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104화 (104/176)

#104

장혁이 바로 질문했다.

“왜죠?”

“나도 유명환 과장 이 친구를 장혁 자네가 추적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몰랐을 거야. 아니 영원히 몰랐을 수도 있어.”

“그렇다는 이야기는 이미 국정원 내부에도 손을 썼다는 말이군요. 아, 그리고 보니 그때 이상한 분위기도 설명이 되네요.”

이 사실에 분노한 장혁은 이를 으드득 갈았다.

“이 친구야, 정신 좀 차려. 아직 정확히 드러난 것은 없으니까.”

“어쩔 생각입니까?”

“일단 조민호군이 원한대로 사건을 따라갈 수밖에 없어. 그러면 관련자가 계속 드러날 테니까. 이 일은 신중하게 가야 해.”

“그러죠.”

하지만 지금까지 조민호 지시만 따랐지만 뒤늦게 밝혀진 전모가 너무 커서 난감한 장혁도 이 부분에서 불쑥 질문했다.

“도대체 그 조민호란 친구 정체가 뭡니까?”

“글쎄.”

최영민 사장도 솔직히 조민호와 가까이 지내지만 알면 알수록 놀라운 치유 능력에 혀를 내둘렀고, 이제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 친구 정체보다는 천재건 이사, 유명환 과장, 백용훈 변호사나 더 주시해. 아무래도 이들 역시 다 서로 엮여 있어 보이니까.”

“알겠습니다.”

두 사람 안색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했다. 그들이 국정원에서 그만둔 것도 따지고 보면 위의 압력 때문이었다.

당시는 그저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드러나 결과만 봐서도 꼭 그렇게 단순해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이놈들이 뭘 노리는 걸까?’

***

백용훈 변호사도 이미 현 정부와 입을 맞추었지만, 막상 인터뷰하고 난 후에 청문회를 걱정했고, 자기 과거 변호 건을 살폈다.

주로 횡령, 뇌물, 사기, 배임과 같은 범죄 변호가 대부분이었다.

‘흠, 75%라.’

사건 수임 내용 목차만 살펴도 그 내용이 적나라하게 나왔다.

75%고객 대부분이 모두 정치인과, 기업 임원 사회 고위층이다.

이 과정에서 그의 수익은 따로 감사의 인사로 현금(?)을 받은 부분을 빼고도 모두 90억이 넘었다.

이전이라면 이 일을 그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스스로 자책하면서도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왜 이럴까? 고작 이런 일을 왜 이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는 거지?’

고민에 빠진 그로서는 곧 머릿속에서 지운 채 일단 당장 정리할 수 있는 고등 법원 이사 소송을 모두 아는 지인 변호사에게 다 넘겨버렸다.

문제가 될 이들은 직접 따로 만났다.

“하하하, 이번 대법원장 지목 축하합니다. 그리고 제가 감히 대법원장 부탁을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특별한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겁니다.”

그럴듯한 경고에 상대 역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 소송 인연을 빌미로 해서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곧 있으면 대법원장 후임 인선 때문에 말이 나올 텐데, 당분간은 외국에 좀 나가 있게. 그리고 앞으로는 이 일은 좀 자중하고.”

“잘 알겠습니다.”

상대는 대부분 눈치가 있어서 별다른 내색하지는 않았다. 이보다는 백용훈 변호사가 대법원장이 되고 난 이후를 대비했다.

인사청문회를 대비해서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던 백용훈 변호사는 혹시 건강 문제에 대한 태클을 대비해서 오성 의료원 신장 전문의 조현철 교수를 찾았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다낭신은 질병 초기에는 신장 기능이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것을 고려해도 지금 봐서는 만성 신부전으로 진행할 것 같지 않습니다.”

대법원장 임명 전에 건강 상태가 나쁘면 적당히 부탁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좀 달랐다.

“지난달 정밀 검사 결과와는 다른 이야기가 아닙니까?”

“그게......좀 이상합니다.”

그도 뒤늦게 이전 진료기록부를 확인한 후에 고개를 갸웃했다.

PKD 유전자 돌연변이는 합병증 위험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변호사 일도 그만두라고 권고했고, 심지어 대안으로 유전자 검사까지 제안했었다.

“......혹시 다른 약이나 한약을 섭취한 적이 있습니까?”

“다낭신이 일반 약으로는 소용없다고 하신 분이 선생님이 아닙니까?”

다낭신 초기 발견 후에 별의별 협박까지 다 한 이가 바로 조현철 교수였기에 상대의 노골적인 불만에 몸을 사렸다.

“으음, 한 번 더 검사를 해보죠.”

신기능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 총신장부피(TKV) 변화율을 다시 재확인했다. CT 영상을 ellipsoid 방식을 응용해서 검사했다.

“TKV가 지난 검진 때와 비교하면 대략 10% 가까이 좋아졌습니다.”

“가만 그러면 회복되었다는 말입니까?”

“일시적인 현상일 수가 있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이상하군요.”

백용훈 변호사도 이 괴상한 일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솔직히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이 이 건강 문제다. 야당에서 분명히 이 문제를 걸고넘어지기 때문이다.

지금 상태라면 별 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다.

신장 기능이 정상인 다낭신 환자는 합병증만 신경 쓰면 되는데, 이런 점을 좀 더 강조해서 특별한 병이 아니라고 주장하면 되기 때문이다.

문득 조민호란 친구가 떠올랐다.

당시만 해도 그저 사회 초년병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자기 몸에 변화를 보자 조금 다른 시각으로 떠올리다가 결국 조민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깐 내 사무실로 와 줄 수 없겠나? 지압 비용은 내가 따로 줌세.”

“알겠습니다.”

***

최영준 차장도 조민호가 하는 일에 계속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이번 일이 자칫 잘못되면 중아일보 역시 무사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요즘 늘 최영준 차장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는 최석준 회장 역시 다르지 않았다.

“요즘 별일 없지?”

“네.”

둘째 최연화는 오붓한 두 사람 대화를 보면서 입술을 살짝 깨물었고, 은근히 야심을 숨기고 있는 막내 최현석 역시 심란했다.

오히려 최영준 처 정연희는 묘한 가족 알력에 눈치만 봤고, 그녀의 딸 최미연은 연일 혼수상태 오빠 타령만 늘어놓았다.

최석준 회장도 오랜만에 모인 가족 식사 중에 가벼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나도 요즘은 예전 같지가 않아.”

최영준 차장은 그저 듣기만 했다.

그는 유심히 장남 최영준을 보면서 슬쩍 운을 뗐다.

“곧 있으면 승진 인사가 있을 거다. 영준이 너도 전략팀장 자리로 발령날 거다. 아마 그 자리에서 6개월만 정도만 고생하면 될 거야.”

“감사합니다.”

“이번 배효진 인터뷰 기사도 대박이었다. 설마 발연기로 유명한 배효진이 그렇게까지 바뀔지는 상상조차 못했어.”

“제 밑에 있는 친구들이 유능해서 특종을 잘 잡은 것뿐입니다.”

“이번 인사에 반영할 생각이니, 따로 품의서를 작성해서 올려.”

“그렇게 하겠습니다.”

소소한 이야기가 끝나도 최석준 회장은 힐끗 최영준 차장에게 신호를 줬다.

“이번에 종합 검진을 받았는데, 후유, 내 건강이 작년 같지가 않아. 그래서 말인데......”

“으음, 이제 이야기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조민호군에게 몇 번 이야기해봤는데, 이상할 정도로 답변이 없습니다.”

“설마 아직도 지난 일 때문에 그래?”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으음.”

사실 이 문제는 조민호 역시 최근 오염도와 선천지기 정체성에 대해서 눈뜨면서 최석준 회장에 대해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바라봤다.

그런 그가 아무리 최영준 차장과 친하다고 해도 최석준 회장을 봐줄 이유는 없었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최석준 회장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뒤끝이 있는 조민호라고 생각하고는 별 다른 언급을 더 하지 않았다. 이미 따로 조민호 정황을 일일이 확인했기 때문이다.

중국 내부 일을 아직까지다 파악하지 못했지만 최근 백용훈 변호사 관련된 일은 소극적으로 지켜만 볼 수는 없었다.

더욱 이 일은 다른 두 사람도 알 필요가 있기 때문에 넌지시 질문했다.

“알겠다. 다만 최근 대법원장 후보로 오르내리는 백용훈 변호사 인터뷰한 기사를 봤다. 혹시 그 일에도 조민호가 관련된 거야?”

조금 전까지 오붓하던 아침 가족 식사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최연화와 최현석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킨 채 최영준 차장 입만 바라봤다. 심지어 그의 처 정연희 조차 최미연을 꼭 안은 채 멍하니 남편을 쳐다보았다.

최미연 조차 호기심어린 눈길로 아빠 최영준 차장을 향해서 눈빛을 반짝였다.

“흠.”

그도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에 놀라지는 않았지만 따가운 시선을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어떻게 보면 이 일도 다른 이들에게 후계자 작업을 위한 하나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정도까지 심각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최근 대법원장 이야기가 나왔고, 그다음 후임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백용훈 변호사를 인터뷰했을 뿐입니다.”

“백용훈 변호사랑 골프장에 따로 만났는데,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지 않더라.”

“그래요?”

최석준 회장도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백용훈 변호사는 현 대통령하고도 깊은 교감이 있다. 따라서 이 일은 다른 일처럼 가볍게 생각할 수만은 없다. 영준이 널 못 믿어서가 아니라, 최소한 나도 알고는 있어야 한다.”

그 역시 모르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지금도 그 일 때문에 나머지 일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저도 다른 자세한 것은 인터뷰한 것 외에는 잘 모릅니다. 그 기사 부분은 아버지도 이미 확인했지 않습니까?”

“그래, 알았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은 사전에 나에게도 미래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알겠습니다.”

그도 굳어 있는 가족 식사 분위기에 쓰게 웃으면서 힐끗 살폈다.

아내 정연희는 매우 놀란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다른 두 사람은 감히 그의 시선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이미 조민호가 안면이 있는 이들은 이상할 정도로 그의 말을 잘 따른다는 것을 지켜봤기에 그의 심사는 시간이 갈수록 더 복잡했다.

‘결과적으로 내 소개 때문에 일이 진행되었지만, 솔직히 씁쓸하네. 그런데 민호군은 앞으로 이 일을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지 모르겠어. 검찰청과 사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면......’

***

‘흠, 생각보다 복잡한데.’

조민호가 치료용이 아니라 최면을 위한 동기화 목적으로 사용한 혼원기 결과를 살피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놀랍게도 이 김미애 혼원기가 세포 내에서 작용해서 신호 전달계에도 영향을 주었다. 애초에 혼원기 자체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없기에 일어난 결과였다.

최면 과정에서 치료 효과도 일부도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하지만 잠재 선천지기가 120으로 줄고, 오염도가 55%로 낮아져서 실효 선천지기는 66으로 결과는 나쁘지 않아.’

외형적으로 줄어든 수치보다 더 흥미로운 변화는 특성 자체가 -0.5에서 -0.41로 변했다.

오염도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특성이 일반인 범주 쪽으로 좁혀졌다.

조민호로서는 이 뜻밖의 결과에 더 깊은 흥미를 느꼈다. 결국, 지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서 다시 꼼꼼하게 확인했다.

바로 족양명위경의 임상 요혈 중에 윗배에 위치한 태을, 활육분, 천추를 따라서 전체적으로 쭉 따라가면서 미애 혼원기를 박아 넣었다.

이번에도 자기 선천지기가 아니라 백용훈 변호사의 잠재 선천지기를 이용했다.

오염도가 너무 낮아서 효과가 어떨지 한 번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변화가 있었다.

조민호 선천지기에 동조하면서 조금씩 그 특성이 변해갔다.

‘아니 이제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건가? 그러면 심성 역시 바뀌는 것이고, 가만 이걸 최면인지, 아니면 치료인지도 애매하네. 정말 특이한 환자야.’

백용훈 변호사의 본래 특성이 변질된 것도 욕망 때문이었고, 그 형질 자체가 정상을 찾아가면서 다낭신도 일정 부분 회복해갔다.

유전적인 소인 때문에 완치는 아니라고 해도 이 과정 결과만 보면 탐욕이 질병에도 영향을 준다는 증명이었다.

애초에 치료 자체를 질질 끌 생각이었던 조민호 처지에서는 가장 바람직했다.

띠링.

[대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선천지기 스탯이 +3 올랐습니다.]

[마기 스탯이 +2 올랐습니다.]

[상태창]

[이름] 조민호(25살), 무인(Lv.7)

[경험치] 638/1280

[스탯]

[체력] 22, [근력] 23, [민첩] 22, [마기] 3

[후천지기] 37, [선천지기] 41, [정신] 1,283,234

‘경험치는 많이 오르는데, 이놈의 마기는 왜 오르는 거지?’

그래도 대흥실업 전 직원을 쥐어짜도 고작 선천지기 1도 잘 안 오르는 것에 비하면 선천지기가 3이 오른 것은 고무적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