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백용훈 변호사는 내적으로 계속 심각하게 갈등 중이었다. 그의 선천지기 역시 눈에 뜨일 정도로 변화가 일어났다. 뜨거운 사우나에 들어간 것 같아서 눈을 감아버렸다.
용광로 같은 열기에 쾌감마저 느꼈다.
애초에 부정적인 조민호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 일 자체가 세뇌에 가깝다는 것을 알기에 지압에 집중했다.
그 결과는 그의 예상을 살짝 벗어났다. 다른 환자에 비해서 몇 배나 높은 비율로 최면 효과가 가파르게 올라갔다.
백용훈 변호사의 잠재 선천지기 에너지원이 변화 원인이 되었다.
‘몇 년 후라면 어차피 대법원장 퇴임 이후이니, 신경 쓸 바는 아니야.’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한 부작용은 백용훈 변호사 잠재 선천지기를 활용한 덕분인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오염도 때문인가? 아니면 잠재 선천지기가 풍부해서 그런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둘 다일까? 다른 사람에게 시험해볼 수도 없으니.’
지압 과정에서 지속해서 암시를 계속 반복해서 걸었다.
[법과 원칙에 충실한다!]
백용훈 변호사는 마치 폐인처럼 기계적으로 대답만 했다.
[법과 원칙에 충실한다!]
작업이 끝나자 천천히 이성을 차렸다.
“어? 내가 뭐라고 했나?”
조민호는 방긋 미소 지었다.
“지난 변호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는데,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와서 지압해 드리겠습니다. 아마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약간 혼란스러운 듯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친근한 표정으로 조민호 손을 붙잡았다.
“자네라면 내가 대환영이지. 자네는 내 아들 같아서 남 같지가 않아.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무엇이라도 말하게.”
“감사합니다.”
‘성공이군.’
사실 굳이 이렇게 번거로운 작업을 해야 하나 싶지만, 최면이나 세뇌를 통해서는 대법원장의 복잡한 일을 시킬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 뇌가 점점 망가져서 미쳐버릴 것이고, 결국 탄핵당하여버리기 때문이다.
‘특성 수치가 벌써 -0.12까지 떨어졌네, 이 정도 속도라면 곧 + 수치로 돌아서겠어. 앞으로 내 지시를 받겠지만 어쨌든 당분간 다낭신 문제도 없을 테니, 운이 좋은 양반이야. 이제는 이 자가 빨리 대법원장으로 선임되기를 기다려야겠어.’
***
최근 양주민 검찰총장이 이끄는 양주민 사단이 갑자기 법무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대립한 일은 헌정 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양주민이 선제공격하면서 정권도 휘청하나 싶었다.
하지만 곧 법무부 장관이 검찰청 인사를 대폭 개각하면서 무승부를 이루었다.
물론 여론 때문에 민감한 수사 검사를 오히려 승진을 명분으로 다른 지청에 보내버렸다.
하지만 이 갈등이 정작 사법부의 대법원장 인선에도 영향을 줬다.
또다시 양주민 검찰총장과 같은 일을 피하기 위해서도 현 정권은 예민하게 후보군을 살폈다.
아예 배신의 싹수가 보이는 인물을 모조리 다 후보군에서 빼버렸다.
그 과정에서 최종 후보로 지정된 이가 바로 백용훈 변호사다.
현 정권 쪽에서는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백용훈 변호사가 과연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했다.
이 와중에 백용훈 변호사 인터뷰 단독 특종 기사가 떠버렸다.
청와대도 결국 다음 대법원장 후보로 백용훈 변호사 이야기했다.
그의 과거 경력을 본다면 크게 문제 될 만한 것은 없었다.
오성 애버랜드 문제가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 오성 그룹에서도 오히려 백용훈 변호사를 지지할 것이 분명했다.
조민호는 가끔 백용훈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해서 지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서 조금씩 매혹 수법을 강화시켰다.
혼원기 작동에 문제가 생기는 부분을 일일이 다 확인했다.
이 작업 덕분에 백용훈 변호사 상태는 시간이 갈수록 좋아졌다.
이 과정에서 다낭신 변화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사실 치료가 아니라 특성값을 바꾸고, 이를 바탕으로 해서 자체 면역력을 자극했다. 이게 다낭신 회복에도 영향을 줬다.
물론 완치시킨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이 지장 없을 정도로 회복시켰다.
‘결국 특성값이 +로 돌아섰군. 인체 신비는 정말 놀랍구나. 어쨌든 이 정도라면 인사청문회는 잘 통과하겠지.’
***
조민호도 최영준 차장이 후속 인터뷰 기사를 연이어서 터트려서 다른 언론도 뒤늦게 대법원장 관련 기사를 터트리는 것을 봤다.
그 기사 중에는 이런저런 다양한 시각이 많았는데, 특히 경제 관련 문제도 포함했다.
자연스럽게 미래 증권도 간과할 수가 없어서 큰아버지와 약속을 잡아서 힌트라도 주려고 미래 증권을 방문했다.
그런데 오늘은 이전과는 많이 달랐다.
박희관 부장이 직접 건물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후다닥 고개를 숙였다. 그 뒤를 따른 이들은 바로 해외 1팀 팀원이다.
해외 1팀이 주로 미국을 담당하는데, 모두 20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 여섯 사람이 박희관 눈치를 보면서 조민호에게 고개 숙였다.
얼핏 봐서는 이례적인 모습 같지만, 이번 배효진 대박 이후에 드라마 펀딩 프로젝트가 미래 증권 내에서 핫한 이슈가 되었다.
결국 당분간 위축된 미국 투자 때문에 할 일이 없어진 이들은 이 일에 관심을 기울였고, 곧 퇴출당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번 프로젝트 성공 때문에 떠오르기 시작한 박희관 팀장에게 붙었다.
박희관 부장은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노력했다.
미래 증권 분위기를 잘 모르는 조민호는 의아한 표정으로 옆에 달라붙어서 따르는 박희관 부장을 힐끗 쳐다보았다.
“흠.”
아부와는 성격적으로 거리가 먼 박희관 부장은 눈치를 보면서 슬쩍 보고서 하나를 내밀었다.
바로 영화를 포함하는 콘텐츠 관련 영상 펀드에 관한 것이다.
최근 한류 열풍이 달아오르면서 이미 콘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했다. 이 열풍을 타고 이쪽에 몰린 펀딩 자금은 점점 커졌다.
“800억이라, 제법 많네요.”
“분위기가 장난 아닙니다.”
미래 증권 본사 로비를 걷는 중에도 요 몇 년간의 영상 펀딩 규모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200억 짜리 대규모 펀딩이 대부분이다. 800억 펀딩은 전문 투자 회사라도 흔치 않은 규모였다.
그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보고서를 박희관 부장에게 넘겼다.
“다 좋은데, 왜 이런 보고를 저에게 하는 겁니까?”
“네? 그거야 회장님이 이 안건에 대해서는 조민호씨가 전적으로......”
“아, 미안하지만 전 이 회사 직원 아닙니다. 앞으로도 생각 없고요.”
“하지만 회장님 말씀은......”
“됐어요. 그쪽이 알아서 잘해 봐요.”
박희관 어깨를 툭툭 치면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로비를 오가는 수많은 미래 증권 임직원의 다양한 시선을 받던 박희관 부장은 다른 사람에게 손짓해서 혼자만 조민호 뒤를 따랐다.
그 당당하던 모습과는 달리 조민호 옆에 붙어서 현재 한국 콘텐츠 시장에 관한 이야기를 주야장천 털어놓았다.
조민호는 엘리베이터에 같이 탑승한 다른 미래 증권 직원이 경이롭게 쳐다보는 것을 느끼면서 혀를 찼다.
“조용 좀 합시다!”
“네? 네!”
박희관 부장도 뒤늦게 위에서 조민호 방문 소식을 받고 후다닥 달려왔지만, 조민호 지시를 거역하기는 힘들었다.
지금 보고한 금액은 1차로 정리했을 뿐이고, 지금도 무지막지한 문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기존 회사 투자 방침에도 변화를 줄 정도였다.
지금까지 조민호를 무시했던 그조차도 이제는 생각을 바꾸었다.
‘진짜 미다스의 손일까?’
***
‘이건 또 뭐야?’
미래 증권 회장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린 이들은 뜻밖에도 조수현 회장 비서실 여직원 다섯 명이었다. 그 중에 한 명은 흰 와이셔츠 안에 검은 속을 입고 있어서 은근하게 외부로 드러났다.
딱히 남자를 유혹하려는 표정이 아니라 출근이 늦어서 급하게 입고 왔다는 뉘앙스를 풍겨서인지 사뭇 매력이 있었다.
풍기 문란 이야기가 절로 나올 것 같았지만, 오히려 부끄러워했다.
이미 몇 번 회장실을 방문한 적이 있던 조민호도 안면이 있는 여비서의 도발적인 모습에 영문을 몰라서 고개를 갸웃했다.
박희관 부장은 뒤에서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면서 시선을 피했다.
“회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해요.”
“네.”
제일 앞에 선 비서가 단연 군계일학이지만 동행하는 다른 여비서 역시 무시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들의 행동은 딱히 지시를 받아서는 아닌 것 같았다.
이미 회사 내에 조수현 회장 조카의 경이로운 투자 능력에 대한 소문을 들은 그들은 슬쩍 조민호를 쳐다보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살짝 흥분하는 반응을 보일만도 하건만 조민호 표정은 마치 굴러다니는 돌덩이를 본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 차도남 스타일에 오히려 여비서 표정은 자지러졌다.
조민호는 굳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알아서 여비서들이 막힌 문도 열어주고, 오가는 직원도 옆으로 치워주었다.
“......”
박희관 부장은 뒤늦게야 아주 자연스러운 이 모습에 조민호를 다시 쳐다보았다.
‘한국대 졸업반이라는 소리가 있던데, 아무리 봐도 이미 조직 생활을 많이 한 것 같아. 정말 조수현 회장님 조카 맞아?’
***
회장실 안에는 이미 몇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조수현 회장은 큰 키에 유쾌한 말투를 사용하는 장남 조정연에게 조민호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넌 아마 민호를 처음 보게 될 거다. 하지만 앞으로 회사에서 같이 일하게 될 수도 있으니, 서로 잘 지냈으면 한다.”
호탕하게 웃는 조정연은 대수롭지 않은 듯이 계속 말했다.
“정국이랑 동갑으로 제 동생입니다. 잘 지내고 말고가 어디 있습니까. 당연히 제가 보살펴야죠. 아니 차라리 이번 기회에 미국 유학이라도 보내는 것이 어때요?”
“그건 힘들 거다.”
“하지만 제가 듣기로 작은아버지가 힘들게 살아와서 제대로 대학도 못 다녔다고 들었습니다. 박희관 부장이 지금 진행하는 드라마 펀딩 프로젝트 같은 일을 맡기에는 시기상조입니다.”
“넌 자신 있다는 소리야?”
최근 어머니 임서이 통해서 회사 내에서 조민호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기묘한 이야기를 들은 조정연은 드라마 펀딩 대박 이야기를 듣자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자 한국으로 돌아왔다.
조민호 관련된 황당한 이야기를 아예 믿지 않았고, 이보다는 콘텐츠 펀딩에 더 관심 많았다.
“제가 미국에 있을 때 주로 IT와 콘텐츠 위주로 많이 봤습니다. 이 분야는 우리 미래 증권의 미래 현금창출원이 될 겁니다.”
장황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대박 IPO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바이드의 최근 투자 성공에 대해서 장황하게 입을 열었다.
누구보다 그 과정에서 무려 3,000억이라는 천문학적인 현금을 벌어들인 조민호를 잘 알기에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안다. 하지만 그쪽은 위험이 너무 커.”
“그래서 더 해야 하는 겁니다. 이 일은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글쎄다.”
김재상 비서실장은 옆에서 물끄러미 두 사람 대화를 듣다가 노크 소리에 직접 문을 열고 나서 조민호를 발견하자 안내해주었다.
조민호는 간단하게 눈인사만 한 후에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여비서가 알아서 조민호가 좋아하는 냉커피를 내왔다. 특별히 신경을 쓴 티가 나는 향기가 깊었다.
“블루마운틴입니다. 주로 카리브 해에서 나는 커피인데, 옅은 신맛이 독특한데, 향이 독특합니다.”
고혹적인 눈빛을 보이는 여비서의 행동은 평소와는 많이 달랐다.
하지만 조수현 회장은 오히려 혀를 내둘렀다.
“우리 신 비서 눈이 정말 높은데, 완전히 우리 조카에게 반했나 봐.”
“아이 회장님도 참.”
조정연 역시 회장실 들어오면서 봤던 전형적인 오피스룩 느낌을 주는 신연주 비서에게 헛기침했다.
“나도 좀 먹고 싶어.”
“남은 재고가 없습니다!”
조민호를 대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목소리로 말했다.
조수현 회장은 이미 신연주 비서 성격과 경력을 아주 잘 알았고, 심지어 그녀 집안이 어떤지 알기에 혀를 내둘렀다.
소위 말하면 대규모 투자자의 요청에 따라서 낙하산으로 채용했다. 지난번에도 이미 조민호를 봤지만,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저런 변화에 오히려 피식 웃고 말았다.
자존심이 상한 조정연은 순간적으로 차갑게 바라보았지만, 다시 바꾸어서 호탕하게 웃었다.
조민호는 커피를 홀짝이면서 눈살을 찌푸리다가 곧 조수현 회장 소개에 그가 장남 조정연이라는 것을 듣고 한 숨을 내쉬었다.
‘잠재 선천지기는 90에, 오염도는 대략 70%, 실효 선천지기는 27이군.’
지금 나이와 선천지기 오염도를 비교하면 문제가 많았는데, 평소에 늘 조용한 둘째 조정국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전형적인 사고뭉치 재벌 2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