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91화 (91/176)

#091

조수현 회장도 쇼킹한 이야기에 놀랐다. 일단 중국 공안 이야기부터 잘 믿을 수 없었다. 다만 조민호가 치료한 사람 중에는 중국 유명 인사가 있어서 그의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전체 내용을 잘 알 수는 없지만 그게 간단히 될 리가 없다.

그런데 천하태평인 조민호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가슴 졸였던 조수현 회장조차 이 모습에 탄복하고 말았다.

“민호야, 너 정말 대단한 녀석이다. 내가 널 너무 얕잡아 본 것 같다.”

“앞으로도 낮게 보세요. 솔직히 이제는 중국에 오가는 것도 귀찮네요.”

“알았다.”

“그리고 바이드 주식은 큰아버지가 조언한 것처럼 상장 첫날에 다 정리하세요.”

충고할 때와는 달리 조수현 회장은 펄쩍 뛰었다.

“그건 좀 그렇지 않을까.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펀드로 만들어서 이익을 볼 방법이 많아. 중국 빌딩 투자와 패키지로 엮는 것도 괜찮아. 민호 너에게도 그게 더 이익이다.”

일종의 금융 상품을 만들어서 자본을 더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나쁘지는 않지만 애초에 토마스 금고를 강탈할 목적이었던 조민호는 돈놀이에 관심 없었다.

더욱이 천이백만 달러에 사들인 주식을 그냥 던져도 이익이었다.

“그냥 정리하죠.”

“하지만......”

“아,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큰아버지 사업 도와줄 정도는 되니까요. 다만 굳이 괜히 중국 애들 이용해서 일을 크게 벌이지 마세요.”

“......그렇다면 알았다. 그리고 고맙다.”

사실 조수현 회장이 원래 하고자 했던 이야기다. 시진팡과의 일이 잘 풀리면서 류엔둥 반대 세력의 견제가 다 사라졌다.

그 덕분에 지금 상하이 부동산 추가 매입도 순조로웠다.

아니 심지어 시진팡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저장성 투자 제안도 받았다.

“가족끼리 그런 말을 하지 마세요. 그리고 큰아버지가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지만, 아버지나 동생이나 잘 챙겨주면 됩니다.”

“그래.”

그는 슬쩍 물러나면서도 정말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입을 다물고 있는 조민호 성격상 절대로 아무런 대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파악했다.

‘내 조카지만 정말 입이 무겁고, 신뢰가 가. 정말 대단한 녀석이다.’

사실 보통 사람이라면 자기 능력 자랑하고, 과장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조민호는 오히려 그것을 숨기려고 했다.

그로서는 조민호가 참으로 놀랍기만 했다.

***

국내 증권가는 아직 나스닥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일부 소수 전문가만이 이쪽을 주시했다.

최근 미국 경제 지표가 일제히 악화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하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국 경기 부양책 효과가 있을 거라고 봤지만, 미국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런 나스닥 분위기에서 바이드 상장은 누구라도 관심거리다.

미국 주식 브로커는 바이드 상장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그것은 바이드 주식 10% 지분 획득을 뒤늦게 들은 미래 증권 해외 투자 1팀장 박희관 부장 역시 비슷했다.

미래 증권 미국 사무소 실적 때문에 이 일을 간과하지 않았다.

“이사님, 절대로 안 됩니다. 이 바이드 지분 10%라면 돈보다는 앞으로 한국 고객이나 아니면 미국 고객을 위한 홍보용으로 그 가치가 엄청납니다.”

“나도 어쩔 수 없어.”

박희관 부장 역시 경영진의 소극적인 태도가 조수현 회장 조카 조민호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자 계속 따졌다.

“아니 이제 대학생 다니는 애가 주식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안다고 그냥 둡니까? 이 일을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결국 이 사실을 보고받은 김재상 비서실장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숨김없이 그대로 가이드 라인을 정해버렸다.

“이미 회사 내부적으로 결정이 난 상황이니, 더 이의를 받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포기 못 해.’

박희관 부장은 위의 압력에도 하루 이틀 가치가 아니라 장기 투자를 통해서 그 수익을 추구하는 미래 증권 비전을 내세우면서 계속 주장했다.

애초에 이 일을 검토시킨 조수현 회장도 뒤늦게 박희관 부장을 통해서 실무진의 불만을 알자 이번 바이드 주가 매각에 그들을 합류시켰다.

“직접 봐.”

***

바이드 나스닥 상장 때문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국대에 복귀하지 않은 조민호는 미래 증권 내부 분위기를 전혀 몰랐다.

조수현 회장 요청에 별생각 없이 미래 증권 본사 해외 투자팀 회의에 참석했다.

불만에 가득한 실무진은 잡아먹을 듯이 조민호를 노려봤다.

‘왜 저러지?’

조수현 회장을 비롯한 실무진 몇 사람만이 나스닥 주가 화면을 지켜봤다.

공모가는 현재 27달러였다.

장 시작과 동시에 25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실망과 탄식이 절로 나왔다.

아무래도 미국 투자자는 중국 회사에 대한 미래 가치를 높이 보지 않았다.

나스닥 브로커 역시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하면서 실망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장시작 후 불과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서 27달러를 넘어서더니, 곧바로 30달러를 가볍게 뚫어버렸다.

바이드 검색 엔진이 구골 못지않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는 일부 뉴스가 나오면서 바이드 주가는 폭발해버렸다.

40달러, 곧 바로 50달러를 뚫으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와아!”

불만이 많았던 해외 투자 1팀도 이 결과에는 함성을 내질렀다.

초조해서 냉수를 들이켜는 조수현 회장도 오른손을 번쩍 들면서 열광했다.

하지만 60달러를 돌파한 주가는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치솟아 올라서 70달러, 80달러를 돌파해버렸다.

심지어 눈 깜짝할 사이에 물량이 몰리면서 100달러까지 넘어섰다.

그런 와중에 블룸버그 기사가 나왔다.

[......검색 엔진과 중국 인구를 토대로 성장 잠재력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바이드는 향후 5년간 가파르게 성장한다. 그 근거로 과거 구골 상장 이후에......]

바이브 주가는 결국 110달러를 껑충 뛰어서 120달러를 돌파해버렸다.

아니 곧 130달러까지 돌파하자 다들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특히 박희관 부장은 상장 첫날부터 이루어지는 주가 폭등에 당황했다.

‘60달러에 횡보할 거로 생각했는데, 어이가 없어. 코스닥 잡주도 아니고, 이건 너무 심하잖아?’

이 틈에 다시 추가로 기사가 나왔다.

[......온라인 중국 검색 기업 바이드 3개월 매출이 작년 대비 무려 55% 증가한 950만 달러였고, 순이익만 무려 200만 달러를 넘었습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결국 150달러까지 돌파해버렸다.

“......”

이 믿을 수 없는 결과에 다들 침묵했다.

박희관 부장은 황당한 주가 폭등에 넋을 잃은 채 멍하니 쳐다만 봤다. 물론 몇 년 후라면 바이드 가치가 저 주가가 될 수 있지만 지금 바이드 가치는 저 정도는 아니었다.

‘이럴수가.’

다들 바이드 주가 폭등에 당황해서 다들 이성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조민호는 좀 달랐다.

“파세요.”

넋을 잃고 있던 조수현 회장조차 화들짝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응? 무, 뭐라고?”

“10% 지분을 전량 다 매각하세요.”

“민호야, 이건 내 생각인데, 조금 더 지켜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큰아버지가 그랬잖아요. 단기적으로 괜찮아 보이겠지만 중국 정부에서 공산당 정보 통제 때문에 바이드를 규제할 것이고 했습니다. 심지어 주가 상승도 하루 이틀 정도이고, 이후로는 하락을 이어간다고 그랬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조민호는 이미 중국 공안에게서 독재 정권의 성격을 본 터라 큰아버지 조수현이 한 말이 얼마나 정확한 분석인지 잘 알았다.

“매각하세요.”

“저기 내가 한 말은 어디까지나 원론적인 분석이고, 현실은 좀 달라......”

“지금 다 정리하세요.”

결국 조민호 앞에 다가가서 양어깨를 붙잡고 설득했다.

“나도 사람인데, 실수할 수 있다. 그 말은 내가 잘못 판단했다. 그러니 너도 내 말을......”

“아니면 제가 직접 팔겠습니다.”

“하아.”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박희관 팀장을 비롯한 직원은 다들 일방적인 두 사람 대화를 들으면서 눈동자만 도르르 굴렸다.

두 사람 행동을 보고서야 자신이 잘못 알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민호는 단순한 재벌 3세가 아니라 실권을 다 쥐고 있었다.

굳은 얼굴을 한 조민호는 냉정하게 말했다.

“큰아버지, 마지막 경고입니다.”

“알았다. 알았어. 아, 그 녀석 참.”

손수건을 꺼내서 식은땀을 흘리는 조수현 회장은 힐끗 실무진을 쳐다보았다.

심지어 원격 통화로 미래 증권 뉴욕 사무소에서 대기하는 담당자 역시 침묵했다.

“자, 지금부터 모든 바이드 주식을 다 매각한다. 질문을 받지 않는다!”

“회, 화장님, 그건 너무 성급한......”

“팔아!!!”

“아, 알겠습니다.”

***

몇 사람은 조수현 회장에게 다가가서 조민호 눈치를 보면서 설득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조수현 회장은 조카이기 이전에 지분 소유주인 조민호 요청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결국 바이드 주식 10% 지분 공개 매각은 차분하게 진행되었다.

미래 증권 직원은 정신없이 움직이면서도 계속 두 사람 눈치를 살폈다.

흥미로운 사실은 계속 주식을 야금야금 팔기 시작하면서 130달러에서 더 이상 주가는 오르지 않았다.

아니 심지어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 하락폭은 60%를 팔았을 때부터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80달러까지 주르르 밀려서 주저 않았다.

나머지 30%는 야금야금 던졌다.

하지만 결국 바이드 주가는 50달러까지 폭락해버렸다.

“......흠.”

‘정말 자신들을 잘 모르나 보군.’

얼핏 생각하면 장난같이 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강종훈 대표 특성에 대해서 고민하는 중에 깨달은 것은 보통 사람 역시 똑같이 적용된다.

차이가 있다면 많으냐, 적으냐다.

이곳 회의실에 모인 이들은 모두 주식 전문가다. 그들 특성 역시 강종훈 대표에 비하면 약하지만, 감정에 따라서 선천지기가 변한다.

기대 심리가 강할 때는 양기가, 약할 때는 음기가 넘쳐난다.

그것이 하나의 팀 시너지를 이룬다.

주가가 130달러를 향해서 오를 때 점멸등처럼 그들 양기는 하나둘씩 음기로 변해갔고, 130달러가 되자 그들 특성은 놀랍게도 모두 음기로 변했다.

조민호는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주식 전문가의 특성값이 모두 음기로 변한 것을 보고 매각 결정을 내렸다.

‘감정도 결국 정신 스탯을 이루는 구성 성분 중에 하나이니, 당연한 결과야.’

원격 통화 스피커를 통해서 뉴욕 미래 사무소는 난리가 났다.

그들은 뒤늦게 자신이 바이드 주가를 폭락시켰다는 것을 알자 다들 식은땀을 흘렸다.

웃기는 것은 그다음에 나온 기사다.

[......향후 3년간 중국 정부가 인터넷 통제를 기존보다 더욱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주가는 30달러까지 추락했다가 가까스로 40달러를 넘어섰다.

그 다음에는 주가가 횡보해버렸다.

조민호는 꽤 만족한 얼굴을 한 채 조수현 회장에게 말했다.

“전 이만 가볼게요. 나중에 다 정산해서 실제 수익만 통보해주세요. 나머지 세금이나 수수료는 알아서 다 하시고요.”

그리고 한 마디를 더 남겼다.

“주식 투자 잘 배우고 갑니다.”

“......”

조수현 회장은 바람처럼 사라지는 조민호를 잡을 생각조차 못한 채 바이드 주가 43달러를 힐끗 다시 쳐다보았다.

슬그머니 실무진에게 다가가서 평균 매각 가격을 확인하고는 혀를 내둘렀다.

‘도대체 하루에 얼마를 번 거야? 정말 기가 막히네.’

단 하루에 주가 차액으로 몇억 달러 이익을 더 본 것이다.

실제로 옆에 실무진은 다들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침묵했고, 특히 박희관 부장은 좀비처럼 창백한 안색을 한 채 멍하니 모니터만 쳐다보았다.

뒤늦게야 조수현 회장 조카 조민호가 그저 말뿐인 제벌 3세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들이 뒤늦게 모든 사람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폭풍우를 헤쳐나가는 선장처럼 단호하게 주식 전량을 매각한 조민호 모습을 떠올리면서 새삼 경악했다.

그것은 그들에게 전설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걸까?’

스피커폰을 통해서 뉴욕 사무소에서도 ‘미다스의 손’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조민호가 딱 자신이 충고한 조언대로 행동했다는 것을 잘 아는 조수현 회장은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툴툴거렸다.

‘민호야, 그래, 내가 졌다, 졌어.’

누구보다 자신이 한 조언이 원론적이라는 것을 그 자신이 잘 안다.

그런데 그렇다고 폭등하는 주가를 보고 그렇게 단호하게 결정 내리는 것은 그 자신도 쉽지 않았다.

‘단순한 걸까? 아니면 정말 현명해서 주가를 예측한 걸까? 그것도 아니면 초심자의 운일까? 후유, 아무래도 철영이랑 상의 좀 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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