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92화 (92/176)

#092

인터넷 거품 덕분에 스타가 된 경영자가 꽤 나타났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알리바바 지분을 매입한 소프트뱅크다.

미국 IT 기업만이 아니라 중국도 이제 인터넷 버블에 끼어들었다.

바이드의 나스닥 상장은 당연히 한국에도 뉴스거리가 되었다.

특히 상장 첫날부터 널뛰기를 시작한 바이드는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한국 언론 역시 다르지 않았다.

김건중 회장도 오성 바이오 때문에 미국 나스닥에 깊은 관심을 가졌지만, 뜻밖의 조민호 소식에 어리둥절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갑자기 조민호와 나스닥이 무슨 관계야. 혹시 조민호가 도와줘서 문제를 해결한 바스클린의 후속 발표 때문인가?”

전혀 상상도 못한 일에 이학중 비서실장도 당황했다.

“확실치는 않지만, 미래 증권에서 바이드 지분 10%를 사들였는데, 그 지분 전량을 상장 첫날에 다 매각했다고 합니다.”

“거기에 바이드가 왜 나와?”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진담이야?”

“죄송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는 이학준 비서실장이었다.

조수현 회장도 고객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서 기존 고객에게 바이드 주식 일부를 포함한 새로운 펀드에 관해서 설문 조사했다.

당시만 해도 자기 말을 잘 따르는 조민호를 설득이 쉽다고 보았다.

그런데 조민호가 당장 바이드 팔아치우겠다고 결정하자 새로운 펀드는 바로 없어졌다.

이학준 비서실장은 영문을 잘 몰라서 자세하게 파악했지만, 한계는 존재했다.

하지만 김건중 회장도 눈치가 빨랐다.

“설마 이번에 중국에 간 것도 그 주식 매입 때문이었어?”

“그건 아닙니다. 제가 중국 계열사 통해서 확인한 바로는 시진팡의 딸 시중신에 대한 치료 때문입니다. 시중신은 이미 오성 의료원 쪽에도 발달장애에 때문에 문의도 한 적이 있습니다.”

“설마 발달장애도 치료한 거야?”

“네.”

요즘 의학에 심취해서 이것저것 다양한 병에 대해서 알아봤기에 발달장애와 같은 장애는 쉽게 치료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았다.

“이젠 놀랍지도 않네.”

“시진팡이라면 딸 치료에 대한 대가로 바이드에 압력을 넣어서 지분 10%를 조민호에게 충분히 넘길 수 있습니다.”

추측은 틀렸지만, 그 결과는 맞았다.

그도 뒤늦게 바이드 상장 첫날 주가를 확인하면서 휘파람을 불었다.

“하긴 중국 공안을 이용하면 뭘 해도 가능하겠어. 가만 돈 좀 벌었겠는데?”

“이번 바이드 상장 첫 날에 있었던 주가 널뛰기 사건 배후도 조민호라는 것이 기획팀 결론이고, 그 수익이 대략 3억 달러는 넘는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허!”

솔직히 배가 많이 아팠다. 더욱이 이 바이드 주식 외에 또 있었다.

“조수현 회장이 최근 매입한 지분에 기존 지분까지 다 합치면 바이오 지분은 모두 30% 정도고?”

“네.”

“이거야 원 재주는 우리가 부리고, 돈은 조수현 회장이 다 챙기는군. 거기에 욕은 덤이잖아. 임상 1상 시험은 순조롭다고 다시 기자회견을 하면 문제 되겠지?”

“별의별 소리가 다 나올 겁니다. 그래서 시기를 좀 더 늦추고 있습니다.”

“후유, 가능하면 문제가 없도록 해봐. 임상 2상 시험에서 그런 실수는 더 하지 마. 정 안되면 지수 녀석을 앞세워서 부정적인 의견을 최대한 줄여. 어디 그 녀석이 얼마나 잘하는 지 한 번 지켜보세.”

“알겠습니다.”

김건중 회장은 착잡한 표정을 한 채 최근 일어난 일을 돌아보았다. 특히 조민호의 용의주도한 일 처리에 이제는 경탄했다.

‘진짜 대단한 놈이다.’

***

조민호에 대한 명성은 알음알음 이미 적지 않은 곳에 알려졌다.

아예 조민호를 옆에서 지켜보는 최영준 차장 역시 빠지지 않았다. 특히 바이드 상장 첫날에 있었던 일을 파악하고 경악했다.

‘정말 문제가 안 될까?’

당장 미국 증권거래 위원회에서 조사에 착수할 수도 있었다.

굳은 안색으로 김원중 과장과 양봉석 대리가 중국에서 있었던 사건을 정리한 기사 초안을 살폈다.

조민호의 영향력을 무려 국회의원 수준급으로 묘사한 기사는 누가 봐도 좀 황당했다.

“지금 이걸 기사라고 쓴 거야?”

눈치 빠른 김원중 과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저도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압니다만 사실이 그런 걸 어떻게 합니까. 그렇다고 기자가 소설을 쓸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말이 안 되잖아. 조수현 회장조차 중국 공안에는 압력 못 넣어. 그런데 그 조카인 조민호가 무슨 수로 그런 영향력을 발휘해?”

“압니다.”

“아니 설사 이게 사실이라고 해도 이 기사를 본 구독자가 믿을 거로 생각해?”

“하지만 그 사진 보세요. 그 무시무시하던 중국 공안 애들이 지금 강아지처럼 졸졸 조민호 뒤를 따라다니지 않습니까.”

실제로 사진 중에는 중국 공안 백여 명이 조민호 경호원 놀이 중이었다. 중국 시민조차 공포에 질려서 조민호와 거리를 둔 채 지켜보았다.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을 그 책임자는 마치 내시가 황제를 대하듯이 조민호를 받든다는 점이다.

중국 공안이 무소불위의 조직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아니 설사 중국 고위층이라고 해도 중국 공안의 행동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최영준 차장조차 조민호 사진을 하나둘씩 살피고서야 새삼 조민호의 중국 영향력을 체감했다.

‘대단하구나.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 이 정도인 줄은 나도 몰랐어.’

슬그머니 촬영 사진과 심지어 원본까지 다 자기 서랍에 집어넣었다.

“이번 일은 없던 걸로 해.”

“?”

“묻으라고.”

두 사람은 처음에는 어리벙벙했다가 곧 고함을 내질렀다.

“차장님!!!”

집게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튕기던 최영준 차장은 잔뜩 분노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이번 일은 어쩔 수가 없어. 위에서 덮으라고 하니, 그냥 그렇게 알아.”

“위라니, 그게 또 무슨 소리입니까?”

“두 사람 다 여기 사진 찍는 중국인 안 보여? 그런데 왜 중국에는 이와 관련된 기사가 단 한 줄도 안 나온다고 생각해?”

“설마 중국 정부가 조민호 정보를 통제한다는 말입니까?”

두 사람 표정을 살피면서 최영준 차장이 살짝 거짓말했다.

“그래. 그쪽에서 한국 쪽에 압력을 넣었나 봐. 그러니까 이번 기사는 포기해. 괜히 다른 곳에 가서 입 놀리지도 마.”

정확히는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이다. 실제로 여러 가지 권력 집단이 나누어져서 복잡하지만, 조민호 정보는 이미 통제가 되었다.

“그러면 더 기자답게 진실을 파헤쳐야 하지 않습니까?”

“왜?”

“네?”

“이게 무슨 음모론이라도 되는 거야. 그냥 중국 내부 사정이잖아. 굳이 그걸 기사화해서 왜 정부와 척을 지려는 거야?”

“그렇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개인 프라이버시도 생각해야지.”

두 사람은 말도 안 되는 억지에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곧 수긍했다. 지금은 기사를 낸다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최영준 차장도 자신이 거짓말이 통했다고 판단하자 슬쩍 당근을 던졌다.

“어차피 여기 괜찮은 기사도 있잖아. 이걸로 가.”

손가락으로 탁탁 찍은 기사 일부분은 바로 배효진 관련된 부분이다. 조민호가 배효진에 관해서 관심 보인 것을 언급한 부분이다.

‘확실히 지수보다 남자에게 인기 많을 타입이야. 피곤하지도 않고, 자기 능력도 괜찮지. 지수는 역시 부담스러울까?’

최영준 차장은 딱히 조민호를 비난하지 않았다. 김지수가 아무리 평범한 여자처럼 노력해도 그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어지간한 남자는 숨 막혀서 그녀 옆에 붙어 있지 못한다.

그리고 조민호 옆에 여자가 꼬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조민호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여자 연예인 한 명을 띄우는 것은 어렵지 않겠어.’

김원준 과장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냥 가벼운 대화였습니다.”

“난 생각이 달라. 앞으로 한국 최고 여배우, 아니 어쩌면 세계 최고의 여배우가 될 배효진이잖아. 그러니 두 사람은 앞으로 배효진을 전담해.”

어색한 연기로 말이 끊이지 않은 배효진은 솔직히 연예가에서 생존하기 어렵다고 다들 말한다. 그런 배우를 이렇게 치켜세우다니.

“......진담입니까?”

“어. 설마 이제까지 내 예측이 한 번이라도 틀렸다고 말한 거야? 이번 일만 해도 그래. 중국 정부 압력만 아니라면 내가 굳이 그 기사 묻으라고 안 그래.”

“으음.”

두 사람도 뒤늦게 최영준 차장이 한 지시를 떠올리면서 혀를 내둘렀다.

“정말 배효진이 앞으로 뜰 거로 생각하십니까?”

“200% 확실해. 잘 생각해봐. 한창 뜨는 미모의 신인 여배우, 미인을 노리는 권력자, 난관에 빠진 미녀를 구하는 영웅, 마지막으로 이를 추적해서 탐사 보도하는 기자까지 기사 거리로 완벽하잖아!”

“......알았습니다. 그러면 기사 다시 정리해서 보고하겠습니다.”

“수고해. 아, 미리 배효진 찾아가서 ‘연기 최고다!’고 아부도 좀 해. 서로 잘 해보자고. 지금처럼 비난이 많은 시기라면 배효진도 정말 좋아할 거야. 그러다가 좋은 배역에 캐스팅되면, 자네 두 사람은 이 특종으로 완전히 뜨는 거야.”

“......네.”

두 사람은 이상야릇한 표정을 한 채 자기 자리로 돌아가면서 조민호가 중국에서 보여준 놀라운 영향력을 떠올렸다.

직접 옆에서 지켜본 본인도 믿지 못할 정도였다.

‘하긴 중국에서만 밀어줘도 대스타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겠어.’

***

순백의 청순한 미모 때문에 인기를 얻은 배효진은 솔직히 오히려 이런 자기 모습을 싫어했다. 이보다는 칠색조처럼 뛰어난 연기자가 되고 싶었다.

과거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대중의 시선을 반짝스타처럼 끌었고, 논스톱 5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인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잘 웃으면서 뒤끝이 있는 캐릭터 연기를 해서 뜻밖에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녀 연기에 관한 이야기는 말이 많았다.

인기를 끌면서 발연기라는 비난하는 이들이 특히 늘어났다.

이게 문제였다.

아니나 다를까 적지 않은 이들이 미숙한 연기력을 가졌지만, 백설공주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 때문에 기획사 통해서 이런저런 안 좋은 제안을 계속했다.

라인 엔터 입장에서는 그들의 사회적인 영향력 때문에 거절하기 쉽지 않았다.

그나마 라인 엔터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망테크를 탔는데, 김나리가 우여곡절 끝에 뜨면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강종훈 대표는 최근 심하게 집착하는 몇 놈을 떠올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눈 딱 감고 사고 칠까도 생각했지만, 도저히 그러지 못했다.

더욱이 중국 일은 당시만 생각해도 숨이 턱하고 막힐 정도였다.

그런 차에 중국 고위층과 인맥이 있어 보이는 조민호를 만난 것이다.

홍신소 이용해서 조민호 프로필 중에 미래 그룹 조수현 회장의 조카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도 의아한 점이 많았지만 수긍했다.

“지금까지 설명을 들었으니, 조민호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대충 알겠지.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역시 마찬가지야. 숨은 재벌 3세이니, 효진이 너도 나쁘지 않잖아. 내 제안 어때?”

연기자로 거듭나고 싶은 배효진은 발끈했다.

“대표님!”

유독 남자라면 까칠한 배효진 반응에 강종훈 대표는 툴툴거렸다.

“효진이 마음 나도 알아. 근데, 이게 연예계 현실이란 게 뒷배도 무시 못해. 더욱이 상대는 그야말로 기남아잖아. 아니 세상에 미래 증권 조수현 회장의 조카란 말이야. 그러니 중국 공안에도 압력 넣을 수도 있는 거야.”

아무리 세상 물정 잘 모르는 배효진도 인상을 찡그렸다.

“조수현 회장님도 저도 이름 들어봤지만, 그 분조차 중국 공안을 압박 못 해요. 딱 그것만 봐도 말도 안 되는 사기잖아요. 대표님 정말 왜 이러시는 거에요. 그리고 전 이런 거 정말 싫어요. 자꾸 이러면 전 이 기획사 당장 때려치울 거에요!”

“하.”

강종훈 대표는 협박까지 하면서 나가버리는 배효진 때문에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몇몇 방송국 드라마 배역을 알아봤지만, 이상하게 모두 거절당하고 말았다.

누군가 뒤에서 압력을 넣었다.

‘그 개새끼 수작이겠지. 나이도 처먹을 만큼 먹은 놈이 이 지랄이야.’

차라리 그놈보다는 중국 공안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민호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

가장 크게 인상 받은 점은 자신의 유혹이 통하지 않았다.

계속 이러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효진이 미래를 위해서라도 내가 나서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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