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123화 (123/176)

#123

***

최영준 차장도 뒤늦게 휘트니에 대한 것을 파악한 채 클라우드를 만났다.

그도 처음에는 휘트니에 정신이 팔려서 클라우드가 누구인지 바로 알지는 못했지만 간단한 자기소개 후에 그의 정체를 알고는 입을 딱 벌렸다.

“맙소사 크, 클라우드 회장님 아니십니까?”

“하하하, 이제 한물간 늙은이일 뿐입니다.”

미국 음반 업계 지배자란 소리를 듣는 클라우드는 그 영향력을 이용해서 미국 정치, 경제, 문화 쪽에도 광범위한 인맥을 보유했다.

자신을 알아본 최영준 차장 태도에 꽤 만족한 클라우드는 부드럽게 대화를 이끌었다.

휘트니 치료를 도와주는 당사자가 뒤늦게 클라우드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최영준 차장은 이런저런 자료를 내놓았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자료는 다 빼고, 조민호 능력을 간단하게 보여줄 의료 파일이었다.

“......놀랍군요.”

클라우드는 로버트 힐을 통해서 말과 간단한 자료를 받아 보았지만, 실제 환자의 구체적인 임상 자료를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최영준 차장이 내놓은 자료에는 오성 의료원과 관련된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을 확인하고서야 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이것도 한 번 확인해봐야겠어.’

최영준 차장 역시 어린아이처럼 들뜬 얼굴로 클라우드 표정을 살폈다.

“굳이 제 설명보다는 오성 의료원에 직접 확인하셔도 됩니다. 다만 굳이 조민호군에 대한 입소문이 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회장님이라면 제 말뜻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는 의문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다시 확인해보기 위해서 더 질문하지 않았다.

***

클라우드는 당연히 한국 내에 꽤 적지 않는 지인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중에서 특히 믿을만한 오재호 박사를 직접 만나서 진료기록부를 확인했다.

오재호 박사는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클라우드 대응에 화들짝 놀랐지만 그렇다고 증거를 들이미는데, 아니라고 할 수는 없었다.

“맞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이 자료는 어떻게 구한 겁니까?”

“저도 나이가 들어서 건강이 걱정되어서 난치병 완치 환자에 관심이 많았고, 아는 지인 통해서 들었습니다. 스티븐이 동양 의학에 관심 두는 것을 미쳤다고 비난한 적이 있지만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오성 의료원에서 의문의 질병에 대한 자료를 파악하기 전에 이미 다른 병원에서도 치료한 때도 있다. 그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했지만, 그 와중에 알게 모르게 빠져나간 것도 있다.

클라우드 정도 되는 사람이 자기 인력을 이용했다면 파악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오재호 박사는 그저 눈치만 봤다.

“아, 네.”

오재호 박사는 김건중 회장의 무시무시한 경고를 떠올리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뭔가 있군. 아마 오성 그룹 쪽일 것 같은데, 그쪽도 이미 알고 있었나? 그런데도 오 박사조차 누가 치료했는지 모를 정도로 정보 통제를 했다니.’

능구렁이 클라우드는 이미 조민호 실력을 이제 확신했지만, 굳이 오성 그룹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더 캐묻지 않았다.

‘이것은 좀 더 알아봐야겠어.’

***

김건중 회장은 요즘 검찰과 법원이 합작해서 무영 그룹을 융단 폭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불구경에 신이 났지만 다른 한 편으로 조민호를 두려워했다.

자신 역시 저 포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지 못했다.

그런 미묘한 시기에 오재호 박사가 갑자기 쪼르르 달려와서 한 가지 사실을 보고했다.

“클라우드라고?”

김건중 회장은 클라우드 프로필을 확인하면서 인상을 와락 구긴 채 버럭 소리쳤다.

“오 박사, 내가 조심하라고 했지!!”

“저, 전 정말 모르는 사실입니다. 클라우드 회장은 제가 미국에 있을 때 많은 도움을 줬던 분이라서 그 자리에 나갔을 뿐입니다.”

“흠.”

이학중 비서실장이 슬쩍 끼어들었다.

“오 박사는 확실히 아무것도 모릅니다. 클라우드는 휘트니 때문에 방한했으니까요.”

“휘트니라니? 아, 휘트니, 그렇지. 클라우드 회장과 휘트니를 발굴했으니. 아, 그렇군. 오 박사에게 괜한 소리를 했어.”

“아닙니다.”

오재호 박사는 뒤늦게야 이학중 비서실장의 말을 떠올리면서 두 사람을 교대로 쳐다보았다.

“그런데 제가 아무것도 모른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으음, 나중에 이야기할 테니, 보채지 마. 으음, 휘트니라.”

그는 의문이 가득한 오재호 박사 눈빛을 보면서 손을 내저었다.

“가봐.”

“저기 회장님, 저도 좀......”

“가!”

“네.”

기가 푹 죽은 오재호 박사는 조용히 김건중 회장 서재를 떠났다.

보고서에는 당연히 휘트니 몰락에 대해서 아주 잘 나와 있었다. 하지만 조민호가 끼어든다면 이야기는 많이 다르다.

더욱이 클라우드조차 이 일에 관심이 있다면 그다음 수순은 뻔했다.

“마약 중독은 그렇다고 쳐. 하지만 성대 회복도 가능할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조민호가 치료한 환자를 잘 살펴보면 실패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최근 뒤늦게 백용훈 대법원장에 관한 추가 조사를 통해서 이미 조민호가 손을 썼다고 확신하는 김건중 회장은 반문했다.

“백용훈 대법원장의 다낭신은 완치가 된 것은 아니잖아?”

“의도적으로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았을까요? 제가 아는 백용훈 대법원장의 행동과는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 게 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으음.”

정말 다낭신 치료를 이용해서 백용훈 대법원장을 휘어잡았다면 실로 간악한 술수였다.

“앞으로 난치병 환자를 이용해서 갖은 압력을 다 넣겠어.”

“그게 정말 무섭습니다.”

“앞으로 조심해야겠어.”

잔뜩 굳은 김건중 회장은 휘트니 보고서를 쫙쫙 찢어서 휴지통에 집어 던졌다.

“이 실장, 내가 뭘 하려는지 알지?”

이미 김건중 회장 밑에서 오랫동안 있었던 이학중 비서실장은 미소 지었다.

“물론입니다.”

“휘트니가 만약 부활한다면 우리도 얻을 것은 많을 거야. 필요하다면 광고 계약도 괜찮아. 지금이라면 그야말로 남는 장사야. 그쪽에서 원하는 계약금대로 그냥 다 줘!”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제 조민호에 대해 교통정리도 해야 하니, 사장단 회의를 바로 준비해. 한 사람도 빠지지 말라고 해.”

“네.”

그는 새삼 클라우드 프로필을 떠올리면서 고심에 들어갔다. 인간의 유한한 삶을 연장하기 위해서라면 억만금이라도 내놓을 사람은 세상에 많았다.

‘박 회장이 조민호와 깊은 연관이 있는 김정환 부장 검사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청부 살인을 하다니.’

자신처럼 조민호를 파악하지 못했다면 그럴 수가 있다.

그런데 이미 한국에서 조민호를 건드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굳이 조민호가 국내에서만 활동할 이유는 없다. 이미 중국에도 손을 쓴 마당이니, 그 다음은 미국 차례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의 입가에는 이미 조민호가 차린 밥상에 올린 숟가락을 떠올리면서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괜히 조민호와 척지지 않고 옆에서 묵묵히 기다린 자기 판단이 새삼 옳았다고 생각했다.

‘나도 이제 좀 치료받고 싶은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어.’

***

클라우드 회장은 휘트니 지인이나 가족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정확히는 만약을 위해서 철저하게 조사했다.

애초에 휘트니에 관해서 관심이 없는 터라 그냥 내버려두었지만, 만약 휘트니가 다시 치료한다면 이야기는 많이 달랐다.

‘조민호가 정말 휘트니를 다시 부활시킬 수 있을까?’

이 부분은 아직도 확신하지 못했지만, 오성 그룹의 특이한 반응을 무시하지 않았고, 우선 휘트니 어머니를 만나서 치료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슬쩍 늘어놓았다.

“아무리 동양 의학이라도 마약 중독이 너무 심해서 치료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작 손만 잡았는데, 그걸로 어떻게 안다는 말입니까?”

살짝 기대한 휘트니 어머니는 의외로 한국 한의학을 믿는 눈치다. 한국에 와서 따로 한의학을 조사했던 것이다.

“휘트니 마약 중독은 하루 이틀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친 겁니다. 즉 급성 중독이 아니라 습관성 중독이라 단순 해독 방식으로 치료가 안 됩니다. 지압으로 치료될 리가 없습니다!”

“하아.”

그는 잠깐 눈치를 보면서 기다렸다. 휘트니 치료에 목을 매는 것도 따지고 보면 휘트니를 이용하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았다.

“휘트니 재활은 요즘 동성애 스캔들 때문에 난리이니, 차라리 일본에서 잠시 요양하는 것으로 하죠. 그 일은 제가 다 책임지겠습니다.”

“네? 말씀은 고맙지만......”

“제가 듣기로 요즘 휘트니 오빠나 동생이 쉬는 것으로 압니다. 아리스타 레이블에 빈자리가 좀 있는데, 그쪽을 알아보겠습니다.”

그제야 휘트니 어머니가 반응했다.

“어머,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까?”

“휘트니가 저렇게 된 것에 저 역시 책임을 공감합니다. 그러니 휘트니 요양에 대한 일은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그 말씀은......”

“휘트니 관련해서 다른 가족분의 간섭을 막아달라는 이야기입니다. 대신에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제가 다 처리하겠습니다.”

“?”

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클라우드를 쳐다보았지만 이미 휘트니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남편 보비조차 반 폐인이 된 휘트니를 버리기 위해서 자기 여동생을 이용해서 폭로전을 펼쳤다.

그런데 휘트니 활동을 따라다니면서 기생한 다른 휘트니 지인 역시 그녀의 몰락 이후에 경제적으로 크게 몰락했다.

이들이 틈나면 자신을 찾아와서 계속 애걸복걸하는 것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그녀도 떨떠름한 얼굴이었지만 클라우드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다.

“아, 알았어요.”

“약속은 꼭 지켜주기 바랍니다.”

하지만 부드러운 말과는 달리 내심은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기생 가족이지. 휘트니는 가족에 대한 집착이 너무 심해서 문제야. 내가 손을 뗀 것도 그런 갈등 때문이었으니까. 따로 감시하면 주변 정리는 다 되겠지. 그런데 정말 휘트니 치료가 가능할까?’

***

조민호는 얼마 있지 않아서 휘트니 방한 소식과 동시에 방일 소식 기사를 확인했다.

‘일 처리 한 번 확실하네.’

이 기사는 어이없게도 일본으로 휘트니가 출국한 다음에 났다.

미국 내에도 동성애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방한 소식이 터졌으니, 한국은 온통 난리가 났다.

최근 무영 그룹에 대한 수사가 빠르게 진행된 것 때문에 분노한 현 정권은 아예 숨김없이 그대로 언론을 압박해서 이 소식을 대대적으로 퍼트린 결과였다.

‘지긋지긋한 놈들이다.’

특히 중국으로 도주한 유명환 과장 이야기는 쑥 빠졌다. 지금까지 조사에 따르면 유명환 과장은 정부 비선 조직과 관련이 있을 뿐이지, 퍽치기 일과는 무관했다.

‘이번에도 괜히 중국 공안을 이용해서 삽질하다가 박상철 과장처럼 살해당하면 곤란해. 역시 김정환 부장 검사에게 맡겨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물론 클라우드에 대한 이력을 다시 확인하고서야 혀를 내둘렀다.

클라우드의 미국 음반 업계에 대한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거의 레전드한 인물로 당연히 미국 내에도 다양한 인맥을 가졌는데, 한국에 저렇게 놀러 올 정도로 한가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이가 굳이 자기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로버트 힐 때문일 것이다.

‘이것도 문제군.’

단순히 휘트니 치료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클라우드에 대한 조치 역시 필요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할까 고민했는데, 정작 클라우드에게 별다른 질병을 확인하지 못했다.

‘다른 대안을 한 번 찾아봐야겠어.’

이보다는 차라리 휘트니 치료비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1억으로 끝내기는 거시기해서 자신과 관련이 있는 실무 책임자인 박희관 부장을 따로 호출해서 이 안건에 대해서 상의했다.

“네? 클라우드요? 설마 BMH의 그 클라우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역시 잘 아시는군요.”

“모를 수가 없습니다. 미국 투자에는 음반에 대한 것도 포함하니까요. 클라우드 관련된 쪽은 특히 손해를 볼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일반적인 투자 자체를 안 받습니다.”

“투자라......”

‘휘트니가 부활하면 확실히 손해는 아니겠어.’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 겁니까?”

“휘트니 때문에 그래요.”

“휘트니라면 이미 일본으로 떠났지 않습니까?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왜 휘트니 이야기를 꺼내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미 한물갔습니다.”

“만약 휘트니가 부활하면 어떨까요?”

“그럴 일은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배효진씨도 그렇게 부정적이었지만 정작 요즘 오성 광고로 완전히 떴지 않습니까?”

“그것과 이것은 전혀 다릅니다. 휘트니 이미지가 너무 망가졌어요.”

그가 휘트니의 압도적인 잠재 선천지기 스탯의 힘이라면 고작 그런 동성애 스캔들 따위를 단숨에 밟아버릴 것이라 확신했다.

“전 좀 달라요.”

“......진심입니까?”

“네. 휘트니는 완벽하게 부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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