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6
오성 바이오 부작용 때문에 회사에 너무 많이 손실 냈는데, 지금 본사 분위기가 최악이기에 일부만 손해를 메꾸면 크게 질책받지는 않았다.
자존심도 상하지만 다시 리엔홍과 약속을 잡았는데, 이번에는 항저우에 있는 또 다른 클럽이었다.
관시 때문에 이미 접대는 익숙해서 큰 부담 없이 클럽을 방문했다.
리엔홍은 이미 늘씬한 미인 몇 사람을 데리고 룸에서 즐겼다.
파티에 참석한 다른 사람은 모두 리엔홍 초대를 받았다.
토마스는 가볍게 인사하면서 평소라면 한 사람이라도 알아둬야 하지만 오늘은 그들 신분을 듣지 않은 채 리엔홍에게 이야기했다.
“긴히 할 이야기가......”
“꽤 예쁘지 않습니까. 이번 항저우 지역 미인 대회에서 입상한 양양입니다.”
곧이어서 소개가 이어졌다.
양양은 미녀 대회 입상자답게 흔히 볼 수 있는 미인은 아니었다. 특히 눈이 커서 남자의 시선을 절로 끌어모았다.
초대받은 다른 사람이 좌석에 앉으면서 토마스도 사업 문제를 꺼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나?’
옆에 앉은 양양을 힐끗 쳐다보자 근심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흠.’
그리고 술이 나오고 분위기는 점점 강물처럼 부드럽게 흘러갔다.
격정적인 웃음소리가 이어지면서 이 모임에 참석한 여자가 애교를 떨었다.
천박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토마스도 파티를 즐겼는데, 자기 술에 뭔가 타는 것을 봤지만 이미 순도가 높은 북한산 마약이라는 것을 아는 터라 신경 쓰지 않았다.
토마스는 분위기에 취해서 곧 조금씩 이성을 잃어갔다.
덕분에 전화를 받은 리엔홍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는 것을 봐도 고개를 갸웃했다.
리엔홍은 다급하게 화장실이 급하다는 이야기만 하고 빠져나갔다.
몇몇 다른 사람 역시 리엔홍 뒤를 따라서 허겁지겁 뛰어나갔다.
아직 여전히 파티를 즐기는 사람이 남아 있었지만,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었다.
이제 마약에 취한 이들은 남녀끼리 서로 끌어안으면서 열기를 더 끌어올렸다.
쾅 소리와 함께 닫혀 있는 룸 문이 부서졌다.
정체불명의 남자가 우르르 몰려와서 그들을 일일이 끌어냈다.
그들 중에 한 사람이 술자리 한쪽에 놓인 마약을 발견하자 곧 분위기가 바뀌었다.
술에 취한 토마스는 안개처럼 흐릿한 광경에 고개를 갸웃하면서 억지로 정신을 차리려고 하다가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고 정신을 잃어버렸다.
***
중국 공안의 악명은 꽤 알려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토마스 역시 그저 가끔 아는 지인 통해서 중국 공안이 무자비하다는 것을 들었다.
따라서 자신이 그 공안에 체포되었다는 것까지 알지 못했다.
깨어났을 때 잠금장치가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그 앞에는 조사관 세 사람이 맞은편 의자에 앉은 채 그를 쳐다보았다.
“이곳은 어디.....”
뒤늦게 발견한 것은 손목에 두르고 있는 전선이다.
전깃줄이 칭칭 감겨 있는 전기봉을 가슴 안으로 집어넣었다.
“으아악!”
살이 타는 냄새가 나면서 그 끔찍한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다음에 이어진 것은 일방적인 몽둥이세례다.
두 사람이 돌아가면서 방망이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온몸 이 부서지는 고통을 느낀 토마스는 계속 비명을 내지르면서 살려달라고 빌었다.
조사관은 간간히 자신이 마약을 복용한 것을 인정했냐고 질문했다.
“해, 했습니다. 마약 먹었습니다!”
하지만 전기 고문은 계속 이어졌다.
심지어 얼굴을 향해서 휘두른 방망이 때문에 치아 3개가 부러졌다. 그 무지막지한 고문은 그야말로 끝도 없이 이어졌다.
토마스는 이 지옥에서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가득 찼을 때 고문이 멈추었다.
“토마스씨, 당신이 마약을 복용한 것을 인정하나?”
“그, 그렇습니다. 전 마약을 복용했습니다. 제 죄를 인정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우리 법에 따르면 마약 사범은 사형이다.”
“네?!”
죽는다는 말에 겨우 정신을 차린 토마스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만 뒤늦게 이곳이 중국이라는 것을 깨닫자 공포에 질렸다.
‘마, 맙소사, 크, 큰일이다!’
솔직히 중국 공안이 얼마나 무자비한지는 잘 알았지만, 자신이 미국인이라는 것을 내세운다면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마약 사범은 이야기가 전혀 달랐다.
더욱이 증거도 명확했고, 심지어 자백했다.
“제,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해드리겠습니다.”
조사관은 잠깐 침묵했다가 불쑥 입을 열었다.
“당신이 가진 바이드 지분 10%를 천이백만 달러에 넘긴다면 용서해줄 수 있다.”
“네? 으, 으아악.....”
다시 이어지는 고문.
허벅지 살이 타들어 가는 그 끔찍한 고통에 토마스는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
그 지옥 같은 고문은 시간이 흘러도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결국 잠깐 고문을 멈춘 순간에 처절하게 소리쳤다.
“매각하겠습니다. 제 지분 다 넘기겠습니다. 제,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그리고 고문이 멈추었다.
“약속을 꼭 지키기 바란다.”
***
중국 공안의 고문은 꽤 악명이 자자하다. 특히 중국 공산당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가 걸리면 그 고문은 상상을 초월한다.
열흘 동안 잠 안 재우기 고문도 한 예이다.
조민호도 중국 공안에 대해서 익히 파악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다.
매캐한 냄새가 나는 통로를 따라서 걸으면서 새삼 중국 공안이 얼마나 독한지 깨달았다.
다만 무림에 있을 때 경험과 비교하면 지금 이곳은 가소롭다.
“너희는 청소도 안 하냐?”
“죄송합니다.”
감정 없는 로봇 같은 두칭리는 말없이 고개만 숙였다.
복도마다 검은 커튼이 처져 있어서 그 안을 볼 수는 없었다.
그 너머로 간헐적으로 비명이 계속 밖으로 흘러나왔다.
조민호를 안내하는 장멘호는 두칭리 지시에 따라서 일단 이들을 안내했지만, 설마 두칭리가 조민호를 이곳까지 안내할지는 몰랐다.
손수건까지 꺼내서 코를 막은 조민호는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마치 관광하러 나온 관광객처럼 여유가 넘쳐흘렀다.
“다른 것은 다 그렇다 쳐도 통로에 냄새는 좀 지우자.”
두칭리는 자연스럽게 몸을 숙였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그의 손짓을 받은 공안 몇 사람이 후다닥 밖으로 튀어 나갔다. 다른 이들은 청소 공구를 가져와서 복도와 벽을 쓸고, 닦았다.
“......”
장멘호는 두 눈을 도르르 굴리면서 도대체 조민호가 누구인지 생각했다.
조민호는 쥐새끼같이 생긴 장멘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뭘 봐?”
“네?”
“눈깔아.”
“아, 알겠습니다.”
차가운 두칭리 눈길을 접하자 절로 고개를 숙였다. 한국에서 있던 일 때문에 처벌받았다고 소문난 두칭리는 끝났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다시 부활한 두칭리는 과거의 그와는 완벽히 달라졌다.
아니 지난주 이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제는 쳐다보는 것만으로 그 기백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차라리 처벌받기 전이 훨씬 나았어.’
새로운 태어난 두칭리가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 숭앙하는 조민호를 힐끗 쳐다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빠졌다.
조민호가 목소리를 높였다.
“야아!”
“네? 넵!”
장멘호가 조민호 한 마디에 비 맞은 강아지가 되어서 물러나자 안에서 나오던 조사관 세 사람과 다른 고문관 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서 통로에 쭉 늘어섰다.
조민호는 그들에게서 이미 요청해둔 서류를 받아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안으로 들어섰다.
***
토마스는 완전히 반쯤 시체가 되어서 의자에 축 늘어진 채 침을 질질 흘렸다.
몸 이곳저곳은 화상으로 생긴 고름이 흘러나왔다.
얼굴은 퉁퉁 부어올라서 그 자신이 아는 토마스인지 분간이 잘되지 않았다.
“사람 아주 작살 내 버렸군.”
두칭리가 후다닥 뛰어와서 조민호에게 다시 몸을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제대로 지시를 못 해서.....”
“아니 됐다.”
조민호가 손짓하자 두칭리는 전광석화처럼 후다닥 일어나서 다시 한 쪽에 시립했다.
지켜보는 장멘호를 비롯한 다른 이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조민호는 두칭리에게 지시해서 가져온 의자에 떡 앉은 채 책상 앞에 두 다리를 꼬았다.
“이봐, 토마스.”
“잘, 못 했, 쉽, 미다. 쥔, 분을, 다, 너, 기,김게습니다. 쉴려만, 쥐,쉽,시오.”
다시 두칭리를 갈구었다.
“아니 말을 할 수 있도록 해 놔야 할 것 아냐?”
장멘호가 뒤늦게 후다닥 조민호 앞에 뛰어가서 조아렸다.
“그, 그게 제가 지시를 받은 것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분 매각 서명만 받으.....”
하지만 그는 제대로 말을 끝내기도 전에 조민호가 휘두른 일장을 명치 부근에 위치한 음도를 가볍게 쳤다.
손길 자체는 별다른 힘이 없었지만 그 안에 스며든 것은 임시로 만든 혼원기다. 그 혼원기는 음도를 타고 흘러들어 가서 족소음신경 경맥을 뒤흔들었다.
그 기운은 각 경맥을 파고들면서 오장 육부에 충격을 주었다.
장멘호는 외부 충격을 크게 받지 않았지만 5톤 트럭과 정면에서 충돌한 후에 느낄 수 있는 무시무시한 고통에 뒤로 벌렁 나뒹굴었다.
내장 일부가 충격을 받아서 결국 토혈까지 하면서 바닥을 굴렀다.
조사실은 고요했다.
그 무서운 침묵에 다들 바들바들 떨면서 제자리에 가까스로 서 있었다.
조민호는 뭔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지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는 장멘호를 힐끗 쳐다보았다.
“어이!”
“크, 코, 콜록, 네, 넵!”
장멘호는 피를 토하면서도 몸의 균형을 바로 잡으려고 노력했다.
“새끼가 정말 또 눈깔 굴려?”
“아, 아닙니다.”
장멘호는 죽을 다해서 몸을 세웠지만 가까스로 버텼다. 그저 달랑 한 대만 맞았는데, 과거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 그 고통은 더 끔찍했다.
조민호는 그저 서 있기만 했는데, 그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우연히 스치듯이 본 조민호 눈은 마치 지옥의 마인처럼 하얀 광채를 발했다.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도 자신의 몸은 산산조각이 나서 어육으로 변할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조민호는 그 태도가 마음에 드는지 힐끗 다른 이들의 선천지기를 꼼꼼하게 살폈다.
이미 만약을 위해서 확실히 손을 썼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이 주먹이 의외로 효과가 좋다. 더욱이 단순한 폭력 같아도 경맥을 타고 흘러가서 대뇌를 직접 자극한다.
내가 중수법 중에 비슷한 방법이 있지만, 그것과는 격이 전혀 다른 수법이다. 혼원기 자체가 상대의 선천지기 자체를 깨트려서 오장 육부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딱히 문제 일으킬 놈은 더 없군.’
굳이 시간을 내서 이곳 공안 고문실을 직접 찾은 이유다.
최근에 느낀 것이지만 감정도 선천지기에 영향을 준다.
특히 증오와 같은 감정은 다른 감정에 비해서 유독 선천지기에 뚜렷한 변화를 준다. 장멘호 선천지기 잠재력 일부가 그와 비슷했다.
한 대 맞고 나자 물론 곧 바뀌었다.
치료라면 치료였다.
아니 구타를 빙자한 교육이다.
“다들 나가 있어!”
“네!”
조민호는 다시 토마스에게 이런저런 몇 가지 질문해보았다.
특히 박상철 과장과 관련된 질문이다.
하지만 역시 아는 것은 별로 없었다.
토마스는 지금까지 박상철 과장을 장기 말로 이용했는데, 특히 불법적인 일에 대한 처리를 모두 박상철 과장에게 넘겼다.
이미 고문과 마약 때문에 맛이 반쯤 간 토마스에게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질문했다.
“너에게 따로 지시 내리는 놈은 없어?”
토마스는 계속 말을 심하게 더듬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제 상사라면 필립 이사입니다.”
“그래.”
“혹시 박상철 과장 그놈이 따로 만나는 사람은 있어?”
“워낙에 많은 사람을 관리해서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끔 이상한 이를 만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흠.”
‘응? 넌 아니었어?’
그도 사람을 고용해서 죄 없는 사람을 두들겨 패고, 납치해서 고문까지 해서 투자 지분을 강탈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떨쳐버렸다.
‘악독한 중국 공안놈들.’
잠깐 토마스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조사실에서 나갔다.
‘젠장맞을 죽어버린 박상철 과장 이놈의 배후가 따로 있을 수도 있구나. 이거 혹시 앨리엇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 결국, 그 필립 이사란 놈까지 확인해봐야 하나?’
그나마 지인이 있는 중국과는 달리 아직 전혀 인맥이 없는 미국을 뒤지는 것을 상상한 조민호는 머리가 지끈했다.
더욱이 필립 이사가 퍽치기 일에 연루되었다고 확신도 못하는 상황에서 차라리 로버트 힐 대사에게 부탁할까 고민했다.
‘그나저나 시진팡이라는 이 양반은 왜 연락이 없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