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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전생자-122화 (122/176)

#122

문제는 그 이후인데, 여파가 너무 크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일단 사람을 보고 나서 결정하기로 마음먹었고, 달라붙는 강종훈 대표를 내버려둔 채 홀로 우선 휘트니가 지내고 있는 저택을 찾아갔다.

그런데 집안이 시끌시끌했다. 분노에 가득한 여인의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오가는 사람조차 힐끗 집을 쳐다보았다.

“티나, 이 개 같은 년!”

밖에 경호원 안내를 받아서 안으로 들어가는 중에 한국말을 할 줄 아는 당황한 통역사 통해서 넌지시 사연을 들었다.

휘트니 시누이가 마약 폭로에 이어서 성 보조기구를 이용해서 동성애를 즐긴다는 기사를 미국 한 언론 매체에서 폭로했다.

이 기사가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각종 미국 언론에서 휘트니를 깠다.

시누이의 그런 행동이 보비 이혼 연기에 대한 보복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통역사도 경호원 이야기를 통역하면서 민망한 얼굴이었다.

“괜찮아요. 그런데 좀 충격적이네요.”

휘트니 팬이기도 한 통역사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휘트니가 계속 이혼을 반대하니, 보비가 자기 여동생 이용한다고 합니다.”

“설마 그 정도일까요?”

“남편 보비도 더는 휘트니에 관심 없답니다.”

얼핏 생각하면 이해가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경호원 역시 불안했다. 휘트니 몰락 이후에 경제적으로도 무너졌다.

올해 들어와서 반 이상 경호원을 줄일 것도 그 때문이고, 지금 남아 있는 이들 역시 여름까지 버티기도 쉽지 않았다.

휘트니는 한 마디로 가족에게서 버림받고, 주변 지인에게서 왕따 당했다. 심지어 이제 미국 언론조차 휘트니 죽이기에 앞장섰다.

언론 통해서 카더라 이야기를 듣다가 막상 그 현장을 목격한 조민호는 혀를 내둘렀다.

“하.”

***

휘트니가 빵셔틀이라는 믿기 어려운 사실에 조민호도 생각을 좀 달리했고, 결국 반쯤 좀비가 되어 있는 휘트니를 마주했다.

한쪽에서 조용히 있던 클라우드가 통역사를 통해서 간단하게 이런저런 소개를 했다.

“......반갑습니다. 휘트니 치료를 잘 좀 부탁합니다.”

당황한 표정만 봐도 조민호를 보자 믿을 수가 없다는 얼굴이었다. 일단 나이가 너무 젊어서 도저히 치유사로 보지 않았다.

뭐 평범한 환자였다면 조민호도 조용히 떠나버리겠지만, 이번은 좀 달랐다.

‘......뭐? 잠재 선천지기가 1,021이라고?’

잠재 선천지기가 200을 넘은 시진팡 이후에 가장 충격적인 수치였다.

조민호는 마치 홀린 듯이 쳐다보는 주변 시선이나, 막아서는 경호원을 슬쩍 지나쳐서 휘트니 손목을 잡아서 확인했다.

‘......실효 선천지기는 198이구나. 오염도가 81%라니. 마약 중독이라, 으음, 너무 안 좋네.’

선천지기 총량 자체는 많았지만, 대부분은 오히려 신체를 악영향을 줬다. 그나마 남아 있는 선천지기 역시 불안정했다.

심리적인 불안정 때문에 건강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었다.

신비한 조민호 행동에 뒤늦게 당황한 경호원이 나서려고 했을 때는 이미 조민후가 유령처럼 뒤로 물러서 버렸다.

“!”

경호원은 뒤늦게야 크게 긴장했다가 클라우드의 손짓에 물러났다.

“으음.”

깊은 고심에 빠진 조민호는 혼탁한 눈빛을 한 채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휘트니를 보면서 턱을 쓰다듬었다.

무림 시절에도 간혹 있었다. 한창 잘 나가는 절세고수가 심마에 빠져서 폐인이 된 경우다. 이곳 현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잠재 선천지기 스탯이 1,000을 넘길 수가 있을까?’

“잠깐 따로 이야기 좀 하죠.”

***

클라우드는 갑자기 나타난 조민호 때문에 당황도 했지만, 통역사를 동반한 채 조민호 제안을 받아서 저택 정원으로 나갔다.

조금 전에 본 그 놀라운 동작을 떠올리면서 눈빛을 반짝였다.

“어떻습니까?”

“생각 중입니다.”

뜻밖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했다.

“네?”

“아, 별것 아니에요. 휘트니가 얼마나 유명한 가수인지 뒤늦게 알았으니까요.”

조민호는 치료받은 후에 자신에게 영향받는 휘트니를 걱정하지 않았는데, 자신의 영향력이 아예 미치지 않는 휘트니 지인을 염려했다.

일테면 보복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돈 때문에 조민호 자신에 대한 정보를 외부에 흘릴 수도 있다.

조민호는 이미 이런 환자를 접하게 될 날이 올 것이라 예상했다. 솔직히 그냥 포기할까도 싶었지만 모든 사람에게 왕따 당하고 있는 그녀가 안쓰러웠다.

‘민현이 그 새끼가 한 짓이랑 별반 다를 것이 없어.’

하지만 이보다는 다른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쉽게 물러날 수가 없었다.

‘1,000 스탯을 넘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걸까?’

만약 조민호가 그녀를 치료한다면 그 과정에서 얻을 선천지기 양은 다른 환자 수백 명과 비교조차 하기 힘들었다.

이 스탯 중에는 고유 특성도 있었을 텐데, 그것은 어떤 사람에게도 얻을 수 없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가? 그렇다고 위험을 내버려둘 수는 없어.’

“저기......”

클라우드는 말없이 침묵한 조민호 눈치를 보면서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다른 이들과는 달리 로버트 힐에게서 몇 가지 주의도 들었다.

마음을 굳힌 조민호는 일단 사전정지작업부터 마음먹었다.

“치료는 상관이 없는데, 굳이 저에 대한 사실이 미국 언론을 통해서 알려지면 곤란합니다.”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 일은 절대로......”

“아뇨. 정말 걱정됩니다. 마약 복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저기 지인 입 통해서 파다하게 퍼져 나갈까 걱정하는 겁니다.”

“아, 휘트니 어머니 말씀이군요.”

클라우드도 뒤늦게 달랑 손목만 잡고도 환자가 벌써 완치된 것처럼 확신하는 조민호 행동에 어이가 없었지만,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큰 의미는 없을 겁니다. 휘트니가 다시 전성기 시절로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모르겠어요. 마약을 끊고, 몇 년 노력한다고 해도 나이도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것을 어떻게 장담하시죠?”

“네?”

‘잠재 선천지기 1,000 스탯이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렸을지 상상이 잘 안 되는데, 설마 구슬치기해서 딴 거로 생각하나?’

“휘트니 작업을 도왔다면서요?”

“그렇죠. 제가 휘트니를 발굴한 사람이니까.”

지난 과거를 떠올리면서 클라우드도 휘트니와 계약할 때를 떠올렸다. 뒤늦게야 조금 전에 자신이 한 말이 휘트니에 대한 믿음을 저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연스럽게 지난 추억이 하나둘씩 돌이켜보았다. 따지고 보면 그는 죄책감 때문에 로버트 힐 파티에 참석했고, 휘트니 한국행을 동반했다.

뒤늦게야 시가를 한 대 베어 문 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도 이제 한물 같습니다.”

“흠.”

뜻밖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뒤늦게 클라우드 선천지기를 확인한 후에 자신이 휘트니 때문에 정신이 나가서 클라우드를 간과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가만 실효 선천지기가......420이 넘잖아? 아니 내가 왜 이것을 몰랐을까?’

황당한 그는 슬쩍 ‘진맥이나 한번 봐 드리겠습니다!’란 핑계를 대면서 진맥했다.

‘......실효 선천지기 스탯이 420인데, 오염도가 고작 6%라니. 도대체 이 사람 정체가 뭐지?’

시진팡조차 실효 선천지기 스탯이 200대 중반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오늘 본 두 사람은 이 200대 수치를 가볍게 넘어섰다.

“당신 누굽니까?”

“네?”

클라우드는 황당한 얼굴로 힐끗 조민호를 다시 쳐다보았다. 확실히 다시 꼼꼼하게 확인하고 나서야 조민호의 비범한 점을 찾았다.

단 한 치의 움직임도 없는 고요한 태도. 마치 바다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깊은 분위기. 심지어 그 깊이조차 추정하기 어려운 눈빛.

미국 음반 업계에서 전설적인 명성을 떨치면서도 더 없이 이 놀라운 눈빛을 한 젊은이를 이제까지 본 적이 없었다.

‘......놀랍군.’

로버트 힐 통해서 소개를 받기는 했지만 애초에 그 사실을 믿지를 않았다. 이보다는 휘트니가 외부 간섭을 피해서 조용히 요양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본 조민호는 그의 예상을 한창 벗어났다.

‘나도 이제 은퇴해야 하나?’

무안하기는 역시 마찬가지인 조민호 역시 뒤늦게 자기 말실수를 깨닫고는 머쓱한 표정으로 사과하면서 유심히 살폈다.

“이번 치료는 없던 걸로 해서 휘트니 주변 지인을 우선 정리 좀 해주세요. 당신이라면 그 정도 일은 간단할 테니까.”

역시 클라우드는 자잘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채 불쑥 질문했다.

“......비밀리에 치료하실 겁니까?”

“네. 그 자리에는 당신과 휘트니 두 사람만 나왔으면 합니다. 이왕이면 요양을 핑계로 일본에 잠시 갔다가 다시 오세요.”

굳이 번거로운 요구에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휘트니 어머니는 제가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럴 분이 아닙니다.”

무리한 자기요구에도 한 치의 흔들림이 없는 클라우드 모습에 조민호는 비로소 감탄했다.

‘대단하네. 이 자라면 믿을 만하겠어. 휘트니 치료 중에 적당히 손을 쓰면 되겠어. 미국에도 지인이 꽤 있을 테니.’

“당신은 믿을만한 사람일지 모르겠지만, 그분은 아니었습니다. 정말 그 사람이 자기 딸을 진심으로 아꼈다면 휘트니가 저 모양이 되었겠습니까? 휘트니 사생활까지는 잘 모르지만, 휘트니 주변 지인이 진짜 문제입니다. 진심으로 휘트니를 치료하고 싶다면 주변 교통정리부터 먼저 하세요.”

조민호는 딱 이 한마디만 하고서는 휑하니 집을 떠나버렸다.

한 방 맞은 클라우드는 새삼 놀란 표정을 한 채 멍하니 조민호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확실히 휘트니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가족이나 지인이 문제지. 가족을 위하기 위해서 한 모든 일이 지금처럼 불안한 시기에는 오히려 부메랑이 되었으니까. 그보다 도대체 저 친구 정체가 뭐지?’

***

미국 70년대를 거쳐서 90년대까지 BMH 아래 레이블을 통해서 미국 음악 산업을 좌지우지했던 거물 중에 한 사람이 클라우드였다. 심지어 그래미 어워드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각종 파티를 통해서 미국 내의 쟁쟁한 아티스트와 산업 관계자에 강력한 압력을 발휘하면서 그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은 없었다.

클라우드가 굳이 조용히 휘트니를 따라나선 것은 휘트니 몰락이 자기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메가 히트 앨범을 통해서 휘트니를 일약 세계적인 비바로 키웠지만 정작 그녀의 개인 문제에는 아예 손을 놓았다.

지금은 그 일이 휘트니와의 갈등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그 자신과 대립한 휘트니는 뜻밖에도 성공 가도를 계속 달리면서 자신을 엿 먹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 지난 일이다.

그런데 그 과거를 들추는 사람이 있었다.

‘날 모르는 눈치였는데......’

고심을 거듭한 클라우드는 이제는 좀 생각을 달리해서 조민호를 진지하게 생각했고, 곧 로버트 힐에게 연락했다.

결국 자세한 내막을 잘 모르는 로버트 힐은 최영민 사장에게 연락했다. 최영민 사장은 다시 최영준 차장에게 전화했다.

***

최영준 차장은 갑자기 최영민 사장 통해서 클라우드 연락을 받고 난 후에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몰라서 조민호를 직접 찾아갔다.

“아, 클라우드요? 저도 잘 모릅니다.”

“갑자기 그쪽에서 자네가 치료한 환자의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했네.”

“보여주세요.”

“전부 다 말인가?”

“적당히 줄여서 보여주면 될 겁니다.”

로버트 힐 통해서 일을 진행했지만 그 이후 사정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는 최영준은 영문을 몰라서 이런저런 질문 하고서야 환자가 휘트니라는 것을 알았다.

“맙소사.”

로버트 힐도 그렇지만 최영준 차장 역시 서로 긴밀하게 정보를 교환하는 사이가 아니었다. 그 중간에 최영민 사장이 있지만, 그 역시 환자 치료에 대한 것까지 자세하게는 몰랐다.

이들 관계는 모두 일방통행에 가까웠다.

사실 지금까지 조민호가 치료한 환자조차 어떤 식으로 치료되었는지 잘 모르는 상황이니, 정확한 내막을 아는 사람은 조민호 외에는 없었다.

조민호는 특히 정보 통제를 위해서 환자 치료에 대한 것 자체를 말하지 않았다.

“대충 분위기 아시죠? 괜히 소문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쪽 관리자를 설득 좀 해주세요. 환자 치료는 그 이후입니다.”

“알겠네.”

‘세상에 휘트니라니.’

그 역시 휘트니가 정말 완치된 이후를 떠올리면서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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