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118화 (118/176)

#118

***

조민호는 막 가야르도에 올라서 출발하려다가 경찰이 트럭 운전사를 경찰차에 태우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다가갔다.

김정환 부장 검사에게 대충 상황을 들은 터라 경찰에게 한쪽으로 물러나게 한 후에 우선 운전사부터 슬쩍 살폈다.

‘김정환 부장 검사를 노린 청부 살인 같은데, 이 자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

오염도 70에, 잠재 선천지기는 고작 20으로 실효 선천지기는 6에 불과했다. 성인 10기준으로 볼 때 심신이 피폐해 있었다.

‘그만큼 막살아왔겠지.’

여러 가지 방법이 떠오르기는 했지만 지금 내공으로는 세뇌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기는 어려웠다. 아니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부작용 때문에 정신 질환이 발생할 것이다.

‘변호사가 음주 운전과 정신 질환 문제를 걸고넘어지면 역시 형량이 안 나오고, 배후를 추적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해.’

조민호는 뒤늦게 눈이 뚫어지라고 자신을 쳐다보는 김창호 경위에게 손을 흔들었다.

“잠깐 저쪽으로 가세요.”

이곳에 있는 다른 사람은 전부 다른 일 때문에 정신이 없었지만 유일하게 조민호를 지켜본 김창호 경위는 부정했다.

“......안 됩니다.”

“설마 저기 차장 검사와 관련된 교통 사건에 고작 경위님이 끼어들 겁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앞으로 평생 순찰 경위만 하고 싶으세요.”

“하, 말이 좀 심합니다. 당신이 어긴 교통 법규 위반이 몇 건인지나 압니까. 당장 체포하지 않은 것만으로 봐주는 겁니다!”

조민호는 한쪽에서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김정환 부장을 향해서 소리쳤다.

“좋습니다. 저기 김정환 부장 검사님......”

날이 바짝 서 있는 부장검사와 차장검사를 힐끗 살핀 김창호 경위가 조민호 앞을 막아섰다.

“아, 알았습니다. 물러나겠습니다.”

“이왕이면 이쪽으로 사람들이 오지 못하게 모두 막아요!”

“......네.”

김창호 경위는 갑자기 홍길동처럼 나타나서 김정환 부장검사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조민호에게 많은 의문을 느꼈다.

이미 상대 정체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만만치 않은 응급조치 실력에 일단 물러나면서도 조민호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조민호는 귀찮은 방해물을 제거하자 몸을 돌려서 김창호 경위 시선을 가린 채 상대 백회혈에 손을 올렸다.

꽤 오랫동안 지속하도록 선천지기 스탯 2을 사용해서 김미애 혼원기를 만들었고, 뇌경혈 주변에 밀어 넣었다.

이미 몇 번 해본 작업이라서 어렵지 않았고, 상대 귀에 바짝 붙여서 속삭였다.

[진실만을 말해라!]

혼원기가 가득 담겨 있는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경맥을 따라서 흘러들어 간 기운과 서로 진동하면서 뇌경혈에 자리를 잡았다.

그 힘은 조금씩이지만 뇌세포에 파고들어서 의식 밑에 가라앉았다.

백용훈 대법원장에게 사용한 방식도 같이 응용해서 뇌세포 손상까지 감수해서 작업했다.

같은 말이 몇 번 반복되자 확실히 뇌경혈 역시 반응을 보이다가 점점 그 상태로 고착되었다. 심신 상태가 워낙에 좋지 않았고, 음주운전까지 한 상태라서 저항 자체가 거의 없었다.

‘괜찮네.’

세뇌를 이용한 강제적인 방식은 뇌세포를 파괴해서 정신 이상을 만들지만, 이 혼원기를 이용한 방식은 마치 뇌세포를 의도한 바대로 치료해서 의식 밑바닥에 그 흔적을 남긴다.

백용훈 대법원장에게 사용했던 섬세한 방식과는 달리 강제적으로 한 작업이기에 당장은 괜찮아도 장기적으로 보면 점점 지능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일어난다.

이미 뇌경혈 일부가 평소와는 달랐는데, 벌써 뇌세포 일부가 파괴되었다.

‘역시 뇌세포 손상은 어쩔 수가 없구나. 하지만 혼원기가 그것을 보완해주겠지.’

아쉬운 듯 혀를 차는 조민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여전히 등 뒤에 느껴지는 김창호 경위 시선에 피식 웃었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조민호 행동은 석연치 않았다. 몸으로 가리고 있어서 환자를 볼 수가 없었지만, 그저 이마에 손을 잠깐 올린 것만 봤다.

“저기 자, 잠깐만......”

하지만 조민호는 슬쩍 그의 손을 피했다.

“자, 잠시만요. 몇 가지 확인만 하면 됩니다. 의대생같아 보이는데.....”

이미 그의 몸을 지나가 버린 조민호는 절묘하게 가야르도 차량에 올라서기 무섭게 차량을 빠르게 몰아서 사라졌다.

뒤늦게 상황을 알아챈 김창호 경위 뒤에 서 있던 수십 명의 교통경찰은 요란한 엔진 굉음을 내면서 총알처럼 사라지는 조민호 애마를 보면서 이래도 되나 서로 수군거렸다.

“과속 위반인데......”

그는 힐끗 의식을 차린 채 응급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는 변순기 1차장 모습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

김정환 부장 검사도 복잡한 얼굴을 한 채 째려보는 경찰에게 손을 흔들면서 가야르도에 탑승하는 조민호가 차를 몰아서 사라지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종영돈 차장검사가 오히려 응급 대원에게 환자 상태를 물어봤는데, 그저 괜찮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두 사람은 같이 가까운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고, 담당 의사에게 묻고서야 뒤늦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아들었다.

“잠, 잠깐만요. 선생님 말씀은 응급처치하지 않았다면 저희 차장님이 사망했다는 말입니까?”

“자세한 것은 정밀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다발성 외상으로 복막후혈종입니다.”

복막후혈종은 복강을 이루는 전복강, 후복강 중에서 후복강에 출혈이 생기는 경우다. 외상성 후복막의 경우에는 출혈이 잘 발견되지 않는다.

“뇌 골절도 무시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것이 더 심각했습니다. 누가 응급 처치를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대단한 실력자입니다.”

“응급 처치라뇨?”

“혈관 손상 때문에 응고 상태를 거쳐서 혈종을 형성한 상태였습니다. 그게 터졌다면 대량 출혈 때문에 사망했을 겁니다.”

“지금은 없다는 말입니까?”

“고작 혈종 일부만 남아 있습니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어떻게 손을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혈종이 다 사라졌습니다.”

담당 선생도 뒤늦게 어떤 식으로 응급 처치를 한 것인지 이것저것 질문했다.

“저는 솔직히 뇌골절 때문에 복막후혈종은 간과했을 겁니다. 혈종을 사전에 알았다면 개복해서 우측 신장과 요근 사이에 있는 혈종을 제거하면 되지만 초음파 검사를 통해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응급 차량에서는 힘들까요?”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가만 설마......”

종영돈 차장검사는 믿기지 않는 얼굴로 조민호가 한 처방을 떠올렸다.

‘설, 설마 그 짧은 시간에 환자 혈종을 파악하고, 응급조치를 했다는 소리야?’

“그 의사 선배님 좀 볼 수 없을까요?”

“그게......”

종영돈 차장검사도 뒤늦게야 자기가 본 조민호 행동을 떠올리면서 입을 열지 못했다. 아무리 말을 잘해도 담당 의사가 믿을 것 같지가 않았다.

의사 본인이 하는 이야기도 초음파 통한 확인 후에 수술을 통해서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만들어진 혈종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힐끗 김정환 부장검사를 쳐다봤다.

김정환 역시 당황하기는 매 한 가지다. 그 역시 조민호 덕분에 폐암을 완치시킬 수 있었지만 이런 경우까지 가능할지는 몰랐다.

지압으로 혈종을 제거하다니.

그것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한다는 말인가.

그저 조민호라면 어떤 병이라도 다 치료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담당 응급의는 두 사람을 묘하게 이리저리 쳐다보면서 손바닥을 비볐다.

“그러지 마시고요. 저도 나름 한 실력 하지만 이분에게는 자신 없습니다.”

“그게 좀.....”

“후배가 대가에게 좀 배우고 싶은 것뿐이니, 아마 국내 어떤 외과 전문가라도 이렇게 치료는 못 합니다. 어서 누구인지 말씀 좀 해주세요.”

“잠깐만요.”

종영돈 차장검사는 호기심 많은 의사에게서 물러나면서 김정환 부장검사 손목을 잡은 채 병원 입구 쪽으로 향했다.

“정환아, 우리 이야기 좀 하자.”

“네.”

김정환 부장검사도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아무리 말해도 믿지 않을 것 같은데......’

***

종영돈 차장검사는 뜻밖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인 채 묵묵히 들었다.

특히 폐암 3기가 완치된 것에 대한 설명도 경악하기는 했지만, 이전처럼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그저 놀랍기만 했다.

“그것이 모두 사실이었다고? 네가 과장한 것이 아니고.”

“네.”

“믿을 수 없어!”

“압니다.”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복부둔산으로 인한 복막후혈종은 초기에 발견하지 못해서 손상이 심해진 경우에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마침 간호사에게서 변순기 1차장이 마침 정신을 차렸다는 연락을 받자 두 사람은 그를 찾아갔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변순기 1차장은 완전히 정신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흐릿하게나마 조민호가 자신을 상대로 뭔가 하는 것을 봤다.

심지어 관할 경찰서에 요청해서 차량 블랙박스에 담긴 동영상까지 확인했다.

거기에 담당 의사 선생의 소견을 통해서 대략적인 상황을 완전히 파악했다.

“어떻게 된 거야?”

“그게 좀......”

“솔직하게 말 해봐. 여기 동영상 파일에도 다 나오니까.”

병상 한쪽에서 꺼낸 노트북에는 조민호가 그를 치료하는 광경이 제대로 찍히지는 않았지만, 일부는 나와 있었다.

몸 이곳저곳을 그저 가볍게 지압하는 장면만 나와 있었는데, 딱히 그 이상의 모습은 없었다. 조민호는 눈을 반개한 채 있다가 곧 몸을 일으킨 후에 떠나버렸다.

“이걸 봐서 치료했다고 하기는 힘들어.”

“으음.”

그는 당황한 두 사람 얼굴을 살피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의사 선생 말로는 정말 천우신조라고 하더군. 어지간한 병원에 가서는 사망했을 거라고. 이 의문의 양반을 부른 것도 너희 두 사람이잖아. 그러니 날 이해시켜 봐.”

김정환 부장검사도 종영돈 차장검사의 따가운 시선을 보자 헛기침을 한 후에 대충 줄이고, 적당히 각색해서 설명했다.

아마 이 사고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변순기 1차장도 김정환 부장검사를 대놓고 비웃었겠지만, 지금은 그저 묵묵히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진실 맞겠지?”

“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저도 잘 모릅니다.”

“결국 손으로 만지기만 하면 폐암도 치료되고, 복막후혈종 환자의 혈종도 제거된다고?”

“네.”

“그러다가 앉은뱅이 손만 잡아주어도 벌떡 일어나겠어?”

“글쎄요.”

“하.”

어이가 없는 변순기 1차장은 두 사람을 교대로 쳐다보았다.

다행히 종영돈 차장검사는 머쓱한 표정을 한 채 수긍했다.

“솔직히 저도 아직 믿기지 않습니다. 광훈 녀석 때문에 이야기를 들었지만, 선뜻 치료하지 못했습니다.”

“발달장애라고 하지 않았어?”

“그것도 가능하답니다.”

“내가 지금 저승에 있는 것은 아니겠지? 자네 두 사람은 환상이고, 그래야 맞지 않을까. 난 이미 죽은 것이 틀림없어!”

“아닙니다. 살아 있습니다.”

그도 잠깐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다시 질문했다.

“그 친구 이름이 조민호라고?”

“네. 미래 그룹 조수현 회장의 조카입니다.”

“......미래 그룹이라. 흠, 아니 뭐 신분은 중요한 게 아니고, 일단 생명의 은인에게 도움을 받았으니, 감사 인사는 해야겠어.”

김정환 부장검사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통상적으로 치료비는 현금 1억입니다.”

몰랐다면 ‘미쳤어?’라고 비난하겠지만 이미 자기 생명 값이라는 것을 깨달은 터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 내가 따로 줄 테니, 김 검사가 좀 처리해줘.”

“알겠습니다.”

의외로 소탈한 반응에 두 사람은 그의 눈치만을 살폈다.

변순기 1차장 검사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었다.

“자, 그 이야기도 호기심이 당기지만 이번 일부터 먼저 처리하지. 술을 처먹은 놈이 트럭으로 몰고 와서 박은 사고라. 너희 둘 다 그걸 믿지는 않겠지?”

종영돈 차장검사가 일축했다.

“청부살인입니다.”

착잡한 얼굴을 한 변순기 1차장도 뒤늦게 한숨을 내쉬었다.

“현직 검사, 아니 차장 검사를 노린 청부살인이라. 우리 검찰이 참 병신 같이 굴었나 봐. 하긴 나부터가 반성해야지. 역시 무영 그룹이겠지?”

“조사를 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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