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85화 (85/176)

#085

조민호도 두칭리의 바뀐 태도를 인정했다. 그 자신의 특성 자체를 바꿀 정도로 가혹한 노력을 한 것은 가볍게 볼 일은 아니었다.

다만 옆에서 지켜보는 제삼자는 좀 달랐다.

일단 공항을 오가던 여행객은 다들 영화라도 찍나 싶어서 구경하기 바빴다.

한쪽에서 대기한 공안은 다들 입을 딱 벌린 채 경악했다.

그들은 불과 10분 전까지만 해도 공포로 군림하던 그 포악한 두칭리가 저런 모습을 취한다는 것을 꿈에서도 보지 못했다.

저장성의 그 어떤 고위 관료에게도 당당한 그 두칭리였기 때문이다.

“......”

조민호와 동행한 두 사람 역시 창백한 얼굴을 한 채 이 미친 쇼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상대는 아무리 봐도 멀쩡한 사람 정도가 아니라 그 악명이 자자한 중국 공안의 책임자였다.

조민호도 뒤늦게 소란한 주변을 보자 두칭리에게 소리쳤다.

“안내해.”

“네.”

바로 일어난 두칭리는 조심스럽게 조민호를 안내해주었다. 그의 신호를 받은 공안은 우르르 몰려와서 조민호 주변에 자리 잡았다.

“......”

이제까지 멋모르고 무시한 두 사람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킨 채 조민호 뒤를 조심스럽게 따랐다.

‘최 차장, 이 미친 양반은 도대체 누구를 우리에게 소개해준 거야?!’

물론 두 사람은 기다리고 있는 리무진에 탑승하는 조민호 뒤를 따르려고 하다가 저지당했다. 울상을 한 채 결국 강압적인 두칭리 태도에 뒤에 있는 다른 후진 승용차에 탔다.

‘제길.’

***

조민호는 굳이 예약한 호텔이 아니라, 두칭리가 미리 준비해둔 호텔에 도착했다.

자세한 질문을 하기도 전에 두칭리는 알아서 시진팡 당서기의 연락을 받고 자신이 이곳에 나타난 것을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시진팡은 급한 기념식 행사 때문에 공항에 나갈 수가 없었다.

“미리 연락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니다.”

조민호 역시 이곳에서 토마스 행적을 어떻게 알아봐야 할까 고민 중이었다. 원래는 김원준 과장과 안면이 있는 중국 지인 통해서 안내받으려고 했다.

앞에 조용히 서 있는 두칭리를 보자 생각을 바꾸었다.

중국에 오기 전에 특히 앞으로 중국 정부가 자신을 적대했을 때 가능하면 자신을 도와줄 아군에 대해서 고민했다.

‘이 친구라면 적임자일까?’

“이리 와봐.”

마치 세뇌라도 당한 사람처럼 두칭리는 조용히 조민호 앞에 와서 무릎을 꿇었다.

조민호는 말없이 고개만 숙인 두칭리를 보면서 과거 제대로 된 스승에게서 배운 명문가 후계의 향기를 느끼면서 혀를 내둘렀다.

굳이 개인적인 사문 내력을 묻지 않은 채 선천지기 잠재력만 살폈다. 오염된 기가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이전과는 달리 지금 상태 봐서는 굳이 뒤통수 칠 상태는 아냐. 그렇다고 믿기는 곤란하고, 역시 보험은 필요하겠어.’

백회혈을 가볍게 잡았다.

두칭리는 움찔 몸을 떨었지만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

“절대로 입을 열지도 말고, 움직이지 마라!”

“아, 알겠습니다.”

조민호 손끝에서 피어오른 혼원기는 은은한 빛을 발하면서 백회혈을 통해서 족태양방광경 경맥을 따라서 흘러갔다.

워낙에 작은 기운이라서 막힌 경혈을 뚫지는 않았다.

두칭리 선천지기와 같은 특성 혼원기가 물 흐르듯이 흐르면서 파고들었다.

족소양담경의 곡빈, 솔곡을 따라서 쭉 내려가면서 뇌호혈에서 잠깐 멈추었다.

그 자리에서 잠깐 멈춘 후에 뇌 경락을 따라서 퍼져 나갔다.

그 기운은 아직도 남아 있는 오염된 기를 조금씩 체외로 배출했다.

나머지 경맥을 돌아서 흐르면서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역시 과거보다는 수월해.’

특히 줄기세포를 이용한 경험을 한 후에는 선천지기 흐름이 막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방식은 경맥을 뚫거나 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마치 상투압처럼 선천지기 속으로 퍼트리는 방식이었다.

두칭리 몸속에 녹아서 잠재력으로 남아 있는 기운이 마치 얼음이 녹아서 물이 흐르듯이 경맥을 따라서 흘렀다.

시간이 갈수록 녹아내린 후천지기 잠재력은 자연스럽게 후천지기로 변했다.

조민호는 그 흐름을 계속해서 돌리면서 다시 백회혈 쪽으로 돌려서 김미애 기자에게 사용했던 방식을 응용했다.

‘성공이군.’

조민호도 후천지기 잠재력을 녹일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신 이 테스트 전제조건은 후천지기 잠재력도 높아야 하고, 후천지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필수적인 조건은 조민호에게 반감을 품거나,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후천지기 특성과 정신 특성이 어느 정도 일치해야 가능했다.

‘마치 내 사도 같군.’

조민호는 손을 떼면서 서문 노사에게서 배운 청운심범에 빠진 두칭리를 힐끗 쳐다보았다.

‘조잡한 심법이군. 저런 걸로 저 정도까지 단련하다니, 신기해. 거기까지 내가 알바는 아니지. 그나저나......근골 자체는 나쁘지 않아. 삐뚤어진 심성 때문에 망가지기는 했지만 그 바탕도 괜찮아.’

두칭리에게서 느껴지는 익숙한 자신의 희미한 선천지기 기운을 느꼈다.

‘늘어난 후천지기는 대략 5정도인가? 합치면 후천지기가 총 10이라. 너무 키워주는 것이 아닐까?’

어차피 두칭리 그 자신이 혹독한 수련과정에 몸에 축적된 기운이다. 상당한 시간이 흐르면 결국 다 얻게 되는 것이다.

조민호가 한 것은 그 과정을 인위적으로 단축했을 뿐이다. 사실 실패했다면 꽤 안 좋은 꼴을 당할 수도 있다. 재수 없으면 경맥이 꼬여서 불구가 된다든지 하는 거다.

‘굳이 그런 진실까지 알 필요는 없겠지?’

***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보복한 채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는 두칭리 얼굴에는 믿기 어려운 경이감이 가득했다. 그 역시 나름 수련을 통해서 성과를 얻었다.

지금 상태에 경악했다. 조민호는 단순히 자기 머리에 손을 얹기만 했다. 고작 그 동작만으로 두칭리 자신이 수련한 것과 비슷한 기운을 얻게 하였다.

하지만 조민호는 냉랭했다.

“거래일 뿐이다.”

두칭리는 상체를 바닥에 조아리면서 고개를 숙였다.

“신명을 다 바치겠습니다.”

‘역시 예상대로군.’

이미 김미애를 통해서 실험했던 방식과 줄기 세포 치료할 때 얻을 깨달음을 섞어서 사용했다.

그 방식이 실패할 리가 없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마치 영혼의 계약처럼 그 낙인이 계속 남는다. 이런저런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확실한 점 한 가지가 있다면 조민호를 배신하지는 못한다.

“뭐 네 마음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어. 굳이 내 스승에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괜한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으니까.”

“네.”

그는 이미 최영준 차장에게 받은 토마스 사진과 자료를 내밀었다.

“대충 짐작하겠지만, 이곳 저장성에 온 토마스란 친구의 행적을 찾아와라. 가능하면 많은 정보면 좋겠다. 물론 굳이 공안에 알리지는 마.”

“알겠습니다.”

두칭리는 곧바로 일어난 후에 조용히 룸을 빠져나갔다.

조민호는 꽤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네.’

문득 저렇게 마음에 드는 사도 숫자를 늘릴까 하다가 곧 입맛을 다셨다. 이런저런 현실적인 문제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저런 자질 가진 친구여야 이렇게 쉽게 가능하지. 보통 사람은 어림도 없어. 아니면 내 선천지기를 무리하게 사용해야 하는데, 그건 더 어렵고.’

***

업그레이드된 두칭리는 이전보다 더 압도적인 힘을 발휘했고, 그 밑에 있는 자기 부하들을 더욱 강력하게 압박해서 토마스 행적을 쉽게 찾아냈다.

토마스는 조수현 회장 예상처럼 이곳 저장성에 과거 투자한 IT 기업 때문에 방문했다.

그 기업이 바로 온라인 검색업체 바이드였다.

이 회사 사장 리엔홍은 최근 바이드 나스닥 상장 때문에 정신이 없었는데, 검색 엔진에 뉴스 서비스를 더하기 위해서 관련 업체를 찾았다.

해당 업체를 인수해서 검색엔진과 뉴스 콘텐츠를 합칠 생각이었다.

토마스는 당장 사정이 급해서 바이드 초창기에 1,000만 달러를 투자해서 확보한 10% 지분을 리엔홍에게 매각할 계획이었다.

실제로 두 사람은 한 호텔에서 만나서 협상을 나누었는데, 매각 대금 문제 때문에 그 자리에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

조민호는 검색 엔진과 같은 기업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터라 큰아버지 조수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이드면 괜찮을 거다. 검색 엔진은 이미 미국에서도 뜨거워. 나스닥 상장 이야기는 들었는데, 투자하기에는 너무 늦었어.]

[괜찮은 아이템이라면서요?]

[그거야 나스닥 상장 후에 괜찮지. 그때는 아무래도 프리미엄이 있으니, 3~4배는 오를 거다. 그런데 과연 미국 구굴이나 아후와 경쟁해서 이길 수가 있을까? 난 부정적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여러 위험 요인이 있나 보군요.]

[중국의 폐쇄성 때문에 구굴하고 경쟁해서 이기기 어렵다. 다만 중국 정부가 구굴 서비스에 제동을 건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어. 그건 아무도 알 수가 없어.]

[결국, 상장 초창기 이익은 짭짤하다는 점 외에는 별것 없군요.]

[그건 수익이 엄청나. 지금도 지분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중박은 먹어.]

[고맙습니다.]

[그런 이야기는 마. 그런데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묻는 거냐?]

[나중에 이야기 드리죠. 혹시 모르니, 지분 매각하고 남은 1,200억은 언제라도 쓸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래. 그런데 지금은 바이드 지분을 얻기 어려울 거다. 뻔히 이익이 다 보이는데, 그걸 팔 정신 나간 사람은 없을 거다.]

[정신 좀 나가면 팔겠죠.]

[뭐?]

[아닙니다. 제가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조민호는 두칭리가 조사해온 자료를 꼼꼼하게 살피다가 흥미로운 사진을 발견하자 곧 바로 두칭리를 다시 호출했다.

“이 마약 사진은 뭐냐?”

“파티 사진입니다.”

“혹시 사교 모임 그런 건가?”

“네. 저장성 내에 고위 관료를 비롯한 몇몇 기업, 심지어 부동산 거부까지 같이하는 파티입니다.”

“일종의 관시인가?”

“맞습니다.”

성접대를 포함해서 이루어지는 접대다.

“마약 사범은 사형 맞지?”

“네.”

조민호는 잠깐 생각에 빠졌지만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먹기 좋도록 깔끔하게 차려진 요리를 그냥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아직도 곤혹스러운 두칭리 얼굴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내가 그쪽을 건드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토마스 이 친구 혼자라면 상관없잖아.”

“그건 그렇습니다.”

“적당히 토마스 일행 몇 사람만 남았을 때 이놈을 덮칠 수 있지? 공안 흉내가 아니라, 공안으로 말이다.”

“......네?”

“넌 공안이잖아. 그러니 공안 신분으로 이놈을 마약 사범으로 잡는 거야. 대신에 외부에 정보가 새지 않도록 하는 거다.”

“그건 가능합니다만......”

“그리고 놈을 협박해서 이 바이드 지분 10%를 거래해. 초기 투자 금액이 천만 달러라고 했으니, 천이백만 달러에 넘기거나, 아니면 마약 사범으로 사형 처벌받던지 선택하라고 해. 대신에 부패한 공안이 나눠서 먹는 식으로 처리하는 거야. 가능하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강도질이 아니잖아. 약간 싼 값에 사는 것뿐이야. 자기 목숨을 구해줬는데, 시비를 걸겠어? 혹시라도 문제 될 수 있다면 시진팡 당서기에 양해를 구해.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알겠습니다.”

머리가 좋은 두칭리도 조민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리가 없다. 시진팡 당서기 역시 이 정도 일 정도는 허락할 것이다.

조민호는 다시 큰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서 천이백만 달러로 바이드 10% 지분 매입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흥분한 큰아버지 이야기를 대충 듣고 곧 전화를 끊었다.

‘결국 바이드 지분마저 박살 나면, 또 다른 구덩이를 파겠지. 과연 여우굴이 어디까지 있을까. 솔직히 이젠 나도 궁금하다.’

***

토마스도 예상치 못한 리엔홍의 배짱에 눈살을 절로 찌푸렸다.

지금 10% 지분을 얻는다면 앞으로 경영권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금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정말 돈이 없다면 그렇게 화려한 파티를 할 여력이 없다.

본인은 공산당 고위 간부에게 어쩔 수 없이 향락을 제공한다는 말도 믿지 않았다.

‘젠장 시간만 넉넉하면 다른 투자자를 찾을 텐데, 어쩌지.’

현재 제안한 가격은 2억 달러를 불렀다. 투자 대비 딱 20배 수익이지만 나스닥 상장만 한다면 최소한 그 두 배, 아니 그 이상 수익이 나올 것이다.

사실 이 투자도 운이 좋아서이거나, 아니면 보는 안목이 있어서가 아니다.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뿐이었다.

‘차라리 회사를 그만둘까?’

하지만 토마스는 곧 자기 회사의 잔혹성을 떠올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맞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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