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84화 (84/176)

#084

“정말 민호 오빠가 오성 바이오 사태를 뒤에서 부추겨서 그 난리를 친 배후자야?”

조수현 회장은 기침했다.

“?”

조민호는 힐끗 기침하는 조수현 회장을 쳐다보았다.

조수현 회장은 민망한 듯 툴툴거렸다.

“지 마음대로 소설을 쓴 거다. 후유, 아니라고 말을 해도 자기 마음대로야.”

“아빠도 좀 생각을 해봐요. 민호 오빠가 치료에 특화된 능력이 있잖아요. 오성 바이오 사태와 결부시켜보면 딱 답이 나오죠.”

“아냐.”

“에이, 우리끼리 왜 그래?”

막 밀어붙이는 조지연 행동에 혀를 내두르면서 토마스 일을 고민했다.

조수현 회장은 뜨거운 미역국을 후르르 마시면서 그 모습을 봤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 거냐?”

“아, 고민 중인 일이 있어서요.”

그도 김지수를 떠올리면서 슬쩍 질문했다.

“여자 친구 문제냐?”

“아뇨.”

그는 이미 큰아버지에게 부탁하려고 했던 터라 기회가 오자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중국 저장성의 IT 기업에 대해서 알고 싶은데, 그쪽은 잘 몰라서요.”

조수현 회장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곧 인상을 찡그렸다.

“중국 저장성의 IT 기업이라......”

“잘 아세요?”

닭고기를 꿀꺽 삼킨 조철영이 불쑥 끼어들었다.

“형은 뭘 그렇게 뺍니까. 중국 측에서 부탁한 사람 중에 저장성 관련 고위층 인물도 있다고 하면 될 것 아닙니까.”

“철영아, 그만 해라.”

조철영도 솔직히 아직 조민호가 잘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늘 찾아오는 사람마다 조민호 이야기를 들었기에 툴툴거렸다.

“딱히 마음이 없는 소리 마. 민호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잖아. 가족끼리 굳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조민호는 금방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중국 측에서 제안이 많이 들어오나 보군요.”

“그게......”

조민호는 자신이 류엔둥 손녀 리핑 혈관염을 치료해준 것을 떠올렸다. 지금쯤이면 입소문이 돌아서 이쪽저쪽에 소문났으니, 의뢰를 청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저장성 역시 마찬가지다.

“말씀해보세요.”

“나도 환자 한두 명 정도는 너에게 부담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말할까 망설였다.”

대충 분위기를 파악한 그도 어차피 저장성 쪽에 손을 쓰려면 사람이 필요했다.

“차라리 잘됐네요.”

“너만 좋다면 상관이 없다만 문제는 발달장애 환자인데, 가능하겠냐?”

안 그래도 그 질환 때문에 이것저것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그 질환은 예습 좀 했습니다.”

두 사람은 뜻밖에 호들갑을 떨었다. 생각보다는 압력이 심했던 것 같았다.

그 과정에서 저장성 IT 기업에 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특히 알리바바같은 기업의 성장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런 종류의 기업은......”

조민호도 묵묵히 설명을 들으면서 토마스 문제를 다시 떠올렸다.

‘도대체 그놈이 중국 저장성에서 뭘 하는 걸까?’

***

조민호가 굳이 토마스를 추적하려고 중국에 가려한 것은 단순히 토마스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차피 중국에서 전생의 기억이 진실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때문에 중국 여행을 주말을 포함해서 14일 정도 일정을 잡았다.

어차피 4학년 1학기에 듣는 과목은 별로 없었고, 졸업반을 위한 담당 교수 편의 덕분에 출석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친구 박진민에게 미리 이야기했다.

“갑자기 왜 중국이야?”

“개인적인 일이다.”

“대리 출석은 어렵지 않아. 요령껏 챙겨주마. 그런데 중국이 워낙에 소문이 흉흉하잖아. 공산주의 국가는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지 않아?”

“아, 그거.”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다. 전생 기준으로 중국을 생각했다. 비록 개혁이 진행 중이라고 해도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란 정체성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아니 좀 더 그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이것저것 몇 가지 문제를 떠올렸다.

“난 말이다. 그놈의 빨갱이는 싫더라. 그놈의 공산당 이념을 가진 놈들이 언제 뒤통수칠지 누가 알아? 가능하면 중국 지인이 있더라도 거리를 둬.”

“생각해 보마.”

“진지하게 고민해라. 우리 대학 총학생회에도 주체사상에 젖은 놈들이 있는데, 가끔 이야기하다보면 섬뜩해. 챙길 것은 챙기는데, 자기 사상과 다르다고 생각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사람들이 알잖아?”

“사람 많은 곳에서 겉으로는 예의 바른 척하는데, 자기와 노선이 다르다고 생각하면 뒤에서 단호하게 칼을 꽂아서 매장시켜 버려.”

“......참고하마.”

***

조민호도 솔직히 권력이나 공산주의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에 박상철 과장 배후를 추적하는 중에 나온 앨리엇에만 관심을 가졌다.

다만 앨리엇을 때려잡는 수단으로 검찰청 검사를 이용했다.

현 정권의 문제를 포함해서 주변 상황에 대해서는 아예 끼어들지 않았다. 이미 무림에 있을 때 권력집단이 가지는 속성을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최근 김정환 검사에게서 승진 이야기를 비롯한 수사가 계속 지진 부진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직 그 위선이 민정수석실이라서 쉽게 간섭하지 않았다.

실제로 김정환 부장검사도 이런 권력형 게이트 사건은 여론이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토로했다.

막상 지금까지 치료한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봤다.

중국 쪽의 류엔둥이 대표적인데, 리핑 회복 후에는 정말 잘 나간다.

지금까지는 좋았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운이 따라갈까.

‘만약 중국 공산당이 날 적폐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문제네.’

그렇다면 답은 딱 한 가지로 여기서 중국 공산당에 대한 방향을 정해야 한다.

공청단 출신의 류엔둥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치료해야 환자 이력에 대한 것도 살폈다.

태자당 시진팡의 딸이었다.

시진팡은 현재 당서기로 있는데, 저장성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사실 시진팡 본인이 난치병에 걸렸다면 이것저것 더 고민했을 것이다. 살리느냐, 죽이느냐, 아니면 수명을 어느 정도로 만들까 하는 고민이다.

‘차라리 세뇌시켜 버릴까?’

굳이 딸까지 그렇게 냉정할 필요는 없었다.

‘다행이군.’

하지만 그는 곧 태자당, 공청단, 심지어 상하이방 족보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곧 인상을 찡그렸다. 생각해보니 이미 그쪽 인물과 대면했다.

‘천량위 쪽에서 보낸 인물이 두칭리 보좌관이라고 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군.’

조민호는 중국행이 생각보다 복잡해질 수 있다고 확신했다.

‘지금처럼 어설프게 나갔다가는 문제를 더 만들 거야. 오히려 단호할 필요가 있겠어.’

가장 큰 문제는 중국 지리에 대해서 잘 몰라서 큰아버지에게 부탁할까 고민하다가 괜한 불똥이 가족으로 튈 수 있다고 생각하자 곧 생각을 바꾸었다.

‘편하게 보조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누가 좋을까?’

최영준 차장에게 결국 괜찮은 가이드를 물어보았고, 마침 괜찮은 두 사람을 추천받았다.

‘뭐 안내할 사람도 찾았고, 별 문제없이 잘 다녀와야 할 텐데......’

***

김원준 과장과 양봉석 대리는 갑작스러운 최영준 차장 지시에 분노해서 대들었지만 결국 욕만 먹고 지시를 따랐다.

인천 공항에서 스스로 조민호라고 밝힌 젊은 녀석을 만났는데, 어디서 본 사람 같았다.

상대는 정말 무덤덤한 얼굴로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저장성 항저우 국제 공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 안에서도 말없이 노트를 펴서 뭔가를 계속 보면서 깊은 생각에 빠졌다.

김원준 과장과 양봉석 대리는 영문을 몰라서 고개를 갸웃했다.

두 사람은 최영준 차장 지시만을 계속 떠올리면서 한 숨을 내쉬웠다.

‘여행 가이드를 하면서 괜찮은 특종이 생기면 허락을 구한 후에 알아서 챙기라고? 도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군.’

비행기 여행은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시간보다는 더 짧았다.

김원준 과장은 조민호를 안내하면서도 힐끗힐끗 계속 살폈다.

‘도대체 최 차장님은 누구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집사처럼 안내만 해주라니.’

은근히 화가 치밀어서 조민호에게 화풀이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공항 출구 앞에는 이미 정복을 입은 공안이 쫙 대기해 있었다.

무려 오십 명이 넘는 이들이 무장한 채 서 있어서 공항에서 내린 여행객은 움찔 몸을 떨면서 괜히 그쪽으로 쳐다보았다.

다들 공항에 무슨 테러라도 났나 싶어서 호들갑을 떨었다.

항정우 공항을 관리하는 책임자는 창백한 얼굴을 한 채 공안 책임자에게 떨면서 조심스럽게 뭔가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공안 책임자는 곧 비행기에서 내리는 이들을 쭉 살피다가 자신을 발견하자 후다닥 뛰어와서 넙죽 고개를 숙였다.

“어?! 저기......”

김원준 과장과 양봉석 대리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상대와 그 뒤쪽에 늘어서 있는 공안 모습을 보면서 마른 침을 삼켰다.

그 광경이 얼마나 황당한 지 공항을 오가던 모든 사람이 걸음을 멈춘 채 지켜보았다.

심지어 한국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은 사진까지 몰래 찍었다.

“......혹시 사람을 잘못......”

그때 굳은 인상을 한 채 나선 사람은 바로 조민호였다.

“어떻게 된 거야?”

중국 본토 사람 못지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중국어였다.

두 사람은 옆으로 슬쩍 물러나면서 조민호와 의문의 남자를 쳐다보았다.

“앞으로 선생님을 담당하는 중국 공안 책임자가 되었습니다.”

“날 전담한다고?”

“네. 일단 중국 내에 있는 공항을 비롯한 모든 곳에서 선생님이 이동하게 되면 그 정보가 저에게 즉각 통지가 됩니다.”

“흠.”

조민호는 이미 자신이 중국 내에 주의할 인물로 따로 관리된다는 것을 깨닫자 혀를 내둘렀다. 혹시라도 중국 내에서 일테면 공안과 충돌하는 사소한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이름이 뭐였지?”

“두칭리라고 합니다.”

“그래, 두칭리, 맞아. 흐음......”

턱을 쓰다듬으면서 새삼스러운 눈길로 두칭리를 살폈다.

‘......놀랍군. 기질이 완전히 바뀌었어.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된 것일까?’

사람의 특성이란 것은 결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 선천지기 특성이나 오염된 기는 그 사람의 본성과 관련이 있어서 일시적으로 바뀐다고 해도 결국에는 그 원래 형태를 따라간다.

당시 두칭리는 선천지기 잠재력은 괜찮았지만 후천지기 수련에 대한 욕망에 찌들어 있었다.

특히 조민호 자신에게 뜬금없이 달려들어서 쓴맛을 보여주었다.

아니 정확히는 단순히 육체적인 충격보다는 오히려 정신적인 타격을 줘서 다시는 자기를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망가트렸다.

‘회복했어? 아니 그 이상이다.’

탐욕에 물들어 있는 육체는 더 이상 없었고, 남아 있는 것은 순수한 수련을 통해서 정제되고, 단련된 강인한 신체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오염된 기운 대부분이 배출되어서 사라졌다.

그 덕분에 후천지기 역시 2스탯에서 늘어나서 무려 5스탯을 넘어갔다.

‘보통 사람은 아마 당적하기 쉽지 않을 거야.’

이 정도로 몸이 바뀌려면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가혹한 단련이 필요했다. 수련하고, 또 수련해야 한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저렇게 몸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제법이네.”

두칭리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서문 스승을 만나서 자기가 경험한 일을 다 털어놓았지만 별다른 질책을 받지 않았지만 결국 스스로 폐관했다.

당시만 해도 자기 상태를 몰랐지만 다시 수련을 시작하고서야 자기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단순히 육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였다.

결국 모든 것을 잊은 채 스스로를 극복하기 위해서 죽으라고 노력했다.

어느 날인가 자기 몸이 바뀌었다는 것을 깨닫자 스스로 수련실에서 나왔다.

서문 스승은 자신을 보자 밝게 웃으면서 축하해주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이 바뀌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별 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는데, 자신이 받은 직책은 뜻밖에도 한 사람에 대한 관리였다.

이때까지도 자신에게 생긴 변화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조민호 앞에 서게 되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도저히 상상 조차할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한 높이였다.

그 거울을 통해서 자신의 변한 몸과 마음을 느끼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떨었다.

-제법이네.

딱 한 마디 말.

그는 그토록 모질게 수련한 자신을 알아주는 말에 심령이 온통 뒤흔들리는 것을 느끼면서 격하게 눈물을 흘리면서 넙죽 조민호에게 절하고 말았다.

“감사합니다.”

“흠.”

사실 다른 타인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미친 행동이지만 과거 무림에서 횡보할 때 그가 늘 자주 접하던 일이었다.

비인부전 부재승덕(非人不傳 不才勝德).

품성에 문제가 있는 자에게 벼슬이나 기술을 전하지 않는다.

특히 무학의 길은 사람이 아니면 단 한 수도 전하지 않는 것이 그 법도다.

물론 일방적인 폭력을 행사했지만 그것 역시 가르침이라면 가르침이다.

스스로 그것을 느껴서 극복했다면 마땅히 높게 평가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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