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127화 (127/176)

#127

그 역시 예외가 아니라서 이전 일에 대해서 뒤늦게 눈치를 봤다.

“저기......”

“말씀하세요.”

“죄송합니다.”

“뭐가요?”

“휘트니 펀드에 대해서 제가 한 말입니다.”

“그런가요?”

그는 힐끗 박희관 부장 얼굴을 쳐다보면서 그의 선천지기 일부가 자신 몸쪽으로 흘러들어왔다가 다시 흘러나가는 광경을 쳐다보았다.

과거에는 이 의미를 잘 몰랐지만 이 현상이 소통을 통해서 카르마가 쌓이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자 슬쩍 들어오는 선천지기가 나가는 것을 막아보았다.

움찔.

박희관 부장은 갑자기 굳은 얼굴을 한 채 조민호를 쳐다보지 못했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표정이 확 변했다.

조민호는 슬쩍 다시 막아놓은 선천지기가 흐르는 것을 내버려뒀다.

다시 선천지기를 흡수한 박희관 부장은 식은땀을 닦으면서 고개를 조아렸다.

“앞으로 조민호씨, 아니 조민호 이사님 지시에 따라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런가요?”

다시 한 번 조였다.

“그게......으음,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혼자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박희관 부장은 다시 횡설수설했다. 조금 전에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 스스로 이해를 못 했다.

슬쩍 다시 한 번 선천지기 통로를 풀었다.

“......조 이사님의 능력에 대해서는 더 의문이 없습니다. 이번 휘트니 펀드 성공 덕분에 지금도 원금보장형 하이브리드형 파생결합 증권 판매가 불과 3일 만에 완전히 매진되었습니다.”

“그게 뭐죠?”

“코스피 지수, 유가, 아연, 알루미늄과 같은 실물자산에 분산......”

다시 선천지기를 막았다.

“......그게 말이죠. 으음,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조민호 이사님에 대해서......”

낯선 사람을 대하는 듯한 박희관 부장 행동에 조민호는 피식 웃고 말았다.

“하하하, 알았습니다.”

다시 선천지기 채널이 풀리자 박희관 부장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게, 최근 주가 조정 때문에 손실을 본 고객에 한해서 다양한 해외 자신에 대한 이익과 안정을 동시에 고려했습니다. 그 분들 대다수는 휘트니 펀드 때문에 차선으로 이 상품을 선택했습니다. 규모만 해도 최소 100만원에서 시작해서 총 500억 규모에 해당합니다.”

“그래요.”

그는 힐끗 혼란스러워하는 박희관 부장 모습에 새삼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잠재 선천지기, 아니 카르마가 쌓이는 과정이구나.’

이 흥미로운 결과에 만족한 조민호는 다른 실험을 어떻게 해볼까 고민했다. 솔직히 퍽치기 배후 추적하는 것보다 이 일이 더 흥미로웠다.

때마침 목발을 한 조정연이 한혁승 이사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응? 아직 포기 안 했어?’

***

조정연은 병원에 입원했지만 결국 목발을 한 채 다급하게 퇴원했고, 이 황당한 사태에 대해서 조수현 회장을 찾아가서 따졌지만 비웃음만 당하고 회의실을 나와야 했다.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한혁승 이사였고, 자초지종을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오성 바이오가 실제로 임원 연수를 하지만 해병대 훈련 따위는 받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분노했다.

“한 이사님, 아직도 그 새끼들이 왜 저에게 그랬는지 모른다는 말입니까?”

한혁승 이사도 난처한 얼굴을 한 채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오면서 설명했다.

“회장님도 잘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수작을 부릴 사람 오성 바이오 부사장 이상이어야 가능합니다.”

“설마 최태한 사장이 우리 회사에서 경영 간섭을 할까 사전에 술수를 부린 겁니까?”

“아마도......”

한혁승 이사도 영문을 모르기는 매 한 가지라서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 윗선에서 지시가 있지 않고야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없었다.

‘설마 오성 그룹 최상층에서 압력을 넣을 것일까?’

“으악!”

분노한 조정연은 이를 악문 채 함성을 내질렀고, 주변의 시선을 끌었다.

그나마 소리를 지르고 나서 분노를 가라앉혔고, 이를 갈았다.

“조민호 그 새끼는 어때요? 설마 아버지가 미래 증권 내에 자리를 만들어준 것은 아니겠죠?”

“......그게 좀......”

‘조민호’ 이름이 나오자 휘트니 펀드 때문에 요즘 미래 증권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기에 한혁승 이사도 더 말을 버벅거렸다.

“또 무슨 일이 터진 겁니까?”

아직 그조차 정확한 내막을 잘 몰라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심했다. 그 자신이 버린 박희관 부장이 책임졌기 때문에 마음이 더 아팠다.

지금 당장 최저 예상 수익만 해도 무려 10배였고, 앞으로 중국을 비롯한 해외 수출이 늘어갈수록 그 규모가 늘어난다.

요즘 빌보드 차트 순위에도 올랐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그 광고 효과는 폭증할 것이다.

차라리 박희관 부장에게 숟가락이라도 하나 올렸다면 그 혜택을 보겠지만, 불행히도 그 스스로 완전히 손을 떼버렸다.

‘설마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은 아니겠지?’

“한 이사님!”

“아, 죄송합니다. 그게 사실은......”

일단 간단하게 줄여서 설명했는데, 조정연 입은 설명이 더해갈수록 입이 벌였다.

“마, 말도 안 됩니다. 지금 저보고 그 사실을 믿으란 말입니까?”

착잡한 한혁승 이사도 고개를 푹 숙였다.

“더 황당한 것은 휘트니 펀드 중에 4,000만원 투자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 200억 전액을 투자한 사람이 조민호 이사님입니다.”

“가, 가만 그러면 회사에서는 단 한 푼도 투자를 안 했다는 말입니까?”

“솔직히 휘트니 몰골을 보고 누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다들 비웃었습니다. 이번에 200억 날리면 조민호 이사도 큰 타격 받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결과는......”

입을 다문 다가오는 조민호와 박희관 부장을 마주하자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박희관 부장은 슬쩍 조민호 뒤로 물러났고, 조민호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움찔 몸을 뜨는 조정연을 쳐다보았다.

“오랜만이네.”

“그, 그래.”

대놓고 하수로 내려다보는 냉랭한 말투에도 조정연은 차마 분노하지 못했다.

“사고당한 거야?”

“임원 교육 중에 계단에서......굴렀다.”

“그런가? 오성 바이오는 언제 출근하는 거야?”

“다음 주부터 할 거다.”

“그래?”

‘근성은 있어.’

“오성 바이오는 가장 주목을 받을 제약 사업이다. 난 최선을 다할 거다.”

조민호는 눈치가 있다면 오성 바이오 경영진이 자신을 왕따로 취급한다는 것을 깨달은 조정연이 물러날 거라고 봤는데, 여전한 모습에 피식 웃고 말았다.

“신약 쪽은 좀 알아?”

“공부하는 중이다.”

조정연 가방에 삐져나온 책이 최근 신약 동향에 대한 자료였다.

“열심히 해.”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박희관 부장 눈치를 보는 한혁승 이사에게 슬쩍 눈인사만 하고는 두 사람을 지나쳐버렸다.

조정연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목말을 한 채 조민호 옆에 달라붙었다.

“잠깐 이야기 좀 하자.”

“할 이야기 없다.”

“그러지 좀 말고, 이번에 휘트니 펀드 대박인 거에 대해서 듣고 싶다.”

“난 모르는 사실이야. 분명히 말하지만 난 회사 경영 따위에 관심 없다.”

조정연은 고작 200억 투자해서 벌써 2,000억 수익이 예상되는 휘트니 펀드 투자자가 조민호라는 것을 뻔히 아는데, 경영 따위는 관심이 없다고 개소리하는 조민호 때문에 폭발한 것을 겨우 참았다.

“말도 안 되는 개......,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야아, 우리 가족이잖아.”

“박 부장!”

“넵!”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불만을 토로하던 박희관 부장은 마치 신병이라도 된 것처럼 잽싸게 조민호 앞에 나타나서 지시를 기다렸다.

조민호는 턱짓으로 조정연을 가리켰다.

“투자 자문하세요.”

“네? 아, 그게......”

목발 때문에 불편한 조정연이 발끈했다.

“민호야, 너무한 것 아냐. 내가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잖아. 음악 트렌드에 대해서 자문을 해달라는 건데, 그것도 못해?”

“난 진짜 음악 쪽 몰라. 박 부장님도 잘 아시죠? 제가 음악 투자에 대해서 특별히 뭐한 게 있습니다. 전부 박 부장이 처리했죠?”

박희관 부장도 처음에는 부정하려다가 문득 휘트니 펀드를 설계하고, 진행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조 이사님은 음악에 대해서 아무런 이야기도 안 했구나. 핵심은 역시 휘트니 부활인데, 그걸 조 이사님이 어떻게 알아?’

“......확실히 제가 다 처리했군요.”

조민호는 저놈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면서 박희관 부장을 더 띄워서 조정연을 자극했다.

“들었냐?”

“저, 정말 박 부장이 이번 휘트니 펀드를 전부 다 총괄했다고?”

“그래. 난 갈 테니, 이쪽에 한 번 물어봐.”

조민호는 결국 엘리베이트 안으로 들어섰고, 세 사람에게 손짓만 한 채 사라졌다.

박희관 부장은 따가운 두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자 식은땀을 흘렸다.

“하하하, 그게 말이죠. 으음......”

“잠깐 이야기 좀 합시다.”

그도 당황한 채 두 사람에게 끌려가면서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에 대해서 머리를 굴렸다.

‘젠장맞을 뭘 어떻게 말해도 사실을 믿지 않을 것 같은데......’

***

미래 그룹 내에서도 서서히 말 돌기 시작한 휘트니 펀드 성공담은 열기를 더해갔다.

박희관 부장이 이 일을 전담하기는 했지만, 그 자금을 댄 사람이 조민호라는 것도 조금씩 알려지면서 조민호 명성도 올라갔다.

휘트니 펀드에 대한 다양한 입소문은 휘트니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더 열기가 타올랐다.

그 와중에 피아노 협주곡 주제와 잘 어울리는 ‘Belief', 'I'm waiting!', 'Try It Again!' 드라마 OST는 결국 빌보드 차트 1, 2, 3위를 도배하면서 휘트니의 컴백을 세상에 알렸다.

휘트니는 우선 ABC 토크쇼에 자신의 부활을 화려하게 내보였다.

늘씬한 몸매, 밝은 피부, 쾌활한 건강미로 무장한 채 다시 세상에 나왔다.

이제 이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토크 쇼 방청자도 탄성을 내질렀다.

그것은 정말 믿기 어려운 변화였다.

토크쇼 앵커도 가장 최근에 망가진 휘트니 사진과 옆에 휘트니를 같이 놓고 비교 방송을 내보냈다.

앵커는 시청자의 궁금증을 외면하지 않았다.

[혹시 한국에 간 것도 성형 수술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입니까?]

[전 절대로 성형을 받지 않았습니다.]

휘트니는 웃으면서 대답했고, 같이 자리한 클라우드 회장은 다른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서 슬쩍 다 넘어가 버렸다.

그 방송을 본 미국인은 하나같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토크쇼는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휘트니의 컴백을 증명했다.

자연스럽게 휘트니의 회복에 대한 갖은 이야기가 다 떠돌았다.

마약 중독은 그렇다고 쳐도 몇 년 전에 완전히 망가진 그녀의 목소리로 진행한 콘서트는 이미 말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조민호도 미국 내를 뜨겁게 달구는 휘트니 부활 증후군을 보면서 치료 중에 얻은 선천지기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최근 혼원심법에 겨우 입문했지만 아무리 해도 선천지기 스탯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한 큐에 50먹을 수 있는 휘트니 수준의 환자를 중점으로 골라야 하는데, 쉽지 않네.’

그도 다양한 인맥을 통해서 직접 확인해야 잠재 선천지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처럼 고만고만한 환자를 매달릴 수가 없어서 클라우드와 로버트 힐에 각각 연락했다.

두 사람 다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클라우드 역시 휘트니 부활 때문에 조민호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고, 로버트 힐은 이미 조민호 사도나 마찬가지인 터라 열심히 조민호 지시에 따랐다.

이들조차 지압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미국인 환자를 쉽게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클라우드 회장이 잘 아는 지인 중에 래리 브라이드는 휘트니 부활과 관련된 치료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 일을 진지하게 생각했다.

심지어 지난 로버트 힐 파티에서 이 일에 깊은 호기심을 드러냈는데, 미국을 잠깐 방문한 로버트 힐 대사를 직접 만났다.

“대사님은 정말 지압으로 아담스 스톡스 증후군을 완치한 겁니까?”

“네.”

의사답게 좀 더 전문적으로 질문했다.

“요즘은 이 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드물기는 하지만 치료가 간단하지 않을 텐데, 특히 빈맥 발생하는 경우를 대비하는 제세 동기 이식만 해도 위험성이 꽤 높습니다.”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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