 같이 조철영 이사가 고압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 모습에 슬그머니 주제를 바꾸었다.

“혹시 오성 그룹 쪽에 아는 지인이 있습니까?”

조철영은 손을 좌우로 흔들면서 바로 부인했다.

“네? 전혀 아닙니다.”

“그러면 미래 그룹과는......”

교묘한 질문이지만 바로 대답했다.

“아, 조수현 회장이 제 친형입니다.”

“아, 네, 그렇......네?”

그래도 회사 경영을 해봤던 관록이 있는 터라 조철영은 김정욱 전무의 태도에 대해서 크게 불쾌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솔직하게 조수현 회장과의 간단한 관계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제가 괜히 개인 가족 문제까지 걸고넘어진 것 같습니다. 사과드립니다.”

“같이 앞으로 일해야 하는 처지인데, 의혹이 없는 것이 좋죠. 다른 질문이 있으면 해보세요.”

***

김정욱 전무는 잠깐 망설이면서 걸음을 계속 옮겼고, 생산 설비실에서 빠져 나와서 휴게실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담배도 한 대 물고, 캔 커피도 홀짝이면서 다른 생산 직원의 인사도 받았다.

한결 분위기가 부드러워지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조민호 사외이사에 대해서 아시는 것이......”

“제가 조민호 아버지입니다.”

“네?”

김정욱 전무는 순간 스타워즈의 그 유명한 ‘내가 너의 아버지다!’란 대사를 떠올리면서 깜짝 놀랐다.

옆에서 귀를 기울이면서 커피를 마시는 고호성 이사도 전혀 상상도 못한 이야기에 콜록거리면서도 커피를 내뱉고 말았다.

조정연은 그나마 정보가 알려졌지만, 조철영 프로필은 너무 갑자기 바뀌면서 제대로 오성 바이오 내에서도 알려지지 않았다.

뒤늦게 조민호와 조철영 관계를 안 김정욱 전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놀라셨나 보군요.”

“아, 그, 그게......저희는 조민호 이사가 김건중 회장의 서자라고......”

조철영도 눈을 뻔히 뜬 채 자기 아들을 김건중 서자로 오해받을 것 같자 발끈했다.

“절대 아닙니다. 민호 놈은 제 자식 맞습니다. 웬 뜬금없는 김건중 회장 이야기를 하십니까.”

“죄송합니다.”

다시 침묵이 감돌았다.

김정욱 전무를 위시한 경영진은 당황한 채 패닉에 빠져버렸다. 만약 조민호가 정말 조철영 아들이라면 앞뒤가 너무 안 맞았다.

‘차라리 그냥 서자였다면 좋았을 텐데......’

조철영은 그 나름 자신이 조민호 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에 충격받은 오성 바이오 경영진 모습 때문에 기분 나빴다.

“정말 민호는 제가 낳은 아들 맞습니다. 설마 유전자 검사까지 받아야 합니까?”

“아, 이런, 그런 말이 아닙니다. 제 말은 조민호 이사가 오성 그룹 상층부에도 영향력을 너무 발휘해서 말입니다.”

그도 깜짝 놀랐지만, 중국에서 일을 떠올리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네? 아, 설마......”

“오, 설마 뭐죠?”

“아, 아닙니다.”

“조 이사님, 자꾸 그런 식으로 숨기는 것이 있으면 정말 곤란합니다. 오성 바이오 대주주라고 해도 설마 저희랑 담쌓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또 무슨 말이죠?”

“어? 모르십니까? 오성 바이오 지분 30%를 미래 그룹에서 소유하고 있습니다.”

워낙에 중국 일에만 집중한 터라 들어 본 것 같기도 해서 고개를 갸웃했다.

“......진짜입니까?”

“아니 그것도 모르고 여기 오신 겁니까?”

“그거야 정연이 대타로......아, 됐습니다.”

그도 뒤늦게 자기 집안 이야기를 하려다가 그냥 입 다물었다.

결국 두 사이의 침묵은 생각보다 길었다.

김정욱 전무는 도대체 영문을 몰라서 담배만 계속 피웠다. 조민호 이야기를 무시할 수가 없어서 더 골치 아팠다.

오성 바이오는 이미 어지간한 중견 제약 회사보다 규모가 더 컸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형태는 완전히 주먹구구식이었다.

조민호가 그냥 정체불명의 신약을 던져주면, 그걸 받아서 굴러가는 형태였다.

김정욱 전무같이 오성 전자에서 경력을 쌓은 입장에서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김건중 회장이 주시하는 마당에 조철영을 압박할 수는 없었다.

더욱이 조철영은 이전의 소갈머리 없는 조정연과는 달리 소탈한 사람이었다. 굳이 적대할 이유는 없었고, 결국 당분간은 머리를 숙이기로 마음먹었다.

‘차라리 잘 된 거야.’

“조 이사님, 앞으로 잘 좀 부탁합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오히려 하고 싶은 말입니다.”

조철영 이사는 훈훈하게 웃으면서 이들 인사를 받았다.

“참 정연이 이야기를 들으니 신입 임원 교육도 있다고 하던데......”

“아, 그건 안 받으셔도 됩니다.”

“그래요?”

“그럼요. 사무실과 전담 비서도 준비될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조정연 경험담을 떠올리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데......, 수현 형은 왜 한마디도 하지 않은 거야. 그리고 도대체 민호 이 녀석이 뭘 하고 돌아다니는 걸까. 중국처럼 한국에서도 사람들 반응이 이상하니.’

***

스티븐은 지난 2년 동안 단순 계산만으로 5억 달러 MP3 음악 파일 매출을 확인했지만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환호하면서 즐거워해야 할 시점에도 작년 말에 소화기 일부를 제거하는 휘플 수술 정기 검진 때문에 병상에 누워있었다.

우유, 생선, 고기를 권하는 주치의 말을 그냥 씹어 버리고, 자기 고집대로 여전히 채식 위주로 식사해서 회복이 순탄하지 않았다.

주치의 조지 피서는 진료기록을 든 채 어두운 안색을 한 채 나타났다.

“조지 선생,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미안해.”

“뭐야? 어차피 간 상태가 나빠진 것은 확정된 거잖아. 이번 수술에서 눈에 보이는 것만 다 제거했으면 된 거야.”

간이 나빠진 정도가 아니라 암 전이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서 조지 피서 선생도 인상을 찡그렸다.

“농담이 아니야. 앞으로 식단을 비롯한 회사 일도 줄여야 할 거야.”

“아, 걱정하지 마. 내 목숨은 스스로 잘 관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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