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125화 (125/176)

#125

휘트니의 오염된 선천지기가 씻겨나가면서 드디어 동기화가 시작되었다.

휘트니 몸속의 선천지기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조민호 특성으로 동기화된 선천지기가 거꾸로 조민호 몸속으로 흘러들어 갔다.

[선천지기 스탯이 +2 올랐습니다.]

[선천지기 스탯이 +2 올랐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레벨이 +1 올랐습니다.]

[레벨이 +1 올랐습니다.]

끝도 없이 올라가는 선천지기 스탯 수치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조민호조차 멍하니 무림에서 만 년 먹은 산삼을 섭취해야 얻을 수 있는 상태창 변화를 살피면서 입을 살짝 벌렸다.

그 어떤 환자를 치료해도 고작 선천지기 스탯은 1, 2 남짓한 변화에 불과했다.

그런데 휘트니 치유 효과는 그들과는 전혀 달랐다.

이번 치료로 총 오른 선천지기 스탯은 무려 50을 가볍게 넘어갔다.

띠링.

[상태창]

[이름] 조민호(25살), 무인(Lv.10)

[경험치] 9,876/10,240

[스탯]

[체력] 22, [근력] 23, [민첩] 22, [마기] 3

[후천지기] 39, [선천지기] 93, [정신] 1,283,234

‘......심봤다!’

휘트니 혼원기 만들기 위해서 무리하게 사용한 선천지기 스탯은 고작 4 정도였지만 실제로 얻은 선천지기 스탯는 무려 50이었다.

레벨이 오를수록 오르기 어려운 선천지기 특성을 고려하면 만 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한 것보다 월등히 나은 결과였다.

혹시나 싶어서 휘트니 상태를 확인해봤는데, 선천지기 스탯이 대폭 줄어서 결국 세 자리 선천지기 스탯으로 변했다.

휘트니 생명력을 깎아서 치료한 것 같지만, 그녀의 선천지기 중에서 불필요한 기운이 줄어들면서 정상을 찾았다.

‘이것은 카르마와 비슷하구나.’

업보로 한역되는 카르마는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뜻한다.

사람이 평생을 행하면서 쌓인 행위에 따라서 업이 쌓이는데, 잠재 선천지기는 그와 비슷했다.

조민호는 넘쳐나는 휘트니 내부의 선천지기를 보자 원래는 조금 쉬었다가 손보려고 한 성대 치료에 곧바로 착수했다.

성대 고유층은 지속적인 성대 사용 때문에 혈관 내압이 증가하는데, 이 과정에서 혈관 내의 물질이 밖으로 빠져나온다.

성대 고유층에 변화가 생기는 이 과정은 성대 주변 조직에도 영향을 준다.

성대 유리연이 두꺼워지고, 성대 용적 자체가 변해버린다.

성대를 잘 사용할 때는 이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무리하게 음성을 오남용하면 심각해진다.

휘트니 성대 역시 이 과정을 거치면서 심각해졌다.

마약 성분이 신체를 망가트린 것도 있지만, 오히려 정신적으로 망가지면서 무리하게 성대를 사용하면서 더 심한 손상을 입었다.

조민호는 이 성대 변화와 직접 연결되는 족소음신경 경혈을 자극했다.

뒤틀어진 선천지기를 휘트니 혼원기를 사용해서 바로 잡았다.

이 작업 역시 다른 환자와는 달리 풍부한 휘트니 선천지기를 이용해서 바로 잡았다.

휘트니 성대 혼원기가 마치 망가진 경혈을 역순으로 거꾸로 돌리는 것처럼 뒤틀린 경혈을 하나씩 바로 잡아나갔다.

정화된 오염지기는 자연스럽게 조민호 손길을 따라서 흘러갔다.

그런데.

‘이게 뭐지?’

기존의 다른 조직과는 달리 휘트니 성대는 반응이 이상했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은 채 계속해서 튕겨 나갔다.

휘트니 혼원기와 휘트니 성대 혼원기 특성 자체가 달랐다.

조민호는 익숙한 솜씨로 혼원기를 계속해서 가변시키면서 열쇠를 찾아갔다.

신기한 일은 그 과정에서 휘트니 성대 혼원기는 점점 더 복잡해졌다.

마치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것처럼 규모를 계속해서 키워나갔다.

연결이 결합하다가도 고리가 맞지 않아서 튕겨나면 다시 혼원기를 지속해서 바꾸었다.

톱니바퀴는 계속해서 추가되면서 그 형상을 점점 키워나갔다.

‘정말 특이하네.’

반발은 계속되었다.

오기마저 느낀 조민호는 계속해서 지루한 이 작업을 반복했다. 시간이 갈수록 휘트니 성대 혼원기는 점점 복잡해지고, 결국 3D 구조로 바뀌었다.

미세한 이 혼원기는 점점 그 형태를 키워서 결국 좁쌀 크기로 커졌다.

결국 조민호는 성대 혼원기 열쇠를 찾아냈지만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보이는 형상에 혀를 내둘렀다.

마치 수천 개의 톱니바퀴가 결합하여서 움직이는 이 놀라운 성대 혼원기는 기존의 다른 어떤 환자 혼원기와는 규모 자체가 달랐다.

‘아름답네.’

그다음은 쉬웠다.

계속해서 튕겨 나가던 성대 혼원기가 다시 성대 쪽으로 파고들면서 문제가 된 조직을 하나씩 바로 잡아가기 시작했다.

조민호조차 멍하니 성대 혼원기 조직 변화를 살피면서 혀를 내둘렀다.

‘대단하다.’

그제야 휘트니에게서 손을 뗀 조민호는 반개한 채 휘트니 모습을 쳐다보았다.

겉으로는 땀으로 흠뻑 젖어서 야릇한 모습을 본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선천지기 변화를 살폈다. 오염된 선천지기가 다시 정상이 되면서 그녀의 신진대사가 정상이 되어갔다.

특히 성대 혼원기 내부의 변화는 그조차 혀를 내둘렀다.

휘트니 혼원기가 엔진이 되어서 그녀의 자정 엔진을 기동시킨 것이다.

즉 혼원기가 그녀 몸을 바꾼 것이 아니라, 네 자리의 선천지기가 스스로 움직이면서 그녀 몸을 자연스럽게 치유하고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량의 선천지기가 빠져나갔지만 남아 있는 양이 더 많았다.

그 막대한 선천지기가 스스로 휘트니를 부활시키고 있었다.

새삼 과거에 자신이 쌓은 업보가 어떤 식으로 사람 몸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확인하고는 혀를 내둘렀다.

‘......그래서 그랬던가? 선천지기와 카르마는 등가의 개념은 아니지만 비슷한 흐름인 것 같아. 이제까지 휘트니 스스로 노력의 결과 때문이겠지.’

***

조민호는 천천히 집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가 정원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참지 못해서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클라우드와 그의 경호원을 마주쳤다.

“치료 끝났습니다.”

통역사가 눈치 빠르게 끼어들었다.

“저, 정말 치, 치료된 겁니까?”

노년의 클라우드는 크게 당황했다. 그 역시 아직 긴가민가했지만, 혹시나 전혀 기대를 저버린 것은 아니었다.

마약 중독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도 클라우드는 여전히 휘트니와 인터뷰를 같이 하면서 의기투합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두 사람은 일시적으로 갈등하지만 쉽게 끊어질 수 없는 관계였다.

“네.”

그는 그들을 무시한 채 지나가려다가 슬그머니 클라우드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슬쩍 적절한 특성 혼원기를 집어넣었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다른 사람처럼 큰 효과를 주지 못할 것이지만 그래도 약간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니 이미 휘트니 치유를 기다리면서 무려 8시간 가까이 정원에서 기다리면서 선천지기가 크게 흔들린 클라우드는 시진팡처럼 혼원기가 파고드는 것을 튕겨내지 못했다.

‘타이밍이 좋네.’

클라우드는 갑자기 조민호에 대한 신뢰가 피어오르자 고개를 갸웃했지만, 곧 털어버렸다.

“휘트니 상태를 먼저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그녀는 밝게 웃는 모습을 보게 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조민호 선생님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다 해드리겠습니다.”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일에 대해서 보안을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물론입니다.”

그는 클라우드 같은 인물이 생명 연장의 치료제 역할을 하는 자신에 대해서 마구잡이로 퍼트릴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흡족한 미소를 한 채 조용히 집을 빠져나갔다.

클라우드는 허겁지겁 저택 안으로 들어갔고, 곧 정원에서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탄성을 발했다.

“오, 맙소사!”

‘마약 해독이 다 끝나서 상태가 안 좋기는 하지만 건강 상태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 아마 목소리도 금방 알아챌 거야.’

***

휘트니는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욕하는 광경을 보면서 절망했다. 심지어 그렇게 잘해주었던 가족이나 지인은 더 심했다.

그것은 살아 있는 지옥이었다.

그녀는 심지어 자신에게 달려들어서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 모습에 결국 깨어났다.

“헉헉헉.”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었고, 제대로 힘조차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서 일단 욕실부터 찾았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조금씩 차렸다.

그 끔찍한 지옥이 악몽이라는 것도 깨달았고,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씩 그 악몽 속의 삶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지만, 결혼 이후의 지옥을 경험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잘해주던 가족도 어느 사이에 하나 둘씩 등을 돌렸다.

특히 남편의 행각에는 치를 떨었다.

가족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이 한 노력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복받친 감정 때문에 눈물을 주르르 흘리던 휘트니는 욕실 속에서 한 시간 내내 울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 세면대로 다가갔다.

“아?!”

화들짝 놀란 그녀는 망가진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삼십 대 초반의 모습에 경악했다. 도대체 자신이 꿈을 꾼 것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휘트니는 다급하게 일어난 일을 하나 둘씩 생각하다가 다시 옷을 입고 거실로 나갔다.

그곳에는 경호원에게 거실을 청소하라고 지시하는 클라우드를 발견했다.

“회, 회장님?!”

“아, 휘트니, 이제 정신......”

하지만 클라우드는 치료 후의 모습 때와 비교하면 마치 변신이라도 한 것 같은 휘트니 모습에 입을 딱 벌렸다.

그것은 거실을 청소하던 경호원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심지어 한 경호원은 너무 경악해서 빗자루로 청소하다가 그대로 벽면에 들이박았다.

그곳에는 완전히 망가진 사십 대의 마약 환자가 아니라 멀쩡한 삼십 대 초반의 휘트니가 있었다. 비록 몸 상태는 앙상하지만, 피부 빛깔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오랫동안 휘트니를 지켜온 경호원은 그 모습에 양손으로 입을 막은 채 맙소사를 연발했다.

그나마 클라우드가 가장 빨리 정신을 차렸다.

“우리 잠깐 이야기 좀 하지.”

“아, 알았어요.”

두 사람 이야기가 지속할수록 휘트니 표정은 점점 크게 변해갔다. 하지만 말을 하는 클라우드조차 경악을 쉽게 감추지 못했다.

휘트니 모습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과거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도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

피아노 협주곡에 대한 평가는 배효진 때문에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대체로 중박 이상의 결과는 나오지 않다고 봤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는데, 배효진 외에 나머지 캐스팅에 대한 평이 좋지가 않았고, 드라마 자체도 기존 트렌드와 맞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조건으로 드라마 지분을 박희관 부장이 인수하겠다는 제안에 윤석민 PD도 2%지분을 제외하고는 드라마 국내 판권뿐만 아니라 해외 판권을 넘기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솔직히 내키지 않았지만, 방송국 압력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정말 이래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방송국 적자가 심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았을 겁니다.”

“무리한 요구죠.”

“솔직히 배효진씨가 요즘 뜨고 있지만, 시청률 자체가 하향 곡선을 그려서 큰 이익을 보지 못할 겁니다.”

“그렇겠죠.”

레드 스튜디오 역시 2% 지분을 제외하고, 기존 투자자에게는 무려 50% 수익을 더해서 피아노 협주곡 권리를 넘기는 최종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 회사 역시 유명환 과장 스캔들을 거치면서 재정적으로 좋지가 않았다.

“저는 이 계약 정말 하기 싫습니다만 위에서 하라고 하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넵!”

박희관 부장은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재계약을 무난하게 진행해서 얻을 수 있는 모든 드라마 권리를 다 챙겼다.

“이제 끝났습니다.”

조민호는 불만에 가득한 박희관 부장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수고했습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합니다. 만약 이 드라마가 실패하면 손실이 생각보다 더 클 겁니다.”

“그렇게 드라마 미래가 비관적입니까?”

“배효진씨 연기가 요즘 뜨겁기는 하지만 아직은 자기 혼자 힘으로 드라마를 띄울 수준은 아닙니다.”

“그럴지도 모르죠.”

그도 이미 듣는 귀가 있는 터라 드라마가 중박은 몰라도 초대박을 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좋습니다. 제가 소개해줄 사람이 있는데, 그분을 보면 의견이 바뀔 겁니다.”

“소개라뇨?”

“가보면 압니다.”

그는 주차장에 세워둔 애마에 박희관 부장을 태운 채 한 곳으로 향했다.

박희관 부장은 영문을 몰라서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한 사람의 힘으로 피아노 협주곡을 대박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조민호는 깊은 절망에 빠진 박희관 부장 얼굴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과연 2주 만에 얼마나 변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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