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80화 (80/176)

#080

***

간경화증은 간이 딱딱한 섬유화 조직으로 바뀌면서 간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만성 B형이나 C형 간염에 의해서 염증이 지속할 때 간경화증이 발생한다.

이 질병 초기에는 만성 피로와 식욕부진을 비롯한 다양한 증상이 생긴다.

진행이 시작된 간경화증은 정상으로 회복하기 쉽지 않다.

이 질병의 감염 경로는 크게 보면 면역 이상과 과다 증식한 세균이 순환계를 따라서 이동한다고 본다.

제대엽 줄기 세포 방식을 사용한 것도 이 간경화증 특성 때문이다.

조민호는 이미 혈관염 환자를 치료해보았고, 심지어 혈관염 치료제 신약 바스클린 원형까지 만들었다.

진맥할 때만 해도 그 깨달음을 어떻게 적용할지 몰랐다.

‘호오, 이것 봐라?’

리핑용 혼원기가 그리는 큰 그림.

그중에서 선명하지 못한 구간에 대한 부분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이게 간이구나.’

혈관염이 혈관 벽에 염증이 생겨서 발생하는 감염증이다.

간경화증 역시 이 면역 질환에, 과다한 세균이 더해진 경우다.

두 가지 질환은 장소가 다를 뿐인지 면역 질환이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조민호는 두 가지 특성을 비교하면서도 공통점을 추렸다.

바스클린과 간경화증이 만드는 교집합을 추려내기 시작했다.

그다음에 인체 경혈과 이 교집합을 섞어서 하나씩 추려냈다.

‘이건 뭐지?’

이질적인 기운.

‘아, 이게 제대혈 줄기세포구나.’

제대혈 줄기세포는 줄기세포이지만 결국 타인의 다른 조직이다.

두 가지 조직은 겉으로 검사를 통해서 다를 것이 없지만 실제로 이식이 된 후는 차이가 있다.

조민호는 혼원기를 사용해서 살피는 터라 완벽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식 효과가 있어. 문제는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할 뿐이야. 거기에 바스클린 부작용이 더해졌어.’

바스클린 자체가 짝퉁 리핑용 혼원기다. 이것이 오히려 두 가지 조직의 면역 불일치를 좀 더 키우고, 상태를 악화시켰다.

그는 결국 고민했다.

‘바스클린 부작용 문제는 간단한데, 그걸 없앤다고 해서 환자가 회복되지는 않아. 그렇다고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 문제를 해결하면, 이것을 이용하려고 할지도 몰라.’

힐끗 심적 갈등으로 번민하는 배경석 교수 안색을 살폈다.

때마침 오성 바이오 문제 때문에 뒤늦게 연락받은 김지수가 나타났다.

조민호는 가볍게 눈인사하면서 세 사람을 힐끗 살폈다.

“혹시 이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법은 이쪽 병원에서 직접 고안한 겁니까?”

세 사람은 서로 눈치를 보았다.

배경석 교수는 조민호가 누구인지 몰라서 머뭇거렸다.

그나마 김지수가 먼저 나섰다.

“히스톨린 제약이라는 곳에서 이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어요. 저희 아빠가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지원도 해주고요.”

정확히는 가족 유전병 때문이다. 김지수 문제는 해결했지만 김건중 가족에게는 여전히 각자의 유전병이 남아 있었다.

오성 의료원에서도 연구하지만, 지금처럼 사각에 놓인 치료법을 나누어서 실험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겨서 오성 그룹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흠.”

조민호는 김건중 회장이 왜 그렇게 자신에게 집착하는 건지 새삼 깨달았다. 턱을 쓰다듬으면서 자신이 확인했던 내용을 떠올렸다. 과연 지금 현대 의학 기술로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어렵지. 아니 거의 불가능한가.’

냉정하게 말해서 사기 수준이다.

그렇다고 제대혈 줄기 세포 자체가 거짓이라는 것은 아니다. 부작용 문제를 해결하고, 그 대안을 찾는다면 훌륭한 답이 된다.

대안이 없다면 사기 수준에 가까운 제대혈 줄기 세포 이식 연구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조민호는 곧 한 가지를 결론 내렸다.

“세 분은 모두 나가 계세요.”

아직 여전히 조민호를 믿지 않는 것도 있지만, 환자 치료에는 전문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믿는 배경석 교수가 바로 발끈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눈치 빠른 최영준 차장도 아쉬운 얼굴이었지만 배경석 교수를 설득했고, 미련을 떨치지 못한 그를 데리고 강제로 병실을 끌고 나갔다.

김지수는 말없이 두 사람 뒤를 따르면서 조민호를 힐끗 쳐다보기만 했다.

‘이제 시작해볼까?’

***

몸은 기본적인 향상성을 조절한다. T임파구와 같은 항체도 연관되며, NK 세포도 그 한 예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더 복잡하다.

조민호도 아직 현대 의학을 깊이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혼원기를 사용해서 어느 정도 경험했다.

지금 환자는 신약 바스클린이 이 향상성 자체를 뒤흔들어서 상태를 악화시켰다. 면역 조절 기능이 뒤틀리면서 간경화증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첫 번째 치료는 바로 이 신약 바스클린 부작용을 제거하면 된다.

리핑용 혼원기를 살짝 바꾸어서 변화를 주면 간단하다.

‘시작이 좋네.’

급격히 나빠지던 간경화증 상태는 금방 안정화가 되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이 간경화증에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 간경화증을 악화시키는 세균을 조금씩 부수어 나갔다.

문제는 이 기능이 세균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혈관을 비롯한 나머지 조직도 같이 공격했다.

‘혈관염이 생긴 이유구나.’

이게 가볍게 볼 일이지만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이 치료법 자체가 불법이다. 일반적인 환자에게 사용하면 혈관염이라는 부작용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좀 더 상태가 악화되어서 환자가 사망했다면 난리가 났을 거야.’

이런 특수한 치료법을 받은 환자 가족이라면 어느 정도 돈과 사회적인 지위가 있을 테니, 틀림없이 공론화시킨다.

아무리 오성 그룹에서 털어 막는다고 해도 만에 하나 사회적인 문제가 된다면 신약 바스클린 역시 직격타를 받는다.

조민호는 새삼 이곳에 잘 왔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기 계획의 맹점에 혀를 내두르면서 혈관염의 또 다른 특성을 살폈다.

새삼 사전에 부작용이 생기는 부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처음에는 혼원기를 사용해서 간경화증 원인을 제거하려고 했지만, 곧 생각을 바꾸었다. 제대혈 줄기 세포가 뜻밖에 효과가 좋았다.

잘만 이용한다면 굳이 아까운 선천지기를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눈을 감은 채 제대혈 줄기 세포에 혼원기를 불어 넣었다.

혼원기가 스며든 제대혈 줄기 세포와 환자 다른 조직은 맹렬하게 배척하는 중이었지만 이 기운이 끼어들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혼원기가 음양을 중화하는 것처럼 두 가지 조직을 바로 잡았다.

이미 리핑 혼원기를 만들 때 경험한 일이라서 조민호는 강제로 끼어들기보다는 침착하게 그 흐름을 하나씩 기억해 나갔다.

곧 그의 손바닥 위에는 그 흐름의 결과를 따라서 만든 독특한 형태의 혼원기가 나타났다.

입체 퍼즐처럼 이리저리 얽혀 있는 구조는 리핑용 혼원기보다는 더 복잡했다.

‘특이하네.’

조민호는 자기 의학 지식이 짧아서 손바닥 위에 떠오른 특수한 물질 구조가 뭘 의미하는지 몰라서 눈으로 익힌 후에 다시 치료에 집중했다.

다음에 한 것은 같은 형태의 간경화증 혼원기를 만들어서 공손, 삼구, 삼음교를 기준으로 족태음비경 혈자리를 지압했다.

제대혈 줄기 세포 도움을 얻기가 무섭게 인체 내부의 안정화 메커니즘이 자연스럽게 동작하면서 균형을 잡아갔다.

힘을 잃은 면역 세포가 마치 활화산처럼 폭주하기 시작했다.

조민호도 막상 자신이 만든 결과이지만 이 신비로운 광경에 압도되어서 반개한 채 그 흐름을 따라가기만 했다.

그 효과는 실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웠다.

이미 깊은 잠에 빠진 환자는 간경화증 때문에 죽어 있는 조직 일부가 깨어나면서 안색이 벌써 조금씩 변했다.

‘이건 정말 놀랍구나.’

현대에 돌아온 후에 처음 경험하는 감탄이었다. 화경을 넘어서 현경에 도달할 때도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은 없었다.

두 가지는 영역이 완벽히 다르기 때문이다.

단순히 혼원기 때문이 아니라 혼원기가 자극한 제대혈 줄기세포가 같이 반응하면서 증폭되어서 일어난 결과였다.

원래 간 기능이 정상을 찾았고, 이식된 세포 역시 같이 반응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었다.

바스클린은 이 중간에 작용해서 완충제 역할을 해주었다. 그 약효는 부드럽게 혈관을 감싸 안으면서 보호해주었다.

‘이게 아마도 담당의가 궁극적으로 그린 치료법이겠지만......’

딱 봐도 현대 의학 기준에서 아주 먼 훗날 이야기다.

자신조차 정확히 신체 내부에서 어떤 식으로 메커니즘이 돌아가는지 감만 잡을 뿐인데, 이런 병원에서 해결할 리가 없었다.

조민호도 새삼 제대혈 줄기세포가 그저 옆에서는 단순하게 들었지만, 막상 직접 경험해보고 나서야 그 가치가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깨달았다.

‘자기 세포가 아니라서 과반응이 나타나는 것이 문제구나. 이 옆에서 덕지덕지 붙어 있는 기운은 그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 사용한 약이고.’

치료를 위해서 이것저것 잡다하게 쓴 처방이 오히려 독이 되었지만, 지금은 그 약효가 제대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환자 치료는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었다.

조민호도 아쉬웠다. 차라리 그 자신이 처음부터 처방하기 시작한 깨끗한 환자였다면 이 경험을 이용해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뭐 장점도 있어.’

딱 손을 뗀 순간에 느낀 것은 선천지기 스탯이 고작 0.3도 채 소모되지 않았다.

아니 효과는 정작 최근 와서 전혀 반응도 보이지 않는 상태창에서 나타났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선천지기 스탯이 +3 올랐습니다.]

[상태창]

[이름] 조민호(25살), 무인(Lv.6)

[경험치] 8/640

[스탯]

[체력] 22, [근력] 23, [민첩] 22, [마기] 0

[후천지기] 25, [선천지기] 28, [정신] 1,283,234

‘깜짝이야!’

아예 고장 난 기계처럼 반응이 없던 상태창에서 선천지기가 꽤 올랐다.

***

배경석 교수가 사실 조민호에게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었는데, 이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 부작용 때문에 이미 다른 환자에게 고소당했다.

김건중 회장에게도 자세한 소송 내막을 말하지 않았다.

특히 그 환자 중에 버거씨병 환자도 이 환자처럼 심각하지 않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그나마 간경화증 환자가 나아지면서 기존 환자를 설득 중이었다.

하지만 환자 가족이 단순히 치료 효과와 정보를 제공했을 뿐이지, 이 치료가 얼마나 위험한 지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병원 문을 닫게 해주겠다고 협박까지 하는 중이다.

만약 간경화증 환자가 사망이라도 한다면 배경석 교수는 몇 년에 걸쳐서 연구한 줄기 세포 관련 치료법을 접어야 했다.

결국 이 모든 결정을 자신이 내릴 수가 없어서 김건중 회장에게 직접 보고했다. 어떻게 보면 자포자기 심정이었다.

초췌한 표정을 한 채 이 일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서 계속 병실 통로를 왔다갔다했다.

이미 고소에 대한 것도 조사해서 알고 있는 최영준 차장은 힐끗 자료를 살피면서 그에게 별 다른 내색하지는 않았다.

김지수는 오히려 느긋했다.

“지수야, 넌 느긋하다.”

“민호씨를 믿어요.”

“하지만 이거 잘못되면 생각보다 일이 커질 수가 있어. 저 최일수 환자 아버지가 야당 보좌관으로 있는데, 제법 인맥이 있어.”

“잘 해결되면 되잖아요.”

“하지만 내가 알기로 이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이 문제가 많아. 아직까지 누구도 이 방식으로 완치하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고.”

이전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지만 그만큼 이 환자 상태는 조민호의 다른 환자와는 다른 관점에서 심각했다.

배경석 교수는 의외로 한 귀로 들으면서 반박하지 않았다.

최영준 차장은 한 가지를 분명히 짚고 넘어갔다.

“줄기 세포 치료 부작용에 대해서 제대로 언급도 하지 않고, 허위로 과장했어. 특히 줄기 세포 치료제 자체를 임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지도 않고 이식 수술을 시행한 것도 문제야.”

움찔 놀란 배경석 교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최영준 차장은 혀를 내둘렀다.

“설마 제가 그 정도 조사도 안 했겠습니까. 아무리 김건중 회장님 지시에 따랐다고 해도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했습니다.”

그도 발끈했다.

“줄기 세포 치료제는 소량 조혈모세포를 사용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굳이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 아니라고 봅니다. 만약 소송 들어가면 승소할 수 있습니까? 그럴 자신이 없으니 이제 갓 임상 1상 시험에 들어간 바스클린까지 사용한 극약처방을 한 것 아닙니까?”

“그건......”

“저에게 변명할 필요 없습니다. 문제가 커지면 정작 엉뚱한 사람들이 피해를 봅니다. 회장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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