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126화 (126/176)

#126

***

휘트니는 6년 전에 하와이 공항에서 마리아나 소집 협의로 기소된 적이 있고, 4년 전에는 토크쇼에 나와서 스스로 코카인, 마리화나, 알코올 남용에 대해서 스스로 폭로했다.

앞으로 기도로 이 상황을 이겨냈다고 고백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계약 때문에 결국 요 몇 년에 걸쳐서 작업한 휘트니에게 맞는 곡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이 곡은 워낙에 뛰어난 가창력을 요구하기에 다른 가수가 부를 수도 없었다.

그 곡 중에는 피아노 협주곡 OST와 맞는 곡이 몇 개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Belief’였다.

어려운 역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린 곡은 휘트니 초기 노래와 많이 닮았다. 담백한 서정적인 멜로디를 바탕으로 해서 높은 옥타브를 남발하는 곡이었다.

휘트니가 부르는 이 곡은 초반 무반주로 시작되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곡이었다.

박희관 부장도 녹음실에서 이 곡을 듣고는 입을 딱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녹음실 창을 통해서 열창에 빠진 휘트니와 그 녹음 장면을 멍하니 쳐다보는 클라우드 일행을 봤기 때문이다. 심지어 라인 엔터에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나온 이들 역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어때요?”

“이, 이건, 도대체가......”

“기존에 휘트니가 찍은 드라마나 영화 중에도 별로라는 평이 많았지만, OST 때문에 대박 친 것들이 적지 않더군요. 더욱이 휘트니 부활이라는 측면을 부각한다면 게임 끝입니다.”

“도,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휘트니가 왜 저기 있고, 저 모습은 또 어떻게 된 겁니까?”

질문이 끝도 없이 쏟아졌다.

그제야 만족한 상대 행동에 조민호는 일축했다.

“그건 안 중요해요. 저 정도 수준이라면 앞으로 박 부장님이 해야 할 일만 신경 쓰면 됩니다.”

“아니 그러면 뭐가 중요하다는......”

“자자, 쓸데없는 생각 말고, 정신 좀 차리세요. 이미 드라마 OST는 저걸로 갈 겁니다. 그러니 윤석민 PD부터 잘 설득하세요.”

“끄응, 알겠습니다.”

“설마 실패한다는 소리를 하지 않겠죠?”

그는 힐끗 노래에 미친 듯이 빠져서 양손을 들어 올린 채 목소리를 올리는 휘트니 모습을 멍하니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절대로 실패할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계약 문제가......”

조민호는 아직도 흥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클라우드를 끌고 와서 소개해주었다.

“이 분이 클라우드 회장님입니다. 나머지는 알아서 잘 협조해줄 겁니다. 그렇죠?”

클라우드 회장은 조민호 손을 잡은 기꺼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전 이만 가보죠.”

***

피아노 협주곡은 이미 4회까지 촬영을 끝마친 상황이었고, 나머지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OST다.

그런데 이 OST에 대한 것은 이미 사전 작업이 끝나 있었다.

박희관 부장이 나서서 먼저 한 것이 바로 휘트니 OST를 보여주었다.

“우리 쪽에서는 이 OST로 변경했으면 합니다.”

“......이게 뭡니까?”

떨떠름한 윤석민 PD도 영문을 몰랐지만, OST를 들어보고 나서는 화들짝 놀랐다. 기존 OST와는 격이 많이 달랐다.

“계약 위약금 문제는 저희 쪽에서 처리하겠습니다.”

“으음.”

그는 박희관 부장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다른 스탭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OST 때문에 넋이 나가버렸다.

상상을 초월한 가창력에 다들 질린 기색이 역력했다.

드라마 OST가 오히려 드라마 자체를 완전히 씹어 버렸다.

박희관 부장은 피식 웃었다.

“가수는 휘트니입니다.”

“휘트니라면......설마 그 휘트니 휘스는 아니겠죠?”

“맞습니다. 설마 그래도 윤 PD님이 반대하지는 않겠지요?”

“가만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설마 그 휘트니 히스가 이 노래를 불렀다고요?!”

“넵!”

“!”

편집실에 몰려 와 있는 이들은 다들 경악했고, 곧 질문을 이어갔다.

하지만 박희관 부장은 딱 한 마디로 답변했다.

“저희 윗선에서 어떻게 로비를 했다고만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OST로 방영을 해주십시오. 아마 미국에서도 동시에 발매가 될 겁니다. 그때 이 드라마 일부를 편집해서 같이 내보낼 겁니다.”

“맙소사!”

보안 문제 때문에 뒤늦게 안 윤석민 PD는 그 어떤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고, 그것을 다른 스탭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도 물론 휘트니 몰락을 잘 알았지만, 이 노래만큼은 과거 그녀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파워풀 했다.

***

요즘 주말에도 도서관을 나가는 박진민은 조민호와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도 툴툴거렸다.

“넌 재벌 3세지만 참 모범적이다. 술집보다는 이렇게 소박한 짜장면집을 애용하다니.”

짜장 곱빼기를 삼키는 조민호는 피식 웃으면서 툴툴거렸다.

“넌 먹는 것도 시비야?”

“아니 뭐 딱히 내가 재벌 3세 덕을 보려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재미없게 살아.”

“난 그런 관심 없다.”

애초에 무림에 있을 때 주지육림을 나름 즐겼던 조민호는 여자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차라리 이렇게 대학 생활하는 것이 오히려 좋았다.

마침 주말 드라마 방송이 되면서 ‘피아노 협주곡!’ 1회가 방영되었다.

배효진이 카메라를 주도하면서 조유리와, 서도연과의 첫 만남을 잘 보여주었다. 유럽의 그림 같은 풍경이 서로 어우러져서 볼거리는 많았다.

박진민도 배효진 모습에 푹 빠졌지만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드라마가 좀 진부하다. 윤석민 PD 전작인 겨울 연가 냄새가 많이 나네.”

탕수욕에 맛을 들인 김영탁 역시 수긍했다.

“드라마 기획 자체는 그런데 자기 표절 느낌이 많이 난다. 왠지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데, 이거 실패하는 것 아닐까?”

“아니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썩 좋아 보이지는 않네. 배효진씨 연기력만 오히려 묻히는 느낌이야.”

“에이, 그래도 배효진씨 덕분에 완전히 망하지는 않는 것 같아.”

배효진의 어색한 연기가 문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드라마 퀄리티에 대한 이야기가 다른 식당 손님 입에서도 나왔다.

그런데.

분위기가 바뀐 것은 드라마 OST ‘Belief'가 나오기 시작한 다음이다.

무반주의 서정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 음정이 시간이 가면서 점점 드라마 톤을 이어갔다. 그 감정이 드라마 캐릭터에 이입되면서 보는 사람의 귀를 완전히 잡아끌었다.

“아......”

믿음에 대한 기대가 서서히 고조될수록 배효진 연기력이 탄력을 받았고, 유럽 전원의 풍경이 합쳐지면서 한 폭의 서사시를 만들었다.

“......”

불만을 토로하던 이들조차 다들 입을 살짝 벌린 채 멍하니 드라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드라마 OST 한 곳이 완전히 드라마의 격을 높여주었다.

그리고.

“도대체 누가 부른 거야?”

다들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 덕분에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다들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고, 뒤늦게 드라마 OST를 부른 가수가 나왔다.

“휘트니 히스, 서, 설마 그 휘트니 히스는 아니겠지?”

박진민이 발 빠르게 노트북을 꺼내서 인터넷을 확인했는데, 연예가 쪽은 온통 피아노 협주곡과 휘트니 이야기로 난리였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조민호는 굳이 그 일에 엮이기 싫어서 어깨를 으쓱했다.

“윤석민 PD가 이번에 제대로 사고 친 것 같아.”

“말이 안 되잖아. 가장 최근 이 휘트니 사진 보고 그런 이야기가 나와?”

완전히 망가진 오십 대 아줌마 휘트니의 사진을 보자 조민호도 혀를 찼다.

“산삼을 먹은 게 아닐까?”

“야!”

“나도 모르겠다.”

그는 웃으면서 다른 답을 해주지 않았다.

‘일단 입소문이 이제부터 나기 시작할 테니,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골라야지.’

***

피아노 협주곡 1회 시청률은 고작 6%에 불과했지만 2회 시청률은 무려 25%를 단숨에 돌파했다.

이 휘트니 OST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히 미국 언론에서도 관심을 뒀다.

심지어 특파원까지 보내서 윤석민 PD와 인터뷰했다.

하지만 윤석민 PD 역시 자세한 내막을 잘 몰랐다.

클라우드와 휘트니는 이미 미국으로 튄 지 오래였다.

며칠이 지나자 결국 이 ‘Belief' 앨범이 미국 내에 정식으로 출시되었다.

좀 빠르기는 했지만 이미 이 앨범 자체가 사전에 준비되었다가 취소가 되었기 때문에 다른 앨범보다는 전격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 노래는 미국 곳곳에서 폭발적인 맹위를 떨치면서 무섭게 판매가 되었다.

미국 언론은 연일 이 새로운 앨범에 관한 기사를 도배하면서 피아노 협주곡에 관한 기사도 빼놓지 않았다.

한국인이 만든 드라마, 한국만 등장하는 배우, 고루한 드라마 내용 따위는 미국인에게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휘트니가 부활곡으로 선택한 것이 이 앨범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당연히 미국, 일본, 유럽에서도 이 피아노 협주곡에 대한 계약 요청을 해왔다.

“이봐, 윤 PD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되건 말건 이미 피아노 협주곡 권리는 이미 휘트니 펀드에 다 넘어갔습니다. 상반기 방송국 1,000억 적자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 것은 국장님 아니었습니까?”

“얼씨구나 찬성한 것은 자네야. 자네도 흥행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한 것 아냐?!”

움찔한 윤석민 PD는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저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박희관 부장의 제안을 받아도 이미 예상 수익의 2배가 넘습니다. 이제 와서 어떻게 하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그래도 너무 아깝지 않나. 이 정도면 중국에서만 대박 나도 그 수익은 뽑고도 남아!”

“압박이라도 하시려고요?”

이미 중앙지검에서 협박을 받았던 국장은 침울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방송국 윗선에도 이미 그 사실을 보고했기 때문에 이미 다 손을 뗀 마당이다.

최근 무영 그룹을 초토화한 김정환 부장검사 행동에 10대 재벌도 다들 벌벌 떤다. 고작 방송국 국장 나부랭이는 그저 고개만 숙여야 했다.

하도 답답해서 윤석민 PD나 괴롭혔다.

“박희관 부장 쪽에 조금 더 배려해달라고 하면 안 될까? 이건 막말로 너무 하잖아. 우린 고작 2%라고!”

“어쩔 수 없습니다.”

“씨발.”

국장은 욕설을 퍼부으면서 새삼 미래 증권의 교묘한 수작에 치를 떨었다.

‘그때 짐작했어야 했는데......’

***

윤석민 PD는 이번 피아노 협주곡 계약 문제 때문에 방송국 내에서도 이런저런 비난을 많이 받았다.

심지어 그를 찾아온 해외 기자들은 오히려 미친놈처럼 쳐다보았다.

“도통 이해가 안 됩니다. 자신이 만들어 두고, 왜 이익을 전부 투자 회사에 다 넘긴 겁니까?”

“그러게요.”

“이 계약 진담입니까? 이건 막말로 수백억을 그냥 발로 찬 것 아닙니까?”

“네.”

그는 쪼는 기자들 반말에 이를 갈았지만, 눈물을 머금고 일축했다.

“미래 증권에서 판권을 다 가지고 있으니, 그쪽에 가서 요청하세요!”

박희관 부장은 뒤늦게야 몰려오는 인터뷰 요청에 정신이 없었다.

그는 이 심상치 않은 대박 징조에 입에서 미소를 떨칠 수가 없었지만 내심은 무덤덤한 조민호 얼굴을 떠올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조민호씨는 투자의 신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도대체 이런 정보를 어떻게 얻은 것일까?’

***

조민호는 오랜만에 미래 그룹 본사를 찾았는데, 입구에서 이미 기다리고 있는 박희관 부장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잘 지내시죠?”

“아, 네, 정신없습니다.”

물론 그가 앨범 판매를 하고 그런 일 때문이 바쁜 것이 아니라 피아노 협주곡이나 드라마 OST 판권 수수료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굵직한 곳은 클라우드 회장이 알아서 진행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전부 박희관 부장이 알아서 다 진행해야 했다.

단 1% 차이에도 수십억 이익 차이가 날 수가 있으니, 그것을 일일이 다 확인하는 작업이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휘트니 펀드는 어때요?”

“초대박입니다!”

“수익은 어느 정도 날 것 같아요?”

“최소가 10배입니다. 아니 그 이상도 가능할 겁니다. 동남아,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에서 요청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박희관 부장은 끊이지 않고 진행 상황을 다 보고 했는데, 조민호는 그저 묵묵히 듣기만 했다. 주변을 오가는 미래 증권 직원은 다들 부러운 시선으로 박희관 부장을 쳐다보았다.

물론 그들 대다수는 조민호에게서 서신을 땔 수가 없었다.

이번 휘트니 펀드 대박은 미래 그룹 역사상 최고의 투자 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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