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효진씨는 사정이 딱하니, 나중에 스타 되어서 돈 많이 벌면 갚아요. 그런 식으로 낸 환자도 있으니까요.”
“고맙습니다.”
그녀는 힐끗 돈다발을 보면서 새삼 조민호를 다시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그저 재벌 3세라는 소리만 듣고 조민호를 오해했다. 막상 그를 직접 알면 알수록 선입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조민호는 그런 그녀 태도에 신경 쓰지 않은 채 매트릭스 하나를 가져와서 거실 중앙에 천천히 깔아서 손짓했다.
“여기 누워 봐요.”
“......네.”
배효진은 양손을 배꼽 위에 올린 채 천천히 매트리스 위에 누웠다.
“으음.”
이상적인 한국인 몸매로 골반, 가슴, 기럭지가 잘 어울렸다.
특히 늘씬한 허벅지와 잘록한 허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조민호는 환상적인 그녀 몸매를 힐끗 쳐다보면서 감탄했고, 뇌혈맥을 확인하기 위해서 지금 복장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그런데 배효진은 이미 단단히 마음을 먹었는지 상의를 벗었다.
새하얀 어깨 나신이 드러났고, 그다음은 가슴이 일부 드러났다. 꾸준한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는 바비인형 같았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어떤 상황이라도 감수할 듯한 표정으로 계속 옷을 벗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뭐하세요?”
“네? 지압하려면 옷을 벗어야 하지 않나요?”
오해가 있다고 판단한 조민호는 혀를 차면서 방에 들어가서 가벼운 티셔츠와 반바지를 가져와서 그녀에게 내밀면서 옷을 갈아입으라고 말하고는 다시 방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배효진은 몸매가 적나라하게 다 드러난 옷 때문인지 가슴 융기부터 시작해서 허벅지까지 다 드러나서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아니 이미 강종훈 대표에게 들은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심호흡했다.
이미 연예인 성접대 관련해서는 충분히 다른 이들에게서 들었기에 이 자리에서 이미 강간당해도 상관없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다.
조민호 영향력이 강종훈 대표 통해서 뒤늦게 검찰청에도 영향력을 행사했을 정도로 놀랍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일테면 다른 권력자처럼 조민호를 바란 본 것이다.
“?”
조민호는 치료를 받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그녀 옆에 조용히 앉은 채 그냥 진맥했다.
언어 장애와 관련이 있는 수양명대장경 경혈을 따라가면서 혈 자리를 일일이 확인했다.
손끝에 있는 상양을 시작으로 해서 왼쪽 팔 전체를 따라가면서 지압했다.
배효진은 단단히 각오를 한 마당이라서 단순한 조민호 손끝 접촉만으로 몸을 움찔 떨었다. 접촉한 부위를 통해서 뜨거운 열기가 느꼈다.
‘어머.’
이곳까지 따라오면서도 몸까지 포기했다. 뒤늦게 보통 지압이 아니라는 사실에 화들짝 놀랐다. 그제야 최영준 차장 통해서 들은 믿을 수 없는 최영준 차장 처에 대한 진료 차트 이야기를 떠올렸다.
‘설마 그게 정말이었어?’
하지만 그녀는 곧 자신의 몸을 파고든 기묘한 기운에 취해서 가수면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아, 자면 안 되는데......’
***
조민호는 진맥을 통해서 예상대로 별다른 이상을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이미 충분한 조사를 통해서 예상했기에 굳이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시중신 혼원기를 통한 치료 과정에서 세로토닌 수치 증가했다는 것을 경험했고, 현대 의학 이론을 통해서 확신했다.
중추신경 자극제인 메틸페니데이트를 근간으로 해서 설계한 시중신 혼원기와 세로토닉 수치 자체에 영향을 주는 시탈로프람과 클로니틴 두 가지 성분을 바탕으로 한 혼원기를 교대로 사용했다.
두 가지 특성 혼원기가 경혈을 따라서 파고들자 선천지기가 크게 흔들렸다.
조민호는 그 과정에서 선천지기 흐름을 안정화하는 부분에 집중했다.
세 가지 특성 혼원기가 몸을 누비면서 조금씩 다듬어 졌다.
두 가지 특성 혼원기는 역시 배효진 잠재 선천지기와 만나서 결합하면서 거기에 맞는 새로운 형태로 서서히 바뀌었다.
조민호는 이 신비한 선천지기 변화를 새삼 느긋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이게 동기화되는 과정이구나.’
자신의 선천지기가 마치 촉매가 되어서 배효진 잠재 선천지기를 순화시켜서 점진적으로 문제가 된 부분을 스스로 교정해갔기 때문이다.
혼원기는 수양명대장경 경맥을 따라서 맞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그 형태를 바꾸어서 마치 톱니바퀴처럼 그 부족한 부분을 메꾸었다.
이전 환자와는 비슷하면서도 구체적인 작동 메커니즘은 달랐다.
조민호는 그 복잡한 프로세스 전체를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지금 그 자신의 능력으로 다 담을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이 얼마 전에 본 의학 서적에 나온 추상적인 설명과 들어맞는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자기 앞에 놓인 새로운 길을 깨달았다.
‘앞으로 의학 서적을 더 공부해야겠어.’
의지가 담겨 있는 혼원기가 마치 생명체처럼 움직이면서 그 자신의 머릿속에 흩어진 지식대로 경혈을 따라서 퍼져 나갔다.
그 당시에는 너무 어려운 용어라서 알 수가 없었지만 하나씩 그 형태를 익혀나갔다.
비록 지금은 이론적으로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이미 깨달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배효진 혼원기는 자기만의 독특한 특성을 만들어냈다.
자폐증 치료에 특화된 시중신 혼원기와는 좀 다른 언어 장애에 효과가 있는 배효진 혼원기였다.
그 기운이 뇌혈맥 쪽으로 흘러들어 가면서 문제가 된 조직을 하나둘씩 녹여 나갔다.
치유 과정은 한 편으로 놀라운 결과였지만 공짜는 아니었다.
이 과정의 에너지원이 된 잠재 선천지기가 지속해서 깎여 나갔다. 하지만 어차피 잠재 선천지기는 잉여 부산물이므로 딱히 배효진 건강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선천지기 스탯이 +10 올랐습니다.]
[상태창]
[이름] 조민호(25살), 무인(Lv.7)
[경험치] 58/1280
[스탯]
[체력] 22, [근력] 23, [민첩] 22, [마기] 1
[후천지기] 27, [선천지기] 38, [정신] 1,283,234
‘오, 이건 대박인데?’
최근 레벨이 올라갈수록 더 높은 경험치와 순수한 선천지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조민호의 선천지기 스탯 자체가 계속 정체되어서 오르지 않았는데, 단 한 번의 치료에 무려 10이나 증가했다.
그만큼 배효진 선천지기 순도가 높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그녀의 선천지기 특성이 조민호 선천지기 특성과 비슷했다.
‘의외네.’
조민호는 목에 있는 부돌, 화료, 영향혈을 진맥하면서도 더 변화가 생기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자 결국 손을 뗐다.
배효진은 마침 가수면 상태에 빠진 것처럼 잠결에 빠져 있다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아직도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이 어리둥절했다.
“다 끝났습니다.”
“벌써요?”
그녀는 어리벙벙한 얼굴로 몸을 일으키면서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조민호는 그녀 옷을 다시 주면서 방긋 미소 지었다.
“아마 다시 연기 연습을 해보면 스스로 아시게 될 겁니다.”
배효진은 전혀 예상도 못 한 일에 어쩔 수 없이 결국 다시 옷을 갈아입었고, 남자와 단둘이만 있었지만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욱이 조민호는 지압을 핑계 삼아서 자신을 상대로 그 어떤 추행도 하지 않았다.
조금 전의 치료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려고 마음먹은 조민호는 배효진 등을 강제로 떠밀면서 집 밖으로 내쫓으면서 손은 흔들어주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저기......”
당황해서 질문하려고 했지만, 조민호는 문을 매몰차게 닫았다.
그녀는 자기 개인 물품을 든 채 멍하니 조민호 집 문 앞에서 쳐다보다가 기묘한 감정에 휩싸인 채 결국 힘없이 돌아서고 말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괜히 분한 자기 심정을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
배효진도 처음에는 일반 생활에 거의 지장이 없을 정도의 언어 장애가 치료된 것이기에 자기 변화를 잘 느끼지 못했다지만 역시 논스톱 5 촬영할 때 몸의 변화를 바로 알아챘다.
이전에는 자기 대사만 집중하기가 쉽지가 않았는데, 이제는 상대 배우의 대사가 귀에 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거기에 대응되는 대사를 말했다.
뚝뚝 끊겨서 어색하던 대사가 아니라 감정과 동기가 된 대사였다.
오히려 상대 배역이 놀라서 NG를 계속 냈다. 연기를 더해갈수록 그녀 대사는 점점 생기가 넘쳐났고, 어느 순간에는 그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그 어감은 쫀득쫀득해서 논스톱 5 촬영장 분위기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와아, 효진씨,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이번 연기 죽인다!”
아직은 여전히 미흡한 구석이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부족함은 사라졌다.
담당 PD 역시 신바람이 나서 배효진을 도와주고, 배효진 연기력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 이럴 수가.’
배효진은 주변 칭찬보다는 오히려 자기 대사가 너무 자연스럽고, 뜻대로 나온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이미 최영준 차장 통해서 들었지만 실제로 경험하고서야 이 일이 얼마나 충격적인지 뒤늦게 깨달은 것이었다.
‘정말이었잖아?’
조민호도 자기 몸을 노렸다고 생각했지만, 그것 역시 오해였다.
이 놀라운 연기력 변화는 배효진에 대해서 꾸준하게 취재하고 있던 중아 일보를 통해서 이 기사가 나갔고, 곧 다른 언론사를 통해서 빠르게 퍼져 나갔다.
뒤늦게야 조민호 치유술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깨달았고, 한걸음에 다시 한국대에 있는 조민호를 찾아갔다.
이번에는 이전과는 달리 조민호를 찾을 수가 없어서 일일이 한국대 물리학과를 뒤지다가 오성 그룹 2차 면접에 정신없는 박진민을 찾았다.
“저기 죄송한데요, 민호씨, 지금 어디 있어요?”
“헉? 배효진씨?”
눈을 동그랗게 뜬 그는 뒤에 주렁주렁 달고 있는 물리학과 재학생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민호씨랑 핸드폰으로 연락이 안 돼요. 정말 급해서 그런데, 잠깐 볼 수 없을까요?”
뒤에서 웅성거리는 50명 가까운 물리학과 재학생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이미 조민호가 재벌 3세라는 것은 다들 알았지만 그렇다고 이제 한창 뜨고 있는 배효진이 직접 찾아온 것에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재벌 3세가 여배우와 사귄다고 해도 저렇게 대놓고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 진짜 배효진이잖아? 정말로 조민호 선배를 찾아왔다는 게 사실이야?”
“아니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조민호 선배를 찾는 거지?”
박진민은 차마 조민호에 대한 유언비어가 떠도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배효진을 데리고 한국대 이곳저곳을 안내해주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다시 변장해서인지 배효진을 대놓고 따라다니지 않았다.
다만 마치 실연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조민호를 찾는 배효진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민호 이놈이 설마 사고친 거야?’
뒤늦게 연락받은 김영탁이 나타나서 거들었고, 다행히 조민호를 봤다는 한 사람 증언을 따라서 곧 의대(?) 건물로 향했다.
마침 의대 건물에서 나오는 조민호를 발견했다.
“민호야, 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아, 청강 중이다. 응? 효진씨 아냐?”
“미, 민호씨!”
배효진은 후다닥 뛰어가서 눈물을 글썽이면서 조민호를 꼭 안아버렸다.
“워워!”
조민호는 잽싸게 뒤로 밀다가 실수로 그녀 가슴을 콱 움켜쥐었다가 따가운 두 사람 시선에 움찔 손을 털어버렸다.
“흠,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흑흑, 저 진짜로 회복되었어요. 언어 장애란 거 정말이었고, 진짜 완치가 되었습니다.”
“당연한 말을 하는군요. 흠, 하긴 실감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겠네요.”
언어 장애는 말 그대로 장애일 뿐이고, 그녀 상태는 일반 사회 생활하기에 지장이 없을 정도라서 장애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언어 장애 때문에 연기력의 한계를 경험했다. 연기에 대한 꿈도 접어야 한다는 끔찍한 생각마저 했다.
단숨에 그 장애를 극복했다고 생각하자 감정이 복받쳐 있었다.
조민호를 오해하고, 무례하게 행동한 자기 실수를 깨달은 배효진은 뒤늦게 조민호에게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흑흑, 그리고 죄송해요.”
‘모르고 오해한 것은 이해하지만 죄송한 것은 사실이지. 생각보다는 여린 성격이네.’
조민호는 눈동자만 도르르 움직이는 친구 때문에 배효진을 데리고 다시 이동했다. 물론 두 사람을 강제로 쫓아버렸다.
“너무 그렇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돈 받고 치료한 것이니까요. 아, 치료비 1억은 광고 하나 찍으면 그때 내세요.”
“치료비는 반드시 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