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또 고집부리는 조민호 행동 때문에 박희관 부장은 울상을 한 채 조민호 눈치를 봤다. 당장 떠오르는 투자 사업이 몇 가지가 있지만, 조수현 회장을 설득시키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설사 그게 되었다고 해도 만약 투자에 실패하면 그것은 그것대로 문제다.
조민호는 눈동자를 도르르 굴리는 박희관 부장에게 일축했다.
“그러니 휘트니와 관련된 투자 사업을 한 번 검토해보세요. 물론 큰아버지에게도 알아서 한번 잘 설득하시고요.”
“......알아보겠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휘트니 가수 생명은 이미 끝났습니다.”
“두고 봅시다.”
그는 완고한 박희관 부장을 탓하지 않았다. 휘트니의 마약 문제는 수년에 걸쳐서 이루어진 일이고, 이미 목소리도 많이 망가져서 단순한 노력으로 회복될 상황이 아니었다.
‘결과가 나오면 생각이 바뀌겠지. 나는 어차피 아스트라 제약을 상대하려면 총알은 많을수록 좋잖아. 차라리 이번 기회에 한 몫 챙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
휘트니의 결혼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그녀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도 알콜 중독, 남편 폭력 사건을 안타까워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재산도 거의 탕진했다.
조수현 회장은 마약 문제보다는 경제적으로 몰락한 휘트니에 대해서 꽤 잘 알았는데, 박희관 부장에게서 조민호 제안서를 받자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진짜야?”
배효진 대박 이후에 자연스럽게 조수현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박희관 부장은 덤덤하게 말했다.
“민호씨가 일단 보고하라고 해서......”
“자네 생각은 어때?”
“이미 아리스타와 1억 달러 계약 문제도 심상치가 않습니다. 고작 낸 음반만 해도 2장 밖에 되지 않는데, 그것마저 망했습니다.”
“실패한다 이 말인가?”
“네. 이 일은 배효진 사건과는 전혀 다릅니다. 휘트니 몰락은 하루 이틀 사이에 나온 이야기가 아닙니다. 여기 사진을 보십시오. 이건 절대로 안 되는 일입니다!”
“민호는 가용한 모든 투자를 다 하고?”
박희관 부장은 괜히 조수현 회장이 이상한 마음을 품을까 싶어서 강하게 반박했다.
“휘트니 펀드를 만들어도 과연 신청하는 고객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이혼 후에 몸과 마음이 새롭게 태어나서 다시 팝의 비바가 되겠다는 낙관적인 주장은 말도 안 됩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조민호가 한 행동을 지켜본 조수현 회장은 생각이 달랐다.
“글쎄.”
“네? 서, 설마......”
“저번 배효진 문제도 자네가 틀렸잖아. 그러니 이번 일도 한 번 민호를 믿어 봐.”
“회장님, 아무리 조카라고 해도 너무 편애하는 것 아닙니까?”
“허, 이 친구가!”
“죄송합니다. 하지만 휘트니는 이혼 후유증 때문에 마리화나부터 시작해서 필로폰까지 각종 마약을 모두 다 섭렵했습니다. 그나마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서 크랙을 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런 여자를 믿고 지금 투자를 하란 말씀입니까?!”
물론 휘트니 입장에서 이혼 후에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서 또 다른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었다고 하지만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조수현 회장은 별반 태도가 다르지 않았다.
“어. 투자해!”
“회, 회장님!”
“하라니까!”
냉랭한 조수현 회장 태도에 절망한 박희관 부장은 축 처진 채 회장실을 빠져나갔다.
‘빌어먹을.’
***
박희관 부장이 휘트니에 대해서 부정적이었지만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고, 휘트니 펀드 관련된 작업을 하나씩 준비했다.
물론 이 휘트니 펀드에 대한 고객 반응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박 부장님, 미쳤습니까?”
“박 부장, 이 친구야, 배효진 대박과 휘트니 이야기는 다르잖아.”
“자네 휘트니 최근 사진 보고 나서 그따위 소리를 하는 건가?”
결국 휘트니 펀드에 지원하는 사람은 없었다.
고객에게 욕만 잔뜩 들은 박희관 부장은 눈물을 머금은 채 다음 수순으로 피아노 협주곡 드라마 OST를 준비했다. 휘트니의 세계적인 초대박 뮤직비디오를 모델로 삼아서 이 계획을 진행했다.
자연스럽게 최근 뜨고 있는 피아노 협주곡에 대한 투자 규모를 키워야 하므로 조민호를 다시 찾아가서 확인했다.
“기존 50억 투자 때문에 드라마 지분을 상당히 확보했지만, 만약 휘트니 드라마 OST가 대박 친다는 가정에 따라 방송국이나 드라마 제작사의 지분 확보도 필요합니다.”
드라마 국내 판권도 있지만 해외 판권을 비롯해서 권리 범위가 복잡하다. 만약 휘트니의 초대박 영화처럼 대박친다면 이 모든 권리 확보가 필요했다.
어차피 방송국 역시 적자가 상당한 터라 이 부분을 투자금으로 메꿔 준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박희관 부장은 반쯤 포기한 어조로 현실적인 문제를 하나둘씩 지적했다.
“물론 담당 PD나 드라마 제작사에게도 이런 자세한 내막을 아직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나중에 제가 그때 가서 따로 위약금 문제에 손을 쓰겠습니다.”
“좋네요. 알아서 다 처리해주세요.”
“그런데 비용이 어마어마합니다.”
요즘 마약과 성대 치료 문제에 푹 빠져서 아예 강의조차 젖힌 채 도서관에서 장기 칩거한 조민호는 오히려 피식 웃었다.
아무리 3,000억을 벌었다고 해도 경영에는 전혀 문외한인 그로서는 향후 아스트라 제약과의 싸움을 위해서라도 이번 휘트니 치료를 통해서 재미를 볼 생각이었다.
“얼마면 됩니까?”
“요즘 배효진이 워낙에 뜨겁게 떠서 다른 투자자가 드라마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려고 할 테니, 기존 50억 포함해서 아마 150억은 넘어야 할 겁니다.”
“200억 주고 피아노 협주곡 관련된 드라마 OST부터 시작해서 해외 판권을 포함한 모든 드라마 권리를 다 챙기세요.”
제발 좀 포기하라고 말했는데, 무려 200억을 부르는 조민호 엄포에 기가 찼다.
“네?”
하지만 조민호는 그의 심사 따위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 휘트니 측에도 이야기해서 이 부분에 대한 계약을 받아두세요. 벌써 6년 가까이 실패해서 경제적으로도 궁핍한 상황이니, 굳이 이 문제에 트집 잡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아뇨. 그쪽에서 알아서 교통정리를 해줄 테니, 가서 적당히 조율만 하세요. 중요한 것은 휘트니 음반이 성공했을 때 관점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세요.”
“저기 민호씨,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휘트니 펀드만 해도 지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이건 진짜 말도 안 됩니다!”
두 사람의 논쟁은 의외로 길어졌다.
요즘 취업에 성공했지만 의외로 의학 스터디에 합류한 박진민과 김영탁 두 사람은 옆에서 참다 못해서 슬쩍 끼어들었다.
“그 휘트니 펀드 말인데요, 지금 저희가 신청할 수 있을까요?”
“네?”
이미 조민호에게 수십 차례나 당한 두 사람은 박희관 부장과는 좀 달랐다.
“어차피 아무도 투자 안 하는데, 저희가 해보면 미래 증권도 좋잖아요. 이번에 한 번 제대로 투자해보고 싶어서요. 각자 2천만원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아요.”
2천만원은 두 사람에게도 큰돈이었지만 이번 오성 취업 때문에 집에서 독립하라고 내놓은 전세금이었다.
박희관 부장은 허탈하게 웃었다.
“하하하.”
조민호는 힐끗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정말? 너희 그 돈 날리면 집도 못 얻을 텐데, 앞으로 어쩔 생각이야?”
박진민은 어색하게 웃었다.
“괜찮아. 이제부터 민호 널 믿기로 했다.”
“난 반대야.”
두 사람은 아예 조민호 말을 믿지 않았다.
“솔직히 지금까지 네가 한 말 중에서 안 된 것은 없다. 이제는 인정해야지. 설마 우리가 투자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겠지?”
“아니 난 혹시라도 너희 자금이 손실 나면 어쩔까 싶어서 그런 거야. 괜히 그 일 때문에 서로 트러블 생기면 그렇잖아.”
“오성 그룹에 입사한 것만으로도 더 원하는 것은 없다. 만약 그 돈 다 날려도 널 원망 안 해. 1년만 바짝 일하면 그 돈은 모으니까.”
‘사실 절대로 실패할 수 없는 투자인데, 제법 눈치가 빨라.’
“난 권해주고 싶지 않아.”
“걱정하지 마.”
약간의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결국 2천만원씩 휘트니 펀드에 투자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박희관 부장은 두 사람의 펀드 제안을 받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이 잘못되어도 전 책임 없습니다.”
“그래요.”
그는 피식 웃으면서도 굳이 박희관 부장을 더 괴롭히지 않았다.
‘이 분은 놀리는 재미가 쏠쏠해.’
***
휘트니 치료는 다른 환자와는 달리 생각보다는 이런저런 물밑에서 일이 많았다.
조수현 회장도, 김건중 회장도, 심지어 클라우드 회장도 다들 각자 발 빠르게 움직였다.
특히 클라우드 회장은 아직 조민호에 대해서 조금씩 확신하면서 더 적극 움직이면서 휘트니를 대신해서 다양한 사전 작업을 진행했다.
이미 기존 계약 손실 때문에 반쯤 폐인이 된 휘트니는 클라우드 회장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다.
피아노 협주곡 OST 계약도 원래라면 용납하지 않겠지만, 조민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진행했다.
“하지만 휘트니가 회복되지 않으면 이 계약은 없던 것이 될 겁니다.”
“네.”
클라우드는 고개를 갸웃한 채 오성 그룹의 갑작스러운 광고 계약 제안을 수락하면서 뒤늦게 조민호 능력에 대해서 완전히 확신했다.
‘역시 오성 회장은 이미 뭔가 알고 있었군.’
휘트니는 클라우드 회장 지시에 갑자기 한국으로 왔다가 다시 일본으로 갔는데, 개인용 여객기로 다시 한국에 몰래 돌아왔다.
“?”
도대체 뭘 하자는 것인지 그녀는 알 도리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최근 터지기 시작한 스캔들 때문에 완전히 현실과 담을 쌓았다.
절망에 빠진 그녀를 찾아온 사람이 바로 클라우드와 일전에 자기 본 조민호란 동양인이었다.
“이제부터 치료를 시작할 겁니다.”
“?”
이미 지칠 대로 지친 그녀는 오히려 클라우드 회장을 보면서 지난 불만을 털어놓았다.
“회장님,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조민호가 조용히 혼원기를 이용해서 잠속으로 빠트렸고, 클라우드 회장도 잠 속에 빠져드는 휘트니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회장님도 나가보세요.”
“혼자 괜찮겠습니까?”
그는 거실 안에 이미 치료를 위해선 준비한 매트릭스를 비롯한 다양한 기구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충분합니다.”
잠깐 머뭇거렸지만, 클라우드 회장은 결국 거실을 나갔다.
조민호는 거실 경호원의 기척이 사라지자 휘트니 옆에 앉았다.
한창 젊을 때는 그렇게 아름답던 휘트니는 이제 중년 아줌마로 변해버렸다. 마약이 그녀의 미를 완전히 앗아가 버렸다.
조민호는 착잡한 표정을 한 채 우선 선천지기부터 살폈다.
‘최악이네.’
1,000이 넘는 선천지기 스탯 자체가 양날의 검이 되어서 오염도는 가파르게 증가했는데, 그 촉매가 바로 마약이었다.
일반인은 한계 이상의 선천지기를 사용하지 못해서 체내에 축적만 되면서 생긴 문제다.
‘무학 수준이 오를수록 주화입마에 빠지기 쉬운 것도 비슷하구나.’
그 기운은 점점 선천지기를 오염시키면서 오장육부를 다 망가트렸고, 이에 비례해서 악화된 신진대사가 노화를 더 촉진했다.
조민호가 우선 메스암폐타민을 비롯한 다양한 마약 성분을 해독할 수 있는 메타돈, LAAM와 같은 아편 해독법에 따른 혼원기를 만들었다.
이 휘트니 혼원기를 사용해서 수양명대장경의 경혈을 지압했다.
휘트니 혼원기가 경락을 파고들면서 상체 전신을 달구었다.
열기가 끊어 오르자 그녀 몸에서 지독한 냄새를 동반한 마약 성분이 담겨 있는 땀이 물 흐르듯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치료가 지속하면서 매트리스 한쪽에 나 있는 홈으로 땀이 빠져나왔다.
조민호는 계속해서 물을 뿌리면서 이 작업을 반복했다.
골수 깊숙이 파고든 마약 성분은 쉽게 빠져나오지 않아서 이 작업은 생각보다는 한 시간을 넘기고, 두 시간을 넘겨도 계속되었다. 아니 세 시간을 넘겨도 끝나지 않았다.
‘끄응, 이것도 못할 짓이네.’
결국 마스크까지 착용한 채 이 작업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이 치료 작업 중에 휘트니 혼원기 특성을 계속 바꾸어서 다양한 마약 성분을 해독했다.
문제는 역시 금단 작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예 2스탯 휘트니 혼원기를 따로 잘라서 영향혈을 통해서 뇌경맥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일단 마약 치료는 성공했군. 그 다음은 성대 차례인데......’
***
다른 조민호 환자와는 달리 마약 중독 치료는 번거롭고, 단순 노가다에 가깝다. 주로 마약 성분을 체내에서 빼내는 작업이다.
마약 해독제를 사용한다면 이 작업은 생각보다는 오래 걸리고, 효과도 좋지가 않다.
하지만 휘트니 혼원기는 이 마약 해독제 치료법보다는 부작용이 워낙에 작고, 개인 맞춤형 방식이라서 효과가 컸다.
조민호도 이 작업만 무려 다섯 시간에 걸쳐서 상당히 무리한 채 계속했지만, 치료를 멈추지 않았다.
이미 휘트니 혼원기가 해독 작업을 거치는 과정에서 여전히 몸에 선천지기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조민호 자신의 선천지기 역시 꽤 많이 소모되었다.
아마 이 작업만 반복했다면 곧 멈추어야 할 것이다.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