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117화 (117/176)

#117

***

김정환 부장 검사는 섬뜩한 느낌에 몸을 부르르 떨었고, 본능에 따라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핸들을 무서운 속도로 돌렸다.

달려오는 차를 보고 행동한 것이 아니라 먼저 움직였다.

그 덕분에 트럭은 운전석이 아니라 차량 앞부분을 들이박았다.

차량은 그 충격에 비스듬하게 튕겨 나갔다. 앞에 앉은 두 사람은 다행히 안전띠를 한 까닭에 충돌에도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문제는 변순기 1차장.

그는 두 사람을 설득하려고 안전띠를 하지 않은 탓에 몸이 크게 흔들리면서 차량 좌석에 몸을 들이박아서 큰 충격을 입었다.

뒤늦게 머리를 흔들면서 정신을 차린 김정환 부장검사는 119에 연락한 후에 종영돈 차장검사를 일깨워서 다급하게 변순기 1차장을 확인했다.

‘숨을 안 쉬어!’

그는 창백한 안색을 한 채 종영돈 차장검사와 힘을 합쳐서 뒷좌석 문을 억지로 열어서 피로 물들어 있는 변순기 1차장을 꺼냈다.

다급하게 심폐 소생술을 해보았지만,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종영돈 차장검사는 다급하게 119에 다시 전화를 걸면서 자기 차량을 박은 트럭 쪽으로 달려가서 운전사를 꺼냈다.

술 냄새가 가득한 운전사는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 상태에서 운전석에서 나오지도 못했다.

음주 운전 사고였다.

“이런 개새끼가!”

이상한 일이었다. 술이 너무 취해서 인사불성일 정도인데, 정확하게 자기 차량을 들이박은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종영돈 차장검사는 이 사건이 단순 음주 운전에 따른 과실치사란 것을 깨닫자 더 분노했다.

“도대체 어떤 새끼 짓이야?!”

딱 봐도 교통사고를 가장한 청부살인이다.

그런데 음주 운전사가 도망가지도 않아서 현지 검사를 노린 사건으로 확대되지도 않는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정환 부장 검사를 쳐다보고는 안색을 굳혔다.

‘설마 정환을 노린 건가? 그렇다면 박중구 회장 짓인가? 빌어먹을.’

변순기 1차장을 지금까지 김정환 부장검사를 알게 모르게 도와주었다. 비록 출세지향형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권력에 굴종하는 다른 검사와는 달랐다.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아는 김정환은 굳은 얼굴을 한 채 심폐소생술을 펼쳤고, 다행히 변순기 1차장이 가까스로 숨을 쉬는 것을 확인했지만, 머리와 가슴에 나 있는 상처를 확인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숨을 쉬기는 하는데, 너무 가늘었다. 거기에 복부 부상도 심상치가 않았다.

조민호 충고 덕분에 각성한 그는 예민한 감각 덕분에 변순기 1차장을 이대로 내 버려둔다면 가망성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느낌이 안 좋아.’

가슴 한구석이 싸해지는 것을 느꼈다. 불과 며칠 전에 느낀 그 감각이 아니라는 경고를 계속 울렸다.

‘이대로는 죽어.’

순간 조민호를 떠올렸고, 앞뒤 가리지 않고 곧바로 전화를 걸어서 자기가 처한 상황과, 위치를 빠르게 말했다.

[도와주십시오.]

[구급차가 와도 늦다는 말입니까?]

[네, 변순기 1차장님은 알게 모르게 저를 도와준 분입니다. 믿을만한 분입니다. 이대로 가게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치료비는 제가 내겠습니다!]

다행히 자신이 벌여놓은 일에 책임감을 느낀 조민호도 그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가죠.]

***

경위만 달아도 어느 정도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지만 요즘 과도한 인사 적체 때문에 팀원으로 근무하는 김창호 경위는 계속 차선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한 시민 때문에 인상을 찡그렸다.

“자꾸 그러면 긴급체포할 겁니다.”

“아, 정말 너무하지 않습니까. 고작 신호 위반한 거로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저기 저 차량이나 한번 보세요.”

“하지만 원칙은 원칙......”

부아앙 소리와 함께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가야르도는 차량 한쪽에 설쳐 있는 속도측정기에 무려 170km가 나왔다.

앞을 가는 차량 사이를 지그재그로 움직이면서 서커스 운전까지 하는데, 추월당한 차량조차 경악해서 한 쪽에 차를 세웠다.

차량 레이스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의 서커스 운전이었다.

“저런 놈에게 비하면 제 과속이 장난입니다!”

“앞으로 조심하십시오!”

김창호 경위는 교통 위반 딱지를 그냥 주머니에 넣고는 곧 바로 차를 출발시켰다.

그 역시 다급하게 무전을 쳤고, 동료 도움을 얻어서 차 방향을 특정한 채 차량 속도를 계속 올렸다.

다행히 뻥 뚫린 도로가 아닌 덕분에 가까스로 가야르도를 일단 발견했다.

무전을 받고 다른 순찰차가 곧 뒤에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면서 줄줄이 사탕처럼 따라붙었다.

무전을 통해서도 욕설이 계속 나왔다.

‘도대체 어떤 미친놈이기에 도심에서 저런 속도로 차를 모냐?!’

다행히 곧 스포츠카 속도가 조금씩 낮아지더니 결국 멈추었다.

김창호 경위는 다급하게 차량 문을 열고 가야르도 운전자를 체포하려고 뛰어갔다.

그런데 창백한 얼굴을 한 채 그의 앞을 막아선 이가 자신을 김정환 부장검사라고 밝혔다.

“아무리 중앙지검 검사셔도 저런 현행범을 그냥 둘 수는 없습......네? 중앙지검 1차장 검사님 생명이 위독하다고요?”

김창호 경위는 오히려 뒤에서 후다닥 달려오는 다른 동료 경찰들을 막았고, 그들과 같이 교통 통제를 하기 시작했다.

힐끗 조민호가 환자에게 다가가서 환자 확인하는 것과, 김정환 부장검사가 다른 동료 검사가 환자에게 다가가는 조민호를 막아서는 것을 보았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

조민호도 서울 도심은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아는 터라, 외각 쪽을 따라서 애마 가야르도 속도를 최대한 올렸다.

얼마나 속도가 빠른지 도심을 지나가는 다른 차량이 뒤로 쭉쭉 처졌다.

그는 그런데도 지그재그로 움직이면서 그 차량 사이를 빠져나갔다.

결국 지나가던 순찰 차량 한 대가 조민호 가야르도를 쫓았다.

하지만 조민호는 아예 그 경고를 무시한 채 속도를 더 올렸다.

엔진 소리가 터질 정도로 올라갔고, 옆을 지나가던 차량은 다들 공포에 질려서 옆으로 물러나기 바빴다.

도심을 빙 돌아서 한적한 도로를 달린 덕분에 생각보다는 교통사고 지점에 더 일찍 도착했다.

물론 무려 일곱 대까지 늘어난 순찰 차량은 줄을 지어서 그 뒤에 멈추었다.

조민호는 순찰차에서 내린 경찰이 ‘꼼짝마!’를 외치면서 우르르 몰려오는 것을 봤지만, 묘기 운전을 보이면서 멈춘 것에 놀라서 입을 살짝 벌리고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가서 저들 처리를 부탁했다.

“급한 환자 때문이라고 설득 좀 해주세요.”

김정환 부장 검사는 눈치가 빨랐고, 먼저 나서서 급한 환자 때문에 의사(?)를 불렀다고 그들을 설득했다. 심지어 그 환자가 중앙지검 변순기 1차장이라는 것도 넌지시 말해주었다.

원칙대로 하겠다고 우기는 경찰조차 화들짝 놀랐고, 다른 일행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들은 오히려 자신이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말했다.

“괜찮습니다. 아, 그냥 이쪽 도로 통제만 좀 신경 써 주세요. 그리고 저기 트럭 운전사를 체포해서 서에 좀 데려다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김정환 부장 검사는 뒤늦게 조민호 쪽을 쳐다보다가 막아서는 종영돈 차장검사 손을 잡아당겼다.

종영돈 차장검사는 버럭 소리쳤다.

“정환아, 도대체 뭘 하는 거냐? 아무리 저 친구라고 해도 교통사고 환자를 돌볼 수는 없어!”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지압만으로 교통사고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 자체는 말이 되지 않았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야아, 너 혹시 차장님 말에 감정이 생겼나 본데, 그런 분이 아냐!”

“저도 압니다.”

“아니 넌 몰라. 지금까지 네가 멀쩡하게 과연 나 때문이라고 생각 하냐? 다른 사람은 기회주의자라고 욕 듣는 와중에도 후배 검사를 다 챙겨준 분이야!”

김정환 부장검사도 처음 듣는 이야기에 흠칫 놀랐지만, 곧 표정을 바로 했다.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죠. 하지만 제 말을 믿어주세요. 제가 오죽하면 광훈을 치료할 수 있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하겠습니까?!”

“그건 아내 반대가 심해서 안 된다고 했잖아!”

두 사람 말다툼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다.

옆에서 팔짱을 한 채 지켜보던 조민호는 평소라면 그냥 이 자리를 떠났을 테지만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라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왕이면 아군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슬쩍 두 사람을 피해서 변순기 1차장에게 다가가서 혼원기를 사용해서 전체 경혈을 살폈다. 예상대로 오염도 10%, 잠재 선천지기 62로 실효 선천지기는 56으로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인생을 무난하게 살아온 건가?’

이 정도면 굴곡진 삶이 아니라서 뒤통수를 치거나 하지 않았다.

이미 새로운 신약 개발에 대한 노력 덕분에 한층 능력이 올라간 조민호는 금방 환자 상태를 파악했다.

‘두부 손상 때문에 정신을 잃었군. 가만 복부손상이 오히려 더 심하잖아.’

얼핏 봐서는 변순기 1차장은 머리가 깨져서 피가 더 심각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았다. 정작 더 심각한 것은 바로 복부손상이었다.

보통 다발성 외상환자는 조기진단이 쉽지 않기 때문에 자칫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지금 변순기 1차장이 그 경우에 속하는데, 장기 손상에 따라서 혈액이 굳어 갔다.

혈종이 생긴 것이다.

조민호는 대장실증 치료와 관련이 있는 양계, 편력, 온류를 이용했는데, 그 경혈을 가볍게 지압하면서 12가지 혼원기 하나를 해자결로 이용했다.

다행히 변순기 1차장 선천지기는 12가지 혼원기 범주 중에서 5번째 속했다. 따로 특별하게 혼원기를 다루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과거라면 부담스럽지만 대략 2 스탯 선천지기와 2 스탯 후천지기가 소요되었다.

혈관 손상에 따라서 심해져 가던 혈종이 서서히 녹아내렸다.

내장 내에서 터진다면 대량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점점 호전을 거듭해서 정상 상태로 돌아갔다.

무림 시절에도 외상을 치료해본 적이 있었지만 혼원기를 사용한 내외상 치료는 처음이라서 흥미롭게 그 과정을 지켜봤다.

‘놀랍구나.’

후천지기를 사용해도 환자 치료가 가능하지만, 지금처럼 빠르고, 정교하게 치료할 수는 없었다.

이 일이 가능한 것은 환자 특성 혼원기를 사용한 결과 때문이었다.

띠링.

[대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선천지기 스탯이 +2 올랐습니다.]

[상태창]

[이름] 조민호(25살), 무인(Lv.7)

[경험치] 1138/1280

[스탯]

[체력] 22, [근력] 23, [민첩] 22, [마기] 3

[후천지기] 39, [선천지기] 43, [정신] 1,283,234

‘호오, 괜찮네.’

최근 반응을 보이지 않던 선천지기 스탯이 무려 2나 더 올랐다.

그도 이런 긴급 환자 치료는 처음인 터라 겨우 안도의 한 숨을 내쉰 채 가벼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옆에서는 시끄러운 논쟁이 여전히 계속되었다.

“야, 김정환, 너 미친 것 아냐? 차장님이 지금까지 티 내지 않아서 그렇지 널 얼마나 챙겨줬는지 알아? 내 힘만으로 위의 압력이 무마될 것 같아. 이 새끼가 지금 차장님이 죽게 생겼다 말......”

고래고래 고함을 내지르든 종영돈 차장검사는 뒤늦게 변순기 1차장 안색과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김정환 부장검사는 종영돈 차장검사를 억지로 막았지만 한 편으로 불안했다.

다행히 그의 본능이 옳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면서 겨우 안도했다.

“맙소사!”

조민호는 설명을 요하는 두 사람의 눈빛을 접했지만, 굳이 자세한 것은 말해주지 않았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김정환 부장검사가 다급하게 막았다.

“차장님은 이제 괜찮은 겁니까?”

“뇌 골절로 말미암은 충격은 오히려 심각하지 않은데, 장기 내에 충격으로 혈종이 생겼습니다. 아마 그대로 뒀다면 119가 오기 전에 사망하거나, 병원 도착 전에 죽었을 겁니다. 자세한 것은 병원 응급의에게 확인해보세요.”

“자, 잠깐만......”

종영돈 차장검사는 응급요원에게 붙어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고 정신이 없었다.

응급요원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역시 다른 교통사고 부상자와 다른 환자 모습에 의문을 보였다.

김정환 부장 검사도 뒤늦게 도착한 응급 차량 모습에 묻고 싶은 질문이 많았지만 어쩔 수 없이 조민호를 그냥 보내주었다.

자기 감각을 믿었기에 다급하게 조민호에게 연락했지만, 진짜 그게 맞는다는 것을 확인하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고 말았다.

‘정말 믿을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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